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단 vs 선수' FA협상, 왜 어려운가?
'구단 vs 선수' FA협상, 왜 어려운가?
[OSEN] 2011년 11월 15일(화)
사상 최대의 FA 시장이 형성될 것이라던 2011 스토브 리그가 잠잠하다. 너무 잠잠해서 협상 테이블 옆 난로 열기가 데워지기는 커녕 뜨뜨미지근한 미열마저도 식어버려 스토브리그의 의미마저 무색하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지난 9일 2012년도 FA 자격선수로 공시된 28명 중에서 FA 권리 행사를 신청한 17명을 공시했다. 2012년 FA 신청선수는 전 소속구단 기준으로 삼성 진갑용, 신명철, 강봉규, SK 이승호(20), 이승호(37), 정대현, 롯데 임경완, 이대호, 조성환, 두산 김동주, 정재훈, 임재철, LG 조인성, 송신영, 이상열, 이택근, 한화 신경현 등 총 17명이다.
여기에 일본에서 복귀하는 '홈런타자' 김태균, '승짱' 이승엽, '코리안특급' 박찬호까지 포함할 경우 이번 스토브리그 동안 적어도 200억원 이상의 돈이 오고 갈 것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그러나 15일 현재 FA 협상이 시작된 지 6일째가 됐지만 8개 구단 어디에서도 계약이 성사됐다는 소식이 들리지 않는다. 해외에서 복귀하는 선수들을 제외하더라도 국내 FA 신청차 17명 대부분이 최소 한 차례 이상 구단과 협상을 가졌지만 계약서에 사인을 하지 않았다. 즉, 구단과 선수는 확연한 시각 차이를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왜 구단과 선수들 사이의 FA 협상은 어려운 것일까. 현재 FA를 신청한 선수들, 그리고 이들과 협상을 하는 구단 관계자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 구단 vs 선수들 사이의 보이지 않는 기싸움
FA 계약은 엄청난 돈이 오간다. 구단과 선수들은 적게는 5억에서 많게는 20억 가까이 시각차를 보이는 경우도 있다. 올 시즌 FA 선수들 중에서 실제 금액 차이다. 이 때문에 구단과 선수들은 협상 테이블에 앉기 전부터 팽팽한 기싸움을 시작한다.
계약의 열쇠를 쥐고 있는 구단은 협상 시간을 늦추며 선수들을 압박하는 측면이 있다. FA 선수들은 지난 10일부터 원 소속 구단과 협상을 시작했다. 10일부터 당장 선수들을 만난 구단이 있는가 하면 며칠이 지난 시점에서 구단과 첫 면담을 갖기도 한다. 최대어인 이대호는 무려 6일이 지난 시점에서 첫 협상 테이블에 앉았다. LG 역시 몸값이 상대적으로 비싼 이택근, 조인성과 첫 협상을 5일째 되는 날에 시작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 선수들의 생각은 또 다르다. 일단 원 소속구단과 협상을 하지만 자신이 원하는 금액을 주장하다 타구단과 협상도 생각한다. 만약 원 소속 구단과 협상을 하지 못할 경우 20일부터 주어지는 타구단과 협상할 준비를 하고 있다. 이곳에 나가 타 구단이 생각하는 자신의 몸값을 확인하고 그 조건이 맞으면 도장을 찍는다. 그렇지 않을 경우 다시 원 소속 구단을 포함한 8개 구단과 협상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즉, 구단과 선수는 각자의 관점에서 볼 때 모두가 느긋하다고 볼 수 있다. 구단 관계자와 선수들 모두 "첫 술에 배부를 수 있냐"면서 상대방이 원하는 조건을 먼저 듣고 전략을 짜겠다는 계산이다.
▲ 과거가 기준이 되는 구단 vs 미래를 예상하는 선수
기싸움은 협상 테이블에 앉으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구단 관계자와 선수는 얼굴을 마주보는 순간 따뜻한 미소보다 최대한 자신의 감정을 감추려고 노력한다. 말도 아낀다. 이 순간만큼은 모든 것이 조심스럽다.
구단과 선수의 협상에서 가장 큰 차이는 과거를 기준으로 하는 구단과 미래를 예상하는 선수의 관점이 차이가 가장 크다.
