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다이허 '차기' 조율 속 中 권력분배 예상도>
<베이다이허 '차기' 조율 속 中 권력분배 예상도>
연합뉴스 인교준 2012. 08. 07
후진타오, 링지화 상무위원 만들기 시도
중국 전·현직 수뇌부가 베이다이허(北戴河)로 총 집결함에 따라 차기 지도부 구성을 위한 막후 논의에 국제사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베이징의 유력 소식통은 7일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을 비롯한 상임위원 9명의 동정이 뜸해지더니 이번 주 들어서는 거의 보이지 않는 점에 비춰볼 때 전·현직이 회동하는 베이다이허 전체회의가 개막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신화통신, 인민일보 등의 관영 매체들은 이날 현 지도부의 동정을 거의 전하지 않았다.
베이징 외교가에서는 전직 '실세'들이 지난달 하순부터 베이다이허에 도착한 데 이어 현직인 제4세대 지도부가 합류함으로써 차기 지도부 구성을 위한 논의가 본격화한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중국의 권력은 후 주석의 공청단(共靑團·공산주의청년동맹), 쩡칭훙(曾慶紅) 전 국가부주석의 태자당, 여전한 현실 권력인 장쩌민(江澤民) 전 국가주석의 상하이방이라는 3대 세력 간 견제와 균형을 통해 분배되고 유지된다는 게 통설이다.
좀 더 세밀히 들여다보면 태생적 유사성을 갖는 상하이방과 태자당이 '연대'를 통해 후진타오 집권 10년 동안 세력을 키운 공청단과 대립하는 양상이다.
최대 관심은 3대 세력 간 '합의'로 정해질 상무위원 숫자와 그 면면에 쏠려 있다.
덩샤오핑(鄧小平) 이후 확고하게 유지되는 집단지도체제 원칙을 바탕으로 하되 제4세대 지도부와 마찬가지로 9명으로 할지, 아니면 더욱 신속한 의사결정 시스템 구축 차원에서 7명으로 할 지가 관건이다. 3대 세력 간 고른 권력 분배를 위해 11명 체제가 선택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상무위원 진입이 가능한 후보군은 상대적으로 예측이 쉽다. 정치국 위원 중에서 정년 규정에 어긋나지 않는 인물이 골라지는 게 관례이기 때문이다.
상무위원은 임기 5년에 정년이 70세로 묶여 있으나 3년 연장할 수 있는 중국 공무원 규정에 따라 올해에는 67세가 '마지노선'이다.
이를 적용하면 현재 제17기 정치국 위원 가운데 왕강(王剛·70) 정협 부서기, 왕러취안(王樂泉·68) 정법위 부서기, 후이량위(回良·68) 부총리, 왕자오궈(王兆國·71) 전인대 부위원장, 류치(劉淇·70) 베이징 당서기, 쉬차이허우(徐才厚·69)·궈보슝(郭伯雄·70) 중앙군사위 부주석은 퇴진 대상으로 분류된다.
태자당의 유력 주자였던 보시라이(薄熙來) 전 충칭시 당서기도 정치국 위원이었지만 심각한 당 기율위반으로 지난 3월 해당 직위에서 박탈됐다.
베이징 정가에서는 왕치산(王岐山·64) 부총리, 리위안차오(李源潮·62) 당 조직부장, 류윈산(劉雲山·65) 당 중앙선전부장, 류옌둥(劉延東·67) 국무위원, 왕양(汪洋·57) 광둥성 당서기, 장가오리(張高麗·66) 텐진시 당서기, 장더장(張德江·66) 부총리 겸 충칭시 당서기, 위정성(兪正聲·67) 상하이시 당서기를 유력 후보군으로 분류한다.
이 중 리위안차오, 왕양은 후 주석의 공청단 계열이고 장가오리, 류윈산, 장더장은 상하이방, 그리고 왕치산, 위정성은 태자당으로 알려져 있다.
주목할 인물은 류옌둥이다. 공산당 혁명 1세대인 류루이룽(劉瑞龍) 전 농업부 부부장 딸이고 태자당의 리더인 쩡칭훙과 각별하지만, 정치적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공청단에서 후 주석과 친분을 쌓아 공청단 세력으로 분류되기도 한다. 중국 첫 여성 상무위원 감이라는 얘기가 돌 정도로 존재감이 확실하다.
후보군 가운데 경제통인 왕치산은 전인대 상무위원장, 장가오리는 상무부총리, 왕양은 정법위 서기 등용설이 나돈다.
베이징의 다른 소식통은 "현재 차기 권력 배분 구도에서 공청단의 처지가 그다지 유리하지 않은 탓에 후 주석이 자기 사람 심기 차원에서 링지화(令計劃) 당중앙판공청 주임의 상무위원 진입을 시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링 주임은 정치국 위원이 아닌 당 중앙위원회 위원 신분이라는 점에서 베이다이허 회의에서 '허가'할지는 현재로선 미지수다.
다만 언론 노출로 정치적 입지를 상징하는 게 관례인 중국에서 링 주임이 지난 5일 시진핑 국가부주석을 수행해 베이다이허에 모습을 드러낸 점은 주목할 만하다.
아울러 눈여겨볼 대목은 보시라이 부정부패 사건에 대해 중국 당국이 솜방망이 처벌로 가닥을 잡는 모양새가 전개되고 있는 점이다.
영국인 사업가 살인죄로 기소된 보시라이의 아내 구카이라이(谷開來)에 대한 재판이 이번 주 이뤄질 예정인 가운데 애초 예상과는 달리 구카이라이는 극형이 아닌 15년 징역형 설(說)이 흘러나오고 보시라이와는 무관한 일이라는 주장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후 주석의 공청단이 태자당, 상하이방과 타협해 보시라이 사건을 적절하게 처리하고 반대급부로 차기 지도부의 지형 변화를 꾀하는 것일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베이징=연합뉴스) 인교준 특파원 = kjih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