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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석의 야구타임스] 다르빗슈 경우로 돌아본 MLB의 3대 ‘비공인’ 퍼펙트 게임

leekejh 2013. 4. 6. 02:32

 

       [김홍석의 야구타임스]

 

          다르빗슈 경우로 돌아본 MLB의 3대 ‘비공인’ 퍼펙트 게임

 

 

'코리언 몬스터' 류현진(26, LA 다저스)이 자신의 기념비적인 메이저리그 데뷔 경기를 가졌던 날, 몇 시간 앞서 마운드에 오른 일본인 투수 다르빗슈 유(27, 텍사스 레인저스)는 퍼펙트 게임을 눈 앞에서 놓쳤다. 26명의 타자를 연속해서 범타로 처리한 다르빗슈는 단 한 명의 타자를 남겨 놓은 상황에서 통한의 안타를 허용하고 말았다.

13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메이저리그에서는 지금까지 23번의 퍼펙트게임이 달성됐고, 다르빗슈가 성공했다면 역대 24번째 주인공이 될 수도 있었다. '투고타저' 열풍이 몰아쳤던 작년에는 무려 3명(필립 험버, 맷 케인, 펠릭스 에르난데스)이 퍼펙트게임을 달성해 큰 관심을 받았다.

 


 


한 타자를 잡지 못해 퍼펙트게임을 놓친 다르빗슈 같은 경우, 본인은 무척 속상하겠지만 사실 이처럼 대기록 달성을 눈 앞에 두고 놓친 케이스는 적지 않다. 퍼펙트게임은 아니지만 로이 할러데이(36, 필라델피아 필리스)는 1999년 데뷔 당시 자신의 빅리그 2번째 등판 경기에서 9회 2사까지 노히트 행진을 이어가다 대타로 나온 바비 히긴슨에게 홈런을 맞은 적도 있다.

그렇다면 다르빗슈보다 훨씬 더 억울한 케이스는 누가 있을까? 메이저리그에는 '비공인 퍼펙트 게임' 기록이 3번 남아 있다. 지금부터 메이저리그 역사상 가장 억울한 3명의 투수를 만나보자. 이들 앞에서는 2004년 한국시리즈에서 10이닝 노히트노런을 기록하고도 공인 기록으로 인정받지 못한 배영수도 명함을 내밀기 힘들다.

▲ '오심'에 날아간 아만도 갈라라가의 퍼펙트(2010년 6월 2일)

미국 스포츠에서는 어떤 위대한 플레이나 기록을 두고 그 앞에 'The'를 붙여서 그 유일함을 칭송하곤 한다. 플레이오프에서 클리블랜드와 유타를 침몰시킨 유명한 마이클 조던의 그 유명한 'The Shot'이나 윌리 메이스가 뒤를 향해 달려가며 플라이 볼을 잡아낸 'The Catch' 등이 대표적인 경우다.

하지만 꼭 명예로운 장면에만 'The'라는 수식어가 붙는 것은 아니다. 2010년 6월 2일 디트로이트 타이거즈와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의 경기에서는 역대 최악의 오심(Blown Call)이 발생했고, 팬들은 이를 두고 'The Blown Call'이라 부르며 조롱의 대상으로 삼았다. 잘못된 판정으로 인해 이미 달성된 퍼펙트 게임이 허공으로 날아갔기 때문이다.

당시 디트로이트 소속이었던 아만도 갈라라가(28)가 오심의 희생양이었다. 갈라라가는 9회말 2아웃까지 완벽에 가까운 피칭으로 단 한 명의 타자도 1루를 밟지 못하게 했다. 스스로의 호투와 야수들의 절묘한 수비가 더해진 결과였다. 퍼펙트 게임을 목전에 둔 상황, 선수들은 물론 관중들 역시 긴장감에 휩싸였다.

