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 포 츠/MLB (메이저리그)
기적의 반전과 몰락의 9월
leekejh
2011. 11. 2. 11:25

2011년 9월 28일(미국 시간)
MLB의 시즌과 특히 9월은 28일 이날로 모든 것을 보여줍니다. ‘MLB 역사상 최고의 정규 시즌 하루’였다는 말까지 들을 정도로 모든 드라마가 담긴 하루였습니다.
두 장의 와일드카드 티켓과 그리고 두 개의 디비전 시리즈 홈필드 이점이 모두 이날 하루에 결정됐습니다. 그것도 가장 극적인 상황 전개와 함께 말입니다.
팀당 162경기씩, 총 2,430경기를 벌이는 대장정이었지만 탬파베이, 보스턴, 애틀랜타, 세인트루이스, 디트로이트, 텍사스 등의 팀의 운명이 마지막 날 밤에 결정이 됐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에 웃은 것은 탬파베이 레이스와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였고, 보스턴 레드삭스와 애틀랜타 브레이브스는 땅을 쳐야 했습니다.
그런데 레이스와 카디널스가 와일드카드를 쟁취한 마지막 과정은 야구만이 보여줄 수 있는 그런 드라마였습니다. 마지막 날을 앞두고 레이스는 레드삭스를 따라 잡았고, 카디널스는 브레이브스를 따라 잡아 각각 동률인 가운데 28일을 맞았습니다. 만약 네 팀이 나란히 승리하거나 패하면 한 경기 플레이오프도 치러야할 상황.
그러나 레이스는 양키스에 0-7로 뒤지던 경기를 뒤집고 연장전 롱고리아의 끝내기 홈런으로 승리하며 홈 팬을 열광시켰습니다. 반면 비로 경기가 중단되는 우여곡절 속에 레드삭스는 약체 볼티모어에 9회말 마무리 파펠본이 블론세이브를 기록하며 2점을 내줘 3-4로 역전패했습니다. 8회에 앞선 78번의 경기에서 레드삭스가 시즌 첫 패전을 기록한 순간이었습니다. 2011시즌에 243번의 끝내기 승리가 나왔는데 그중에 2번이 바로 이 경기들이었습니다.
한편, 카디널스는 에이스 카펜터의 역투 속에 휴스턴을 8-0으로 완파하고 연장전에 돌입한 브레이브스와 필리스의 경기를 지켜봤습니다. 3-1로 리드하던 브레이브스는 7회에 1점, 9회에 1점을 내줘 동점으로 연장전에 갔고 결국 13회초에 점수를 내주며 역전패했습니다.
드라마는 미국 동부에서만 있었던 것이 아닙니다.
서쪽 끝의 캘리포니아 주 애너하임에서는 텍사스 레인저스와 LA 에인절스의 경기가 열렸습니다. 이미 레인저스가 AL 서부조 우승을 확정했지만 이날 승리해야만 ALDS에서 홈필드 이점을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지난겨울 에인절스에서 트레이드됐던 포수 마이크 나폴리가 9회의 결승포를 비롯해 홈런 2개를 터뜨리며 달콤한 복수극으로 레인저스의 승리를 확정지었습니다. 밀워키 브루어스도 역시 이날 피츠버그를 제압하고 애리조나가 패하면서 ALDS에서 홈필드 이점을 차지했습니다. 디트로이트에서는 타이거스가 인디언스를 꺾고 사바시아와 벌랜더의 ALDS 1차전 매치업이 결정됐습니다. 호세 밸버데이는 49번째 세이브 기회를 모두 성공하는 완벽한 마무리 시즌을 이날 종결했습니다.
사상 최악의 몰락
야구가 특별한 이유 중 하나는 정말 긴 시즌 많은 경기를 치른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아무리 강팀도 연패에 빠지기도 하고, 또 약팀도 연승가도를 달리기도 합니다. 매일 경기를 하다 보니 짧은 기간에 극적인 역전 드라마가 나오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1주일에 5경기차를 좁힐 수 있는 종목은 야구가 거의 유일합니다. 그러나 9월에 보여준 레드삭스와 브레이브스의 추락은 MLB 사상 역대 최악의 몰락 중에도 첫손에 꼽힙니다.
