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의 첫 번째 성공 키워드, "콘텐테인먼트"
[대니얼 김] 야구토크
MLB의 첫 번째 성공 키워드, "콘텐테인먼트"
몇 년 전 서브프라임 사태로 미국 금융권이 붕괴 일보 직전까지 이르면서 많은 사람이 직장을 잃었지만,
메이저리그만큼은 큰 영향을 받지 않았다.
그러한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메이저리그의 지표는 위로 향하고 있다.
거대 은행들이 줄이어 문을 닫고 사람들은 살고 있던 집에서 쫓겨나고 있는데
어떻게 메이저리그의 상승세는 꺾이지 않았을까?
지난 5년간의 경제 상황을 봤었을 때 살아남는 것 하나만으로 기적인데 오히려 돈방석에 앉게 되었다니?
이해하기 어렵다.
널리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2002년 3월 19일은 메이저리그 현대 역사상 가장 중요한 날 중의 하나였다.
그날 아주 새롭고 특별한 역사가 쓰였기 때문이다.
물론 당시에는 그날이 얼 만큼 중요한지는 몰랐다.
수많은 관계자는 그저 뒷짐 지고 호기심 있게 지켜보는 정도였다.
메이저리그가 불황 속에서도 꾸준히 성장할 수 있었던 키워드는 바로 '콘텐테인먼트'이다.
실제로 사전에는 존재하지 않은 단어이다.
'콘텐츠'와 '엔터테인먼트'를 합성한 단어이다.
국제화 시대에 스포츠는 더 이상 스포츠만이 아니다.
90년대까지만 해도
메이저리그 구단도 티켓을 팔고 야구장에서 팬들이 먹을 수 있는 치킨이나 핫도그를 파는 게 전부였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현재 많은 메이저리그 구단들은
야구를 통해서 생산되는 다양한 콘텐츠를 자체 제작해서 팬들에게 직접 전달까지 하고 있다.
물론 경기 중계까지 직접 하는 것이 바로 메이저리그식 '콘텐츠테인먼트'이다.
그리고 그 첫 과정이 있었던 날이 바로 2002년 3월 19일 이었다.
그날 새롭게 개국한 방송국인 YES (Yankees Entertainment Service) 네트워크가 첫 방송을 했다.
물론 케이블을 통한 방송이었지만
그날 이후 미국 스포츠 중계 시장은 새로운 시대를 맞게 된다.
겉으로 보기에는 YES 네트워크는 어느 지역 케이블 방송사와 비슷해 보였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아주 새로운 시도였다.
YES 네트워크의 주인은 바로 뉴욕 양키스 구단이었다.
아무리 메이저리그 최고의 명문 구단이라 하여도
스포츠 방송국을 직접 운영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결정이 아니었다.
지금 와서 결과만 보고 생각하면 당연한 결정이었지만
당시 뉴욕 양키스에게는 큰 모험이었고 도전이었다.
그리고 어느 누구도 가보지 않은 곳을 향해 가고 있었다.
"프로야구 구단이 방송국을 세우고 직접 중계를 한다고?"
구단의 입장에서는 지역 방송국에 중계권을 판매하는 것이 가장 안정적인 방법일 수도 있다.
아무런 투자 없이 지역 방송국이 개런티 한 중계료만 앉아서 받기만 하면 된다.
위험부담이 전혀 없는 방식이다.
하지만 욕심 많은 조지 스타인브래너 양키스 구단주의 생각은 달랐다.
1981년부터 구단이 직접 방송국을 운영하는 아이디어를 생각했다는 스타인브래너 구단주는
10년 넘게 준비해왔다고 한다.
그리고 결과물이 바로 YES 네트워크이다.
"뉴욕 양키스 콘텐츠와 미디어 사업은 구단이 주인의식을 갖고 직접 해야 한다"
라고 스타인브래너 구단주는 주장했다.
그리고 바로 그것이 메이저리그 구단의 미래라고 그는 믿고 있었다.
그렇다면 왜 양키스는 이러한 결정을 내렸을까?
YES 네트워크는 현재 120명의 정식직원을 두고 뉴욕 양키스의 모든 경기를 중계하고 있다.
경기 중계를 위해서 무려 16개의 카메라가 동원되며 중계 방식 또한 4가지의 형태로 하고 있다고 한다.
양키스 팬들은 같은 경기를 보더라도 4가지의 방식으로 경기를 볼 수 있다는 뜻이다.
구단이 운영하는 방송국이라고 대충 하기보다는
오히려 기존 방송국을 자극할 만큼 최고의 경기 중계를 제작해내고 있다.
2005년에는 지역 방송 처음으로 메이저리그 경기를 HD로 중계하기도 했다.
