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 포 츠/한국 프로야구
경기장 안팎을 뒤흔든 말말말
leekejh
2011. 12. 30. 00:42
[아듀! 2011스포츠③]
경기장 안팎을 뒤흔든 말말말
[아시아경제] 2011년 12월 26일(월)
발 없는 말은 천리를 간다. 카메라, 펜, 노트북 등이 따라붙는 스포츠 스타들의 말은 이를 뛰어넘는다. 삽시간 전국으로 퍼지며 팬들의 가슴을 뜨겁게 만든다. 스포츠투데이는 올 한 해 경기장 안팎을 뒤흔든 열다섯 가지 어록을 선정했다. 물론 범위는 회자에 그치지 않는다.
“예끼!”
한대화 프로야구 한화 감독, 5월 12일 잠실 LG전 9회 2사 1, 2루에서 이양기의 좌전안타 때 홈으로 쇄도한 2루 주자 전현태가 아웃을 당하자 심판에게 항의하며. 경기 내내 판정에 불만을 가졌던 그의 폭발 이후 선수단은 승승장구를 거듭했고 ‘예끼’는 한화 팬들의 공식 응원 구호로 발전했다.
“우리는 언제나 ‘닥공(닥치고 공격)’이지 뭐”
최강희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 지난 4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2011 K리그 통합우승을 확정지은 뒤 비결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며. 공격을 중시하는 특유 축구 철학은 이미 2009년 K리그 통합우승으로 열매를 맺은 바 있다. 창은 올해 한층 더 날카로워졌다. 정규리그 30경기에서 67골을 터뜨리며 경기당 평균 2.23득점을 기록했다. 이는 역대 최고 수치다.
“(이)택근이의 눈물을 닦아주고 싶었다”
이장석 프로야구 넥센 대표, 11월 20일 외야수 이택근과 4년간 계약금 16억 원, 연봉 7억 원, 플러스 옵션 6억 원 등 총 50억 원에 자유계약선수(FA) 계약을 체결한 뒤 배경을 묻는 질문에 답하며. 결과적으로 이택근의 친정 팀 복귀는 스토브리그에 인플레이션을 불러일으키는 계기가 됐다.
“다시 뛰고 싶어요”
신영록 프로축구 제주 선수, 9월 16일 삼성의료원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기적적인 회복을 알리며. 5월 8일 제주 대구전을 뛰다 쓰러진 그는 6월 24일 가까스로 의식을 되찾았다. 9월 17일 병원에서 퇴원해 현재 통원치료를 받고 있다.
“나 한사람 때문에 잘못되면 어쩌나 하는 부담이 있었다”
김연아 피겨 선수, 7월 7일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에서 열린 2018년 동계올림픽 개최지 선정 IOC 총회에서 평창의 유치 확정이 발표되자 울먹이며. 그는 이날 프레젠테이션에 참가해 유창한 영어로 IOC 위원들의 마음을 흔들었다.
“부끄러움 없이 정직하게 살았다”
최성국 전 프로축구 선수, 6월 1일 강원도 평창에서 열린 승부조작 방지를 위한 K리그 워크샵에서 자신의 결백을 호소하며. 주장은 27일 뒤 거짓으로 밝혀졌다. 그는 6월 28일 한국프로축구연맹을 찾아 광주 상무 소속으로 뛰었던 지난해 승부조작에 관여했다고 자진 신고했다. 대한축구협회는 10월 5일 상벌위원회를 열고 최성국 등 승부 조작 가담자 47명을 축구와 관련된 모든 직종에서 영구 제명시키기로 결의했다.
“물러날 때 물러나야 한다”
김경문 프로야구 NC소프트 감독, 6월 13일 8년 동안 쥐었던 두산 지휘봉을 스스로 내려놓으며. 2004년 두산 사령탑에 오른 그는 선수단을 여섯 차례 포스트시즌으로 이끌었다. 한국시리즈 무대도 세 번 밟았다. 하지만 우승에 대한 부담과 야구 외적인 요소의 대두 등으로 결국 자진사퇴의 길을 택했다. 바로 미국유학을 떠난 김 감독은 8월 31일 경남 창원을 연고로 창단한 NC 소프트의 초대 감독에 선임됐다.
