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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 우리 가족도 한번? ‘바람난 가족’의 유쾌한 유럽배낭여행기

leekejh 2012. 11. 29. 01:06

 

 

     지구 여행기 [해외여행]

         우리 가족도 한번? ‘바람난 가족’의 유쾌한 유럽배낭여행기

 

                                                                                                 시티라이프 |  2012. 11. 28

 

 

복닥거리는 일상 속에서 '잘살고 있나?'라는 회의감이 문득문득 몰려왔던 40대 부부는

일단 '올 스톱'해야겠다는 큰 결심을 했다.

한 달간 어렵게 휴가를 낸 뒤 로망으로 간직하고 있던 유럽으로 날아갔다.

 

악명 높은 유럽의 소매치기들에게 두 번이나 지갑을 털릴 뻔하고

이산가족 직전까지 가는 등 황당한 에피소드를 곳곳에 뿌리며

세 식구는 세계사를 호령했던 유럽의 과거 흔적과 현재의 모습을 샅샅이 훑어보았다.

 

 

 

 

프롤로그… 떠나자!

꼼꼼이 남편 47살, 덜렁이 아내 42살, 초딩 6학년 딸 소심이 13살.

인생 전반전에서 후반전으로 넘어가는 우리 부부,

곧 중딩의 문턱을 넘어 본격적인 공부 레이스를 펼쳐야 하는 딸,

이렇게 세 식구는 일상을 잠시 내려놓기로 마음먹었다.

 

545일간 다섯 식구가 세계여행을 다녀왔다는 전직 부부 교사와의 만남이 자극제가 되었다.

정신적으로 풍요롭게 사는 유럽인들을 꼼꼼히 관찰하며

우리의 무뎌진 '촉'을 새롭게 갈며 인생 2막의 힌트를 얻고 싶어 비행기표를 사고 짐을 꾸렸다.

우르르 몰려다니는 여행사의 패키지 여행은 질색인 터라

자유로운 영혼들처럼 맘껏 유럽을 한 달간 자유여행을 하기로 의견일치를 보았다.

여행지를 선정할 때는

유적지가 많고 히스토리가 풍성한 도시, 명성이 높은 대표 관광도시와 함께

그 나라의 '생얼'을 생생하게 볼 수 있는 특색 있는 중소도시도 골고루 안배하기로 마음먹었다.

 

숙박은 현지 민박, 한국인 민박, 호텔, 유스호스텔 등 골고루 경험하고

버스, 지하철, 트램 등 현지 대중 교통수단도 다양하게 이용하면서

도시 구석구석을 체험해 보기로 야심차게 계획했다.

 

한정된 예산으로 알뜰하게 여행하기 위해서는 사전 준비는 필수.

시중에 나와 있는 여행책자를 섭렵하고,

온라인사이트, 호텔예약사이트, 저가 항공권 구매사이트는 매일매일 드나들었다.

꼼꼼한 준비 끝에

'프라하(체코) - 체스키(체코) - 빈(오스트리아) - 할슈타트(오스트리아) - 짤즈브르크(오스트리아) -

뮌헨(독일) - 인터라켄(스위스) - 베네치아(이탈리아) - 피렌체(이탈리아) - 로마(이탈리아)' 로

여행지 루트를 확정했고

25박 26일간의 대장정을 시작했다.

타임머신 타고 중세를 여행하다! 체코 프라하 - 체스키 끄르믈로프

 

 

15시간을 날아 체코 프라하에 도착했다.

여행 전 각종 가이드북과 여행 다큐를 보며 사전 리허설을 했건만

막상 공항에 도착하니 '멘붕' 상태가 되어 어렵고 힘들게 한인민박집에 도착했다.

 

우리의 불안감을 눈치 챈 주인장은 프라하 지도를 펼쳐 보이며

관광 동선, 교통권 판매 매점 위치까지 세심하게 짚어주었다.

빨간 뾰족 지붕의 실루엣, 희로애락의 역사를 간직한 첨탑과 고성,

곳곳에 자리 잡은 프라하 구시가지는 아담하면서도 아기자기했다.

프라하 여행의 하이라이트 프라하성.

1100년의 역사를 간직한 이곳은

성비트 성당, 구왕궁, 왕실정원, 황금소로 등이 쭉 연결되어 있고 현재는 체코 대통령 관저로도 사용된다.

 

제일 먼저 성비트 성당을 찾았다.

100m 높이의 거대한 첨탑, 섬세하고 정교하게 조각된 성당 외관을 보니 숨이 탁 막혔다.