YES 네트워크는 양키스 경기만 중계하는 방송국이 아니다.
다양한 스포츠 토크쇼와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자체 제작하여 24시간 7일 동안 방송을 하고 있다.
그리고 물론 양키스 관련 프로그램이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양키스만을 위한 채널은 아니다.
전문 스포츠채널로 조금씩 변해가고 있다.
얼마 전 LA 다저스가 20억 달러가 넘는 액수에 매각되었다.
2004년에 전 구단주인 프랭크 맥코트가 4억 3,000만 달러에 사들였던다저스가
8년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무려 다섯 배에 가까운 액수에 가치를 인정받았다는 사실은 믿기 힘들다.
그렇다고 다저스의 관중이 5배로 증가했던 것은 아니고
TV 시청률이 5배로 증가했던 것은 더더욱 아니었다.
이러한 현상은 얼마 전 발표된 샌디에고 파드레스의 매각을 봐도 알 수 있다.
전형적인 스몰마켓 팀인 파드레스는 8억 달러에 매각이 될 예정이다.
2009년도에 5억 달러에 매각이 될 예정이었던 구단이
특별한 이유 없이 3년 만에 3억 달러가 인상된 금액에 매각되었다.
그렇다면 3년 만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뉴욕 양키스의 YES 네트워크가 대성공을 거두자
기존 지역 스포츠 방송국들은 긴장하지 않을 수밖에 없었다.
오랜 기간동안 '갑'이었던 방송국들은 협상 과정에서 구단들에게 주도권을 내주며 눈치를 봐야했고
실제로 뉴욕 메츠 같은 경우에는 양키스를 벤치마킹하여 자체 방송국을 세우기도 하였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기존 방송사들은 어쩔 수 없이 엄청난 중계권료를 개런티 할 수밖에 없는 시점에 이르게 되고
결국 파드레스 같은 구단 또한 엄청난 중계권료를 챙기게 된다.
샌디에고 파드레스는
지역 방송사인 폭스 스포츠와 20년 계약을 하며 총 12억 달러를 약속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불과 5년 전 까지만 해도 상상할 수 없는 금액이다.
LA 다저스는 아직 확정하지 못했지만,
만약 지역 방송사에게 중계권을 판매할 경우
20년에 약 80억 달러까지 가능하다고 전문가들은 예측하고 있다.
물론 LA 다저스 또한 뉴욕 양키스와 같이 방송국을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것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샌디에고 파드레스와 LA 다저스를 보면 알 듯
YES 네트워크의 등장은 많은 변화를 가져다주었다.
무엇보다 메이저리그 TV 콘텐츠의 가치와 의미를 새롭게 정리할 기회를 만들어 주었다.
이제는 구단들뿐만 아니라 각 리그에서도 자체적으로 방송국을 운영하고 있다.
메이저리그의 MLB 네트워크,
미식축구의 NFL Network,
그리고 NBA TV가 바로 대표적인 사례들이다.
10년 전 뉴욕 양키스의 YES 네트워크가 없었다면 아마 이러한 변화는 없었을 것이다.
오늘의 YES 네트워크는?
올해로 개국 10주년을 맞은 YES 네트워크는 승승장구하고 있다.
양키스에게 새로운 'vehicle'이 되어 매년 엄청난 흑자를 내고 있다.
경제 전문지 포츈매거진은
만약 YES 네트워크가 시장에 매물로 나오면 약 2억 달러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10년 전 많은 위험 부담감을 안고 시작했던 방송국의 가치가
이제는 명문구단인 LA 다저스의 가치만큼 인정을 받고 있다는 사실은 어떻게 보면 기적에 가깝다.
스포츠 산업은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다.
메이저리그가 불황속에서도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는 '콘텐츠' 사업에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물론 뉴욕 양키스의 역할이 중요했고
YES 네트워크는 메이저리그 '콘텐테인먼트' 사업의 시작을 의미한다.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뉴욕시에 큰 변화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인구수도 그대로이고 지역 경제가 갑자기 좋아진 것 또한 아니다.
그리고 2000년대 초반 이미 매년 300만 명이 넘는 팬들이 양키스 스태디엄을 찾고 있었기 때문에
더 이상 성장할 수 없는 구조였다.
하지만 뉴욕 양키스 구단주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오랫동안 저평가 받고 있던 메이저리그 야구 '콘텐츠'의 잠재력을 파악했고
과감하게 결정하고 새로운 사업에 뛰어든다.
물론 스타인브레너 구단주의 풀스윙은 만루 홈런이었다.
< 계속 >
"메이저리그의 두 번째 성공 키워드, 커미셔너" 버드 셀릭 인터뷰
daniel@dk98group.com
Twitter - @danielkim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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