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윤희, 텍사스의 별이 될까
[민기자의 코리언 리포트]
남윤희, 텍사스의 별이 될까
[야후!스포츠] 2012년 01월 04일(수)
야구를 하고 처음으로 ‘이젠 그만인가, 야구를 포기해야 하는가?’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가장 의욕에 차 학수고대하던 시즌은 어깨 통증으로 엉망이 됐습니다. 그러나 그 안에서 그는 인내와 의지와 반성, 그리고 인연으로 새로운 희망과 강한 정신력을 얻었습니다. 텍사스 레인저스 마이너에서 뛰는 왼손 투수 남윤희(25)의 야구와 사는 이야기입니다.
희망의 도전
2011시즌을 앞두고 남윤희는 자신감에 넘쳤습니다.
2007년 아버지와 떠난 미국 여행에서 트라이아웃을 통해 텍사스 레인저스와 계약한 그는 4년간 꼬박꼬박 한 단계씩 승격했습니다. 루키리그, 숏시즌 싱글A, 정규 싱글A, 하이 싱글A를 거쳤고, 2011시즌은 메이저리그로 가는 관문인 더블A가 보장된 상황.
특히 2009년 9승1패 3.77의 좋은 성적을 거두고 2010년에는 전반기 어깨 통증으로 고생하다 후반기에 회복되면서 구단의 기대도 커졌습니다. 왼손투수인데다 9이닝 당 9.8개의 탈삼진 능력, 그리고 2.9개의 안정된 제구력은 눈길을 받았습니다. 체격도 191cm에 90kg으로 당당해졌고, 성실함과 원만한 성격은 팀에게는 보너스 같은 선수였습니다.
작년 겨울 5개월간 정말 열심히 운동했습니다.
오전 10시에 나가 오후 8시까지 운동에 매달렸습니다. 은사인 장호연 감독에게 공의 회전수를 늘리고 종속을 끌어 올리는 훈련을 받았고, 패스트볼의 구속은 92마일(148km)까지 나왔습니다. 이제는 빨리 스프링 캠프에 가서 보여주는 일만 남았습니다. 손을 꼽아 3월의 캠프를 기다렸습니다.
좌절
캠프에 가서 시차도 맞지 않는 가운데 조금 무리했습니다. 웨이트를 하는데 어깨가 삐끗한 느낌이었습니다. 2010년에 아팠던 바로 어깨 뒤쪽의 그 부위였습니다. 2개월간 재활을 거쳐 5월에 MRI 검사를 했습니다. 뼛조각이 자라고 있어서 통증이 생긴다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레인저스는 남윤희를 알링턴으로 불러 주치의에게 최종 검사를 받게 했고, 일단 주사 치료를 결정했습니다. “주사를 맞았더니 좀 나아지더라고요. 두 달간 재활을 하고 마침내 경기에 나갔습니다.” 빈자리를 찾아 로우 싱글A 경기가 배정됐습니다. 그런데 도착해서 운동을 하는데 어깨를 들 수도 없을 정도의 통증이 엄습했습니다. 2이닝을 안타 1개 내주고 삼진 3개를 뺏으며 무난히 던졌습니다. 그러나 통증은 반복해서 그를 옥조였습니다. 다시 팀 닥터를 만나 주사 치료를 할지 수술을 받을지 상담을 했고, 그는 더 이상 시간 낭비를 하고 싶지는 않기에 수술을 택했습니다. 2011년 8월 3일 어깨에 자라던 뼛조각 제거 수술을 했습니다. 간단한 수술이라고 했지만 투수에게 가장 소중한 어깨에 칼을 댄 것이고 또 지루한 재활에 들어갔습니다.
부모님, 인연
지루하고 힘겨운 운동을 계속해서 반복하는 것도 그렇지만, 선수가 운동장에 나서지 못하고 대부분 시간을 홀로 보내야 한다는 외로움이 더욱 힘겹습니다. 특히 작년의 재활은 그 전해와는 달리 많이 힘들었다고 했습니다.
“2010년에는 지겹고 힘들어도 의욕적으로 할 수 있었습니다. 이것만 끝나면 던질 수 있다는 그런 희망. 그런데 작년에는 정말 열심히 준비하고 큰 기대를 했는데 시즌 초 가자마자 아프니까 실망이 더 컸지요. 처음으로 야구를 그만하고 싶다, 다 내려놓고 쉬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2010시즌이 끝난 겨울 동안 남윤희는 하루 10시간씩 운동을 했습니다. 구속도 기대만큼 올라왔고 더블A를 거쳐 트리플A도 통과하고 빅리그로 가겠다는 희망에 들떴습니다. 그러나 오히려 혹독한 좌절의 1년.
부모님은 늘 그의 튼튼한 지지대였습니다.
1주일에 두 번 이상은 부모님과 통화를 합니다. 처음 미국에 거의 무작정 입단 테스트를 위해 떠났을 때 친구처럼 동행했던 아버지 남정두씨(58)는 늘 말없이 변함없는 지원과 신뢰를 아들에게 보냅니다. 그리고 활동적인 어머니 양희선씨(55)는 늘 격려와 그리고 따끔한 질책도 마다치 않습니다. 수술을 받게 됐을 때 어머니는 ‘네가 특별하긴 특별한가보다. 어깨에 날개가 나려고 그러나.’라며 아들을 웃겼습니다. 후에 한국으로 돌아왔을 때 어머니는 당시 얼마나 심란했는지 모른다고 아들에게 고백했습니다.