10세기경 처음 지어진 성당은

1344년 '체코의 세종대왕'격인 카를4세의 지시로 성당 건립을 위한 공사를 시작한 뒤

900년에 걸친 대공사 끝에 1929년 완성되었다고 한다.

 

성당 내부에 들어서자 창마다 정교하게 장식된 거대한 스테인글라스가 시선을 잡아끈다.

체코의 '국민 화가' 칭송을 받는 알폰스 무하의 스테인드글라스 작품이

특히 관광객의 플래시 세례를 많이 받는다.

 

금으로 장식된 거대한 파이프 오르간, 대리석 조각상들이 멋스럽다.

특히 엄청난 은을 녹여 화려하게 만든 성 얀 네포무츠키의 은장식 무덤이 인상적이었다.

프라하성을 나와 한참을 걷다보면 만나게 되는 카를교.

전 세계에서 온 관광객들, 거리의 화가와 음악가, 노점상들로 늘 북적거린다.

카를교에서 감상하는 프라하 시내의 풍광은 근사했다.

특히 약간 텁텁하면서도 톡 쏘는 맛이 혀 끝에 착착 감겨

맛이 일품인 체코의 흑맥주를 마시며 바라보는 야경은 감동적이기까지 했다.

다음 여정은 체스키 끄로믈로프.

프라하에서 세 시간쯤 달리면 만날 수 있는 이곳은

중세시대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어서 1992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온통 빨간색 지붕으로 뒤덮인 동화 속 마을이 한눈에 들어왔다.

마을 가운데를 흐르는 블타바강을 사이에 두고 뾰족지붕의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고

마을 중심에는 광장과 성당이 자리 잡고 있었다.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만큼 '중세 분위기'를 그대로 유지하려는 노력을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수백 년된 집을 개보수할 때도 지붕과 뼈대는 그대로 두고 내부만 바꾸도록 철저하게 관리하며

마을의 스카이라인을 지켜내고 있었다.

그러나 상업지구가 별도로 존재, 여행자들의 편의를 도와주고 있는 점은 특이했다.

상업 지구에는 골목골목마다 펜션, 레스토랑, 카페, 각종 기념품 숍이 즐비했다.

 

'체코판 전주한옥마을'이라고 할까?

카메라 셔터를 눌러대는 족족 '작품 같은 사진'이 탄생했다.

좁은 골목길에 다닥다닥 붙어있는 숍마다

개성을 살린 예쁜 간판과 개성 넘치는 기념품들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디자인 감각과 톡톡 튀는 아이디어가 담긴 기념품들이 많아 충동구매를 꾹꾹 참아내느라고 애를 먹었다.

오스트리아 철의 여인을 만난 쇤브룬궁

 

 

체코를 떠난 우리 가족의 다음 행선지는 오스트리아 빈.

오래된 도시지만 군더더기 없이 모던하고 세련된 느낌이 빈에 대한 첫인상이랄까?

특히 쇤브룬궁에서의 인상이 강렬했다.

한때 유럽을 호령했던 합스부르크가의 여름별장인 이곳은 프랑스 베르사이유궁을 본따 지었다고 한다.

 

1440개의 방과 잘 가꿔진 정원을 보기 위해 늘 관광객들로 붐벼

궁전 내부 관람객수를 시간대별로 제한을 둔다.

이 때문에 우리는 1시간 30분쯤 기다려야만 했다.

 

대기 시간동안 먼저 정원을 둘러보기로 했다.

입이 쩍 벌어질 만큼 거대한 베르사이유에는 못미치지만 쇤브룬궁의 정원 규모도 어마어마했다.

수백 년간 세월을 간직한 넵튠분수,

프러시아와의 전쟁 승리를 기념해 1747년에 세운 그리스 신전 양식의 글로리테도 근사했다.

 

언덕길을 헉헉 거리며 올라가느라 힘은 들었지만

꼭대기에서 한눈에 내려다보는 궁전과 빈시가지는 무척 예뻤다.

쏟아지는 햇살과 푸른 하늘에 흰 뭉게 구름은 쇤브룬궁을 더욱 돋보이게 해주었다.

세월과 함께 더 화려해지고 중후해지는 나무,

눈이 시리도록 예쁜 초록의 잔디밭과 오색 빛깔 고운 꽃,

그리고 분수.

 

조화롭게 배치된 왕실 정원은 근사했다.

경복궁 교태전 뒤뜰의 아담함, 경회루의 담백함과는

또 다른 눈길을 확 사로잡는 화려함이 느껴졌다.

