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문으로 도망치듯 17년 정치인생 퇴장
- 옆문으로 도망치듯 17년 정치인생 퇴장
세계일보2011. 11. 13
야유 속에 물러난 베를루스코니
17년간 이탈리아 정계를 주름잡던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총리가 권좌에서 물러났다.
국민은 그를 조롱하며 퇴임을 환영했다.
그가 간 뒤 남은 것은 1조9000억 유로에 달하는 국가채무와 끊이지 않는 성추문이다.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12일(현지시간)
경제 안정화 법안이 하원 표결을 통과한 직후 관저에서 마지막 내각회의를 주재했다.
2시간 후 그는 조르조 나폴리타노 이탈리아 대통령을 만나 사임 의사를 밝혔다.
◆ 씁쓸한 퇴장
의회와 대통령궁 주변에는 수많은 인파가 베를루스코니의 사퇴 소식에 환호했다.
자동차는 경적을 울렸고, 사람들은 샴페인을 터뜨렸다.
성악가·악기 연주가 20여명은 즉석에서 소규모 악단을 구성해 헨델의 '메시아' 중 '할렐루야'를 불렀다.
이들은 베를루스코니를 " 어릿광대 ", " 도둑놈 " 등이라고 부르며 야유했다.
총리 관저 앞에서 이사벨라 모니카는
" 그가 없는 이탈리아는 더 좋은 나라가 될 것." 이라며 기뻐했다.
베를루스코니는 군중을 피해 대통령궁 옆문을 이용해 도망치듯 떠나야 했다.
현지 안사 뉴스는 베를루스코니 측근의 말을 인용해
이 광경을 본 베를루스코니가 " 매우 씁쓸하다." 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그는 사임 하루 만에 군소 보수정당에 보낸 서한을 통해
" 전례없는 국제적 위기를 겪었던 지난 3년6개월 동안 우리가 해낸 일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함께 정부로 향하는 길을 재개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며 정계 복귀 의지를 피력했다.
베를루스코니는 당분간 고향인 밀라노 인근의 아르코레의 저택에 머물 예정이다.
후임으로는 유럽연합(EU) 경쟁담당 집행위원을 지낸 마리오 몬티 밀라노 보코니대 총장이 유력하다.
몬티 거국내각은 경제위기를 타개할 중립성향의 관료를 중심으로 구성될 전망이다.
◆ 화려한 경력…사퇴 후 험로
베를루스코니는 전형적인 자수성가형 인물이다.
그는 1936년 은행가 아버지와 주부인 어머니를 둔 평범한 중산층 가정에서 태어났다.
고교시절 친구들과 밴드를 결성했고, 대학 때는 나이트클럽이나 크루즈에서 활동하는 가수로 유명했다.
사업 수완은 무척 뛰어났다.
대학시절 등록금을 벌기 위해 진공청소기 외판원 일을 한 것이 그의 첫 사업경력이다.
졸업 후 건설회사 '에딜노르드'를 차렸다.
사업 초기 값싸게 사들인 밀라노공항 근처의 고도제한에 묶인 땅이
몇년 뒤 규제가 풀리면서 큰 돈을 벌었다.
민영 방송사 3곳을 설립해 이탈리아 최대방송국으로 키웠고,
프로구단 AC밀란, 보험사, 슈퍼마켓 체인 등으로도 사업영역을 확장하며 부를 축적했다.
그의 재산은 현재 62억 달러(약 6조9800억원)로, 포브스 선정 세계 부자 순위 118위에 올라 있다.
1994년에는 '포르자 이탈리아당'을 창당, 이탈리아 선거판에 돌풍을 일으켰다.
첫 선거에서 승리해 베를루스코니는 8개월간 총리직을 역임했다.
이후 2001년과 2008년 두 차례 더 총리 자리에 올랐다.
온갖 성추문과 탈세 혐의를 이겨온 베를루스코니지만 사퇴 이후는 험로가 예상된다.
10대 댄서와의 성매매 및 권력 남용,
소유기업 탈세, 법정 위증 교사 및 뇌물 공여 등 혐의로 진행 중인 3건의 재판에서 살아남을지 불투명하다.
미성년 성매매 유죄 판결 시 최대 12년의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
이진경·정선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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