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브스 하재훈, 빅리그가 보인다
[민기자의 코리언 리포트]
커브스 하재훈, 빅리그가 보인다
[야후!스포츠] 2012년 01월 16일(월)
실은 처음부터 최고 유망주는 아니었습니다. 투수 이대은과 내야수 이학주의 그늘에 가린 선수였고, 포수로 전향을 시도했다가 실패하기도 했습니다. 마이너 첫 해에는 적응에 어려움을 겪어 위기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미국 진출 3년 만에 그는 더블A까지 진출하며 시카고 커브스가 주목하는 유망주 중의 하나로 떠올랐습니다. 베이스볼 아메리카는 그를 커브스 ‘마이너 최고 외야수비수’로 꼽기도 했고, 자체 랭킹에서 유망주 20위권을 넘나들게 됐습니다. (빅리그 한 팀 당 마이너 선수는 평균 350명 선입니다.)
이제 만 스물의 나이에 메이저리그에 가장 가까이 다가선 기대주로 급성장하고 있는 하재훈을 만나봅니다.
마이너 3년만에 더블A까지 진출한 하재훈은
커브스의 촉망받는 외야수 유망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 민기자닷컴
- 언제 귀국했나.
▶ 9월말에 잠깐 왔다가 곧 파나마로 가서 윈터리그를 참가했다. 다시 들어온 지는 한 달 정도 된다.
- 지난 시즌 참 많이 뛰었는데 또 윈터리그를 가라고 하던가.
(하이 싱글A와 더블A를 합쳐 132경기를 뛰었습니다.)
▶ 태어나서 처음 그렇게 많이 뛰었고 죽는 줄 알았다. (웃음) 팀에서는 내게 원하는 대로 하라고 했다. 그런데 어차피 겨울에 4,5개월이 비니까 조금 더 경험을 쌓고 싶었다. 그런데 가서는 잘 못했다. 몸이 안 따라주더라.
- 파나마는 잘 가지 않는데.
▶ 이번에 처음 생긴 윈터리그라고 하더라. 원래 베네수엘라에 가려고 했는데 자리가 차서 그쪽으로 갔다. 30경기 정도 뛰었고 좋은 경험이었다.
- 그렇다면 작년에 170경기쯤 뛴 셈이다. 마친 후 느낌은 어땠나.
▶ 뿌듯하고 뭔가 한 것 같은 느낌. 후반기에 성적이 조금 떨어져 아쉬움도 있었다. 시즌 초반에는 3할4푼까지 쳤다. 그런데 중간에 더블A 갔다가 도로 싱글A 갔다고 또 금방 다시 더블A로 가는 등 오락가락하면서 타격 감각이 좀 떨어졌던 것 같다. 그리고 80경긴가 넘어서니까 힘들고 방망이도 안 돌아가더라. 한동안 10경기 넘게 50타수 1안타인가로 완전히 떨어지기도 했다, 그나마 시즌 후반에 잘 해서 올라간 게 그렇다. (하재훈은 하이 싱글A 71경기에서 2할7푼6리 8홈런 47타점, 더블A에서는 61경기에서 2할8푼3리 3홈런 25타점을 기록했습니다.)
- 그렇게 슬럼프에 빠졌을 때도 계속 뛰게 하던가.
▶ 수비를 했어야 하니까. 때론 경기에 뛰지 않은 날도 7,8회가 되면 중견수 수비로 교체돼 뛰었다.
- 중견수 수비에 대한 평가가 대단히 좋다. 더블A 61경기에서는 무실책을 기록하기도 했다.
▶ 원래 수비를 잘 했다. (웃음) 달리기도 고등학교 때 팀에서 제일 빨랐다. 100미터를 11초대 초반에 뛸 수 있다.
- 이학주도 그 정도로 빠른데.
▶ 학주랑 달리기를 하면 내가 이기기도 하고 또 지기도 하고 그랬다. 그런데 베이스 러닝은 아직 힘들다. 타이밍을 잘 못 잡겠다.
- 기록을 보니 13도루에 잡힌 것이 17번이나 된다.
▶ 뛰려면 스타트가 늦거나 투수가 사이드 스텝으로 견제사도 많이 당했다. 아직 더 연습을 많이 해야 한다. 올 봄에 열심히 배우려고 한다.
- 2년 전에는 팀에서 포수로 전향도 시도하지 않았나.
▶ 어깨가 좋아서 그랬던 것 같다. (웃음) 고등학교 1,2학년 때는 꽤 잘 던지던 투수였다. 그런데 갑자기 제구가 안 되면서 포기했었다. 외야에서도 어깨가 강한 것이 도움이 된다. (작년 시즌 외야 어이스트로 10개 기록했습니다.)
파나마 윈터리그 룸메이트 리산드라 로드리게스와
하재훈은 작년에 총 170경기 정도를 소화했습니다.
- 아까 50타수 1안타였다고 했는데 당시 어떻게 버텼나.
▶ 진짜 야구하기도 싫었다. 팀에 한국 애는 나 혼자라 정말 외롭기도 하고. 그래도 악으로 붙었다. 체력이 많이 딸린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 그래서 요즘 웨이트룸에서 살고 있다.
- 몸이 좀 안 좋다고 하지 않았나.
