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의 도미니칸 파워와 변화
[민기자 리포트]
MLB의 도미니칸 파워와 변화
[야후!스포츠] 2011년 07월 25일(월)
도미니카 공화국은 중미 캐리비안 해에 위치한 작은 섬나라입니다.
미국 동남부 플로리다 주의 아래에 있는 쿠바에서 조금 더 동남쪽에 위치한 섬나라인데
한 섬을 두 나라가 나눠 씁니다.
대지진의 피해를 입었던 아이티가 서쪽의 3분의 1쯤을 차지하고,
나머지 동쪽의 3분의 2 정도가 도미니카 공화국(이하 도미니카)입니다.
오랜 세월 외세에 시달렸는데
아이티는 프랑스어, 도미니카는 스페인어를 쓸 만큼 서로 다르기도 합니다.
(도미니카 대표팀을 뽑으면 MLB 올스타 멤버가 거의 대부분일 정도로 화려합니다.
푸홀스 역시 도미니카 출신입니다.)
도미니카의 크기는 대한민국의 절반, 정확히는 48.7% 정도입니다.
인구는 약 1000만 명으로 집계됩니다.
지난 1996년 가을에 출장 갔을 때 보고 들은 도미니카는 아직 경제적으로 발전이 더딘 나라였습니다.
당시 공장에서 일하는 직공의 하루 일당이 4000원 정도였고,
거리 곳곳에는 빈곤의 그림자가 여전했습니다.
당시보다는 빠르게 많이 발전하고 있지만
빈부차가 심하고 여전히 빈곤층이 많은 저개발 국가로 평가받습니다.
7세기부터 도미니카에 사람이 살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1492년 크리스토퍼 콜롬버스가 이 섬에 도착하면서
가장 먼저 유럽 이민자들이 영구 정착한 곳이기도 합니다.
유럽 이민자를 위해 가장 먼저 생긴 산토 도밍고라는 도시는 지금도 이 나라의 수도이며,
아메리카 대륙의 첫 대학교와 성당, 성 등도
모두 이 작은 섬나라에 제일 먼저 건설된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나라가 국내에도 널리 알려진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야구 때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메이저리그와 프로 야구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도미니카 선수의 뛰어난 능력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후아 마리칼과 펠리페 알루를 시작으로
정말 대단한 선수들을 많이 배출한 곳이 바로 이 작은 섬나라입니다.
외계인 페드로 마르티네스와 나쁜 공 때리는 달인 블라디미르 게레로,
인삼 먹던 슬러거 새미 소사, 레드삭스의 해결사 데이빗 오티스와 매니 라미레스 등이
모두 이 섬나라 출신입니다.
당대 최고의 타자로 꼽히는 알버트 푸홀스도 도미니카에서 나고 자라 고등학교 때 미국으로 건너갔고,
올해 최고의 시즌을 보내고 있는 호세 레이에스와 홈런더비 킹 로빈슨 카노 역시 이곳 출신입니다.
게다가 새로운 홈런왕 호세 바티스타 역시 도미니카가 배출한 뉴 스타입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앞으로 MLB에서 도미니카 파워가 더욱 강해질 수도 있다는 보고가 나왔습니다.
MLB와 각 팀이
더욱 체계적이고 강력하면서 정확한 선수 분석과 보호 체계 등을 갖추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수많은 명선수를 배출한 야구 재능의 보고인 도미니카지만 그 이면에는 상당히 어두운 부분도 많았습니다.
호적 처리 등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고의든 우연이든 나이를 속이는 일은 빈번했습니다.
현지 스카우트나 에이전트의 횡포도 심각했습니다.
유망주들의 힘을 키우기 위해 금지 약물을 사용하는 일이 비일비재했고,
계약 과정에 깊숙이 개입해서 사이닝 보너스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MLB 팀이나 관계자가 재능을 제대로 파악하기 어려운 점을 이용해
선수 리포트를 엉터리로 만들에 거액에 팔아먹는 행위도 종종 벌어졌습니다.
현지에 대한 정확한 정보 확보가 쉽지 않아
거액의 헛돈을 쓰고도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경우도 상당히 많았습니다.
그러나 MLB와 각 팀은
보다 적극적이고 구체적으로 선수 재능 파악과 보호, 관리 등에 참여하기 시작했습니다.
약물 검사는 훨씬 철저하게 진행되며,
2003년에 철수했던 밀워키 브루어스가 작년에 다시 돌아오면서
이제는 30개 팀이 모두 팜 팀이나 선수 육성 시스템을 도미니카 현지에서 운영하고 있습니다.
현지 에이전트가 트레이너 들이 주도하던 정보 제공도 그 시스템이 변하고 있습니다.
간단한 정보만으로 계약을 해야만 했던 과거와는 달리
이제는 MLB 팀이 직접 선수 정보 수집을 할 수 있도록
미국의 트래블링 팀과 유사한 제도를 도입하고 있습니다.
