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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존경받는 캐스터 빈 스컬리

leekejh 2012. 9. 2. 22:16

 

       [문상열의 백스톱]

                   가장 존경받는 캐스터 빈 스컬리

        LA 다저스 경기 63년 중계한 명 캐스터 빈 스컬리 기념행사 감동적

 

                                                                                      마니아리포트 | 문상열 2012. 08. 31

 

 

LA 다저스는 8월 30일(현지시간)을 '빈 스컬리 바블헤드 나이트'로 정했다. 바블헤드는 머리가 깔딱거리는 인형으로 팬들에게 매우 인기가 높은 기념품이다. 미국은 공짜가 거의 없는 곳이어서 상품을 주는 팬서비스 데이 때는 구장이 꽉찬다.

올해 다저스는 80년대 페르난도 마니아 돌풍을 일으켰던 멕시칸 좌완 페르난도 발렌수엘라의 바블헤드 나이트를 두차례 가졌다. 다저스타디움 5만 5000석이 모두 매진됐다. 바블헤드는 그만큼 인기가 높다. 메이저리그 팀들은 팬서비스를 할 때 국내처럼 선착순 몇 명에게 선물을 주는 게 아니고 입장객 전원에게 나눠준다. 이는 1년 전에 계획이 수립돼 있어 가능하다. 다저스타디움의 경우 바블헤드와 비치타월, 다저스 로고가 새겨진 담요 등이 최고 인기품목이다. 펜 서비스 데이의 품목은 지역의 특정 회사가 전부 스폰서를 하게 된다. 이날 빈 스컬리 바블헤드는 푸드회사인 '파머 존'이 제작비를 부담했다. 미국에서는 이를 '프로모션 데이'라고 하는데 모든 품목에 특정회사의 스폰서가 붙어 있다.

 

 

오는 11월 85세가 되는 빈 스컬리는 '보이스 오브 다저스'다. 지난 1950년 브루클린 다저스 시절부터 다저스 경기를 전담중계했는데 올해로 63년째다. 한 팀을 이렇게 오랫동안 중계한 야구 캐스터는 아무도 없다. 스컬리가 유일하고 앞으로도 이 기록은 깨지기 힘들다. 스컬리는 최근 기자들 앞에서 내년 시즌에도 다저스 경기를 중계할 예정이라고 밝혀 뜨거운 찬사를 받았다. 지난 해에는 중계방송 도중에 다음 시즌 컴백을 예고해 기자들이 방송을 보고 이를 받아 쓰는 진풍경도 벌어졌다.

스컬리는 지금은 작고한 전 UCLA의 존 우든 감독과 LA에서는 가장 존경받는 인사다. 다저스의 스포츠 캐스터로서 뿐 아니라 인품으로도 매우 훌륭하다. LA 타임스가 모든 사안에 비판적인 시각을 유지하면서도 유독 스컬리에게는 찬사 일색이다. 그에게서 흠집을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기자도 1999년부터 다저스를 취재해 왔는데 스컬리가 한번도 장외에서 잡음을 일으킨 것을 본 적이 없다. 말로 먹고 사는 캐스터이면서도 말 실수 조차 없었다.

스컬리는 LA 스포츠의 아이콘이다. 전 미국에서 캐스터를 꿈꾸는 이들의 상징적인 인물이기도 하다. 메이저리그에서 스컬리를 대체할 만한 캐스터는 없다고 단언할 수 있다. 몇 년 전 나이 든 스컬리가 방송을 하면서 몇 차례 실수를 한 적이 있었다. 패스트볼을 브레이킹볼이라고 한 정도였다. 토요일 LA 타임스 독자 투고난에 스컬리를 비난하는 내용이 있었다. 다음 주 스컬리를 비판한 독자를 재비판하는 후속 투고가 잇달았다. "스컬리가 우리에게 기쁨을 준 게 몇 년인데, 그까짓 한두번 실수로 그만두라는 게 말이 되느냐"며 옹호했다.

