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 포 츠/MLB (메이저리그)

스프링 캠프의 원조 자몽리그

leekejh 2012. 2. 15. 15:05

 

       [민기자]

 

                  스프링 캠프의 원조 자몽리그 해부

 

                                                                   [야후!스포츠]
2012년 02월 15일(수) 

 

 

 

우리 프로야구의 스프링 캠프는 1월에 이미 시작되는 반면

메이저리그의 스프링 캠프는 이제 그 시작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MLB 30개 팀은 미국 동남부의 플로리다 주와 서남부의 애리조나 주로 나뉘어 스프링 캠프를 벌입니다.

투수와 포수들이 먼저 입소하고 며칠 뒤 야수가 합류하면서 본격적인 캠프가 시작됩니다.

팀마다 입소일이 약간씩 다른데

올해는 한국 시간으로 20일에 투, 포수가 합류하는 것이 가장 빠릅니다.

다른 해에 비해 약간 늦은 편입니다.

MLB 스프링 캠프는 처음 약 열흘 정도 팀 훈련을 한 후에 곧바로 시범 경기에 돌입합니다.

기본적으로 선수들 스스로 겨울 훈련을 하고 오기 때문에

실전 감각을 다듬는데 대부분 시간을 할애합니다.

플로리다에서 캠프를 차리고 3월말까지 시범 경기를 벌이는 리그는

그 지역의 특산과일인 ‘자몽’의 이름을 따서 ‘그레이프프루트리그(Grapefruit League)’라고 부릅니다.

그리고 애리조나에서 열리는 리그는

역시 지역 명물인 선인장의 이름을 따서 ‘캑터스리그(Cactus League)’라고 부릅니다.


올해는 프로야구 팀도 이 지역에 캠프를 차려 앞으로 갈수록 국내 팬에게 더욱 익숙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SK 와이번스가 플로리다에,

한화 이글스와 두산 베어스, 넥센 히어로스, NL 다이노스가 애리조나에 캠프를 차렸습니다.

 

두 리그의 역사와 특징, 소속팀 등 메이저리그의 스프링 캠프를 2회에 걸쳐 소개합니다.

첫 회는 플로리다 자몽리그입니다.


■ 그레이프프루트리그(GL)



플로리다는 MLB 스프링 캠프의 메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 역사가 1900년대 초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1908년 10월 신시내티 레즈가 세미프로 팀 세인트피터스버그 세인츠의 홈에서 대결한 것이

플로리다 주에서 벌어진 최초의 프로야구 시범 경기였습니다.


그리고 1913년 2월 시카고 커브스가

탬파에서 스프링 트레이닝을 벌인 것이 MLB 스프링 캠프의 시작이었습니다.

 

당시 탬파 시장이던 D.B. 맥케이는

선수당 100달러까지 훈련 경비를 부담하겠다는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고

커브스의 스프링 캠프를 유치했습니다.


1906년부터 3년 연속,

그리고 1910년에도 NL 챔피언에 올랐던 당대 최강팀 커브스의 인기는 폭발적이었습니다.

그들이 사용한 플랜트필드에는 구름 관중들이 모여

감독 겸 선수인 조니 에버스를 비롯한 스타들이 시즌을 준비하는 과정을 지켜봤습니다.


커브스는 쿠바의 스타들로 구성된 하바나 어슬레틱스와 3연전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1913년 2월26일 벌어진 첫 경기는 입장료가 25센트에서 1달러까지 했는데

탬파 역사상 스포츠 이벤트로는 최다 관중인 6000여명이 입장해 경기를 지켜봤습니다.


3연전을 싹쓸이한 커브스는

자체 청백전 등으로 팬 서비스를 하면서 훈련을 계속하다가

정규 시즌을 위해 기차를 타고 시카고로의 긴 여행을 떠났습니다.

1913년에 플로리다에서 스프링 캠프를 차린 팀은

탬파의 커브스 외에 펜사콜라에 캠프를 차린 클리블랜드 인디언스가 전부였습니다.


 

 

           스프링 캠프는 접근성이 좋습니다.

