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학주 ‘큰 기대가 나를 더 자극시킨다!
[민기자의 코리언 리포트]
이학주 ‘큰 기대가 나를 더 자극시킨다!
[야후!스포츠] 2012년 02월 11일(토)
미국 마이너리그에는 15개의 리그가 있습니다.
루키리그부터 시작해 트리플A까지 총 176개의 팀이 운영되고 거기서 뛰는 선수만 7000명이 넘습니다.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기 위한 생존 경쟁을 더없이 치열합니다.
수많은 선수가 유망주 꼬리표를 달고 메이저 팀과 계약을 했다가
대부분이 무명으로 쓸쓸하게 사라지고 맙니다.
그 7000명이 넘는 어린 선수 중에는
미래의 ‘코리언 빅리거’를 꿈꾸는 20여명의 한국 선수도 포함돼 있습니다.
그리고 올겨울 ‘코리언 마이너리거’ 중에 가장 주목받는 선수는 단연 이학주(22)입니다.
2년 연속 퓨처스 게임 월드스타로 출전한 이학주.
슬라이딩 하는 선수는 유망주 랭킹 1위 트라우트
지난 시즌이 끝나자 이학주의 주가는 놀라울 정도로 치솟았습니다.
탬파베이 레이스 산하 마이너리거 중에 최고로 인정받아 자체 MVP에 선정됐습니다.
MLB.com은 이학주를 마이너리그 전체 유망주 46위에 꼽았고,
야구전문 웹사이트인 블리처스 리포트는 이학주를 유망주 37위에 랭크했습니다.
그리고 이어 ESPN.com이 10일 마이너 유망주 랭킹 100위를 발표했는데
이학주는 당당히 12위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7000명이 넘는 마이너리그의 프로야구 선수 중에 12번째로 기대가 되는 선수라는 뜻입니다.
가장 중요한 수비 포지션인 유격수 중에는
볼티모어의 매니 마차도(4위)와 텍사스의 저릭슨 프로파(7위)에 이어 넘버 쓰리입니다.
불과 얼마 전까지도 이학주보다 유격수 랭킹에서 앞서던
프랜시스코 린도어(클리블랜드) 빌리 해밀턴(신시내티)도 뒤로 밀렸습니다.
탬파베이 팀에서는
작년 시즌 막판에 빅리그에 데뷔해 돌풍의 잠재력을 과시했던 좌완 선발 맷 무어가 전체 3위에 올랐습니다.
이학주는 팀 내 유망주 중에 2위입니다.
ESPN.com의 유망주 랭킹 100위를 5년째 선정하고 있는 야구 전문가 키드 로우는
작년에 이학주를 유망주 랭킹 49위에 올린데 이어 올해 12위로 껑충 뛰어오른 이유를
2011시즌의 맹활약으로 꼽았습니다.
만 20세의 나이에 더블A까지 승격한 것은 물론이고
‘야구계에서 보기 드문 최고의 진정한 유격수 유망주(best true shortstop prospects in the game)’로
성장했다고 극찬했습니다.
로우의 평가는 이어집니다.
시카고 커브스가 오랫동안 투자한 한국 유망주 중의 하나인 이학주는
2011년 1월 선발 투수 맷 가르자 트레이드 때 탬파베이로 이적했는데
새로 바뀐 커브스 수뇌부가 몹시 아까워할 것이 분명하다고 했습니다.
이학주는
뛰어난 스피드와 민첩성, 유격수로서의 뛰어난 본능과 함께
빠른 배트 스피드와 나이에 비해 상대적으로 노련한 경기 운영을 보입니다.
작년에 하이 싱글A와 더블A에서 121경기를 뛴 이학주는
하이 싱글A 플로리다 스테이트리그에서 12번째로 좋은 출루율(.389)을 기록했습니다.
여전히 그는 리그에서 가장 어린 선수 10명 중에 하나였습니다.
단 하나 파워가 떨어진다는 점(작년 121경기 5홈런)을 빼면
이학주는 스피드와 수비, 강한 어깨, 그리고 타격 능력을 모두 갖춘 유망주입니다.