“예의 벗어난 놈, 그놈은 아니다”
김성근 프로야구 고양 원더스 감독, 패션 전문지 GQ(12월호)와의 인터뷰에서 이만수 SK 감독과의 관계를 묻는 질문에 답하며. 김 감독과 이 감독은 2006년 10월 SK의 감독과 수석코치로 함께 부임해 세 차례(2007년, 2008년, 2010년) 한국시리즈 우승을 일궈냈다. 김 감독은 지난 8월 구단과 재계약 문제로 마찰을 빚은 뒤 돌연 ‘시즌 후 사퇴’를 선언했다. 이에 구단은 ‘전격 경질’로 응수, 바로 이 감독에게 감독대행 지휘봉을 맡겼다. 김 감독에 따르면 이 감독은 이후 3개월여 동안 전임 감독에게 연락을 하지 않았다. ‘왜 연락 한 번 하지 않느냐’는 취지의 이메일을 받은 뒤에야 연락을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절대 술 먹고 운전하지 마세요’
하원미 씨(메이저리그 클리블랜드 추신수의 아내), 5월 2일 남편 추신수가 오하이오 주 셰필드레이크에서 음주 운전 혐의로 경찰에 입건되자 2009년 11월 방송을 통해 공개됐던 문구의 쪽지가 화제를 모았다. 추신수는 7월 27일 셰필드레이크 법원에서 열린 재판에서 벌금 675달러(약 71만원)와 집행유예 27일을 선고받았다.
“호구였던 거 맞다”
양승호 프로야구 롯데 감독, 9월 1일 사직 KIA전 승리(2-1)로 롯데를 2위에 올려놓은 뒤 시즌 초반 부진으로 생겼던 ‘호구’라는 별명을 떠올리며. 7월 초까지 6위에 그쳤던 롯데는 후반 대반전으로 72승 56패 5무를 기록, 정규시즌 2위를 차지했다.
“더러운 놈들아. 그딴 식으로 살지 마라”
신수지 리듬체조 선수, 10월 10일 김포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제 92회 전국체전 리듬체조 여자 일반부 경기에서 합계 101.225점으로 101.550점을 얻은 김윤희(세종대)에 밀려 은메달에 그치자 자신의 홈페이지에 의문을 제기하며. 글이 논란으로 불거지자 그는 3일 뒤인 13일 소속사인 세마스포츠마케팅을 통해 사과의 뜻을 밝혔다. 대한체조협회는 지난 11월 상벌위원회를 열어 신수지에게 경고성 근신 징계를 내렸다.
“나는 믿을 거야, 가코 믿을 거야”
류중일 프로야구 삼성 감독, 외국인 타자 라이언 가코가 시범경기부터 부진한 성적으로 퇴출설에 시달리자 아쉬움을 기대감과 섞어 에둘러 표현하며. 가코는 58경기에서 타율 2할4푼3리 1홈런 28타점을 기록하며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류 감독은 6월 13일 “괜히 ‘나믿가믿’을 말해서…”라고 한탄하며 그를 1군 명단에서 제외시켰다. 가코는 7월 14일 결국 퇴출당했다.
“정말 롯데 감독은 꼭 한번…”
고 최동원 전 프로야구 한화 2군 감독, 7월 22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경남고와 군산상고의 레전드 매치에 아픈 몸을 이끌고 참석해 바람을 늘어놓으며. 1980년대 마운드를 평정하며 ‘무쇠팔’로 불린 그는 지난해 다시 악화된 대장암으로 입원치료를 받다 9월 14일 별세했다. 롯데 구단은 9월 15일 현역시절 등번호 11번을 영구 결번 처리하며 애도의 뜻을 표했다.
‘관중석에 있는 욱일승천기를 보는 순간, 내 가슴은 눈물만 났다’
기성용 스코틀랜드 프로축구 셀틱 선수, 1월 25일 알 가라파 스타디움에서 열린 일본과의 카타르 아시안 컵 4강전에서 전반 23분 페널티킥 선취 골을 뽑은 뒤 일본 쪽 코너 플래그 부근으로 달려가 원숭이를 연상케 하는 세리머니를 펼친 이유를 트위터를 통해 설명하며. 일본 매체들은 국제축구연맹(FIFA)의 징계 가능성을 제기했지만 사건은 후속 조치 없이 해프닝으로 마무리됐다.
“대표팀 차출을 자제해줬으면 좋겠다”
손웅정 춘천FC 유소년클럽 감독(독일프로축구 함부르크 손흥민의 아버지), 10월 12일 인천공항에서 아들 손흥민의 잦은 대표팀 소집에 불만을 드러내며. “20분을 뛰려고 왕복 30시간 넘게 비행기를 탔다. 너무 무리한 일정이다”라고 설명한 그의 발언에 대한축구협회는 공식대응하지 않았다. “아들을 걱정하는 아버지의 마음으로 받아들이겠다”라고 말한 조광래 당시 국가대표팀 감독은 예고대로 10월 27일 손흥민을 다시 엔트리에 포함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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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투데이 이종길 기자 leeme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