즉 매주 월요일 MLB가 직접 주관하는 토너먼트가 개최되고 있습니다.
한 번에 약 120명의 도미니칸 청소년 선수들이 참가해 야구 경기를 벌입니다.
남쪽 바닷가의 야구장에서 열리는 이 토너먼트에 참가하려고
몇 시간을 버스를 타고 참가하는 선수가 많습니다.
MLB 스카우트들은 직접 그들을 보고 재능을 파악하고 분석해서 스카우팅 리포트를 만들 수 있습니다.
한 두 번의 트라이아웃이 아니라 봄부터 여름까지 계속해서 토너먼트가 진행되므로
선수에 대한 확실한 정보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아직 빅리그 팀과 계약하지 않은 선수 중에 보석을 가려내는 과정이 됩니다.
(레인저스는 도미니카 16세 유망주 마자라에게 500만 달러의 사이닝 보너스를 안겼습니다.)
이렇게 시스템이 변하면서 일부 특급 유망주의 몸값이 치솟는 현상도 벌어집니다.
올해에만 이 토너먼트를 통해 12명의 선수가 빅리그 팀과 계약했습니다.
그중에 텍사스 레인저스는 노마 마자라와 총 500만 달러가 넘는 계약을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제 16세인 마자라는
좌투좌타로 190cm가 넘는 키에 팀을 이끌어갈 프랜차이즈 스타의 잠재력을 지녔다고 평가합니다.
12년 전 미겔 카브레라 이후 최고의 파워 타자 유망주라는 극찬도 나옵니다.
그러나 외국인 선수 사상 최고의 보너스를 지급한 것이 제대로 된 투자인지 밝혀지려면
아직 많은 시간을 기다려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렇게 제대로 된 유망주에게 정당한 액수를 지불하고 계약을 한다고 MLB는 선전하고 있지만
여전히 도미니카는 저렴한 보물창고입니다.
그리고 그들의 재능에는 이견이 없습니다.
올 MLB 개막전에 이름을 올린 도미니카 선수는 총 86명으로 빅리그 로스터의 10% 가까이 됩니다.
마이너리그에는 훨씬 많은 도미니카 선수가 있습니다.
마이너 개막전 로스터 중에 총 1723명이 이 섬나라 출신으로 전체의 24%에 달합니다.
놀랍게 많은 숫자만큼 능력도 탁월합니다.
작년 시즌 빅리그 야수 중 도미니카 출신은 8.9%였는데 총 득점의 10.8%를 이들이 만들어냈습니다.
평균 이상의 실력인 이 추세는 지난 10년간 이어지고 있습니다.
또한 도미니카 투수는 지난 10년 동안 5번이나 리그 평균 자책점 이하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투수력, 타력, 수비력에도 모두 대단한 재능을 발휘하는 선수가 아주 많습니다.
그럼에도 도미니카 10대 유망주의 사이닝 보너스는
미국의 드래프트에서 뽑힌 선수 평균 사이닝 보너스의 절반 수준입니다.
지난 2년간 도미니카 유망주를 계약하며 준 보너스는 평균 9만4000달러였습니다.
그러나 미국 유망주가 받은 평균 보너스는 20만 달러에서 약간 모자라 두 배였습니다.
과거에 비해 아주 많이 오른 것이 이 정도입니다.
현지에서는 당연히 불만의 목소리도 터져 나옵니다.
현재 MLB 드래프트는 미국, 캐나다와 미국령 푸에르토리코 등의 선수만을 대상으로 이뤄집니다.
도미니카를 비롯한 외국의 유망주는
7월 2일 현재 만 16세가 넘으면 FA 자격으로 MLB의 모든 팀과 계약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MLB가
궁극적으로 재능이 뛰어난 도미니카 선수를 드래프트에 포함시키려는 의도로 이런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고
현지 에이전트와 트레이너는 맹비난합니다.
현재 도미니카의 선수 개발이나 지도 육성 등에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 이런 변화를 준다는 것은
미국 MLB의 입김을 강화시키려는 의도로 밖에 해석할 수 없다고 도미니카 관계자들은 발끈합니다.
결국은 밥그릇 싸움이지만
사이닝 보너스의 주도권을 현지인에서 MLB 쪽으로 가져가려는 시도임은 분명해 보입니다.
그러나 그 작은 섬나라의 가난하지만 재능 있는 청소년들에게 중요한 것은 기회입니다.
그것도 이왕이면 공정하고 편견이나 거짓 없는, 그리고 가능한 한 많은 기회입니다.
사실 그들에겐
누가 트라이아웃과 토너먼트를 운영하고 협상을 진행하고 계약서를 들이미는 것이 큰 차이는 없습니다.
미래를 펼칠 수 있는, 집안을 일으킬 수 있는 기회만이 절실합니다.
MLB의 적극적인 개입으로
앞으로도 이 작은 섬나라 출신의 미래의 스타들이 계속해서 MLB를 강타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