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스투데이]
북쪽으로 풍력발전기가 두어 대 보이는데, 장난감 같다. 어릴 적 수수깡과 색종이로 만들던 바람개비가 생각난다. 하지만 점점 가까워질수록 그 규모와 크기가 첫 느낌과는 달라 반전을 이룬다.

하늘 아래 부는 바람 ‘선자령’
바람이 거칠어 나무가 드물고 동쪽으로 휘어진 줄기가 위태로울 정도다
“후웅~ 후웅~” 거대한 프로펠러가 돌 때마다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우렁차다. 멀리서 봤을 때 느낌은 온데간데없이 분위기에 압도된다. 바람은 또 얼마나 거센지 체감온도가 순식간에 5도는 떨어진 것 같이 춥고, 맞바람을 버티고 서면 눈이 시리다. 이런 조건에서 나무의 성장도 큰 영향을 받을 터, 고목을 찾기가 어렵다. 잡목은 거센 바람 때문에 휘어진 채 위태로운 모습으로 자라고 있다.
[왼쪽부터]선자령 근방에 설치된 풍력발전기 / 선자령 정상
오르막을 한 차례 더 오르면 선자령 정상이다. 동쪽으로 바다가, 주위에는 손바닥 주름 같은 산세가, 발 아래로 백두대간의 기운이, 온 옴에는 바람이, 그야말로 4D보다 입체적인 수많은 자극이 오감으로 느끼지 못할 만큼 풍부하다. 풍경 사진 몇 장 담아가길 권한다. 나중에 엽서가 필요할 때 딱이겠다.
선자령 북쪽 풍경, 이어지는 등산길은 곤신봉으로 이어진다
이 순간 생각나는 것이 있으니 간식이다. 오르는 동안 공복 끼를 참아가며 ‘조금만 더’를 되뇐 보람이 크다. 벤치에 앉아 보온병에서 따뜻한 차와 김밥을 먹는데, 참 꿀맛이다.
선자령에서 국사성황당 방향으로 돌아와 옛길에 합류, 반정으로 향한다. 내리막 구간이라 힘들지 않지만 길 폭이 좁고 구불거림이 심하다. 군데군데 낙엽이 두텁게 깔렸고 그 아래 바위가 있어 주의해야 한다. 조선시대의 옛길은 폭이 1m 이상이었을 것으로 전해지지만, 이용하는 사람이 줄면서 길이 좁아졌다고 한다.
대관령 옛길의 중간지점 ‘반정’ 표지석
간간이 차가 지나가는 소리가 들리고 도로와 만난다. 구 영동고속도로, 멀미의 추억이 담긴 길이다. 그때나 지금이나 구불거리기는 마찬가지. 도로를 건너면 대관령 옛길 표지석과 함께 너머로 강릉 시내와 동해가 한층 가깝다. 이곳이 신사임당이 어린 율곡의 손을 잡고 넘었던 대관령 옛길의 중간 ‘반정’이다. 여기서 도로를 따라 올라가면 신사임당의 사친시비가 세워져 있다.
낙엽 카펫 푹신한 산길
[왼쪽부터]기분 좋은 낙엽카펫이 깔렸다 / 잠시 쉬어갈 벤치와 멋진 조망
계단으로 된 내리막을 지나면 푹신푹신한 길이다. 흙과 낙엽으로 만든 카펫이 깔렸다. 길 중간에 바위가 솟거나 큰 돌이 없어 걷기가 참 좋다.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벤치와 테이블이 전망이 좋은 곳마다 마련됐다. 길 폭도 점점 넓어진다. 그리고 자주 볼 수 있는 것이 금강소나무 군락이다. 잔가지가 비교적 적고 일자로 곧게 뻗은 것이 금강소나무다.
