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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근우 아내 홍은숙 씨가 전하는 “너는 내 운명”

leekejh 2013. 2. 21. 11:47

 

       [더 베이스볼]

              정근우 아내 홍은숙 씨가 전하는 “너는 내 운명”

 

                                                                 더 베이스볼 | 김은진 스포츠경향 기자 2013. 02. 21

 

 

2006년, 프로야구 데뷔 2년차였던 이 선수는 운명의 여인을 만났다.

야구장에서, 자신의 구단 운영팀에 근무하던 참한 아가씨였다.

첫눈에 반한 선수는 호기롭게 다가섰고,

구단 사장 비서였던 이 아가씨는 결국 그 끈질긴 구애에 넘어가고 말았다.

야구선수와 구단 사장 비서의 열애.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았던 스물여섯 아가씨에게 사내연애는 꼭꼭 숨겨야 하는 비밀이었다.

데이트 장소는 주로 자동차.

가끔 영화를 보더라도 SK 팬들이 비교적 적을 만한 다른 동네로 가서 보곤 했다.

 

자신보다 더 조심스러워하는 여자친구를 보며 선수는

" 내가 스타지, 네가 스타냐." 며 짓궂게 놀리기도 했다.
그렇게 스릴 넘치는 '007 연애'는 1년 반 뒤 결혼 발표와 함께 공개됐고,

이 커플은 2007년 11월 웨딩마치를 울렸다.

어느덧 5년이 훌쩍 지나 결혼 6년차.

" 호강시켜주겠다." 고 큰소리 쳤던 야구 유망주는

이제 대한민국 프로야구 톱스타가 된 정근우(31·SK)다.

사회생활 초창기에 직장에서 운명의 남자를 만나 인생을 맡긴 홍은숙(31) 씨가 견뎌온 인고의 세월이

남편을 스타로 만들었음은 물론이다.

 

 


홍은숙 씨는 인터뷰 내내

" 다른 선수 아내분들도 모두 똑같이 하는 거라 '내조의 여왕'이라는 말이 부끄럽다." 며

" 그냥 남편이 야구에만 전념할 수 있게 마음 편하게 해주는 것만 신경쓴다." 고 말했다.

 

결혼하기 전에는 미처 몰랐던 야구선수 아내의 길.

아이 같은 남편을 톱스타로 만든 홍은숙 씨의 평범한 듯 쉽지 않은 내조 이야기를 소개한다.

아내는 원더우먼

" 남편 없이 해야 하는 일이 참 많아요."
남편이 최고의 야구선수가 되기까지

남편의 마음을 편하게 해주기 위해 아내는 참 부지런히 움직여야 한다.

남편이 오로지 야구에만 신경 쓸 수 있도록 해야 하기 때문이다.

야구 선수들은 1년 동안 집에 있는 기간이 채 절반도 되지 않는다.

전지훈련으로 꼬박 두 달을 해외에 나가있는 데다 시즌 중 절반은 원정경기로 집밖에 나가 있다.

홈경기라고 해도 낮에 야구장에 나가 경기 끝나고 집에 돌아오면 밤 12시는 기본.

피곤한 남편에게 사소한 것들을 상의하기도 쉽지 않다.

어린 나이에 일찍 결혼했지만 아내 홍은숙 씨는 매우 차분한 성격을 가졌다.

여성스러운 외모와 달리 강단 있게 살림을 꾸린다.

결혼하기 전에는 당연히 부부가 상의할 일이라고 생각했던 것들도 자연스럽게 모두 혼자 해결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이사다.

새로 이사할 집을 알아보고, 계약하고, 이삿짐을 꾸리고,

이사를 하기까지 모두 여자 혼자 하기에는 꽤 크고 어려운 일이지만, 지금껏 혼자 다 해왔다.


홍은숙 씨는

" 결혼하고 이사를 두 번 했는데 모두 혼자 다 했어요.

