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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색으로 듣는 음악 - 2009 춤

leekejh 2009. 12. 25. 18:14

 

검색으로 듣는 음악

 
장르나 이슈, 세대별 선호도를 주제로 가수의 검색순위를 소개합니다.
네이버 이용자들의 음악검색 행태를 통해 대중음악의 흐름을 파악해봅니다
 

 

 

 

제목 음악만큼이나 화제가 된 춤들

 

음악에서 중요한 게 노래와 가창력인 건 맞지만,

그렇다 해서 춤의 비중이 그보다 덜한 것은 절대 아니다.

올 한해도 많은 춤들이 유행을 탔고 또 타려다 실패했다.

 

여기 순위에 오른 춤들은

그 혹독한 경쟁에서 살아남은 것들이자 동시에

2009년 한국의 대중음악계라는 특정한 시간과 공간을 상징하는 것들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2009년의 춤에서 독특하게 드러나는 것이 있다면 무엇일까.

 

                                                                             글 / 최민우 (웹진 weiv 편집위원)

 

 

   ※ 본 순위는 이용자들의 검색 빈도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뮤지션과 노래에 대한 평가와는 무관함을 알려드립니다.

 

 

제목 검색으로 듣는 음악 2009 '춤' (2009.01.01 ~ 2009.11.23) 

  
  1. 시건방춤      앨범보기
  2. 엉덩이춤      앨범보기
  3. 좀비춤         앨범보기
  4. 계단춤         앨범보기
  5. 부채춤         앨범보기
  6. 콜미춤         앨범보기
  7. 고양이춤      앨범보기
  8. 바퀴벌레춤   앨범보기
  9. 고무줄춤      앨범보기
  10. 마이클잭슨춤   앨범보기
집계기간 2009.01.01 ~ 2009.11.23

 

 

  2009년 연이어 히트하는 '브아걸'이 1위

 

대답은 '군무(群舞)'다.

 

혼자 추는 춤보다는 여럿이 추는 춤,

자유로운 춤보다는 멤버들 사이의 호흡이 중요한, 또한 음악에 정확히 감응하는 춤이 유행했다.

 

물론 유행하는 춤에는 '포인트'가 되는 특정한 동작이 있기 때문에

음악에 정확히 감응한다는 것은 사실 조건 축에도 끼지 못할 수 있다.

그러나 올해 화제가 된 춤들은

아무래도 그 감응의 정도가 때로는 '기계적'이라고 느껴질 정도로 깔끔하고 정확했다는 인상이 있다.

그런 면에서, 검색 순위로만 따진다면

올해의 승자는 자신들의 춤을 두 개나 순위에 올려놓은 브라운 아이드 걸스다.

'가창력은 있지만 얼굴은 없는 가수'에서 출발한 이 4인조 여성 그룹은

절치부심의 노력 끝에 10대 아이돌 그룹이 지배하던 올 한해 가요계에서

가장 '핫'한 그룹 중 하나로 부상하는 데 성공하면서 결성 후 최고의 시기를 보내는 중이다.

 

'L.O.V.E.'의 히트를 즈음하여

단정한 R&B 발라드에서 감각있는 일렉트로닉팝으로 스타일 변신에 성공한 이들은 

올해  'Abracadabra'와 'Sign'을 연이어 히트시키면서 오랜 '준 무명'의 자리에서 벗어났다.

 

1위에 오른 것은 'Abracadabra'의 시건방춤.

살짝 고개를 쳐들고 팔짱을 낀 채 골반을 유연하게 흔드는 이 춤은

'Abracadabra'의 음악적 특징인 둔중한 베이스 사운드와 무척 잘 어울렸다.

대나무 부채로 피곤한 일정에 지친 목을 무대 위에서 마사지하는 'Sign'의 부채춤 역시 5위에 올랐다.

 

 

 

 

  더이상 생계형 아이돌이 아니다 '카라'


군무 집중 현상은

2009년 한국 대중음악계의 키워드가 아이돌 그룹이었다는 점에서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일 것이다.

