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 포 츠/MLB (메이저리그)
루야도의 역투와 깁슨 감독의 결정 (밀워키 브루어스)
leekejh
2011. 10. 5. 17:05
[민기자의 PS 히어로]2.
가야도의 역투와 깁슨 감독의 결정
민기자 칼럼 | 2011. 10. 02
정규 시즌 마지막 세 경기에서 요바니 가야도는 7이닝 2실점, 6이닝 1실점, 7.1이닝 1실점했습니다. 평균자책점 1.77도 대단했지만 가야도는 볼넷을 3개만 내주고 삼진을 36개나 잡아내며 상대를 압도했습니다. 대적한 팀도 필라델피아, 신시내티, 플로리다로 강력하거나 혹은 만만치 않았습니다.
필리스전에서는 12K로 생애 최다를 기록하더니 다음 레즈전에서 13K로 기록을 넘어섰고, 말린스전에서 11K로 3경기 연속 10+K를 장식하며 절정의 컨디션을 뽐냈습니다. (13K를 뽑은 날 한 이닝 4K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17승10패 3.52에 삼진 207개로 정규 시즌을 마친 가야도는 실은 더 좋은 기록을 남길 수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론 로닉 감독은 시즌 마지막 경기에 순번이 돌아온 가야도를 내보내지 않았습니다. ALDS 1차전 선발로 아껴둔 것입니다.
그리고 2일(이하 한국시간) 가야도는 브루어스팬의 기대를 충분히 충족시키는 역투로 아주 중요한 NLDS 첫 판의 승리 투수가 됐습니다. 1회초 위기에서 좌익수 라이언 브론의 정확한 송구로 애리조나 블룸퀴스트가 홈에서 잡힌 후 가야도는 안정적인 피칭을 이어갔습니다. 큰 위기 없이 8이닝을 던지며 4안타 1실점으로 막고 볼넷 1개에 삼진을 9개나 뽑았습니다. 결국 애리조나의 21승 투수 이언 케네디와의 맞대결에서 승리하며 기선을 제압했습니다.
패스트볼 60%(평균 구속 153km), 슬라이더 20%(140km), 커브 20%(129)의 레퍼토리를 지닌 가야도는 특히 절묘한 볼 배합과 함께 타자의 몸을 파고드는 과감한 안쪽 승부를 펼치면서 애리조나 타선을 흔들어 놓았습니다. 최근에는 변화구에 체인지업도 간간히 섞어 던집니다. 그는 역대 애리조나 상대 5승 무패 1.20의 초강세를 이날도 그대로 이어갔습니다. 삼진 9개는 브루어스 포스트 시즌 한 경기 최다K 기록이었습니다.
가야도는 또한 역대 NLDS 1차전에서 8이닝 이상을 던지며 1자책 이하로 막고 9K 이상을 기록한 5번째 투수가 됐습니다. 앞선 4명 중에 2001년 실링, 2008년 해멀스, 2010년 린스컴의 소속팀은 모두 월드시리즈 챔피언에 올랐고, 1998년 케빈 브라운의 파드리스도 월드시리즈에 진출한 기분 좋은 전례도 전해 들었습니다.
1986년 2월 27일생인 요바니 가야도는 멕시코계 이민자의 자손으로 지난 2004년 텍사스 주 포트워스의 트림블텍 고교를 졸업하면서 밀워키가 2라운드에 뽑은 선수입니다.
188cm에 95kg의 당당한 체구인 가야도는 마이너 시절부터 삼진을 잡는 능력을 발휘했습니다. 2006년에는 싱글A와 더블A에서 뛰면서 155이닝에 188삼진을 잡아내기도 했습니다. 그해 더블A에서 1.63의 ERA를 기록하면서 확실한 브루어스의 유망주로 떠올랐습니다.
2007시즌 트리플A에서 시작한 가야도는 6월 크리스 카푸아노의 부상으로 빅리그 호출을 받았습니다. 6월 18일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의 빅리그 데뷔전에서 6이닝 3자책으로 호투한 가야도는 첫 번째 메이저리그 타석에서 적시 2루타를 때리기도 했습니다.
투수가 좋은 타격 능력을 가졌다는 것은 DH가 없는 NL에서는 상당히 중요합니다. 가야도는 통산 타율이 2할1푼3리에 9홈런 26타점을 기록했습니다. 올 시즌에도 2할2푼1리에 1홈런 4타점, 그리고 2루타도 4개가 있습니다.
그리고 가야도의 타력은 NLDS 1차전에서도 경기 흐름에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까지 나왔습니다.