  이사 날짜도 남편 신경쓰지 않게 원정일에 맞춰서

  원정에서 돌아오면 새집으로 찾아오게 했죠." 라며 웃었다.

야구선수 아내로 살다 보니 다른 아내들과 참 많이 달라진 점, 또 있다.

 


" 저는 남편이랑 장 보러 가본 적이 없어요.

  한 번은 아는 언니랑 마트에 갔는데,

  생수 박스를 사려다 '나중에 신랑이랑 같이 올 때 사야겠다'며 도로 놓더라고요.

  저는 아무 생각 없이 '제가 들게요. 차로 싣고 가면 되잖아요' 했는데

  언니는 '무거워서 못 든다'며 안 사더라고요.

  저는 쌀 20㎏도 혼자 막 드는데….

  그날 처음으로 '아, 내가 좀 다르게 사는구나' 하고 느꼈어요."

세 아이 엄마, 저는 넷을 키워요

정근우의 가장 큰 자랑은 아내, 그리고 아이들이다.

결혼 6년 차에 벌써 아이를 셋이나 뒀다.

아들 재훈(5), 지완(3)이와 딸 수빈(1)이다.

야구장에서 기자들에게 아내와 연애 스토리를 즐겨 얘기하던 정근우가

이제 가장 많이 하는 이야기는 이 세 아이들 자랑이다.

그러나 엄마 홍은숙 씨는

" 아들을 하나 더 키우는 기분." 이라며 웃는다.

큰 아들(?), 정근우 이야기다.

한 시즌이 반 년인 야구선수들에게는 꾸준히 체력을 유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특히 여름철 보양식을 챙기는 것은 아내들의 기본 내조다.

홍은숙 씨도 여름철이면 과일즙·야채즙이나 보약을 비롯해 갖가지 보양식을 챙기지만

정근우는 알아서 먹는 법이 없다.

원정길에 챙겨 넣어줘도 매번 그대로 가져오고 집에서도 따라다니며 먹여줘야 겨우 먹는다.

 


야구선수들은 외식하기도 쉽지 않다.

시즌 때는 성적에 따라 주변 분위기를 더 의식하게 돼 사람 많은 식당에서 밥을 먹는 일도 좀처럼 드물다.

거의 집에서 먹어야 하니 모두 아내의 몫이다.

홍은숙 씨는

" 우리 남편은 조금 편식을 하는 편이에요.

  밑반찬은 손도 대지 않고 메인 요리가 반드시 하나 있어야 하는데

  한 번 먹은 요리는 두 번 연속은 먹질 않아요.

  아이 같죠? " 라며 웃었다.

2013년에도 '여보, 파이팅!'
그나마 친구들처럼 평범한 아내와 남편처럼 지낼 수 있는 기간이 12월이다.
평소 유치원 발표회 등 아이들 행사에 함께 해주지 못하는 것이 야구 선수 아빠들의 비애다.

그래서 비시즌인 12월, 야구선수들은 본능적으로 정말 최선을 다해 가정적이 된다.

정근우도 사랑하는 세 아이들과 항상 '짧고 굵게' 놀아주고 있다.

이번 겨울도 최선을 다해 두 아들과 뒹굴다가 티격태격하고

아빠보다는 큰형처럼 놀아준 뒤 긴 스프링캠프를 떠났다.

엄마이자 아내 홍은숙 씨도 이제 다시 원더우먼으로 돌아간다.
남편 정근우는 이번 시즌을 마치면 FA가 된다.

야구인생에서 가장 중요하고 설레는 한 해다.

그래서 더 아내의 몫이 커진다.

'내조의 여왕' 홍은숙 씨는 남편 정근우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이렇게 전했다.
" 여보, 다른 건 바라지 않아요.

  그냥 선수생활 하는 동안 부상 없이 건강하게 오래 잘 하는 것뿐이에요.

  FA는 의식하지 말기로 해요.

  그냥 하던 대로, 우리 행복하게 잘 살아요. 파이팅! "


글. 김은진 스포츠경향 기자 | 사진. 홍은숙 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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