실제 스컬리는 LA 다저스 팬의 희망이며 즐거움 그 자체다. 올해 개막전에 다저스타디움에 나오질 못해 팬들의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었다. 다행히 다음 시리즈부터 중계를 맡아 팬들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스포츠 천국인 미국에서 방송 사상 라디오와 TV를 통해 캐스터의 음성이 동시에 나가는 경우는 다저스 뿐이다. 스컬리는 63년 동안 다저스 게임을 홀로 중계하고 있다. 그에겐 해설자가 필요없다. TV 중계가 전담인데 라디오는 3회까지 동시에 전파를 타고 있다. 라디오 청취자들이 스컬리의 음성을 듣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스컬리는 고령이라 수 년 전부터 장거리 원정은 다니지 못한다. 홈경기와 샌디에이고, 샌프란스시코 등 캘리포니아에서 벌어지는 원정경기에 국한돼 중계하고 있다. 연봉은 자세히 알려지지 않았지만 3백만달러 정도로 추정된다.

 


이날 다저스타디움에서 벌어진 '빈 스컬리 바블헤드 나이트'에는 아들, 딸, 손자 등 수십명에 이르는 스컬리 패밀리들이 모두 출동했다. 경기 전 세리머니 때는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커크 깁슨 감독이 덕아웃을 찾아가 기념촬영을 했다. 1988년 오클랜드 어슬레틱스와의 월드시리즈 1차전에서 다리를 절룩거리며 역전 끝내기 홈런을 때린 주역이 깁슨이다. 당시 로컬 다저스 게임을 중계했던 주인공은 스컬리였다. 지금도 다저스타디움에서는 깁슨의 홈런 장면을 중계한 스컬리의 음성이 스피커를 통해 나온다. 월드시리즈 사상 최고의 장면이며 가장 멋진 표현을 했다.

"High fly ball into right field, she i-i-i-is... gone!!"-야구에서는 홈런을 She로 표현한다.

"In a year that has been so improbable... the impossible has happened!"-사실 일 것 같지 않고,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And, now, the only question was, could he make it around the base paths unassisted?!"-의문 하나는 그가 도움을 받지 않고 베이스를 밟고 들어올 수 있을지 모르겠다.(깁슨은 허벅지 부상이었고, 월드시리즈 동안 딱 한 차례 타석에 들어섰다.)-조크다.

"They are going wild at Dodger Stadium-no one wants to leave!"-다저스타디움은 광란의 분위기다. 누구도 떠나기를 원치 않는다.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스컬리의 1988년 월드시리즈 1차전 중계멘트는 CBS의 잭 벅 캐스터와 함께 야구사의 고전으로 남아 있다.

스컬리는 이날의 시구자였다. 포수는 스컬리를 예우해 돈 매팅리 감독. 마운드에 폼을 잡은 스컬리는 휙 돌아서더니 3루 라인에 도열해 있는 손자들에게 공을 건네주며 주고받고를 한 뒤 홈플레이트에 앉은 매팅리 감독에게 토스를 하며 마무리지었다. 관중들은 기립박수로 명 캐스터의 노고에 감사를 표했다. 감동적인 장면이었다.

스컬리처럼 한 우물을 파기는 쉽지 않다. 기본적으로 실력이 뒷받침돼야 오랫동안 캐스터로 살아 남을 수 있다. 국내에서는 몇몇 해설자가 캐스터보다 훨씬 오래 마이크를 잡고 있다. 그러나 영향력이 있다 싶으면 KBO에 기웃거려 이미지를 구긴다. 나만이 할 수 있다는 오만 때문이다. 오히려 스컬리와 같이 영원히 캐스터로 남아 있는 게 야구계 뿐 아니라 본인에게도 존경받을 수 있는 밑거름이 된다.

 

 

 <다저스타디움에서>  [마니아리포트 문상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