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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야구, 컷 패스트볼 시대가 온다

leekejh 2012. 1. 6. 17:26

 

                        한국야구, 컷 패스트볼 시대가 온다

 

                                                                           [OSEN]
2012년 01월 06일(금)

 


 


지난 2010년 4월 OSEN은 미국프로야구(MLB) 뉴욕 양키스 홈개막전이 열린 뉴양키스타디움을 찾았다.

이날 양키스는 마무리투수 마리아노 리베라(43)가 등판해

주무기인 컷 패스트볼(이하 커터)을 뿌리며 팀 승리를 지켜냈다.

말로만 듣던 리베라의 커터를 직접 본 소감은 공 끝이 춤을 춘다는 느낌이었다.

리베라는 커터 하나로 최고의 마무리 투수가 됐다.

파나마 출신인 리베라는 지난 1995년 메이저리그에 데뷔할 때만 해도 평범한 선발 투수였다.

그러나 그는 1996년 말부터 5세이브를 거둔 것을 시작으로

1997년부터는 전문적인 소방수가 되어 올 시즌까지 통산 17년 동안 603세이브를 거뒀다.

리베라는 커터만 뿌린다.

커터 구속은 150km를 상회하며 홈플레이트를 지나면서 공이 배트를 자를 듯이 타자를 향해 덤벼든다.

분명히 직구처럼 날아오던 공이 홈플레이트 앞에서 우타자 바깥쪽, 좌타자 몸쪽으로 빠르게 꺾였다.

리베라의 커터를 노린 타자들은 힘차게 배트를 휘둘렀지만

배트는 두 동강이 나면서 내야에 떼굴떼굴 굴러갔다.

리베라는 당시 OSEN과 인터뷰에서

" 신이 내게 특별한 선물을 줬다." 고 말하며

" 항상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다." 라고 대답했다.

그러면서 한국프로야구서는 누가 커터를 잘 던지는지를 생각해봤다.

누가 있을까.

한국 선수들 가운데서는 딱히 떠오르는 이가 없었다.

그나마 롯데 자이언츠 외국인 투수 라이언 사도스키(30)가 커터로 한국 타자들을 괴롭혔다는 인상이 남았다.

사도스키는 2년 연속 두 자릿수 승리를 거두며 롯데와 재계약에 성공 한국에서 세 번째 시즌을 맞을 예정이다.

사도스키보다 조금 더 위력적인 커터를 던지는 이가 있다.

바로 LG 트윈스 외국인 투수 벤자민 주키치(30)다.

195cm의 큰 키를 자랑하는 주키치는 특이한 투구폼에 위력적인 커터를 뿌렸다.

컷 패스트볼이란 '타자들의 배트를 자른다'는 영어 '컷(Cut)'에서 유래된 직구의 변형 구종이다.

커터를 가장 잘 던져 '커터신'으로 불리는

미국프로야구(MLB) 뉴욕 양키스 마무리투수 마리아노 리베라(40, 우완)의 경우

 직구처럼 날아오던 공이 홈플레이트 근처에서 살짝 꺾여 우타자 바깥으로 휘어져 나간다.

직구와 슬라이더의 중간 정도의 궤적으로 오던 공이

배트에 맞을 경우 살짝 빗겨 맞으면서 부러지는 경우가 많다.

 


 


주키치를 예로 들어보자.

주키치는 좌완투수로 우타자를 상대할 때 유독 몸쪽 깊숙한 공을 많이 던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 구종이 커터다.

 

주키치는 커터는 137~141km 사이의 구속을 유지하는데

직구처럼 들어오다 홈플레이트를 통과하기 직전 몸쪽으로 더 꺾여 들어온다.

타자들은 직구를 예상하고 배트를 돌리지만

조준점이 틀린 만큼 타구를 정확히 보내지 못하고 3루, 또는 유격수 앞 땅볼이 되는 경우가 허다했다.

주키치는 좌타자들에게도 커터를 자주 자용했다.

공을 던지는 순간 오른쪽 골반을 1루 베이스 방향으로 살짝 틀었다 던지는 주키치는

다른 좌완 투수들보다 더 몸쪽에 바짝 붙는 공을 던진다.

타자들은 몸에 맞을 것 같은 불안감을 느끼지만

몸쪽으로 오던 공은 홈플레이트 앞에서 바깥쪽으로 살짝 휘어 나가는 것을 알 수 있다.

주키치는 지난 시즌 두 차례나 대기록 달성을 노렸다.

노히트노런과 퍼펙트게임이었다.

주키치는 지난 5월 15일 목동 넥센전에 선발 등판해

8회 1아웃까지 노히트로 막다 송지만(39)에게 첫 안타를 허용해 대기록 달성에 실패했다.

그러나 주키치는 9회까지 1피안타 3사사구 무실점으로 완봉승을 거뒀다.

그의 커터에 넥센 타자들은 타이밍을 전혀 맞추지 못하고 내야 조차 넘기기 벅찼다.

