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의 키는 선발 투수가 쥐고 있다
[세컨드 게스]
승부의 키는 선발 투수가 쥐고 있다
선발투수가 5회를 버티지 못하고 4실점 이상을 허용할 경우 게임 뒤집기 어려워
마니아리포트 | 문상열 | 2012. 10. 16
야구는 투수놀음이다.
투수가 승부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
포스트시즌에서는 더욱 그렇다.
창(공격력)과 방패(마운드)가 맞붙으면 방패에게 승산이 있다.
그동안의 사례가 말해준다.
포스트시즌은 점수 차가 크게 벌어지지 않는다.
포스트시즌 진출 팀들은 한결같이 마운드가 막강하다.
공격을 바탕으로 한 허약한 마운드로는 포스트시즌에 진출하기 어렵다.
아메리칸리그 디비전시리즈 뉴욕 양키스-볼티모어 오리올스전을 예로 들어보면 답은 간단하다.
1차전에서 9회 초 양키스가 대거 5점을 뽑아 7-2로 이긴 게 최다 득점 및 점수 차다.
2차전 3-2(볼티모어 승),
3차전 3-2(뉴욕 연장 12회),
4차전 2-1(볼티모어 연장 13회),
5차전 3-1(뉴욕)등이다.
피말리는 1점 차 승부가 3차례다.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오클랜드 에이스전도 크게 다르지 않다.
1차전 3-1(디트로이트),
2차전 5-4(디트로이트),
3차전 2-0(오클랜드),
4차전 4-3(오클랜드)
5차전 6-0(디트로이트) 승부로 이어졌다.
흥미로운 점은 지명타자 제도가 없는 내셔널리그는 대량 득점이 아메리칸리그 디비전시리즈보다 많았다.
이번 디비전시리즈에서 가장 큰 점수 차는
신시내티 레즈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를 9-0으로 누른 경기다.
자이언츠 좌완 선발 매디슨 범가너가 조기에 무너진 탓이다.
정규 시즌에서 16승11패 평균자책점 3.37을 작성해 기대를 모은 범가너는
포스트시즌 두 경기에서 8이닝 10실점으로 매우 부진하다.
디비전시리즈에서 양팀 통틀어 최다 득점은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워싱턴 내셔널스의 최종 5차전 승부의 9-7이다.
다 이긴 경기를 9회말 4실점으로 놓친 워싱턴은
올 오프시즌 내내 에이스 스티븐 스트라스버그의 투구이닝 제한 뒷말이 나오게 돼 있다.
포스트시즌에서 대량 득점이 나오지 않는 이유는 우수한 선발진에 불펜의 매치업 때문이다.
정규시즌 마운드 운용과는 크게 다르다.
좌타자가 나오면
좌완을 세우는 '스팟 릴리프(국내에서는 원포인트 릴리프)' 매치업 기용이 매우 자연스럽게 이뤄진다.
정규시즌에서는 스팟 릴리프 매치업이 빈번하지는 않다.
정규시즌과 포스트시즌의 차이다.
포스트시즌에서 승부를 지켜주는 것은 불펜이다.
그러나 선발이 승부의 열쇠를 쥐고 있다.
선발이 5회를 버티지 못하고 4실점 이상을 허용할 경우 게임을 뒤집을 수가 없다.
불펜 진용보다 선발이 훨씬 중요하며 고액연봉을 주는 까닭이다.
포스트시즌에서는 역전이 쉽게 벌어지지 않는다.
뉴욕 양키스의 라울 이바네스가 두차례나 9회 말 동점홈런을 때렸지만
마무리 짐 존슨(볼티모어 오리올스)과 호세 발버르디(디트로이트)의 부진이 결정적이다.
16일(한국시간)까지 벌어진 와일드카드, 디비전시리즈, 챔피언십시리즈 등 26경기 동안 마무리 투수의 불로운세이브는 볼티모어 존슨과 디트로이트 발버르디, 워싱턴 내셔널스 드류 스토렌 등 3명 뿐이다. 선발의 역할이 절대적임을 알 수 있다.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와 뉴욕 양키스가 난적 오클랜드, 볼티모어를 제치고 챔피언십시리즈에 진출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에이스 저스틴 벌랜더, C C 사바시아의 존재감이다. 벌랜더는 6-0 완봉승, 사바시아는 3-1 완투승을 작성했다.
이날까지 26경기에서 양팀 선발투수가 5이닝을 버티지 못하고 나란히 강판당한 게임은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 1차전이 유일하다. 카디널스 선발 랜스 린은 3.2이닝 5안타 4실점, 자이언츠 매디슨 범가너는 3.2이닝 8안타 6실점으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란은 지난 시즌 불펜투수에서 올해 크리스 카펜터의 부상으로 선발로 보직을 전환했다. 18승을 작성해 인간승리의 주인공이 된 린은 디비전시리즈에서는 불펜투수로만 활약했다. 챔피언십시리즈에서 처음 선발로 나섰다. 카디널스-자이언츠의 1차전 승부의 특징은 선발이 내준 실점이 전부였다는 점이다. 이후 등판한 불펜투수들은 양팀 모두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선발투수의 역할이 절대적이라는 게 그대로 입증됐다. 2차전의 경우에도 1-5로 뒤진 후 8회 구원 등판한 셀비 밀러의 2실점이 전부다. 자이언츠는 선발 라이언 보겔송이 7이닝 4안타 1실점으로 완벽한 피칭을 했고, 구원 제레미 애펠트와 서지오 로모가 2이닝 무실점으로 카디널스 타선을 묶었다.
메이저리그는 포스트시즌에서도 선발 로테이션을 철저히 지킨다. 월드시리즈 진출까지 염두에 두는 탓에 로테이션을 무너뜨리면 설령 한 시리즈는 이기더라도 다음 시리즈는 승산이 없는 게 메이저리그의 포스트시즌이다. 월드시리즈를 우승하려면 최대 12승에서 최소 11승이다. 국내 프로야구는 정규시즌 1위 팀이 4승만 거두면 한국시리즈 정상을 차지하는 구조다.
<로스앤젤레스에서> [마니아리포트 문상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