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뱅 우주론과 연속창생 우주론의 대결
 빅뱅 우주론과 달리 태초의 우주가 모든 면에서 지금과 마찬가지였다는 우주론이 한 때 제시되기도 했었다.
즉, 과거로 거슬러 올라감에 따라 우주에서 은하가 하나씩 없어지면
빅뱅 우주론에서 주장하는 태초 우주의 높은 밀도와 온도를 피할 수 있다는 줄거리를 갖는 우주론이다.
따라서 시간이 제 방향으로 흐른다면 이 우주론에서는 은하가 하나씩 생겨야 한다.
그래서 이 우주론을 연속창생(Continuous Creation) 우주론이라고 부른다.
이 ‘시작도 끝도 없는’ 이론에서는 예나 지금이나 우주의 모습이 똑같아야 한다.
즉, 우주가 팽창함에 따라 물질도 끊임없이 생겨나서 총 밀도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다는 주장이다.
그래서 이 우주론을 항상 정상 상태를 유지하는 우주론이라는 의미로 ‘정상우주론’이라고도 부른다. ‘빅뱅 우주론(Big Bang)이 맞느냐
연속창생 우주론(Continuous Creation)이 맞느냐’ 하는 역사적인 논쟁은
사실 미국과 영국의 대결이기도 했다.
빅뱅 우주론은 가모프(George Gamow)를 중심으로 한 미국 과학자들에 의해,
연속창생 우주론은 영국의 헤르만 본디(Hermann Bondi), 프레드 호일(Fred Hoyle),
토머스 골드(Thomas Gold) 등의 영국 과학자들에 의해 주장됐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빅뱅 우주론이 이김으로써
영국이 가지고 있던 우주론의 주도권이 미국으로 넘어갔다고 해도 아마 지나친 말은 아닐 것이다.
우주배경복사 발견으로 빅뱅 우주론 승리
 빅뱅 우주론이 연속창생 우주론을 이기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한 것은
바로 우주에 존재하는 헬륨의 양이었다.
우주에서 우리 눈에 보이는 물질(산, 행성, 별, 은하 등)은
우주를 이루고 있는 총 물질과 에너지의 약 4%에 불과하다.
이 4% 중에서도 약 3/4은 수소로, 나머지 약 1/4은 헬륨으로 구성돼 있다.
수소가 핵융합을 통해 헬륨이 되려면 우주의 시초가 한 때, 적어도 1천만 도(℃) 이상이었어야 한다.
따라서 우주에 헬륨이 수소의 1/3 가량이나 존재한다는 사실은,
태초가 엄청나게 고온에서 시작됐다는 증거가 된다. 빅뱅 우주론에서 보면,
우주가 탄생한 후 약 30만 년이 지났을 때 우주의 온도는 3000도(℃)까지 떨어진다.
그러면 우주공간을 채우고 있던 자유전자들이 모두 수소나 헬륨 원자핵에 붙잡히게 된다.
따라서 그 때까지 전자 때문에 운동을 제한받던 광자(빛)들은 자유로이 운동할 수 있게 된다.
즉 빛의 입장에서 본다면 우주는 흐렸다가 갑자기 맑아진 셈이다.
이 때 퍼져 나가기 시작한 빛이
바로 오늘날 우리가 관측하는 우주배경복사(cosmic microwave background radition)이다. 미국의 아노 펜지어스(Arno Penzias)와 로버트 윌슨(Robert Wilson)은
1964년 우연히 이 우주배경복사를 발견해
빅뱅 우주론이 연속창생 우주론을 제압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우주배경복사란 태초의 뜨거운 우주 속에 고르게 퍼져 있던 빛이 식은 것으로,
우주 속에 고르게 퍼져 있다가 -270도(℃)까지 식어빠진 상태로 발견됐다.
즉, 우주배경복사는 뜨거운 물로 막 목욕을 마친 목욕탕에 남아 있는 수증기와 같은 것이다.
그 수증기를 보고 목욕을 막 마친 사람이 뜨거운 물을 사용했다는 사실을 추리할 수 있는 것처럼,
우주배경복사를 보고 태초의 우주는 뜨거웠다고 결론내릴 수 있는 것이다.
펜지어스와 윌슨은 이 발견으로 노벨상을 수상했다. 같은 빅뱅 우주론 내에서도 우주의 나이를 놓고 논쟁이 붙기도 했다.
현대 우주론의 첨단을 걷고 있는 미국에서조차
텍사스의 드 보클레르(Gérard de Vaucouleurs)를 중심으로 한 천문학자들은 100억 년,
캘리포니아의 샌디지(Allan Sandage)를 중심으로 한 천문학자들은 200억 년을 주장했다.
즉, 우주의 나이는 100억 살과 200억 살 사이 어떤 값을 갖는다.
우주망원경이 관측한 가장 최근 관측치는 137억 년이다.
( 2010년 3월 천체물리학 저널에서
미국과 독일 과학자들이 허블망원경으로 수집한 자료와
우주배경복사탐사 위성(WMAP) 자료를 종합해
우주 나이를 137억 5천만년으로 확인, 발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