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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민 “솔직히 지금이라도 가고 싶지만…”

leekejh 2011. 11. 10. 10:32

 

윤석민 “솔직히 지금이라도 가고 싶지만…”

[스포츠칸] 2011년 11월 09일(수) 오후 07:02
KIA 윤석민이 9일 서울 청담동 한 호텔에서 진행된 스포츠경향과의 인터뷰에서 MVP 수상 소감과 향후 계획 등에 대해 말하고 있다. 이상훈 선임기자


“빨리 도전하고 싶습니다.”

MVP의 흥분이 채 가시기도 전에 다른 일로 시끌벅적하다.

2011 정규시즌 MVP(최우수선수) 윤석민(25·KIA)은 요즘 화제의 중심이다. 오랜 불운을 끝내버린 MVP 수상에 이어 미국 유명 에이전트 제프 보라스와 계약을 맺어 정식으로 메이저리그 진출에 도전장을 냈기 때문이다.

화제 만발 MVP 시상식이 끝난 뒤 오히려 더 바빠진 윤석민은 각종 인터뷰를 치러낸 뒤 가족들과 짧지만 오붓한 시간을 지낸 뒤 9일 일본 미야자키 휴가로 출국해 KIA 마무리훈련에 합류했다.

가문의 자랑이 된 손자, 아들, 조카를 보기 위해 온 친지가 다 모인 8일 오후 윤석민의 스케줄에 잠시 끼어들었다. MVP를 수상한 뒤 울었던 사연과 이번 시즌이 남긴 의미, 그리고 미국 진출에 도전하게 된 계기와 보라스 계약 과정 등을 들었다.

윤석민은 “올해 에이스 소리를 들을 때 부끄러웠던 마음은 없어졌다”며 미국 진출에 대해서는 “올해 초 유명 에이전트들이 잇달아 연락해오면서 가능성이 있다는 걸 알았다. 현실을 알지만 기회가 되면 지금 당장이라도 미국에 가고 싶은 마음은 사실이다”고 고민도 털어놨다.

#이미 개표할 때부터 울었다

MVP 이야기부터 시작했다. 과거 MVP 후보에 올랐던 어느 선수보다 절실하게 원하고 욕심을 냈던 윤석민은 결국 상을 받고 눈물을 글썽였다. MVP 트로피를 들고 울먹인 윤석민의 모습은 화제로 남았다.

윤석민은 “이번이 아니면 정말 다시는 기회가 오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간절했다. 한 표 한 표 내 이름이 불리다가 20표 정도 받으니 이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30표 정도 받았을 때 (오)승환이 형이 10표 정도였다. 20표 차이면 받겠구나 생각이 들었다. 내가 MVP를 받는건가 생각하니 그때부터 갑자기 지나온 길이 막 생각났다. 2007년 최다 패전 했을 때가 가장 먼저 생각났고, 2008년과 2009년을 거치면서 나를 놓아버린 적이 있었다. 미친 사람처럼 일부러 웃고 다니기도 하고, 마음고생 했던 게 생각나니까 가슴이 이상해졌다. 그래서 일부러 다른 생각하면서 꾹 참았는데, 상을 받고 어머니·아버지 감사드린다고 얘기하려는데 어머니가 저 뒤에서 손을 흔드는 모습이 보였다. 그걸 보니 갑자기 막 눈물이 나왔다”고 돌이켰다.

야구하면서 야구 때문에 울 일이 또 있을까.

윤석민은 “어릴 때부터 따지면 운 적은 여러 번 있었지만, 베이징올림픽에서 금메달 딴 이후 처음 울었던 것 같다”며 “앞으로 또 있으면 좋은 일일 것”이라고 쑥스러워했다.


#MVP가 자신감을 되찾아줬다

기쁨의 여운은 아직 가시지 않았다.

윤석민은 “골든글러브도 받아본 적은 없지만 그보다 MVP는 나와 거리가 더 멀다고 생각했다. 진짜 최고라야 받는 상이니 내게는 오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이렇게 진짜 받았다. 정말 아직도 기분이 이렇게 좋다. 소원으로조차 생각해보지 못했던 상인데 정말 소원을 푼 것 같은 기분”이라며 좋아했다.

윤석민은 이번 시즌을 앞두고 정말 엄청난 각오를 다졌다. 스프링캠프에서 20승을 목표로 잡으며 “나는 에이스가 아니다. 성적이 나올 때까지는 에이스로 부르지 말아달라”고도 했다.