브루어스가 1-0으로 겨우 앞서가던 6회말 투아웃에 7번 베탄코트가 케네디에게 3루타를 치고 나갔습니다. 다음 타자는 8번 포수 루크로이(.265-12홈런-59타점). 대기 타석에 투수가 기다리는 상황이라 당연히 루크로이를 거르고 투수와 상대하는 것이 NL에서는 정공법.
그런데 커브 깁슨 애리조나 감독은 8번 타자와 정면 승부를 선택했다가 적시타를 맞고 2-0으로 뒤졌습니다.
'강타자 투수'인 가야도 앞에 주자 2명을 두느니 차라리 8번과의 대결을 택했다는 이 해석은 조금 무리가 있습니다.
고집불통인 깁슨 감독은 7회에도 투아웃 이후에 3번 브런이 2루타를 치고 나가자 1루가 빈 상황에서 4번 프린스 필더와의 승부를 선택했다가 2점포를 얻어맞았습니다. 결정적인 패착이었습니다. 그러니까 6회에 투수 가야도와의 대결이 두려워 8번과의 대결을 선택했다는 것은 다소 억지 해석이라고도 할 수 있지만, 그런 말이 나올 정도로 가야도의 타력이 뛰어난 것만은 분명합니다.
2008년 무릎 부상으로 시즌 많은 부분을 재활로 보낸 가야도는 9월에 복귀했고 시즌 4경기 등판이 전부였음에도 필리스와의 NLDS 1차전 선발로 기용됐습니다. 콜 해멀스와의 맞대결에서 패했고 2차전에서 사바시아마저 패하면서 브루어스는 오랜만의 가을 잔치에서 일찍 짐을 꾸려야 했습니다.
2009년 초 부모님의 조국 멕시코에서 WBC 출전 요청을 했지만 시즌에 집중하겠다며 고사한 가야도는 13승12패로 처음 10승 투수로 등록했습니다.
시즌 첫 등판 경기에서 자이언츠를 6,2이닝 2실점으로 막고 승리 투수가 됐지만, 그보다 랜디 존슨을 상대로 3점 홈런을 때려 더 유명해졌습니다. 당시까지 '빅 유닛' 존슨에게 홈런을 친 유일한 투수가 됐습니다.
4월 30일 피츠버그전에서는 8이닝 무실점의 역투에 7회에 홈런을 때려 1-0 승리를 끌어냈습니다. 메이저리그 사상 26번째로 홈런치고 1-0으로 이긴 투수가 됐는데, 그날 11K를 잡아 레드 러플링과 얼리 윈에 이어 '홈런에 10+K 잡고 1-0으로 승리한' 3번째 투수로 기록되기도 했습니다.
2009시즌 막판에 체력적으로 지치는 모습도 있었지만 185이닝에서 204K로 브루어스 사상 4번째로 200+ 탈삼진을 기록한 투수가 됐습니다.
가야도의 장래성을 확신한 브루어스는 2010년 4월 초 5년 3000만 달러 + 2015년 1300만 달러 옵션 계약을 안겼습니다. 가야도는 5월 29일 뉴욕 메츠 에이스 요한 산타나와의 맞대결에서 생애 첫 완봉승(2-0)을 장식하는 등 더욱 진화했고, 올스타에도 뽑히면서 전국적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습니다. 14승7패에 3.84에 200K의 탄탄한 2010시즌을 보냈습니다.
그리고 2011년에도 그레인키, 마컴 등의 좋은 선발 투수가 영입됐지만 가야도는 꾸준한 활약으로 팀의 에이스 역할을 해냈습니다. 생애 최다인 33번 선발에 최초로 200이닝을 돌파했고(207.1) 3년 연속 200K(207)를 잡았습니다. 17승 10패에 3.52의 빼어난 성적을 거뒀고, 브루어스 투수로는 최초로 3년 연속 200K에 3경기 연속 10+K를 기록하면서 2011시즌의 마무리를 멋지게 장식했습니다.
요바니는 오프 시즌이면 부인 패트리샤, 그리고 아들 요바니 주니어와 함께 고향인 포트워스에서 겨울을 보냅니다. 그러나 1차전의 역투를 계속 이어간다면 올 겨울 휴가는 늦게야 시작될지도 모르겠습니다. 1995년 이후 디비전 시리즈 1차전에서 승리한 팀은 47승17패의 시리즈 전적을 기록했습니다. NL에서는 29승3패였습니다.
브루어스는 2차전에 3일 휴식한 잭 그레인키를 선발로 내세우는데 그레인키는 올 시즌 홈 밀러파크에서 11승 무패에 3.13을 기록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