우연히 펼친 책에서도 희망을 얻었습니다. ‘하늘은 값진 것을 주기 직전에 살과 뼈를 깎는 시련을 먼저 준다.’라는 문구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남윤희는 ‘괜찮으니까 천천히 해보자. 마이너에 있을 때 이렇게 아픈 게 다행이다. 메이저에 가면 더 힘든 게 많을 텐데 내공을 쌓으라고 단련시키나보다.’라며 마음을 잡았습니다.
애리조나에서 홀로 재활을 했지만 인근 한인 교회에 나가면서 교민들에게 도움도 많이 받고 위안도 얻었습니다.
순조로운 재활
수술 후 2개월간 재활을 한 후에 30미터 캐치볼까지 훈련을 진행했습니다. 12월초까지 애리조나에서 운동을 하다가 귀국한 후로는 집 근처 운동장에 가서 홀로 달리기도 하고 헬스장을 한 달 등록해 구단이 준 웨이트 프로그램도 철저히 했습니다. 집 옆의 리틀리그 구장에 나가 망에다 공을 던지기도 했습니다.
몸 상태는 아주 좋습니다. 귀국 직전 검사에서 팀 닥터는 3월부터 시작되는 캠프의 시범 경기에 무리 없이 뛰겠다는 소견을 내렸습니다. 그 일정에 맞춰 꾸준히 운동을 합니다. 그래서 이번 주말 일찍 미국으로 출발합니다.
이번에는 서두르지 않고 욕심내지 않고 자만하지 않고 단단하게 도전할 생각입니다. “작년 겨울에는 운동도 많이 했고 결과도 아주 만족스러웠습니다. 그래서 더 보여주려고 무리했던 것 같아요. 2년간 고생하며 내공이 많이 쌓였습니다. (웃음) 이젠 힘들고 어려운 일도 웃으며 넘길 수 있고 이겨내려는 의지도 더욱 강해졌습니다.”
그는 또 말합니다. “욕심내고 잘 보이려고 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더군요. 마음을 비우고 하루하루, 매 경기 매 경기에 최선을 다하려고 합니다. 메이저리그, 멀리만 보니 욕심만 커지고 집중도 덜 되는 것 같습니다. 잘 재활해서 아프지 말고 올 한 시즌 충실히 뛰고 싶습니다.”
시련 속의 배움
마음가짐이 저렇게 달라진 것은 큰 배움입니다.
그리고 견문도 넓어지고 사람을 알아보고 상대하는 법도 나름 배웠습니다. 영어도 이제는 전혀 어려움이 없습니다. 그리고 재활을 하면서도 끝없이 자신감을 심어준 것도 참 고마운 일입니다. 팀에서는 그에게 자존심을 많이 세워주었습니다.
‘네가 이 팀에 있다는 것인 무엇인가 특별한 것이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좋은 타자가 나와도 너 역시 언제든 던져도 치기 어려운 너만의 공을 가지고 있다. 우리 팀의 한 사람, 한 사람이 다 특별한 선수다.’ 이런 말을 코치와 팀 관계자들에게 많이 들었습니다.
이런 분위기는 텍사스 레인저스가 최근 성공을 거두고 있는 것과 분명히 연관이 있습니다. 긍정과 자신감의 힘은 대단합니다. 물론, 모든 선수에게 이런 대우를 하는 것은 아니고, 그만큼 레인저스 구단이 남윤희에게 기대를 걸고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레인저스의 구단 분위기 자체가 상당히 긍정적이고 미래지향적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비록 2년간 다치고 수술하고 재활에 매달렸지만 남윤희는 자신이 특별한 선수라는 단단함도 얻었습니다.
마지막 기회
올해가 레인저스 생활 6년째입니다. 1987년생이니 나이도 이제 25세입니다.
작년에 더블A에서 시작해 트리플A까지 진출해보겠다는 목표는 어쩔 수 없이 2012년으로 한 해 미뤄졌습니다. 그렇지만 올 연말에는 40인 로스터 진입이라는 목표까지 추가했습니다.
그리고 더욱 중요한 것은 올해 제대로 된 모습을 보여줘야 빅리그의 꿈을 살려갈 수 있다는 점입니다. 올 시즌이 끝나면 남윤희는 룰5 드래프트 대상이 됩니다. 레인저스 팀에서 그가 필요하다면 40인 로스터, 즉 보호 명단에 포함시킬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무조건 잘해서 성적을 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혹시 구단이 40인에 넣지 않는다면 좋은 모습을 보인 그를 픽업할 팀은 분명히 나올 것이기 때문입니다.
기회에 ‘마지막’이란 단어는 안 통할지도 모르지만, 대단히 중요한 시즌이 될 것임은 분명합니다. 어차피 생각도 하지 않고 있지만 만약 좌절하면 한국 야구를 차선책으로 여길 수도 없습니다. 돌아와도 어차피 2년은 뛰지도 못하니까.
배수의 진을 치겠지만 그렇다고 서두르거나 과욕을 부릴 마음은 없습니다. 지난 2년간의 고생이 큰 약이 돼서 올해는 차분한 자신감으로 단단히 무장했습니다. “어깨만 안 아팠으면 작년에도 정말 확신이 있었습니다. (수술 후)공을 던져보니 감각도 그대로 나왔습니다. 팀에서 나를 믿어준 만큼 내가 특별한 투수라는 것을 입증하는 2012시즌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빅리그로 가는 그 멀고 험한 길. 얼마 남지 않은 기회.
그러나 시련을 겪고 일어선 그의 차분한 자신감에 기대를 걸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