특히 2위를 차지한 카라는

그 아이돌 그룹의 춘추전국시대에서 '인생역전'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의 성공을 거두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한 올해의 그룹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는 더 이상 '생계형 아이돌'이라는 수식어가 어울리지 않는 이 그룹은

올해 'Wanna'와 '미스터'라는 두 곡의 히트곡을 냈는데,

'미스터'에서 선보인 골반을 강조하는 엉덩이춤은

'Wanna'를 첫 타이틀로 잡고 컴백한 바로 그날부터 인터넷을 후끈 달궜으며,

그저 '서투른 한국어로 단어 퀴즈를 내는

맹하고 귀여운' 멤버인줄 알았던 니콜을 재발견하게 된 계기가 되기도 했다.

더불어 3위를 차지한,

올해 가장 다사다난한 아이돌 그룹이었던 2PM의 좀비춤도 빼놓을 수 없는 화제의 춤이다.

 

2PM은 그룹의 리더 박재범의 4년 전 마이스페이스 게시글이 문제가 되면서

재범이 그룹을 탈퇴하는 충격적인 사건을 겪었고,

그럼으로써 올 하반기 내내 연예계 화제의 중심에 섰다.

 

민족주의와 팬덤 문화에 대한 '심각한' 논의까지 끌어냈던 2PM 사건은

역설적으로 바로 그룹에게 전과 비교하기 어려울 만큼의 엄청난 지명도(와 부담)을 떠안겼는데,

이번에 발표한 1집 1:59PM(의미심장한 제목이다)이 좋은 반응을 얻으면서

그룹 측에서는 안도의 한숨을 쉬지 않았을까 싶다.

 

좀비춤은 그룹의 신곡 'Hearbeat'의 흐느적거리는 동작에서 나온 말인데,

개인적으로는 후반부의 '지구방위대' 퍼포먼스도 인상적이라는 생각이다.

 

 

 

 

  항상 1위만은 할수 없다

 

정작 '군무의 지존'이라 할 수 있는 SM 엔터테인먼트 소속의 그룹이 눈에 띄지 않는 것도

간단히 언급하고 넘어갈 수 있을 것 같은데,

아무래도 이름붙일 만한 '포인트'가 없었다는 게 순위에 없는 요인이 아닐까 싶다.

  ('Ring Ding Dong'이나 'Chu~♡'에 나오는 춤을 뭐라고 이름할 수 있겠는가 말이다).

 

7위에 있는 소녀시대 정도가 유일한데,

그것도 대박 히트를 친 'Gee'와 '소원을 말해봐'가 아닌

CF 음악 'Chocolate Love'에 잠시 나온 고양이춤이다.

역시 이름붙일 만한 포인트가 없었다는 것이 원인이 아닐까 싶다.

비슷한 맥락에서 애프터스쿨의 이름이 없는 것도 납득할 만하다.

그러나 올해가 군무의 시대라고 해서 '솔로'에 대한 관심이 아예 없었던 건 아니다.

4위에 오른 태군의 계단춤과 콜미춤은

남자 댄스 솔로 중에서도 두드러지는 주목을 받고 있는 태군의 위상을 상징하는 일일 것이다.

 

'유머'라는 면에서는 역시 8위에 오른 바퀴벌레춤을 빼놓을 수 없다.

바퀴벌레춤은 혼성 그룹 에이포스의 무대 말미에서

팝핀현준이 바퀴벌레처럼 무대를 기어다니다

약을 맞아 '퇴치'되는 내용의 퍼포먼스를 선보이면서 생겨난 말이다.

개인적으로는 아이디어의 승리라고 해야 할지 난감하다고 해야 할지 판단이 잘 안서기는 하지만.

 

 

제목 시대의 향수를 일깨우는 춤

 

특정한 춤은 때로 특정한 시대를 반영한다.

혹은 이 말이 너무 거창하다면, 특정한 시대의 향수를 일깨운다.

이를테면 검색순위에 올라온 마이클 잭슨의 '문워크'가 그런 예일 것이다.

  (그렇다. 10위에 마이클 잭슨의 이름이 오른 까닭은 바로 그것이다).

 

좀 더 사소한 예로는 춤 같지도 않았던 '마카레나' 춤 같은 경우도 그렇다. (이거 기억나는 사람?)

그때는 '이게 뭐야'라고 했지만 지나고 나니 즐거운 추억이다.

아마 2009년에 사랑받았던 춤들도 나중에는 그렇게 기억되리라 믿는다.

이 중에 뭐가 남을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무언가는 남아서 먼 훗날 즐거운 이야깃거리를 만들어낼 것이라 생각한다.

 

 

 

   출처 :  http://music.naver.com/today.nhn?startdate=20091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