쇤브룬궁에 입장하자 반갑게도 한국어 오디오 가이드를 무료로 빌릴 수 있었다.

오디오 가이드를 귀에 대자 궁의 역사와 각 방에 얽힌 왕족들의 흥미진진한 에피소드가 흘러나왔다.

경상도 사투리 쓰는 남녀의 목소리가 우스꽝스럽기는 했지만

영어가 짧은 우리 식구에게는 매우 고마운 '기계 친구'였다.

쇤브룬궁에서 만난 가장 인상적인 인물로는 마리아 테레지아와 시시를 꼽고 싶다.

18세기 유럽 최고의 가문인 합스브르크가의 여제로

당대 최고의 미남자 프란츠 스테판과의 열애 끝에 결혼에 성공한 마리아 테레지아는

정치에 뜻이 없고 예술에 심취한 남편을 대신해 빼어난 정치력과 외교술을 선보인 유능한 군주였다.

 

남다른 금슬로 16명의 아들과 딸을 낳았고

무탈하게 자란 10명의 자녀 중 가장 사랑했던 한 명의 딸을 제외하고는

모두 합스브르크가의 영토 확장을 위해 정략결혼을 시켰다.

그녀의 막내 딸이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진 비운의 프랑스 왕비 마리 앙뜨와네트다.

음악 천재 모차르트가 6살 때 마리아 테레지아 앞에서 피아노를 연주한 홀,

남편 프란츠 스테판이 먼저 세상을 뜬 뒤 슬픔을 달래며 고독하게 지냈던 방,

중국 스타일에 심취한 그녀의 인테리어 취향이 궁전 곳곳에 배어있었다.

쇤브룬궁에서 만난 또 다른 인물은

'시시'라는 애칭으로 널리 알려진 오스트리아의 마지막 왕후 엘리자베스.

당대 최고의 미인으로 시샘과 찬사를 한 몸에 받았던 '오스트리아의 다이너비' 같은 여인이다.

 

프란츠 요제프 황제가 한눈에 반해 열열한 구애 끝에 결혼했으나

'자유'를 갈망한 그녀의 일생은 행복하지 않았다.

일찍이 어린 딸을 잃은 데다

훗날 장성한 외아들이 자살한 뒤로는 평생 검은 상복을 벗지 않았다는 그녀는

1898년 이탈리아 무정부주의자의 칼에 찔려 생을 마감하기까지 드라마틱한 삶을 살았다.

 

비련의 여주인공 시시의 흔적은

엽서, 액자, 컵 등 다양한 관광 상품을 통해 빈 시내 곳곳에서 만날 수 있었다.

그의 남편이자 오스트리아 마지막 왕인 프란츠 요제프의 검소한 집무실,

죽은 아내 시시의 초상화를 보며 늘 그리워하며 슬픔을 달랬다는 왕의 침실, 거실 등이

깔끔하게 보존되어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느끼는 '왕실에 대한 호기심'을 다양한 역사 스토리로 엮어

왕족들이 당대에 사용했던 침대, 의자, 책상,

심지어 화장실 변기까지 그대로 전시해 놓고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이를 보기 위해 전 세계 관광객들은 값비싼 입장료를 기꺼이 치르고 줄까지 서가며 찾아오고 있었다.

현재 속에서 녹여낸 역사, 왕실의 아우라와 사람들의 호기심을 잘 버무려 경제적인 이득까지 얻어내는

그들의 노하우를 쇤브룬궁에서 생생하게 배울 수 있었다.

'왕실의 생생한 스토리'라는 알맹이는 쏙 빠진 채 건물만 휑하게 남아있는 우리나라 경복궁이 떠오르자

뒷맛이 조금은 씁쓸했다.

호수 도시 '오스트리아 할슈타트'를 거닐다

할슈타트는 '오스트리아의 춘천'이라 할 수 있는 아담한 호반의 도시다.

할슈타트행 기차 안은 평일이라 승객이 거의 없어 호젓했다.

창밖에는 그림 같이 아름답고 평화로운 시골풍경이 펼쳐졌다.

햇빛을 받아 눈부시게 반짝거리는 호수와 시리도록 푸른 풀밭이 휙휙 지나갔고

하이킹을 위해 자전거를 싣고 배낭을 짊어진 여행객들은 목적지에 도착하자 하나둘씩 내렸다.

네 시간을 달려 할슈타트역에 도착했다.

세상에!

내리고 보니 역사 건물도 없는 풀밭에 몇몇 승객을 내려넣고 기차는 매정하게 떠나버렸다.