주막을 재현해 옛길 분위기를 냈다
등산 중에는 먹어도, 먹어도 허기진다. 언제나 두둑이 먹을 것을 챙기지만, 입이 심심하고 속이 허하다. 그래서 고갯길에 꼭 있었던 것이 주막이다. 길손들이 모여 사는 이야기를 나누고, 영동과 영서의 소식이 교류했을 시끌벅적한 곳이었다. 지금은 옛 모습을 구현해놓은 휴식처가 돼 그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마루에 가방을 내려놓고 그냥 대자로 뻗어버린다. ‘이제 거의 도착이군’이라며 막걸리 한잔 들이켰을 짐꾼이 옆에 있는 듯하다.
계곡물과 같이 흐르는 길
흐르듯 걷는 계곡코스
주막터를 지나고 작은 다리를 건너면 계곡이다. 대관령 옛길의 변화무쌍한 구성에 지루할 틈이 없다. 곧 어흘리에 당도하면 산길에서 멀어진다. 이에 아쉬움이 남는다면 제왕산으로 빠지는 길을 택해 좀 더 등산을 이어가면 좋다.
계곡길은 암석 기반으로 거친 편이다. 독특한 점은 계곡을 구경하면서 흙길을 걷는 것이 아닌, 계곡물이 흐르는 암석기반을 같이 걷는다는 것이다. 물이 튀기는 곳에는 어김없이 얼음꽃이 피었다.
[왼쪽부터]주막을 지나면 제왕산과 연결된 산길이 있다 / 이대로 대관령을 떠나기 아쉬운지 곳곳에 자리를 잡은 등산객들
물이 흐르면서 만든 명당에서 잠시 쉬어가자. 장시간 내리막을 탔더니 발바닥이 뜨겁다. 계곡물에 담가 식히면 나아질까 싶어 신발을 벗는다. 발가락을 살짝 담가보는데, 감전된 것 마냥 몸이 흔들린다. 눈을 감고 발을 넣자 짜릿함이 척추를 타고 정수리를 뚫는다. 얼음계곡 찜질에 발걸음이 전보다 상쾌하다. 산림관리소를 지나면 어흘리라는 마을로 들어간다. 그림 같은 펜션이 여럿 조성돼 하룻밤을 보내기에 좋겠다.

[왼쪽]금강송 군락으로 유명한 대관령자연휴양림, 어흘리에서 1㎞ 거리에 있다 [오른쪽]대관령박물관, 선사시대부터 근대에 이르기까지 약 2천점의 유물이 전시됐다
이곳에서는 대관령자연휴양림과 대관령박물관이 가깝다. 이후부터 옛길의 도착지인 대관령 유스호스텔까지는 도로와 마을길을 걷는 평탄한 길이다. 정해진 코스에서 벗어나 주위 명소를 찾아보는 여유를 부려보자.
글, 사진 : 한국관광공사 국내스마트관광팀 안정수 취재기자(ahn856@gmail.com)
TIP | 대관령마을휴게소 가는 방법
<자가용>
* 서울방향 영동고속도로 횡계톨게이트(출구에서 우회전 900m진행) →삼거리(영동고속도로 육교 아래) 좌회전 → 구·영동고속도로(5km진행) → 대관령하행휴게소
* 속초·삼척방향 동해고속도로 강릉톨게이트 → (약 400m진행) → 금산IC에서 우회전 → 구·영동고속도로(서울방향 20km진행) → 대관령하행휴게
<대중교통>
강릉시내버스(503-1번 / 토·일요일만 운행) * 강릉 → 대관령휴게소(08:35분 출발 / 1회운행) 안목 - 이마트 - 교보생명 - 강릉의료원 - 대관령박물관 - 어흘리 - 반정 - 대관령휴게소
* 대관령휴게소 → 강릉(09:45, 15:30분 출발 / 2회운행) 대관령휴게소 - 반정 - 어흘리 - 대관령박물관 - 강릉의료원 - 신영극장
직행버스(동서울터미널 - 횡계) * 동서울터미널 → 횡계 : 06:32 07:10 08:15 09:00 09:35 10:10 10:50 11:25
* 횡계 → 동서울터미널 : 배차간격 35분 횡계터미널 033-335-5289 (횡계 - 대관령휴게소 간 택시이용)
주변관광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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