20승은 못 채웠지만 핵심 부문인 다승·방어율·탈삼진에 승률까지 모두 휩쓸어 4관왕에 오른 윤석민은 그토록 간절하게 원했던 MVP까지 거머쥐고, 가장 중요한 ‘에이스’로서 자신감을 되찾았다.

윤석민은 “야구를 하면서 스스로 에이스라고 생각한 적은 정말 단 한 번도 없었다. 언론에서도, 팀 형들도 에이스라고 부르는데 듣다보면 부끄러웠다. 성적으로 보면 자격이 없었으니 듣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고 부담이었다. 듣기 싫었다. 그런데 올해는 달랐다. 7월까지 진짜 나 자신을 쏟아부었고 성적이 나왔다. 그 이후부터였던 것 같다. 에이스라는 말을 들을 때 전 같은 부끄러운 마음이 들지 않았다. 자신감을 조금 찾은 것 같다”고 말했다.


#미국, 빨리 도전해보고 싶다

MVP 수상과 함께 메이저리그 도전이 화제다. 무엇보다 궁금한 이야기.

미국 스카우트들이 윤석민에 관심을 가진 것은 2009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대활약한 이후부터다. 지난 겨울부터는 여러 에이전트들이 윤석민에게 직접 꾸준히 접촉해왔다. 윤석민은 그 과정에서 미국 진출 가능성이 단순히 말뿐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 즈음 보라스를 만나 꿈에 대한 확신이 생겼다.

윤석민은 “WBC 이후 여러 에이전트로부터 연락 왔지만 잠깐이겠지 생각하고 믿지 않았다. 실제로 정말 잠깐이었다. 그런데 이번 시즌 시작되기 전부터 연락이 급격히 많이 오기 시작했다. 일본에서도 왔고, 미국에서도 나도 이름을 들어봤던 유명한 에이전트들이 왔다. 시즌 내내 쉬는 날마다 찾아왔던 것 같다. 하지만 뭘 믿어야 하고 어떤 정보가 정확한지 판단하기가 어려웠다. 그 과정에서 한 분이 나에 대한 가치를 책으로 만들어 보여줬다. 그걸 보니 정말 어느 정도는 가능성이 있나보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일본 선수들에 비해서도 내가 봐도 가치가 떨어진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때 보라스 측에서 또 연락이 왔다. 그럼 자료를 보여달라고 했다. 구체적인 내용은 말할 수 없지만 이것저것 설명을 들었는데 미국에서도 나를 바로 쓸 수 있다고 판단한다는 것을 알았다. 꿈을 이루려면 정확한 정보와 루트가 필요하다. 언제 미국에 가게 되든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아 보라스와 계약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미국에서도 윤석민에 대한 구체적인 평가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KIA의 허락이 필요하다. 그것이 모두가 짐작하는, 윤석민의 고민이다.

윤석민은 “빨리 도전하고 싶다. 정말 솔직한 마음을 말하면, 지금 바로라도 기회가 오면 가고 싶다. 하지만 쉽지 않은 현실도 안다. KIA 팬들을 생각하면 당장 내년은 아닌 것도 같아 고민이 된다. 지금 상태는 반반인 것 같다”며 “일본에 가면 구단에서 무슨 얘기든 해올테니 협의해서 되는대로, 에이전트도 있으니 결정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미국에 가면 뛰고 싶은 팀은 있을까.

윤석민은 “너무 이른 얘기 아니냐”고 웃으며 “특별히 좋아하는 팀은 없다. 다만 미국에 가면 적응하는 것이 가장 관건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미국 사람만 있는 곳보다는 한국인이 많은 곳이라야 미국에서 살아가는 법을 배워 빨리 적응해 야구에 집중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SUN 감독님, 내가 모르는 무엇을 가르쳐주실 것

미국 진출을 노리는 윤석민은 MVP 수상 소감 말미에 “선동열 감독님이 이제 나를 더욱 강하게 키워주실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윤석민보다 딱 20년 전에 투수 4관왕을 했던 주인공이 KIA의 새 감독이다. 강속구에 명품 슬라이더를 던지는 것 역시 과거 선 감독과 지금 윤석민의 공통점이다.

윤석민은 “투수 출신 감독님은 처음이다. 그래서 감독님은 내가 모르는 무언가를 가르쳐주실 것 같아 더 기대된다”며 “공부하고 분석하면서 감독님의 비디오를 많이 봤다. 하체 중심 이동과 투구 매커니즘을 배워서 구속을 1㎞라도 더 늘리고 싶다. 슬라이더 각도도 지금보다 더 예리하게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가만, 선 감독에게 배우겠다는 것은 내년 KIA에서 뛰겠다는 소리냐고, 곤란한 줄 알면서도 짓궂은 질문을 했다.