9회초 2아웃 상황에서 타석에 등장한 클리블랜드의 9번 타자 제이슨 도널드는 1~2루 사이로 향하는 평범한 땅볼을 때렸다. 1루수 미겔 카브레라가 침착하게 잡은 후 투수에게 토스, 분명 타자주자가 1루를 밟는 것보다 공이 갈라라가의 글러브에 들어가는 것이 먼저였다. 카브레라는 토스 직후 퍼펙트 달성을 확신하며 환호성을 질렀고, 공을 받은 갈라라가 역시 마찬가지. 심지어 타자인 도널드조차도 이미 아웃임을 직감하고 포기한 상태였다.

헌데, 그 상황에서 1루심이었던 짐 조이스 심판이 한 박자 늦게 '세이프'를 선언했다. 갈라라가 본인은 물론, 그의 퍼펙트 달성을 축하해주기 위해 전부 일어서 있던 관중들은 모두 패닉 상태에 빠져들고 말았다. 비디오 리플레이를 살펴본 결과 이는 명백한 오심이었음이 드러났고, 조이스 심판 역시 경기 후 자신의 실수를 인정했다.

이 일은 야구계를 벗어나 더 큰 사회적 이슈로 확산되었고, 백악관의 오바마 대통령까지 직접 나서서 판정을 번복하고 갈라라가의 퍼펙트 게임을 인정해달라고 호소했다. 그러나 '오심은 반성의 대상이지 번복의 대상이 아니다'라는 원칙 하에 번복은 이루어지지 않았고, 갈라라가의 퍼펙트 게임은 환상으로 남게 되었다.

▲ 연장전에서 깨진 페드로 마르티네즈의 9이닝 퍼펙트(1995년 6월 3일)

다르빗슈는 한 타자를 남겨 두고 안타를 맞았고, 갈라라가는 오심 때문에 기록이 깨졌다. 하지만 어떤 면에서 이들보다 더 억울한 선수들이 있다. 9회까지 퍼펙트 게임을 달성했음에도 공식 기록으로 인정받지 못한 경기다. 투수가 9이닝 퍼펙트를 달성했다 하더라도 0-0인 상황에서 경기가 연장으로 넘어가면 기록은 인정되지 않는다. 메이저리그에는 그런 경우가 두 번이나 있었다.

 


 


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최고의 투수로 군림하며 '외계인'이란 별명으로 불렸던 페드로 마르티네즈는 몬트리올 엑스포스(현 워싱턴 내셔널스) 시절인 1995년 6월 3일, 샌디에고 파드리스와의 원정경기에서 9회까지 단 한 명의 주자도 내보내지 않는 완벽한 피칭을 과시했다. 하지만 상대 선발인 조이 해밀턴도 9회까지 3피안타 2볼넷 무실점의 완봉투로 맞섰고, 결국 경기는 연장으로 넘어갔다.

다행히 몬트리올이 연장 10회 초에 바뀐 상대 투수로부터 1점을 얻으며 리드를 잡은 상황. 마르티네즈가 10회 말의 3타자만 잡아낸다면 영광스런 '연장전 퍼펙트'의 주인공이 될 수도 있었다. 메이저리그의 그 긴 역사 속에서도 연장전 퍼펙트 게임 기록은 단 한 번도 없었다. 마르티네즈의 투구수가 90개 정도에 불과했기 때문에 '좀 더 특별한 대기록'의 달성 가능성은 매우 높아 보였다.

하지만 너무 마음을 놓았기 때문일까. 마르티네즈는 연장 10회말 선두타자로 나온 상대 1번 빕 로버츠에게 라인 드라이브성 2루타를 허용했고, 그 직후 구원투수로 교체됐다. 결국 팀은 승리를 거뒀지만, 마르티네즈의 이 역사적인 승리는 퍼펙트나 노히트는커녕 완봉승이나 완투승도 아닌 달랑 '선발승'으로만 기록되었다.