▶ 오른쪽 햄스트링과 무릎이 약간 불편하다. 시즌 중반에 안타를 치고 2루로 뛰다가 슬라이딩을 잘 못해 무릎을 땅에 박았다. 곧바로 MRI로 찍고 검사를 하고 치료를 받았다. 평소에는 괜찮은데 운동을 심하게 하면 약간 불편해 무리하지 않고 있다.
- 3년 만에 더블A 진출이라면 자신의 기대 이상이지 않은가. 놀라운 발전이다. 비결이라면?
▶ 솔직히 내 계획보다 빠른 것이 사실이다. 수비 위치를 센터로 바꾼 것이 유리하게 작용한 것 같다. 방망이 좀 치니까 올려주더라. (웃음) 사실 연습을 정말 많이 했다. 평소에도 그렇고 경기 전에서 티배팅을 꼭 하고 나갔다. 그러면 감이 살아나더라.
- 처음 가서는 변화구가 어렵다고 했었는데.
▶ 떨어지는 변화구에 약점이 있었다. 느린 커브는 기다렸다 맞췄는데 빠르게 휘는 슬라이더 등은 정말 어려웠다. 그래서 계속 밀어치는 연습을 많이 했다. 그러니까 포인트를 뒤에 두고 치게 되더라. 지난 시즌에는 많이 밀어 쳤다.
- 사실 처음에는 최고 기대주는 아니었다. 어떻게 이렇게 빠르게 성장한 건가.
▶ 물론 아니었다. (웃음) 학주가 최고 유망주였고 투수는 대은이형이었다. 학주가 함께 있을 때는 라이벌 의식도 있었다. 학주가 잘 하면 나도 또 잘하려고 노력도 많이 했다. 친한 친구지만 지금도 양보할 생각은 없다. 먼저 메이저에 가고 싶다.
비결이랄 것은 없고 성실히 열심히 한 것이 좋은 결과가 된 것 같다. 앞으로 더 해야 한다. 뭔가 보이니까, 더 노력하고 집중하게 된다.
- 미국 애들도 훈련은 열심히 하지 않나.
▶ 정말 열심히 한다. 팀 훈련 끝나고 개인 훈련을 하러 가면 모두 미국 애들이다. 사실 체격이나 그런 것은 미국 애들이 타고나지 않았나. 그래서 더 열심히 할 수밖에 없다.
- 이제 미국 생활 적응은 잘 되나.
▶ 한국 같지는 않지만 버틸만하다. 영어는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생활이나 야구는 지장 없다. 그렇지만 날림으로 배운 영어라 일반 미국인들과의 대화는 아직도 어렵다. 영어 공부도 해야 하지만 그 시간에 방망이라도 한 번 더 휘두르게 되더라. 그리고 집에 오면 지쳐서 TV 보거나 컴퓨터 좀 하다가 잔다. 게임은 안 하고 친구들과 채팅은 좀 한다. 아, 그리고 한국 드라마도 다운 받아 본다. 파나마 가서도 ‘뿌리 깊은 나무’를 봤다.
- 올해 목표는 무엇인가.
▶ 항상 똑같다. 홈런 20개가 목표다. (작년 11개) 야구 선수라면 20개는 쳐봐야 하지 않나 싶다. 그리고 시즌 마지막에 확대 로스터에 들어가고 싶다.
- 9월 확대 로스터에 메이저 진입, 쉽지 않은 목표다.
▶ 올해 진짜 잘하면 가능할 것도 같다. 더블A에서 시작할 것 같은데 시즌 중반까지 3할5푼 정도 치면 트리플A와 그리고 9월 빅리그도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만약에 그렇게 잘 하면 될 것 같은데, 될 수 있도록 노력을 할 뿐이다.
첫 해엔 힘들었지만 이젠 불안하지 않다. 계속 경험하다보니 별거 아니라는 자신감이 생겼다. 더블A 투수도 처음엔 공도 정말 빠르고 날카롭지만 적응했다. 메이저가도 계속 보다보면 되지 않겠나 싶다.
마이너 생활 3년 만에 놀랍게 성장한 하재훈 이 친구, 강점이 아주 많습니다. 빠른 주력과 강한 어깨를 타고났고 성실한 노력으로 파괴력도 점점 좋아지고 있습니다. 지기 싫어하는 투지도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마인드가 참 좋습니다. 자신도 강점을 ‘하면 된다는 마인드’라고 말할 정도로 긍정적이고 도전적입니다.
이제 만 스물. 빅리그가 아른거리겠지만 빨리만 간다고 꼭 좋은 것은 아닙니다. 탄탄하게 기본기와 준비를 갖추는 것이 우선입니다. 앞으로 필연적으로 다가올 좌절과 실패도 이겨내야 합니다. 그리고 불편한 무릎은 반드시 정상으로 만들어 놓고 올 시즌을 시작해야 합니다. 어린 선수들이 두는 최악수가 뛰고 싶어서 잔부상을 숨기다가 큰 부상으로 이어지는 것입니다.
그러나 무명에서 3년 만에 커브스의 주목받는 유망주로 급성장한 하재훈의 미래는 아주 밝습니다. 마이너에서 열심히 뛰고 있는 한국 선수 중에 빅리그에 가장 근접한 선수 중의 하나임은 분명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