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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현, 과거 명성 잊고 현실을 봐야 한다

leekejh 2012. 1. 19. 10:54

 

                 김병현, 과거 명성 잊고 현실을 봐야 한다

 

                                                                       [OSEN]
2012년 01월 19일(목)


 

 


'핵잠수함' 김병현(33)이 마침내 넥센 히어로즈 유니폼을 입고 한국프로야구에서 뛰게 됐다.

김병현은 18일 넥센과 계약금 10억 원, 연봉 5억 원, 옵션 1억 원 등 총액 16억 원에 입단 계약을 체결했다. 단일 시즌 최고 연봉 수준으로 보면 된다.

무엇보다 김병현은 지난 1999년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에 입단해 보스턴 레드삭스, 콜로라도 로키스, 플로리다 말린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등에서 9시즌 동안 394경기 54승 60패 86세이브 평균자책점 4.42를 기록했다. 특히 2001년(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대한민국 선수 최초로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과거 실력만 놓고 볼 때 김병현은 이름만으로도 타자들을 윽박지를 수 있을 정도의 능력이 있었다. 그러나 문제는 '과거는 과거일 뿐 현재는 현재'라는 점이다. 현실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할 경우 예상보다 힘든 시간을 보낼 수도 있다.

▲ ML 김병현은 모두가 놀란 최고 투수

김병현은 약관 19살의 나이에 메이저리그 첫 데뷔전에서 세이브를 거뒀다. 상대는 뉴욕 메츠로 당시 최고의 강타자였던 마이크 피아자를 제물로 삼았다. 김병현은 그렇게 구원투수와 마무리투수로 명성을 떨치며 친정팀 애리조나가 월드시리즈에서 우승하는데 엄청난 기여를 했다.

비록 김병현이 월드시리즈에서 뉴욕 양키스를 상대로 연속 홈런포를 맞으며 블론 세이브를 기록했지만 모든 이들은 김병현의 공로를 인정하고 있었다.

지난해 2월 미국 애리조나 메이저리그 스프링캠프 때 밀워키 브루어스 소속이던 크렉 카운셀은 OSEN과 인터뷰에서 "김병현이 양키스에게 홈런을 내줬지만 그는 우리 팀의 마무리투수였다. 그의 활약이 없었다면 우리는 월드시리즈에 진출하지도 못했을 것"이라고 말할 정도였다.

3월 플로리다주 필라델피아 필리스 스프링캠프에서 만난 베테랑 투수 호세 콘트레라스도 한국 선수들 중에서 기억나는 이를 묻자 "BK(김병현의 애칭)가 기억난다. 조그만 친구가 엄청난 공을 던졌던 것 같다. 지금은 어디서 뛰는지 궁금하다"고까지 말했다.

자그마한 체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150km 초반대 방울뱀 직구는 기본이고, 원반처럼 휘어져 나가는 슬라이더, 그리고 홈플레이트 근처에서 갑자기 솟아 오르는 업슛은 김병현만의 트레이드마크였다.

그러나 김병현은 발목 부상에 따른 투구 밸런스를 잃어버린 점도 문제였지만 구원투수로 성공가도를 달리다 선발투수에 대한 꿈을 이루기 위해 도전한 것이 결과적으로 메이저리그에서 생명이 단축된 원인이 됐다.

▲ 2007년 후 4년의 공백기

그렇게 구원투수에서 선발로 전환한 김병현은 2007년 콜로라도, 애리조나, 플로리다를 오가며 10승(8패)을 거뒀다. 그러나 평균자책점이 6.08에 이를 정도로 투구 내용은 좋지 못했다.

이듬해인 2008년 2월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와 계약한 김병현은 갑작스럽게 은퇴를 선언하며 야구와 인연을 끊은 듯 했다. 그러던 김병현은 2010년 2월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마이너 계약을 통해 메이저리그 복귀를 추진했으나 방출되면서 기회를 잡지 못했다.

김병현은 지난 2011년 일본프로야구 라쿠텐 골든이글스에 입단하기 전까지 사실상 4년 가까운 시간의 공백기를 가졌다. 투수가 4년 동안 실전 경기를 하지 안았다는 점은 희귀한 사건이다.

 


 


▲ 무너진 투구 밸런스

김병현은 지난해 라쿠텐에 입단하면서 부활을 꿈꿨다. 당장 일본프로야구 1군 무대에 뛰면서 자신의 존재감을 알려 메이저리그 복귀까지도 계산했다.

그러나 흐르는 시간과 긴 공백기간은 천하의 김병현도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OSEN은 지난해 김병현이 2군에서 투구하는 모습을 동영상으로 본 적이 있다. 첫 느낌이 "내가 알고 있던 김병현이 맞나"였다.

김병현은 과거 투구 후 딜리버리 동작에서 오른 발을 앞으로 차고 나오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그 투구폼의 특징은 투구 밸런스가 완벽히 잡혀 공을 놓는 순간 앞으로 모든 힘을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보통 선수들이 하기 힘든 김병현만의 전매특허였다.

그렇지만 김병현은 지난해 라쿠텐에서 평폄한 사이드암 투수였다. 공 끝의 움직임 뿐만 아니라 투구폼까지 모든 점이 과거 메이저리그에서 마운드를 호령하던 김병현과 거리가 멀었다.

일단 김병현은 이제 30대 중반이다. 나이가 들면서 체력적인 부분에서 어려움이 있는 만큼 메이저리그에서처럼 김병현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팬들 뿐만 아니라 김병현 자신도 2000년대 초반 메이저리그를 지배하던 김병현이 아닌 4년간의 공백기를 거쳐 다시금 몸을 만든 한국프로야구 신인 김병현의 마음자세가 필요할 듯 싶다.

[OSEN=박광민 기자] agass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