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펙트게임은 꿈의 기록
[문상열의 백스톱]퍼펙트게임은 꿈의 기록
노히트노런이 골프의 홀인원이라면 퍼펙트 게임은 알바트로스
마니아리포트 | 문상열 | 2012. 04. 23
[마니아리포트 문상열]투수에게 퍼펙트게임은 꿈의 기록이다. 단 한명의 주자도 1루를 밟지 않게 하는 완벽한 게임을 일컫는다. 시카고 화이트삭스의 필립 험버는 21일(현지 시간) 통산 21번째 퍼펙트게임의 주인공이 됐다. 세이프코필드 원정경기에서 험버는 27타자를 모두 처리하며 시즌 첫 승을 퍼펙트로 장식했다. 시카고 화이트삭스 사상 3번째 퍼펙트게임이다.
험버는 27타자를 상대하는 동안 볼카운트가 스리볼에 몰린 경우는 9회 단 2번뿐 이었다. 안타성 타구도 한 차례에 불과했다. 야수들도 편안했다. 96개의 투구에 스트라이크는 67개(69.7%), 삼진은 9개. 첫 10타자 상대 때 패스트볼 구속이 147km였고, 마지막 10타자 때도 147km로 1회부터 9회까지 꾸준한 구속을 유지했다. 이날은 슬라이더가 주효했다.
마지막 타자인 대타 브랜든 라이언은 2-3 풀카운트에서 다소 애매한 체크스윙이 삼진으로 처리됐다. 볼이 뒤로 빠져 1루에 전력질주를 했으면 스트라이크아웃 낫아웃 상황이 돼 퍼펙트가 무산될 뻔했다. 14년 경력의 브라이언 런지 심판이 스트라이크를 선언했다. 스트라이크가 아니었으면 볼로 출루하는 상황이었다. 메이저리그는 지난 2010년 6월 2일 디트로이트 타이거스 아만도 갈라라가의 퍼펙트게임이 심판의 오심으로 무산된 적이 있다.
험버는 명문 라이스 대학 출신으로 1982년생이다. 역대 퍼펙트게임 작성자 가운데 최소 경기 선발등판에서 대기록을 엮어냈다. 이날 시애틀전이 30번째 선발등판이었다. 2004년 뉴욕 메츠에 전체 드래프트 3번으로 지명된 유명주였으나 계속된 팔꿈치 부상으로 기대 만큼 성장하지 못했다. 결국 팔꿈치인대 접합수술(토미 존 서저리)을 받았고 지난 해 1월 오클랜드에서 방출된 뒤 시카고 화이트삭스에 둥지를 틀었다.
퍼펙트게임은 공식기록으로는 총 21차례 작성됐으나 1900년 이후인 모던 베이스볼시대에서는 19번 만들어졌다. 메이저리그는 모던시대의 기록을 인정하고 있다. 국내 프로야구는 역사가 짧아 아직 퍼펙트게임이 작성되지 않고 있다. 일본 프로야구는 통산 16차례 퍼펙트게임이 만들어졌다. 노히트노런은 총 272차례 작성됐고, 모던 야구시대 이후에는 총 230번이다. 퍼펙트게임이 얼마나 작성하기 어려운지 알게 해주는 통계다. 노히트노런이 골프에서 '홀인원'이라고 하면 퍼펙트게임은 '알바트로스'에 해당되는 어려운 기록이다.
올시즌 메이저리그 소프트웨어 게임기 CF를 봐도 퍼펙트게임의 위대함을 알 수 있다. '메이저리그 베이스볼 2K12'의 CF 주인공은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의 에이스 인 저스틴 벌랜더. 현역 최고의 투수다. 벌랜더는 콧수염을 달고 랜디 존슨으로 변장한 채 2K12클럽에 들어가려고 시도한다. 하지만 문지기 앞에서 제지당한다. 2K12은 퍼펙트게임 작성자만 출입이 허용되는 클럽이다. 벌랜더는 여자 호스티스에게 "나는 노히트게임을 두차례 작성했고, 사이영상도 받았다"며 출입을 허용해줄 것을 간청한다. 코믹한 광고다. 노히트게임 두번도 퍼펙트게임 앞에서는 작아지는 것이다.
사실 퍼펙트게임은 실력을 갖춰야 가능하다. 하지만 당대 최고의 투수가 퍼펙트게임을 작성하는 것은 아니다. 운도 크게 뒷받침돼야 한다. 2000년 이후 작성된 5명의 퍼펙트게임 주인공 가운데 필립 험버와 2010년 오클랜드 에이스의 댈러스 브래덴은 에이스급이 아닌 평범한 투수들이다(표 참조). 29살의 브래덴은 올시즌 마운드에 오르지도 못하고 있다. 통산 성적이 26승 36패, 평균자책점 4.16이다. 랜디 존슨(2004년), 마크 벌리(2009년), 로이 할러데이(2010년)는 퍼펙트게임 작성 때 팀의 에이스였다.
모던시대의 퍼펙트게임 작성 투수 19명의 유형을 보면 우완이 12명으로 좌완 7명보다 많다. 월드시리즈에서는 뉴욕 양키스의 돈 라센이 유일하게 작성했다. 1956년 10월8일 양키스타디움에서 벌어진 5차전에서 2-0으로 퍼펙트게임을 수립했다. 페펙트게임 관중으로도 가장 많은 6만 4519명이 지켜봤다.
퍼펙트게임 최다 탈삼진은 좌완 샌디 쿠팩스로 1965년 시카고 화이트삭스를 맞아 14개의 삼진에 1-0으로 셧아웃시켰다. 쿠팩스는 퍼펙트게임을 포함해 총 4차례 노히트게임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메이저리그 최다 노히트게임은 놀란 라이언으로 7차례. 하지만 퍼펙트게임이 없다. 최고령으로 퍼펙트게임을 작성한 투수는 랜디 존슨. 40살에 대기록을 수립했다. 최소 투구는 클리블랜드의 애디 조스로 1908년 시카고 화이트삭스를 상대로 78개의 투구를 했다. 조스는 퍼펙트게임 최소 삼진 3개 기록도 동시에 갖고 있다. 최다 투구수는 좌완 데이비드 웰스(1998년)로 120개를 던졌다.
19명의 대기록 작성자 가운데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투수는 사이 영, 애디 조스, 짐 버닝, 샌디 쿠팩스, 짐 캐트피시 헌터 등 5명이다. 랜디 존슨은 추후 쿠퍼스타운 멤버가 될 게 확실하다.
*사이 영 때의 기록은 투구수가 게재돼 있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