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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사다하루, 그라운드 떠나는 '야구의 전설'
leekejh
2008. 9. 25. 23:12
오 사다하루, 그라운드 떠나는 '야구의 전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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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 사다하루 감독의 은퇴 기자회견을 알리는
일본프로야구 소프트뱅크 호크스 구단 공식 웹사이트
ⓒ 소프트뱅크 호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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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 '일본야구의 홈런왕'
오 사다하루 감독(王貞治·68)이 기자회견을 열고
'올 시즌을 마지막으로 은퇴하고 야구계를 완전히 떠나겠다'고 발표했다.
지난 14년간 오 사다하루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겼던 소프트뱅크 호크스는
손 마사요시(손정의) 구단주가 직접 나서서 재계약을 제안하며 붙잡아보려 했지만
그의 결심은 바뀌지 않았다.
오 사다하루 감독이 주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선수와 감독으로서 걸어온 야구인생 50년을 마감하겠다고 밝히자
일본은 물론이고 전 세계 야구인들은
한 시대를 풍미했던 인물의 갑작스러운 작별인사에 큰 아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일본 언론들은 물론이고 AP통신, AFP 등 주요외신들도 오 사다하루 감독의 은퇴 기자회견을 보도한 것.
그는 이 자리에서
" 지난 50년간 프로야구와 함께하며 영광스러운 인생을 보냈다고 생각한다." 고 소감을 밝혔다.
오 사다하루 감독이 은퇴를 결심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바로 건강 때문이다.
지난 2006년 위종양 수술을 받은 그는
치열한 프로의 세계에서 격무에 시달렸고 결국 건강이 계속 악화됐다.
그는 기자회견 자리에서
" 그동안 병을 얻은 뒤 매일 고통과 싸워야했다." 고 토로했다.
868개의 홈런 때려낸 외다리 타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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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다리 타법으로 868개의 홈런을
때려 낸 오 사다하루 |
ⓒ 요미우리 자이언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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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0년 일본 도쿄에서
중국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대만국적을 갖고 있는 오 사다하루는
이미 고교시절부터 한국 출신의 동갑내기 라이벌 장훈과 함께
최고의 스타로 이름을 날렸다.
스무 살이 된 1959년
요미우리 자이언츠에 들어가 프로야구 선수가 된 그는
입단 3년 만에 4번 타자 자리를 꿰찼고
은퇴할 때까지 22년간 요미우리에서만 활약하면서
특유의 '외다리 타법'으로 무려 868개의 홈런을 터뜨렸다.
오 사다하루가 선수로서 세운 기록과 업적은 대단했다.
센트럴리그 최우수 선수(MVP) 수상 9회,
타격왕 5회, 타점왕 13회, 안타왕 3회 등
화려하다 못해 눈이 부실 정도의 놀라운 기록들이
모두 그의 것이다.
이 모든 기록들은 역시
일본야구 역사상 아무도 넘어서지 못한
868개의 어마어마한 홈런에서 비롯된 것들이다.
홈런왕 15회를 자랑하는 최고의 홈런타자답게
그는 상대 투수들에게 공포의 대상이었다.
18년 연속으로 가장 많은 볼넷을 얻어낸 기록이 이를 잘 말해주고 있다.
특히 1974년 한 시즌에만 무려 158개의 볼넷을 얻어낸 기록 역시 아직도 깨지지 않고 있다.
'일본의 홈런왕'이라는 명예로운 별명을 얻은 오 사다하루는
통산 3,085개의 안타를 자랑하는 '안타왕' 장훈,
일본시리즈 MVP를 4회나 차지한 '시리즈의 사나이'
나가시마 시게오와 함께
일본야구를 이끌다가 1980년 은퇴를 선언했고
1994년에는 일본야구 명예의 전당에 입성했다.
일본야구를 세계 정상에 올려놓다
은퇴 후 지도자로 변신해 새로운 야구인생을 시작한 오 사다하루는
3년간 요미우리에서 조감독으로 경험을 쌓은 뒤 1984년 드디어 감독으로 승격했다.
출발은 좋지 않았다.
감독 4년차가 되어서야 센트럴리그 우승을 차지한 그는 요미우리 사령탑으로서 5년 동안
단 한 번의 우승이라는 만족스럽지 못한 성적을 남기고 1988년 감독직에서 물러났다.
1995년 퍼시픽리그의 다이에 호크스(소프트뱅크 호크스 전신)의 감독으로 다시 그라운드로 돌아온 그는
1999년과 2003년 두 번의 일본시리즈 우승을 차지하며 자존심을 회복했다.
그리고 2006년 일본대표팀을 이끌고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출전해
미국, 쿠바 야구의 높은 벽과 한국야구의 거센 도전을 모두 이겨내고 우승을 차지해
감독으로서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
올 시즌 건강악화로 선수들을 잘 돌보지 못하고 성적도 하위권으로 떨어지자
오 사다하루 감독은
" 내가 은퇴함으로써 구단과 선수들에게 새로운 동기와 전환점을 부여해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며
기자회견을 마쳤다.
그러나 지난 50년간 선수와 감독으로서 '야구의 전설'이 된 그를 보내줘야 하는 일본야구의 서운함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