           다저스 베로비치 시절 박찬호가 몸을 푸는 모습을 팬들이 지켜보고 있습니다. ⓒ민기자닷컴


그러나 메이저리그는 갈수록 플로리다의 봄과 사랑에 빠지게 됩니다.
1914년에는 커브스와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세인트루이스 브라운스, 필라델피아 어슬레틱스 등이 중부 플로리다에 캠프를 차렸습니다.

이제 플로리다 주 도시들은 저마다 빅리그 팀의 스프링 캠프를 유치하기 위해 힘을 쏟기 시작합니다.


‘션샤인 스테이트(Sunshine State)’라는 주의 별명에 걸맞은 따뜻하고 건조한 플로리다의 겨울은

야구 훈련에 적격이었고,

빅리그 팀의 유치는 지역 경제의 활성화로 이어졌습니다.

 

특히 1915년 세인트피터스버그에서 스프링 트레이닝을 했던 필라델피아 필리스가

시즌 개막과 함께 14승1패의 쾌조의 스타트를 끊으면서 결국 NL 챔피언에 오르자

스프링 캠프의 효과가 널리 알려졌고

플로리다는 동계 훈련의 최적지로 명성을 드높이게 됐습니다.

미국이 2차 대전에 참전하면서 여행 규제가 생겨 플로리다에서의 스프링 캠프가 3년간 취소됐기도 했지만

1946년 빅리그 팀들은 다시 전지훈련을 위해 플로리다로 돌아갔습니다.

플로리다 전역의 35개 도시가 적어도 한 번씩은 스프링 캠프를 유치했고,

현재 MLB 30개 팀 중에 플로리다에서 한 번도 캠프를 차려본 적이 없는 팀은 6개에 불과합니다.

에인절스, 브루어스, 매리너스, 파드레스, 로키스, 다이아몬드백스 등으로

대부분 후발 주자들이고 미국 서부에 프랜차이즈가 있는 팀입니다.

베이브 루스 등 역사를 장식한 대스타들도 당연히 플로리다의 스프링 캠프장을 거쳤습니다.

세인트피터스버그를 시초로 탬파(90년째), 브래든턴과 클리어워터(79년째) 등

50년 이상 스프링 캠프를 유치하고 있는 도시만 11개가 될 정도로

플로리다 주는 MLB 스프링 캠프의 산 역사의 장입니다.


과거 코리언 빅리그 중에도

박찬호와 김선우, 서재응, 최희섭, 봉중근, 송증준 그리고 추신수 등이

모두 플로리다의 캠프장에서 시즌 준비를 하며 꿈을 불살랐습니다.

스프링 캠프 훈련은 대부분 9시경에 시작됩니다.

볼티모어의 벅 쇼월터 감독은 텍사스 시절 오전, 오후로 나눠 훈련을 하는 극성을 보이기도 했지만

대부분은 9시에 훈련을 시작해 12시경이면 그날의 팀 훈련이 끝나게 됩니다.


3월초에 시범 경기가 시작되기 전까지는 오전 훈련이 끝나면 나머지는 선수들의 자율에 맡깁니다.

물론, 대부분 선수들이

구단에서 만들어주거나, 혹은 개인 트레이너가 마련해준 개인 훈련 프로그램을 오후에 소화합니다.

겨울 동안 녹슨 몸을 가다듬고, 치열한 경쟁을 이겨내는 방법은 오직 훈련뿐입니다.


시범 경기가 시작돼도 오전 훈련은 계속됩니다.

시범 경기 시간은 대부분 오후 1시이기 때문입니다.

시범 경기에 출전하는 선수는 경기를 준비하고 나머지는 팀 훈련을 가볍게 합니다.

스프링 캠프와 정규 시즌의 가장 큰 차이점은 자유로움입니다.


팬들에게는 선수들을 아주 가까이서 볼 수 있고 사인을 받을 수 있는 기회도 아주 많습니다.

대부분 훈련장에서 선수들과 팬들을 갈라놓는 것은 철망 정도나 심지어는 줄 하나일 때도 많습니다.

그리고 선수들이 도보로 넓은 훈련장을 이리저리 이동하기 때문에

바로 옆에서 스타플레이어가 지나가는 것을 목격할 기회가 종종 옵니다.