철길을 따라 10여 분쯤 걷자 할슈타트로 가는 유람선을 탈 수 있는 자그마한 선착장이 나타났다.

커다란 산을 등지고 호수를 품고 있는 할슈타트는

어린 시절 달력에서 보며 유럽에 대한 로망을 키웠던 모습 그대로였다.

호숫가를 따라 조르륵 일렬로 줄지어 선 집들.

산등성이 비탈길 위로도 다닥다닥 집들이 들어서있었다.

뾰족지붕의 목조건물들은 오랜 세월의 흔적을 느낄 수 있었다.

외관은 쌍둥이처럼 똑같이 생겼지만

집주인마다 개성을 담아 정성껏 가꿔 '같으면서 다른' 묘한 매력을 뽐내고 있었다.

알록달록 예쁘게 가꾼 화단과 담쟁이덩굴로 곱게 치장한 집들마다 묘한 매력이 느껴졌다.

유럽의 디자인 수준과 저력을 이런 작은 마을에서도 생생하게 맛볼 수 있었다.

주인장이 각종 색깔로 멋스럽게 만든 유리공예작품,

허브 식물을 말려서 정성껏 포장해 판매하는 방향제 등 다양한 기념품 숍이 눈길을 잡아끈다.

 

호수와 산, 예쁜 집이 어우러지는 동화 같은 마을에 하룻밤 묵어가고 싶어하는 여행객들이 많은 탓에

꼬불꼬불 비탈진 집들까지 작은 호텔이나 펜션으로 사용되고 있었다.

꼬불꼬불 골목길을 걷다보니 시골마을의 평범한 가정집들도 군데군데 보였다.

정원 테이블에 앉아 따사로운 햇빛을 벗 삼아 책 읽는 은발의 할머니 모습이 근사해 보였다.

잘가꿔진 잔디밭 정원과 한껏 게으름을 피울 수 있는 등받이 의자, 호숫가의 자가용 보트까지

'레저 풀세트'를 갖춘 집들을 지날 때는 부러워서 살짝 배까지 아팠다.

마을 한복판, 집과 집 사이에 마을 공동묘지가 다소곳하게 자리잡고 있는 게 이채로웠다.

무덤마다 놓여있는 예쁜 꽃들 속에서 망자를 추억하는 산자의 그리움이 엿보였다.

또 공동묘지를 음습하게 여리는 동양의 정서와 달리

생과 사를 한 공간에서 동시에 느끼며 살아가는 유럽인들의 죽음에 대한 가치관이 이색적으로 보였다.

할슈타트 마을 전체는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문화유산이다.

수백 년 전의 흔적을 세심하게 보존하고

거창하지는 않지만 관광객들을 위한 볼거리, 먹을거리, 잠잘 곳을 아기자기하게 마련한 그 '정성'이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저력이라는 걸 실감했다.

노을이 하늘을 수놓을 무렵 배를 타고 할슈타트를 떠나며

굿바이 인사와 함께 그림처럼 멋진 호수 마을을 마음 속 카메라에 소중하게 담았다.

알프스 소녀 하이디가 된 듯 '스위스 그린델발트'

 

 

알프스산 중턱에 위치한 스위스의 그린델발트는 연신 감탄사가 나올 만큼 예쁜 시골마을이다.

만년설로 뒤덮인 웅장한 융프라우산을 정면으로 마주하며

푸른 초지에서 소들이 한가롭게 풀을 뜯어 먹고

온갖 꽃들로 수놓 은 아담한 정원이 집집마다 딸려 있는

마치 알프스 소녀 하이디가 뛰어 놀았을 법한 동화 속 마을 같다.

한국인 관광객을 거리 곳곳에서 만날 수 있었던 인터라켄과 달리

기차로 30분쯤 떨어진 이곳은 우리 식구가 유일한 한국인이었다.

그린델발트는 아직 우리나라에 많이 알려지지 않은 듯했다.

현지인 민박집인 앨리스 할머니네는 100% 대만족이었다.

'깔끔함, 친절함, 저렴함' 삼박자를 두루 갖춰 배낭여행객 사이에 알음알음 입소문난 집이다.

테라스 문을 열면 융프라우의 설산이 눈 앞에 펼쳐졌다.

공들여 가꾼 잔디밭 야외 정원의 긴 의자에 앉아 와인 잔 기울이며

밤하늘 총총 떠 있는 별을 감상하는 그 맛이 기가 막혔다.

