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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키스는 왜 '수호신' 리베라를 쓰지 않았나?

leekejh 2011. 9. 30. 14:20

양키스는 왜 '수호신' 리베라를 쓰지 않았나?

[OSEN] 2011년 09월 30일(금) 오전 06:49
[OSEN=박광민 기자] 미국프로야구(MLB) 뉴욕 양키스에게는 승리 공식이 있다. 8회까지 3점차 이내로 앞설 경우 '커터신' 마리아노 리베라(41)가 9회 등판해 승리를 마무리한다. 이 공식은 지난 1996년부터 시작되어 올 시즌까지 무려 16년 동안 지속됐다. 덕분에 리베라는 통산 603세이브를 달성하며 메이저리그 최다 세이브 기록을 보유하게 됐다.

그러나 이상한 일이 발생했다.

뉴욕 양키스는 29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세인트피터스버그 트로피카나 필드에서 열린 탬파베이 레이스와 올 시즌 정규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7-6으로 앞선 9회말 리베라 대신 구원 투수 코리 웨이드를 올렸다. 양키스는 9회 2사 후 댄 존슨에게 동점 홈런을 맞고 연장에 들어갔고, 12회 에반 롱고리아에게 끝내기 홈런을 허용하며 패했다.

뉴욕 양키스는 올 시즌에도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에서 97승65패를 기록하며 일찌감치 포스트시즌 진출을 확정 지은 상태였다. 그래서 이날 경기의 승패가 그리 중요하지 않았지만 탬파베이와 와일드카드 경쟁을 하던 보스턴 레드삭스는 볼티모어 오리올스에게 불의의 일격을 당하며 가을야구의 꿈을 접어야 했다.

양키스가 리베라를 쓰지 않으면서 탬파베이에게는 승리의 감격이 전해진 반면 보스턴에게는 패배의 충격이 가시지 않았다. 아마도 지금까지도 그럴 것이다. 어쩌면 경기는 끝났지만 분명히 논란이 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했다.

그렇다면 양키스는 왜 마무리 리베라 카드를 사용하지 않은 것일까.

▲수호신을 쉬게 하라
일단 양키스는 이날 경기 결과로 인해 비난의 목소리를 조금은 듣게 됐다.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는 말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상대적인 관점이다. 양키스는 보스턴을 생각하기 보다 10월 1일부터 시작할 아메리칸리그 디비전시리즈를 생각해야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리베라의 휴식이 정답이었다.

리베라는 올 시즌 64경기에 등판해 61⅓이닝을 소화하며 44세이브를 올렸다. 평균자책점은 1.91을 기록하며 지난 4년 가운데 가장 좋지 못했다. 여전히 93마일(150km) 컷 패스트볼을 뿌리며 타자들의 배트를 부러뜨리지만 40살이 넘은 나이는 무시하기 힘들다.

일단 리베라는 28일 탬파베이전에 등판했다. 양키스 관점에서는 최선을 다한 것이다. 그러나 양키스에게 더 중요한 것은 디비전 시리즈 위너가 아닌 리그 챔피언을 넘어 월드시리즈 챔피언을 목표로 하고 있다. 월드시리즈까지 최대 10경기가 넘게 남겨 놓고 있다. 이미 포스트시즌 진출이 확정된 상황에서 리베라를 사용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

▲'앙숙' 보스턴보다는 탬파베이가 낫지!
양키스와 보스턴은 전통적인 앙숙이다. 지난 1920년 보스턴 소속이던 홈런왕 베이브 루스는 이듬해 양키스로 트레이드됐다. 당시 보스턴은 루스의 기량을 과소평가하며 펜웨이파크 건설 자금을 위해서 그를 양키스에 헐값에 넘겼다. 그러나 이후 양키스는 승승장구하며 메이저리그 최고 명문구단이 된 반면 보스턴은 86년 동안 우승을 하지 못했다. 이것이 그 유명한 밤비노의 저주다.

이 때문에 양키스와 보스턴은 만날 때마다 항상 접전을 펼쳤다. 양팀의 대결은 전력대 전력으로 평가할 수 없는 부분까지도 많아 매 경기 예측불허다. 만약 보스턴이 디비전시리즈를 통과한 뒤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 시리즈를 할 경우 양키스는 보스턴보다 탬파베이가 더 쉽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

시즌 막판 보스턴이 부상 선수들이 속출해 어려움을 겪었지만 탬파베이보다 큰 경기 경험이 많다는 점이 양키스를 부담스럽게 했을 수도 있다. 여기에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에서 보스턴과 맞대결에서 탬파베이에 패하는 것이 보스턴에게 패할 때보다 후폭풍이 약할 것이라는 계산까지 생각해볼 수 있는 부분이다.

양키스 조 지라디 감독도 경기 후 '엠엘비닷컴(MLB.com)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리베라, 소리아노, 로버트슨을 쓰지 않기로 이야기를 한 상태였다"면서 "실제로 우리는 2이닝을 남겨놓고 7점차로 앞서고 있었기에 다른 선수들이 경험을 쌓길 바랬다. 그러나 결과가 좋지 못했다"고 대답했다.

그러나 보스턴으로서는 양키스가 리베라를 투입하지 않은 것에 대해 가슴 속 깊이 두고두고 원망스러워 할 것으로 보인다. 훗날 메이저리그 역사에는 어떤 생각을 할까.

agass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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