A구단 관계자는 "협상을 할 때 구단은 가이드라인을 가지고 나선다. 그 기준은 미래가 아닌 과거 이 선수가 활약한 성적이다"고 말했다. B구단 관계자는 "그 동안에 대한 성적을 바탕으로 합리적인 선을 가지고 선수들에게 금액을 제시한다"고 밝혔다.
예를 들어 구단은 A라는 투수가 지난 9년 동안 통산 몇 승을 거뒀고, 최근 3,4년 동안 부상 없이 꾸준한 활약을 펼쳤냐를 비롯해 팀이 승리하는데 얼마나 큰 기여를 했는지 까지 고려한다. 타자의 경우도 공격의 기준이 되는 출장 경기수, 타율, 타점, 홈런, 안타, 득점권 타율 등까지도 생각한다. 수비도 빠질 수 없는 항목이다. 이러한 성적을 바탕으로 앞으로 이 선수가 몇 년 정도 최상의 성적을 낼 수 있을지 예상한다. 구단으로서는 결코 무리한 금액을 배팅하지 않는다.
그러나 선수들은 구단과 전혀 관점이 다르다. 선수들은 과거의 시간을 보상받고 싶은 마음과 더불어 앞으로 자신이 얼마만큼 활약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현재 FA 시장에 나온 B선수는 "사실 선수들은 협상 테이블에 앉을 때 구체적인 수치를 가지고 나서지 못한다. 에이전트 제도가 없기 때문에 스스로 자료를 준비한다. 그러나 한계가 있다"면서 "구단에서는 나이가 들고 앞으로도 꾸준히 그 성적을 낼 수 있을 지 의심하지만 나는 할 수 있다"며 자신감과 책임감을 강조했다.
▲ 구단은 FA 실패 사례 vs 선수는 성공 사례
결정적인 시각 차는 구단은 과거 FA 실패 사례에 대한 두려움이 엄습한 반면 선수는 과거 성공 사례 뿐만 아니라 실패까지도 성공으로 만들 수 있다는 마음이 앞선다.
A구단 관계자는 "메이저리그의 경우 30대 중후반 선수들도 꾸준히 자신의 실력을 발휘한다. 그러나 한국에서 FA 외부 영입 성공 사례가 매우 낮다. 롯데가 홍성흔을 영입한 것을 제외하면 큰 성공이라고 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홍성흔은 지난 2008년 스토브리그에서 FA 자격을 획득한 뒤 롯데와 계약했다. 홍성흔은 롯데에 이적 후 두산에서보다 더 좋은 성적을 내며 FA 성공 사례가 됐다.
A구단 관계자는 또 "투수들의 경우는 더 심각하다. 구단은 수십억에 가까운 돈을 FA 영입에 투자한다. 그러나 우리 구단을 포함해 타 구단을 봐도 투수 FA 성공 사례는 드물다"면서 "정대현과 이승호도 실력은 인정하지만 부상 전력과 나이가 구단으로서는 고심하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선수는 과거 실패보다 성공 사례를 찾아 자신의 의견을 주장한다. 선수들은 과거의 실패 사례는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의 이야기라는 것이다. 그리고 자신들은 꾸준한 웨이트 트레이닝을 통해 몸관리를 했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다는 주장이다. 또 다시 과거가 기준이 되는 구단과 미래를 보는 선수의 사이에서 시각 차이가 최후의 협상 순간까지도 서로에게 어려움으로 다가 온다.
그러나 결국에는 계약이 이뤄진다. KBO는 내년 1월 15일까지 최종 계약 시점을 제한하고 있다. 대부분의 구단과 선수는 그때까지 계약을 완료한다. 만약 어떠한 구단과도 계약을 하지 못할 경우 자유계약선수로 공시한다. 선수는 2012년에는 어느 구단과도 계약을 할 수 없다. 그런 사태는 일어나지 않는 것이 양쪽 모두를 위해 바람직하다. 팬들은 이들을 2012시즌 개막전에서 보고 싶기 때문이다.
[OSEN=박광민 기자] agassi@osen.co.kr
<사진>FA 협상에서 진통을 겪고 있는 LG 조인성과 이택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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