3회 강귀태의 중견수 플라이, 9회 강귀태와 김민성의 중견수 플라이가

아웃카운트 27개 가운데 3개에 불과했다.

노히트 노런을 놓친 주키치는

세 달 정도가 지난 8월 5일 잠실 한화 이글스전에서는 한국프로야구 최초의 퍼펙트 게임을 눈앞에 뒀다.

주키치는 이날 8회 2사까지 안타와 볼넷을 하나도 허용하지 않는 퍼펙트를 기록했다.

7⅔이닝 동안 투구수는 90개에 불과했다.

이제 남은 아웃 카운트는 4개였다.

그러나 8회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이양기에게 좌전 안타를 내주며 아쉽게 퍼펙트를 놓쳤다.

이날 역시 주키치의 커터가 위력을 떨쳤다.

사도스키와 주키치의 성공이 한국프로야구에 진출하는 투수들의 트랜드에도 한몫 했다.

지난해 롯데는 브라이언 코리를 퇴출시키고 크리스 부첵을 영입했다.

부첵은 우완투수로 직구 구속은 140km 초반이지만

커터 역시 직구와 3~4km 정도 밖에 차이가 나지 않을 정도로 위력적인 커터를 뿌렸다.

부첵은 올 시즌 롯데와 재계약에 실패했지만 커터 능력은 높은 점수를 받았다.

삼성 역시 지난 시즌 중반 우승 청부사의 역할을 해주길 바라며 저스틴 저마노와 덕 매티스 영입했다.

둘 다 직구 최고구속은 140km 중반대에 머물렀지만

커터를 적절히 구사하며 정규 시즌 막판 2달 동안 10승을 합작했다.

흥미로운 사실은 모두다 외국인 선수들이 커터를 잘 던진다는 것이다.

사도스키, 주키치 등이 커터를 잘 던지자 한국 투수들도 커터를 던지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그러나 이들은 하나같이

" 누구에게 배워야 하느냐? " 고 말했다.

 

한국에서는 커터는 낯선 구종으로 그나마 넥센 마무리투수 손승락이 가장 잘 던진다.

손승락은 누구에게 배움을 받은 것이 아니라

스스로 리베라와 다른 메이저리그 선수들을 보면서 연마했다.

미국은 달랐다.

OSEN은 지난 2,3월 애리조나와 플로리다 스프링캠프를 취재했다.

당시 만난 빼어난 투수들 사이에서는 하나 같이 공통점이 있었다.

바로 커터를 주무기로 구사한다는 것이다.

필라델피아 필리스 '판타스틱4'가운데

로이 오스왈트를 제외한 로이 할러데이, 클리프 리, 콜 해멀스 모두 커터를 자유자재로 구사했다.

이 가운데 해멀스는 커브를 주무기로 구사하다 지난 2010시즌부터 커터를 연마했다.

그의 스승은 트레이드가 되어 필리스 유니폼을 입은 로이 할러데이와 클리프리였다.

해멀스는

" 내 커브는 낙차가 너무 커서 스스로도 컨트롤을 할 수가 없다.

  그래서 몇 년 동안 부진했는데 할러데이와 리를 통해서 커터를 배우면서

  제구력도 더 좋아졌고, 타자들과 승부를 하는 것도 편하다." 라고 말했다.

그런 가운데 올 시즌 한국프로야구에서도 커터의 시대를 예상할 수 있다.

그 주인공은 '코리안특급' 박찬호(39, 한화 이글스)다.

박찬호는 지난 2010년 뉴욕 양키스 시절 팀 동료였던 리베라에게 커터를 배웠다.

박찬호는 젊었을 때는 불 같은 강속구를 뿌렸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서 빠른 공을 유지하지 못하며 직구 구속은 140km 중반에 머물렀다.

변화가 없이는 살아남기 힘들었다.

 


 


박찬호가 커터를 익히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선발이 아닌 구원투수로 나가 최소한의 투구로 타자들을 잡아내야 했기 때문이다.

커터는 범타 처리가 용이하다.

투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삼진이 아니라 아웃 카운트를 늘려 나가는 것이다.

투구수 조절이 가능하다.

직구와 거의 같은 투구폼과 팔 동작으로 공을 뿌린 만큼 부상 위험도 낮다.

당장 한화 투수들은

오는 15일부터 시작되는 스프링캠프에서 박찬호를 통해서 커터를 익힐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메이저리그 진출에 관심이 많은 류현진도 한번쯤 고려해볼 부분이다.

류현진과 같은 메이저리그 좌완 투수인 콜 해멀스도

" 메이저리그에서는 커터가 대세다.

  많은 투수들이 커터를 던져 타자들을 범타로 잡아내기 원한다.

  나 역시 커브로 헛스윙 삼진을 잡으면 기분은 좋지만

  삼진을 잡지 못하더라도 아웃카운트를 많이 잡고 싶다." 고 말했다.

별다른 말이 아닌 것 같지만 그 안에는 투수로서 생존법이 남아 있다.


[OSEN=박광민 기자] agass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