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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호와 이승엽, 고국서 마지막 장식?

leekejh 2011. 11. 2. 01:02

[뉴시스아이즈]박찬호와 이승엽, 고국서 마지막 장식?

[뉴시스] 2011년 10월 31일(월) 오전 11:57
【서울=뉴시스】권혁진 기자 = 19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반 한국 야구를 대표하는 투수와 타자를 한 명씩 꼽자면 단연 박찬호(38)와 이승엽(35)이다. 박찬호는 IMF체제로 시름할 때 세계 최고의 선수들만 모인다는 미 메이저리그(MLB)에서 꿈과 희망을 선사했고 이승엽은 아시아 최초로 한 시즌 56개 홈런을 쳐내며 국민 타자 반열에 올라섰다.선수 생활 막바지를 향해 치닫고 있는 두 선수는 올해 나란히 일본 프로야구 오릭스 버펄로스 유니폼을 입었다. 그리고 똑같이 1년 만에 종지부를 찍었다. 박찬호는 방출, 이승엽은 자진 퇴진이다.

◇투타 전설의 만남
야구팬들은 2010년 겨울 깜짝 놀랄 만한 소식을 접했다. 메이저리그 아시아 선수 최다승(124승) 기록을 가지고 있는 박찬호의 오릭스 버펄로스 입단이 그렇다. 게다가 요미우리 자이언츠 생활을 마친 이승엽과 한솥밥을 먹는다니 귀가 솔깃할 수밖에 없었다.

박찬호는 연봉 120만 달러(약 13억5000만원)와 인센티브로 100만 달러(약 11억3000만원)를 추가로 받는 기대 이상의 조건으로 오릭스 유니폼을 입었다. 이승엽 역시 1억5000만엔(약 20억4000만원)이라는 적지 않은 금액을 챙겼다. 오릭스는 무라야마 요시오 본부장을 국내로 파견해 두 선수의 입단식을 열어 줄 정도로 특별대우를 해줬다. 두 선수에 대한 오릭스의 기대를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무라야마 본부장은 “전력보강 차원에서 선발로 뛰어줄 투수를 영입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박찬호에게 선발투수로 기대를 건다”고 말했다. 일본에서의 반응도 상당했다. 일본 언론들은 두 선수의 계약 사실이 발표되자 “한국의 두 스타가 오릭스에 입단하면서 크게 전력이 향상될 것”이라고 대서특필했다. 두 선수의 출발은 명성만큼이나 화려했다.

◇부상, 불운에 울었다
박찬호는 스프링캠프에서 빼어난 구위와 성실한 훈련 태도로 호평을 받았다. 결과적으로 성사되지는 않았지만 개막전 선발 이야기까지 거론될 정도였다. 4월15일 라쿠텐 골든이글스전을 통해 데뷔전을 치른 박찬호는 6⅔이닝 동안 6피안타 3실점으로 가능성을 선보였다. 같은 달 22일 세이부 라이온즈를 상대로 한 두 번째 등판에서는 7이닝 3피안타 무실점으로 승리 투수가 되며 연착륙을 알리는 듯했다.

하지만 5월 들어 급격히 흔들렸다. 5일 니혼햄 파이터즈전 5이닝 5실점, 11일 소프트뱅크 호크스전 6이닝 4실점, 29일 주니치 드래건스전 3⅓이닝 6실점으로 페이스를 잃어버렸다. 호의적이었던 일본 매스컴들도 연일 비난 기사를 쏟아냈고 후쿠마 오사무 코치는 “일본에 놀러 온 것은 아니지 않느냐”는 독설까지 퍼부었다. 결국 오릭스는 5월30일 박찬호에게 2군행을 지시했다. 밸런스 회복에 주력하던 박찬호에게 이번에는 햄스트링 부상이라는 악재가 찾아왔다. 오릭스는 더 이상 박찬호에게 기회를 주지 않았고 시즌이 끝남과 동시에 방출을 통보했다.

“30홈런 100타점을 달성하겠다”던 이승엽은 기대와는 달리 초반부터 부진에 빠졌다. 개막 이틀째 스리런 포를 터뜨리며 잠자던 거포 본능이 깨어나는 듯했지만 연일 범타에 그치며 타율이 1할 아래로 떨어졌다. 이승엽은 후반기 페이스를 바짝 끌어올리며 6번 타자로 입지를 굳혔다. 그러나 초반 까먹었던 성적을 만회하지 못하며 타율 0.201(394타수 79안타) 15홈런 51타점이라는 평범한 기록으로 시즌을 마쳤다. 이승엽은 시즌이 끝난 뒤 “한국 무대로 복귀하겠다”며 일본 생활 8년의 마침표를 찍었다.

◇한국에서 볼 수 있을까?
두 선수의 공통된 바람은 한국에서 뛰는 것이다. 현재 상황으로는 이승엽은 긍정적, 박찬호는 비관적이다. 이승엽이 박찬호와 다른 점은 돌아갈 친정팀이 있다는 것이다. 삼성 라이온즈는 이승엽의 복귀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이승엽은 국내에서 활약하던 당시 삼성의 아이콘이었다. 최다 홈런을 쏘아 올릴 때도, 극적인 동점 홈런으로 한국시리즈 트로피를 들어 올릴 때도 이승엽은 푸른 유니폼을 입고 있었다.

이승엽의 삼성 복귀는 시간문제로 보인다. 2003년 연봉 6억3000만원을 받은 이승엽을 타 구단에서 데려가려면 28억3500만원(계약 마지막 해 연봉 450%, 보상 선수 없을 경우) 혹은 18억9000만원(계약 마지막 해 연봉 300%, 보상 선수 1명 포함)을 삼성에 지급해야 한다. 한 프로 팀 감독은 “이승엽은 30대 중반이다. 어느 구단이 그 많은 보상금과 유망주를 내주고 하락세를 걷고 있는 이승엽을 데려가려고 하겠는가. 삼성으로 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찬호의 내년 시즌은 매우 불투명하다. 가장 큰 문제는 박찬호가 내년 시즌 국내로 돌아올 수 없다는 것이다. 한국야구위원회(KBO) 야구규약에 따르면 ‘1999년 1월1일 이전 해외로 진출한 선수는 복귀 시 반드시 신인 드래프트를 거쳐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한양대 재학 시절인 1994년 LA 다저스와 계약을 맺은 박찬호는 이 규정을 충족시켜야 한다. 2012년 열리는 신인 드래프트에 참가해 2013시즌부터 나서는 방법도 있지만 그때는 이미 선수로서의 황혼기인 40세가 넘어간다. 일본 내 타 구단 이적 혹은 메이저리그 재진출을 노려볼 수 있겠지만 가능성은 크지 않다.

hjkwo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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