기자를 노려보며 잠시 생각하던 윤석민은 이렇게 말하며 빙그레 웃었다. “감독님은 해외 경험도 많으시니 캠프에 가면 많은 조언을 해주시지 않을까요?”

<김은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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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민, ML 빅마켓을 가기 쉽지 않은 이유

[OSEN] 2011년 11월 10일(목) 오전 06:36



[OSEN=박광민 기자] KIA 타이거즈 '에이스' 윤석민(25)이 메이저리그 거물급 에이전트인 스캇 보라스와의 계약이 알려지면서 포스팅시스템 참여와 관련된 말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일단 윤석민은 "평소에 꿈꿔왔던 메이저리그에 진출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지만 원 소속 구단인 KIA가 동의를 해야 가능하다. KBO 관계자 역시 "소속 구단인 KIA의 허락 없이는 윤석민의 포스팅 참여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윤석민으로서는 갈 길이 멀고도 험하다. 이 때문에 윤석민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는 메이저리그 구단들은 KIA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궁금해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메이저리그 관계자들은 "윤석민이 메이저리그에 올 경우 3, 4선발로 활약이 예상된다. 부진할 경우 중간 계투로 강등될 수도 있다"고 설명하면서 "윤석민이 메이저리그에 진출한다고 해도 빅마켓(Big Market) 팀의 유니폼을 입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빅마켓이란 과거에는 LA, 뉴욕, 시카고 등 큰 도시의 기반의 팀을 말했다. 이들 도시의 공통점은 야구단이 2개씩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빅마켓을 정의할 때 큰 도시, 그리고 엄청난 선수들의 몸값을 지불할 수 있는 능력까지 따진다.

그럴 경우 기존의 뉴욕 양키스, 뉴욕 메츠, LA 다저스, LA 에인절스, 시카고 컵스를 비롯해 필라델피아 필리스, 텍사스 레인저스, 디트로이트 타이거스, 보스턴 레드삭스,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까지도 빅마켓으로 볼 수 있다. 흥미로운 사실은 이 팀들 속에 최근 몇 년 동안 월드시리즈 챔피언이 다 있다는 것이다.

올 시즌 월드시리즈 챔피언에 오른 세인트루이스의 경우 4선발 제이크 웨스트브룩이 올해 800만 달러(약 90억 원)를 받았고 내년에는 850만 달러(약 95억 원)를 받는다. LA 에인절스 3선발 어빈 산타나도 올해 1100만 달러(약 120억 원)를 받았고, 내년에는 1120만 달러(약 130억 원)나 된다. 보스턴 레드삭스 4선발 존 레키는 1525만 달러(약 165억 원)를 받는다.

반면 빅마켓이 아닌 팀들의 3,4 선발 연봉은 확연히 다르다. 오클랜드 애슬레틱스 4번발 브랜든 매카시는 올해 연봉이 100만 달러(약 11억 원)였다. 1선발 지오 곤살레스도 42만 달러(약 5억 원) 최저연봉이었다. 에이스 트레버 케이힐도 올해 연봉이 50만 달러(약 6억원)에 불과했다.

문제는 여기에 있다. 빅마켓 팀은 윤석민의 가능성을 인정한다. 그러나 이들은 가능성보다 확실한 승리를 올려줄 선발 투수가 필요하다. 이들에게는 돈은 큰 의미가 없다. 오로지 승리를 거둘 수 있는 투수가 경기에 나서야 한다. 그래서 메이저리그 경험이 없는 윤석민보다는 메이저리그에서 뛰면서 10승은 확실히 거둬줄 선발투수를 찾는다. 이들에게 1000만 달러(110억 원)도 빅마켓 구단들은 기꺼이 쓴다.

여기에 KIA는 윤석민이 포스팅에 참여 한다고 해도 낮은 금액에 보내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KIA는 돈이 없는 구단이 아니다. 1년에 몇 백억씩 돈을 쓰는 것은 우승을 위한 것이다. 그러나 빅마켓 팀이 아니고서는 윤석민에게 큰 돈을 쓰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물론 윤석민으로서는 에이전트가 '큰손' 스캇 보라스인 만큼 그의 능력에 기대해 볼 필요가 있다. 그러나 ML 관계자의 이야기처럼 "윤석민이 빅마켓이 아닌 중간 정도의 팀으로 가서 자신의 기량을 테스트 받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제안했다.

agass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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