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삶/세상사람들의 이야기

"새로운 모든 것 배우고 싶어… 그래도 난 프로기사"

leekejh 2011. 7. 12. 13:02

 

          "새로운 모든 것 배우고 싶어… 그래도 난 프로기사"

                      '바둑계의 꽃' 이슬아 三단

 

                                                                   조선일보 | 이홍렬 바둑전문기자 2011. 07. 12


 

프로기사 이슬아(20) 三단에게 작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은 인생의 '분수령'이었다.

머리에 침을 꽂은 채 대국하는 투혼으로 2관왕에 오른 '바둑 선수'의 인기가 크게 치솟자

각종 방송과 무대들은 그런 그녀를 경쟁적으로 초청했다.

7개월째 다양한 예능 분야에서 활동 중인 이슬아를 만나 근황과 꿈 그리고 '철학'을 들어봤다.

 

 

 

↑ [조선일보]프로기사 5년차인 이슬아 三단.

그는 “ 댄스 서바이벌대회 기간 체중이 3kg 빠졌다.” 면서

“ 다시 기회가 온다면 반드시 3등 안에 들 것.” 이라고 근성을 보였다.

 

이준헌 객원기자 heon@chosun.com

 

 

― 하는 일이 많아 이제 아시안게임 따위는 다 잊었을 것 같다.

" 전혀 아니에요.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가 제 인생의 절정이었어요.

  몸도 많이 아픈 상태에서 정신없이 치렀는데 결과는 최고였잖아요.

  요즘도 광저우 꿈을 가끔 꿉니다."

― 그 뒤 참으로 많은 변신을 보여주던데.

" 퀴즈, 체험 등 TV 프로그램에 몇 차례 출연했습니다.

  패션 무대에도 섰고 농구장에 시구(始球)하러도 나가고….

  최근엔 '댄스 위드 더 스타'란 춤 서바이벌 프로에 동참해 소중한 경험을 했습니다."

― 탈락한 뒤 엄청 울더라.

" 40일간 정말 피나게 연습했는데 1회전에서 떨어지니까 파트너에게 미안하기도 하고….

  춤이라면 웬만큼 잘할 자신이 있었지만

  첫날 연습을 마치고 나니 '내가 20년간 바둑만 뒀구나'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다리 찢기'란 걸 연습할 때 엄청 아팠는데, 진찰 결과 진짜로 근육이 파열됐더라고요."

― 어떤 패션 잡지 화보는 너무 파격적이란 지적도 나왔다.

" 알고 있습니다.

  앞으론 더 신중히 선택하려고 해요.

  여자라면 누구나 한두 번쯤은 화장하고, 예쁜 옷 입고 카메라 앞에 서보고 싶은 충동을 느끼잖아요.

  그렇게 이해해 주셨으면 합니다."

― 바둑에서 점차 멀어지는 건 아닌지.

" 항상 낯선 분야에서 새로운 일을 해보고 싶은 욕심이 있습니다.

  하지만 제 본업이 프로기사란 점은 확고합니다.

  '댄스…'가 끝난 직후 '아프로디테'란 이름의 기획사에서 연락이 와 매니저 계약을 맺었는데,

  하루 4시간은 절대 침범하지 않는다는 조항을 넣었어요.

  바둑 공부를 위해 확보한 시간입니다."

― 그래도 광저우 이전보다 바둑 성적이 떨어졌을 것 같다.

" 큰 변화는 없어요.

  과거 바둑만 둘 때는 실수가 잦았는데 오히려 줄었습니다.

  마음의 여유와 생각의 폭이 넓어진 느낌이에요."

― 올레배와 바둑왕전 예선을 면제받았던데.

" 과분한 특혜였죠.

  정말 감사했고, 그래서 더 열심히 뒀는데 중도에 떨어지고 나니 많이 송구하더군요.

  항상 젊은 남자 기사들을 이기고 싶은데 참 어려워요."

― 바둑계에 한마디 한다면.

" 너무 과거의 틀만 고집해선 발전이 어렵지 않을까요?

  외람된 말씀이지만 이제는 좀 더 과감한 시도가 필요할 것 같아요.

  그리고 저는 프로기사의 품위를 훼손할 일은 결코 하지 않을 겁니다."

― 바둑과 연예계 어느 쪽이 더 좋은가.

" 둘 다 절대 못 버릴 만큼 매력도 많고 어렵기도 해요.

  바둑은 성적이 나쁠 때 직업인으로서 불안감이 크죠.

  방송에선 긴장감을 줄이기 위해 많은 것을 배우고 있습니다.

  하지만 카메라 앞에만 서면 왜 그렇게 신이 나고 생기가 도는지 제가 생각해도 신기해요."

― 요즘 하루 일과는.

" 방송 언어 교육을 받고 있습니다.

  댄스 프로 출연 때 입은 부상도 치료하고….

  지난 주엔 자이브를 배웠는데 진짜 재미있던데요.

  한 살이라도 더 어릴 때 더 많은 걸 배우고 싶습니다.

  물론 바둑 공부하고 남은 시간 얘기죠.

  친구들과 어울려 노는 시간도 아까워서 피해요."

― 길거리 다니면 알아보는 사람이 많은가.

" 종종 계십니다.

  그런데 첫마디가

" 이슬아씨! " 나 "댄스 프로그램…" 따위가 아니라

매번

" 어! 바둑…" 이에요.

  나에 대한 첫 느낌이 바둑이란 증거여서 그때마다 흐뭇합니다.

  팬레터도 올해 백 통 넘게 받았어요."

― 아시안게임 연금은 잘 들어오는지.

" 네. 매달 30만원씩 종신연금인데 꼬박꼬박 모으고 있어요(웃음).

  언젠가 꼭 소중한 일에 쓸 생각입니다." 

 

 

바둑계 얼짱 이슬아 사범이 7월 6일 서울 태평로에서 방송생활과 바둑생활에 대해 말하고 있다.

 

이준헌 객원기자 heon@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