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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리그, 불문율을 깼을 때 어떻게 보복하나

leekejh 2012. 9. 15. 15:30

 

               메이저리그, 불문율을 깼을 때 어떻게 보복하나

 

                                                                               경향신문 | 윤은용 기자 2012. 09. 14

 

 

요즘 LG 김기태 감독의 '투수대타' 작전으로 말이 많다.

'사건'은 지난 6월 30일 문학 SK전에서

LG가 8-0으로 크게 앞선 9회말 SK가 무관심 도루 2개를 포함해 도루를 3개나 하면서 시작됐다.

이를 마음에 담아두고 있었던 김 감독은

12일 잠실 SK전에서 9회말 SK가 박희수-이재영-정우람을 연달아 교체하자

더 이상 참지 못하고 '강수'를 뒀다.

불문율이라는 것이 이렇게 무섭다.

명문화 돼있는 것은 아니지만, 암묵적으로 무조건 지켜야 한다.

물론 어쩔 수 없이 깨야만 하는 경우도 있지만, 어지간해서는 서로 지켜주는 것이 예의로 여겨진다.

역사가 130년을 넘긴 메이저리그 역시 지켜야 할 불문율이 많다.

2009년 6월 AP 통신은 '메이저리그의 불문율 50가지'를 소개했는데,

그라운드 내에서는 물론이고, 밖에서도 지켜야 하는 불문율도 있었다.

불문율이 많은 만큼, 그것을 깼을 때 받는 보복도 다양하다.

가장 흥미로운 경우는, 불문율을 깼을 때 똑같이 깨는 걸로 맞불을 놓는 것이다.

지난해 8월 1일 미국 디트로이트 코메리카파크에서 열린 디트로이트와 LA 에인절스의 경기.

이날 경기는 양 팀의 에이스인 저스틴 벌랜더제러드 위버의 맞대결로 많은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이 경기는 양팀에서 나란히 불문율을 깬 것으로 눈길을 끌었다.

8회 마운드에 오른 벌랜더는 선두 타자 에릭 아이바를 상대로 초구에 156㎞ 강속구를 던졌다.

그리고 아이바는 투수 앞으로 가는 기습 번트를 댄 뒤 곧장 1루로 전력질주했다.

벌랜더는 공을 잡아 급히 1루에 송구했지만, 공은 엉뚱한 곳으로 빠졌다.

그 사이 아이바는 2루까지 진루했다.

비록 실책으로 인정돼 노히트노런을 이어갔지만,

이 번트로 흔들린 벌랜더는 결국 급격히 흔들리며 그 회에만 2실점해 노히트노런에 실패했다.

 

메이저리그의 불문율 중에는

'경기 종반 노히트게임이 진행될 때 상대는 번트로 노히트를 무산시키지 않는다'라는 것이 있다.

그런데 아이바가 이를 깬 것이다.

경기 후 아이바는 불문율을 어겼다며 많은 비난을 받았지만

실상은 그 전에 디트로이트 타자들이 먼저 위버를 상대로 불문율을 깼기 때문에

아이바가 복수를 한 것이었다.

위버는 3회말 디트로이트의 3번 매글리오 오도네스에게 투런홈런을 맞았다.

홈런을 맞은 것까지는 문제가 안 되는데, 이후 사건이 터졌다.

오도네스는 홈런을 친 후 타구를 한참동안 바라보다가 베이스를 돌았는데,

이는 '홈런을 친 뒤 타구를 응시하거나 요란스러운 동작을 취해서는 안된다'는 불문율을 무시한 것이었다.

이에 위버는 베이스를 도는 오도네스를 보며 발끈했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었다.

위버는 7회말 2사 후 이번에는 카를로스 기옌에게 솔로홈런을 맞았다.

기옌은 홈런을 날린 뒤 인상을 쓰면서 위버를 한참동안 바라본 다음에 베이스를 천천히 돌았고,

격분한 위버는 심판에게 거칠게 항의했다.

결국 위버는 다음 타자 알렉스 아비야에게 초구에 머리 위로 빈볼을 던졌고, 즉시 퇴장 당했다.

이와 비슷한 경우는 또 있었다.

2001년 5월 27일 애리조나의 커트 실링샌디에이고를 상대로 8회 1사까지 노히트노런을 이어갔다.

하지만 샌디에이고 포수 벤 데이비스가 기습번트로 내야안타를 만들어내며 허무하게 깨졌다.

 

경기 후 애리조나 밥 브렌리 감독은 '겁쟁이'라고 격한 표현을 쓰며 화를 냈고,

실링도 " 도대체 왜 그랬는지 이해가 안 간다." 고 했다.

하지만 당시 애리조나가 2-0으로 근소하게 앞서고 있었다는 점을 들어

데이비스의 번트가 정당했다는 반대 의견도 있었다.

도루에 대한 불문율을 깨 논란이 된 적도 있다.

 

2001년 7월 30일 미국 밀워키 밀러파크에서 밀워키와 샌디에이고의 경기에서

샌디에이고 1번타자 리키 헨더슨

팀이 12-5로 크게 앞선 7회초 안타를 치고 나간 뒤 무관심 도루로 2루까지 진루했다. '

점수차가 크게 벌어진 상황에서는 도루를 하지 않는다'라는 불문율은 깬 것이다.

 

당시 밀워키 감독을 맡은 데이비 롭스 감독은 격분하며 그라운드로 뛰쳐나가

" 다음번에 나오면 무조건 맞혀버리겠다." 고 난동을 부렸고, 결국 헨더슨은 교체됐다.

그 일로 롭스 감독 역시 2경기 출장정지 처분을 받았다.

<윤은용 기자 plaimstone@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