사인은 훈련 시작 전이나 후에야 받을 수 있는데, 대부분 끝나고 받습니다.

특히 스프링 캠프 훈련은 무료로 팬들에게 공개됩니다.

그래서 아주 일찍부터 팬이 훈련장에 모습을 드러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단체 훈련이 시작되기 전까지 별로 할 일이 없는 선수들에게

사인을 받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 때문입니다.

야구팬에게는 자신이 평소 응원하는 팀의 스프링 캠프를 직접 보는 것이 큰 꿈이기도 합니다.

1년 내내 준비를 하고 플로리다로 캠프 참관 여행을 떠나는 것은 야구팬의 로망 중 하나입니다.


대부분 경기장이 빅리그와 비교하면 훨씬 작고, 관중석은 운동장과 아주 가깝게 붙어있습니다.

선수들을 바로 곁에서 보고 말도 걸 수 있는 기회는 스프링 캠프에서 팬들에게 주어지는 특권이기도 합니다.


 


                            플로리다 포트 세인트루시에 있는 뉴욕 메츠 캠프.

                            서재응과 구대성, 박찬호도 거친 곳입니다. ⓒ민기자닷컴


스프링 캠프 시범 경기는 대부분 팀이 3월 초에 시작합니다.


이학주(22)가 메이저리그 캠프에 초청된 탬파베이의 예를 들며

한국 시간 3월 4일 미네소타와의 원정 경기로 스프링 캠프 시범 경기 일정을 시작합니다.

시범 경기 입장료는 정규 시즌보다 훨씬 저렴합니다.

팀마다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대개 좌석에 따라 5달러에서 30달러 선입니다.

 

팀당 약 30경기씩을 치르게 되며

올해는 탬파베이 미래의 유격수로 각광을 받고 있는 이학주가

GL의 MLB 시범 경기에 나서는 모습을 볼 수 있어 기대가 됩니다.


플로리다의 겨울은 낮 기온이 평균 섭씨 20~25를 오가는 운동하기에 딱 좋은 날씨입니다.

물론 30도가 넘는 날도 있고, 20도 밑으로 떨어지는 변덕을 부리기도 하지만

대체적으로 운동하기에도, 그리고 그들의 훈련과 경기를 지켜보는 팬들에게도 아주 상쾌한 여건입니다.

겨울이면 바람이 꽤 심하게 분다는 것이 감안해야 합니다.

그런데 자몽리그의 인기가 예전만은 못합니다.


예전에는 거의 모든 팀이 플로리다에 스프링 캠프를 차렸지만

올해는 30개 팀 중에 딱 절반인 15개 팀이 플로리다에 캠프를 차립니다.

애스트로스, 파이어리츠, 블루제이스, 말린스, 레드삭스, 브레이브스, 메츠, 카디널스, 내셔널스,

타이거스, 데블레이스, 오리올스, 트윈스, 필리스, 양키스 등이 GL 소속으로 플로리다에 캠프를 차립니다.

최근 2,3년간 다저스와 인디언스, 레즈 등 3팀이 애리조나의 캑터스리그로 이동했습니다.

플로리다의 한 가지 단점을 꼽으라면

15개 팀의 캠프장들이 플로리다 전 지역에 널리 퍼져있다는 것입니다.

타이거스의 레이크랜드나 과거 인디언스의 윈터헤이브 같이 상당히 외진 곳에 위치한 캠프장도 있습니다.

 

팬에게나 선수에게나 무리가 될 정도로 먼 거리에 위치한 캠프도 꽤 있습니다.

그래서 같은 GL에 속해있어도 한 번도 시범 경기에서 만나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예전에 다저스의 베로비치에서 박찬호 취재를 하다가

보스턴 캠프가 있는 포트마이어스로 김병현 취재를 가려면 차로 4시간 이상 운전을 해야할 때도 있었습니다.

이동 거리가 멀다는 것이 플로리다의 단점이라면 단점입니다.


그러나 플로리다의 GL은

그 유서깊은 전통과 함께 여전히 MLB 스프링 캠프의 메카로 각광을 받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