무엇보다 미니 주방에는 살림살이가 풀세트로 갖춰져 있어

스위스의 살인적인 물가 때문에 지갑이 얇아진 세 식구가 세끼 식사를 배불리 해결할 수 있었다.

근처에 온갖 식료품을 파는 '쿱'이라는 대형 마트까지 있어 금상첨화였다.

두툼한 스테이크를 사다 구워먹거나 스파게티를 만들어 먹으며 이곳에서 묵는 삼일 내내 만찬을 즐겼다.

산자락에 자리 잡은 그린델발트는 알프스산 구석구석을 트래킹하거나 융프라우를 오를 때 참 편했다.

특히 트래킹 코스가 잘 닦여 있었다.

해발 4000m 산 구석구석까지 등산 열차, 곤돌라가 다녔고

풍광이 멋진 걷기코스도 다채롭게 마련해 놓았으며

산꼭대기 화장실까지 깔끔하게 관리되고 있었다.

감탄스러울 만큼 꼼꼼하고 깔끔한 스위스인의 정서를 여행지 곳곳에서 만날 수 있었다.

알싸한 산 공기를 마시며 세 식구는 큰 맘 먹고 트래킹에 도전했다.

끝없이 펼쳐지는 풀밭에 반해 벌러덩 드러누워 내리쬐는 햇살을 온몸으로 느껴보았고

새콤달콤한 사과를 한입씩 베어물며 에너지를 재충전하기도 했다.

특히 페달 없는 산악자전거를 타고 굽이굽이 산자락을 쏜살같이 달려 내려온 그 쾌감은 잊을 수 없었다.

 

세 식구는 한국에 돌아온 요즘도 가끔씩 그리워한다.

그린델발트의 반짝이는 별밤과 스릴 넘치는 산악자전거를 추억하며 꼭 한번 다시 가보고 싶다고.

세 식구, 길 위에서 세상을 배우다

 

한달 내내 지도 한 장 달랑 들고 보디랭귀지로 버티며 낯선 도시를 헤매느라 몸은 무수한 '개고생'을 했지만

눈은 호사를 누렸다.

여행을 마칠 무렵 우리 식구는 '길 찾기 달인'이 되어 있었다.

하루 10시간 넘게 걸어다니는 강행군의 연속이었고

아침은 체코, 점심은 오스트리아로 이동하는 노마드족 생활이 몸에 배는 동안

세상을 보는 눈이 조금은 넓어졌다.

로망으로만 간직하고 있던 유럽을 구석구석 누비며 느낀 점 한 가지.

교통, 생활 편의시설 같은 도시 인프라는

우리나라나 유서 깊은 유럽의 도시나 별반 차이가 없었다.

오히려 '고객을 왕처럼 모시는' 서비스 마인드 면에서는 우리가 한발 앞서고 있다는 인상마저 받았다.

하지만 장인 정신이 깃들어 있는 핸드메이드의 소중함을 간파하는 안목,

남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개성 있게 자기 삶을 가꿔나갈 줄 아는 유러피언들의 삶의 태도가

큰 울림으로 다가왔다.

세 식구가 24시간 내내 붙어있다 보니

크고 작은 다툼도 많았지만 덕분에 가족간의 '미운 정'도 많이 쌓았다.

여행을 통해 에너지를 얻고 싶은데 망설이는 분들께 '강추'하고 싶다.

 

돈, 시간 때문에우리 가족을 도와준 든든한 웹사이트 유럽여행에

필요한 온갖 알짜 정보가 다 있는 여행정보의 보물창고.

숙박지, 여행루트, 트램과 버스표 구입 및 활용법, 현지 입장료 등

여행객들의 경험담을 생생하게 만날 수 있다.

우리 여행의 1등 공신으로 꼽고 싶다.

한국어로 서비스되는 숙소 예약사이트.

이용후기가 충실하고 저렴한 숙소가 다양하게 소개된다.

특히 숙박 하루 전까지는 수수료 없이 예약 취소가 가능한 것도 장점이다.

여행 중 모든 숙소예약은 이 사이트를 통해 했다.

세 식구 철도요금을 따져 보니

유레일패스를 구입하는 것보다 여행 일정에 맞춰 구간별로 기차표를 구입하는 것이 훨씬 저렴했다.

유럽은 철도 교통망이 발달한 만큼 인터넷 예매시스템도 잘 갖춰져 있다.

특히 우리나라와 달리 기차표를 미리 예매할수록 가격 할인이 많이 되었다.

[글 오미정(프리랜서)]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355호(12.12.04일자)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