강력한 우승 후보이던 레드삭스는 주전의 부상이 이어지면서 후반기에 힘겨운 페넌트 레이스를 벌였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후반부에도 AL 동부조 선두를 지켰습니다. 그러다가 9월 초 양키스에 선두를 내주고 2위로 밀렸습니다. 그렇지만 와일드카드는 큰 걱정이 없었습니다. 9월 4일 현재 탬파베이에 9게임이나 앞서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레드삭스는 9월에 단 7승만 거두는 졸전을 거듭했고 결국 정규 시즌을 하루 남기고 레이스에 덜미를 잡혀 동률이 됐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날 9회 투아웃 후에 파펠본이 연속 3안타를 얻어맞고 역전패했습니다. 그리고 8분 후에 롱고리아가 끝내기 홈런을 쳐 탬파베이가 0-7의 경기를 뒤집고 승리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MLB 역사상 최악의 9월 몰락이라는 불명예를 뒤집어썼고, 프랑코나 감독은 사임했습니다.
브레이브스의 9월 추락도 역대 세 손가락 안에 꼽힌다는 말을 듣습니다.
9월 들어 갑자기 타선이 힘을 잃으면서 패전 수가 쌓이기 시작했습니다. 8월말까지도 카디널스에 10.5게임 차로 앞서 와일드카드는 걱정도 없었습니다. 9월에 분전하면 필리스도 잡을 수 있다는 기세였습니다. 그러나 9월 한 달 동안 브레이브스는 9승18패에 그쳤습니다. 5경기를 남기고 3게임차로 쫓겼고 한 경기를 남기고 동률이 되더니 결국 마지막 날 역전패로 가을 잔치에서 밀려났습니다.
극적인 반전을 이룬 카디널스는 필리스, 브루어스, 레인저스를 차례로 꺾고 10월에 또 한 번의 대반전을 이루며 월드시리즈 챔피언에 올랐습니다. 명장 토니 라루사는 월드시리즈 반지를 끝으로 은퇴를 선언했습니다.
개인 기록
9월의 선수로는 AL에서 아드리안 벨트레(텍사스)와 라이언 브런(밀워키)가 각각 선정됐습니다. 벨트레는 빅리그 최다인 12홈런에 29타점, 장타율 .778의 맹활약을 펼쳤습니다. 24경기에서 21득점에 3할7푼4리를 기록했습니다. 브런은 9월에 3할3푼에 8홈런 22타점을 올렸고 특히 결정적인 끝내기 홈런과 17득점 등으로 밀워키의 우승에 큰 몫을 했습니다.
덕 피스터(디트로이트 AL)와 하비에르 바스케스(플로리다 NL)가 각각 9월의 투수에 뽑혔고, 에릭 호스머(캔자스시티 AL)와 디 고든(다저스 NL)이 9월의 신인상을 받았습니다.
피스터는 9월에만 5승 무패에 AL 최고인 0.53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했고, 34이닝 동안 삼진 34개에 볼넷은 3개만 내주는 안정감을 과시했습니다. 은퇴를 앞둔 바스케스는 마지막 불꽃을 태웠습니다. 9월에 5번 선발로 나서 모두 승리했고 평균자책점이 0.71로 NL 최고였습니다.
로열스 1루수 호스머는 9월에 5홈런, 19타점에 37안타와 21득점으로 모두 AL 루키 최고를 기록했습니다. 7월에 이은 두 번째 이달의 신인왕으로 2011시즌 강력한 신인왕 후보의 입지를 굳혔습니다. NL에서는 빅리그 풀타임 유격수 2달째인 다저스의 디 고든이 3할7푼2리에 26경기 중에 14번이나 멀티 히트를 기록하는 맹타로 영예를 안았습니다. 고든은 도루도 12개를 기록했습니다.
그 외에 양키스의 마리아노 리베라는 9월에 9세이브를 보태며 통산 603세이브로 사상 최다 세이브 왕에 올랐습니다. 트레버 호프만이 이미 은퇴한 가운데 리베라는 700세이브를 조준하고 있습니다.
타이거스 에이스 저스틴 벌랜더는 25승 달성에는 실패했지만 다승(24), 평균자책점(2.40), 삼진(250)의 투수 3관왕을 이루며 강력한 MVP 후보로 떠올랐습니다. AL에서 투수가 정규 시즌 MVP를 수상한 것은 1992년 데니스 에커슬리가 마지막이었습니다.
NL에서는 다저스의 좌완 클레이턴 커셔가 21승으로 리그 다승 공동 1위에 평균자책점(2.28)과 삼진(248)도 1위에 올라 벌랜더와 동시에 투수 3관왕을 이뤄 사이영상 후보 1순위가 됐습니다. 필리스 선발진은 로이 할러데이(19승)와 클리프 리(17승)에 이어 3명의 15승 투수에 도전했지만 콜 해멀스가 14승에 그쳐 아쉬움을 남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