지난 3년간 25, 32, 33개의 도루를 기록했습니다.
좌타자인데다 이치로에 버금가는 스피드를 자랑해 톱타자의 재목으로 큰 기대를 모읍니다.
2010시즌 118경기에서 34개의 실책을 범해 꽤 많은 편이었지만
그의 수비 능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은 없었습니다.
오히려 워낙 수비폭이 넓은데다 경험 부족으로 나오는 실책이 많았다고 긍정적인 평가를 했습니다.
실제로 작년에는 더 수준이 높은 리그에서 뛰면서 실책을 18개로 줄였고,
병살 플레이는 지난 2년간 135개나 만들어 냈습니다.
미국의 전문가들은
이학주가 2013년이면 빅리그에 모습을 보일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미래의 올스타감으로 꼽기에 주저하지 않습니다.
매년 미국의 각종 매체에서 유망주 랭킹을 쏟아냅니다.
그리고 100위안에 드는 유망주로 선정되면
이변이 없는 한 빅리그 행은 보장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물론, 빅리그에 올라가는 것과 얼마나 오래 머물면서 활약하느냐는 전혀 다른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일단 빅리그 진출 가능성만을 따지면 유망주 100위에 들었다는 것,
특히 12위까지 평가받았다는 것은
빅리그 진출에 확률이 대단히 높다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추신수의 베이스볼 아메리카 유망주 랭킹이 가장 좋았을 때가 2005년의 51위였던 것을 감안하면,
다른 매치이긴 하지만 12위에 올랐다는 것은 대단히 높은 평가입니다.
팀 내 입지도 나쁘지 않습니다.
탬파베이는 지난 시즌 내야의 가장 중요한 포지션인 유격수 자리를 거의 3명의 플라툰으로 돌렸습니다.
브리냑(76경기)이 절반 정도를 소하하고
션 로드리게스(49경기)와 엘리엇 존슨(37경기)이 각각 남은 경기를 뛰었습니다.
세 선수는 모두 수비가 탄탄한 편입니다.
수비를 강조하는 조 매든 감독의 스타일이었기에 이들이 유격수 자리를 나눠가질 수 있었습니다.
공격력으로 따지면 탬파베이는 AL 유격수 부문 최하위였습니다.
브리냑과 존슨은 타율이 1할대였고,
로드리게스가 2할2푼3리였습니다.
이학주의 유격수 경쟁자로는
2008년 드래프트 1라운드에 뽑힌 팀 베컴이 있는데
프로에 와서는 그다지 인상적이지 못합니다.
특히 유격수 수비는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고
이번에 랭킹 100위권에 6명의 탬파베이 선수가 뽑혔지만 베컴은 탈락했습니다.
커브스에서 레이스로 트레이드된 이학주는
MLB 올스타감으로 꼽힐 정도로 빠른 성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제 이학주의 빅리그 진입은 시간문제로 보입니다.
물론 아직도 경험을 많이 쌓아야하고
본격적인 프로 무대라고 할 수 있는 더블A와 트리플A에서 능력 발휘를 해야 합니다.
작년 후반기에 오른 더블A 무대에서는 24경기를 뛰며 1할9푼에 그쳤습니다.
하이 싱글A에서 97경기에서 3할1푼8리를 친 타율을 깎아먹고
시즌 타율이 2할대로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경험 부족과 의욕이 앞선 결과였고,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더블A에서 시작하면 또 새로운 모습을 보일 것으로 기대됩니다.
이미 메이저리그 캠프 초청을 받은 이학주 인터뷰입니다.
“ 정말이요?
오늘 부산에서 올라와 그 소식은 몰랐어요.
(인터넷) 찾아봐야겠네요. (웃음)”
10일 늦은 저녁, ESPN 선정 유망주 랭킹 12위에 랭크됐다는 소식을 듣자
이학주는 아직 몰랐다며 반가워했습니다.