▲ 전설로 남아 있는 하비 해딕스의 12이닝 퍼펙트(1959년 5월 26일)

마르티네즈 정도는 양반이다 싶을 정도로 놀라운 비공인 퍼펙트 기록이 메이저리그에는 또 있다. '메이저리그 역사상 가장 운이 나쁜 투수'로 기억되고 있는 그 투수의 이름은 바로 하비 해딕스(1925~94년)다.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에서 뛰고 있던 해딕스는 1959년 5월 26일, 밀워키 브레이브스(현 애틀란타 브레이브스)와의 원정 경기에 선발 등판했다. 그리고 9회까지 단 한 명의 주자도 1루에 내보내지 않는 완벽한 피칭을 선보였다. 그대로 경기가 끝났다면 해딕스는 역대 7번째 퍼펙트게임의 주인공으로 역사에 남을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피츠버그 타자들은 9회까지 8개의 안타를 치고도 상대 선발 류 버뎃으로부터 1점도 뽑아내지 못하고 있었고, 경기는 그대로 연장으로 돌입했다. 그리고 무시무시한 투수전은 연장전에서도 계속되었다.

해딕스는 연장 12회까지 퍼펙트 기록을 이어갔다. 무려 36명의 타자를 연속해서 아웃시키는 엄청난 피칭이 계속된 것이다. 하지만 맞대결을 벌인 버뎃도 연장 13회 초까지 12개의 안타를 맞으면서도 단 1점도 허락하지 않는 '꾸역 모드'로 맞불을 놓았다. 기록의 가치로는 해딕스가 월등했지만, 야구는 어디까지나 점수가 나야 끝이 나는 스포츠다.

운명의 연장 13회말, 해딕스가 이어오던 '역대 최장 이닝' 퍼펙트는 대타로 나온 선두타자 펠릭스 만티야의 타석 때 어처구니없게도 팀 동료인 3루수 돈 호크의 실책으로 깨지고 말았다. 오래도록 지켜온 대기록 치고는 너무나 허무한 결말.

하지만 아직까지 '노히트 노런'이 남아 있는 상황이라 해딕스는 계속 마운드를 지켰다. 후속 타자의 희생번트로 1사 2루가 된 상황에서 해딕스는 상대 3번 타자인 전설적인 홈런왕 행크 아론(통산 755홈런-역대 2위)과의 승부를 피해 고의사구로 걸렀다.

더블 플레이를 유도해 승부를 다음 이닝으로 끌고 가겠다는 계산이었지만, 아론 다음에 등장한 4번 타자 조 애드콕(이해 38홈런 103타점)에게 담장 밖으로 넘어가는 끝내기 홈런을 허용하고 말았다. '노히트'는 물론이고 '노런'까지 깨진 해딕스가 이날 경기의 패전투수로 기록되는 순간이었다.

황당한 상황은 그 이후에도 이어졌다. 해딕스 피칭에 존경을 표한 아론의 배려였을까, 선행주자인 만티야가 홈을 밟는 것을 본 아론이 3루를 밟지 않고 그대로 덕아웃에 들어가 버린 것이다. 그로 인해 '끝내기 3점포'로 기록되었어야 할 애드콕의 홈런도 '1타점 2루타'로 정정되었고, 그날 경기의 최종 스코어는 1-0으로 기록되었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하비 해딕스의 '12이닝 퍼펙트'를 대기록으로 인정하고 있다. 페드로 마르티네즈의 9이닝 퍼펙트 역시 마찬가지. 그리고 오심 때문에 인정받지 못한 아만도 갈라라가의 퍼펙트 역시 마음속으로부터 받아들이고 있다. 어쩌면 아쉬운 기록을 남긴 이들이야말로 실제 퍼펙트 게임을 달성한 23명의 선수들보다 오래 팬들의 기억 속에 오래 남아 있을지도 모른다.

// 김홍석 [사진제공=Ose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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