그러나 이내
“ 그런 게 저를 더 성장시키는 것 같아요.
부담도 되지만 자극을 받아 관리도 더 잘하게 되고
스윙도 하나라도 더 해야지 하는 생각도 들고
기대에 부응하겠다는 각오도 하게 됩니다.” 라고 차분하게 말했습니다.
- 올해 좋은 소식이 아주 많다.
▶ 그런 소식 들으면 솔직히 기분은 좋다.
잘해야 된다는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면 어쩌나 부담도 조금 있지만
특별히 새로운 것을 한다기보다는 편하게 하던 대로 열심히 한다는 마음가짐이다.
- 한국에 돌아온 지 꽤 됐는데 어떻게 지냈나.
▶ 9월말에 귀국했다.
구단에서 윈터리그 이야기도 있었지만 한국에서 열심히 운동하는 것으로 정했다.
매주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헬스장에서 웨이트 트레이닝 위주로 훈련을 계속했다.
2주전부터 타격 훈련과 수비 훈련도 하고 있다.
요즘은 순발력과 손목 운동도 많이 하고 있다.
아직 타격을 더 해봐야 알지만 파워가 좋아졌다는 느낌은 든다.
- 작년 막판에 더블A에서 부진했는데 체력이 떨어졌었나.
▶ 힘이 떨어지지는 않았는데 긴장했었던 것 같다.
잘해야겠다, 뭔가 보여줘야겠다,
그런 생각이 행동보다 앞섰던 것 같다.
- 더블A라면 수준 차이도 나는데.
▶ 수준 차이는 나지만 크게 다른 것 같지는 않다.
그러나 아주 잘 던지고 아주 잘 치는 애들은 눈에 띄더라.
- 메이저 캠프에 초청됐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어땠나.
▶ 마이너리그 단장이 직접 전화를 했다.
갑자기 흥분되고 소름이 돋더라.
솔직히 조금 기대는 했지만 진짜로 연락을 받으니 이제 진짜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화 받고 그날은 훈련도 더 열심히 했다. (웃음)
- 상당히 빠른 발전인데 자신의 계획과 비교하면 어떤가.
▶ 처음에는 3년 안에 메이저에 간다는 계획을 세웠는데 역시 무리였다. (웃음)
진짜 마이너에 있는 동안은 무조건 열심히 한다는 생각만 한다.
지금처럼 차근차근 가는 게 더 도움이 되는 것 같다.
레벨마다 다 다르니까 배우는 게 많다.
왜 빨리 안 올려주나 그런 생각은 전혀 없다.
같은 리그 친구들 가운데 최고가 되겠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할 뿐이다.
- 이제 프로 4년차가 되는데 처음에 봤을 때와는 많이 달라진 느낌을 받는다.
▶ 많이 달라진 것 같다.
세월이 흘러가나보다. (웃음)
이제는 스스로 친구들과도 어울리고 감독님과도 소통하려고 노력한다.
커브스를 떠날 때 성민규 코치님이 많은 이야기를 해줬다.
그전만 해도 내가 덤벙거리고 잘못을 지적당하면 삐지기도 하고 그랬다.
그러나 이제는 적극적으로 친구들에게도 다가가고
코치님들과도 많은 이야기를 하고 또 조언도 많이 듣는다.
- 훨씬 단단해지고 차분해진 느낌이다. 쏟아지는 칭찬에도 담담한 것 같고.
▶ 그런 것 같다.
편안하다.
그런 칭찬이나 기대가 나를 더 성장시키는 것 같다.
부담도 되지만 자극을 받아 관리도 더 잘하게 되고
스윙도 하나라도 더 해야지 하는 생각도 들고 기대에 부응하겠다는 각오도 하게 된다.
- 언제 출국하나.
▶ 2 3일에 떠나 메이저리그 캠프에 간다.
- 올해 이루고 싶은 것은 무엇인지.
▶ 메이저리그 무대를 꼭 밟고 싶다.
언제가 되든지 올해 그럴 수 있는 기회가 오도록 열심히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