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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훈의 인사이드MLB] 루스와 맨틀까지도?…참을 수 없는 코르크 배트의 유혹

leekejh 2013. 5. 21. 13:14

 

       [강훈의 인사이드MLB]

         루스와 맨틀까지도?…참을 수 없는 코르크 배트의 유혹

 

                                                                   스포츠경향 | 로스앤젤레스 통신원 2013. 05. 21

 

 

의사 또는 박사라는 뜻을 가진 영어단어 '닥터(doctor)'가

동사로는 '조작(변조)하다'는 나쁜 의미로 쓰인다.

미국에선 특히 야구판에서 자주 사용되곤 한다.

'닥터드 배트(doctored bat)', '닥터드 볼(doctored ball)','닥터드 그라운드(doctored ground)'라는 말이

대표적인 용례다.

금방 짐작할 수 있듯이 닥터드 배트는 코르크 등을 넣은 부정배트를 뜻한다.

마찬가지로 닥터드 볼은 표면에 일부터 '상처'를 내거나 이물질을 바른 공,

닥터드 그라운드는 홈팀에게 유리하게 변조한 그라운드를 의미한다.

 

 

↑ 부정배트 의혹이 제기되자 심판들이 배트를 조사하고 있다 (위).

배트 내부에 코르크가 들어 있는 모습.

스포츠경향DB

 

 

아직도 미국인들, 특히 백인들의 마음 속에 '영원한 홈런왕'으로 자리잡고 있는 타자는

베이브 루스(전 뉴욕 양키스)다.

루스는 1914년부터 1935년까지 통산 716개의 홈런을 쳤다.

그러나 오늘날의 관점에서 보자면 그의 홈런에는 '순수성'이 결여돼 있다.

1923년 이전까지 코르크가 들어있는 닥터드 배트를 자주 사용했기 때문이다.

물론 그때까지는 메이저리그에 코르크를 넣은 방망이(corked bat)에 대한 규정이 없었기에

'부정배트'는 아니었다.

  코르크 배트를 즐겨 사용했던 루스

루스는 무거운 방망이를 쓰는 것으로 유명했다.

루스는

36~43온스(1020~1219g)짜리 방망이를 쓰는 다른 메이저리거들과 달리

주로 48온스(1361g)짜리 방망이를 사용했다.

가끔 54온스(1531g)짜리를 쓰기도 했다.

루스가 지독하게 무거운 방망이를 휘두른 이유는

홈런타구를 날리기 위해서는 무거운 배트를 휘두르는 게 유리하다는 믿음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렇게 무거운 배트를 선호했던 루스도 실제로는 코르크를 넣은 방망이를 즐겨 사용했다.

옛날에도 지금처럼 방망이 안에 코르크를 넣으면

배트가 가벼워져 스윙스피드가 높일 수 있고,

배트의 반발력도 조금 더 좋아지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여겼다.

  (반발력 향상 여부에 대해서는 이견도 있다)

아무튼 루스는 1923년 8월 경기 도중 방망이가 부러진 탓에 코르크 방망이를 쓰는 것이 발각됐다.

당시 루스가 쓴 코르크 배트는 나무 4조각을 붙여 만든 배트 안에 코르크를 넣은 것이었다.

루스의 코르크 배트가 적발된 직후

아메리칸리그 커미셔너였던 밴 존슨은

코르크배트를 부정배트로 규정하며 정규경기에서의 사용을 금지했다.

그 시절 루스보다 코르크 배트를 훨씬 더 즐겨 사용했던 타자는

세인트루이스 외야수 켄 윌리엄스로 1922년 39홈런을 치기도 했다.

미국의 야구통계 및 역사 전문가인 빌 제임스의 연구조사결과에 따르면

1915년부터 1929년까지 통산 196홈런을 친 윌리엄스는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먼저 코르크 배트를 실전에서 사용했던 선수다.

  안 걸리면 부정이 아닌가

메이저리그에서는

'적발되지 않는다면 부정이 아니다(It ain't cheating, if you don't get caught)'는 격언 아닌 격언이 있다.

코르크 방망이로 대표되는 부정배트는 1923년 이후 빅리그에서 금지됐지만

최근까지도 많은 타자들이 수시로 몰래 사용해왔다.

걸린 선수가 극소수일 뿐이다.

이 가운데 1961년 타율 3할6푼1리로 아메리칸리그 타격왕에 올랐던 놈 캐시(전 디트로이트 타이거스)는

훗날 코르크 배트를 사용했던 사실을 인정한 바 있다.

빅리그 17년 통산 377홈런을 기록한 캐시는

1961년 41홈런을 쳐 자신의 한 시즌 최다 홈런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그동안 얼마나 많은 선수들이 부정배트를 사용했는지는 알 수 없다.

가끔 적발된 사례를 통해

선수들 사이에서 코르크 배트에 대한 환상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음을 짐작할 수 있을 뿐이다.

지난 1987년 빌리 해처(전 휴스턴 애스트로스)가,

1994년에는 앨버트 벨(전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이 코르크 배트를 사용하다 적발된 바 있다.

1996년에는 크리스 사보(전 신시내티 레즈),

1997년 윌튼 게레로(전 LA 다저스),

2003년에는 새미 소사(전 볼티모어 오리올스)가 그랬다.

지난 14일 미국에서 느닷없이 명예의 전당 멤버인 미키 맨틀(전 뉴욕 양키스)이 도마에 올랐다.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SI)가 맨틀의 코르크 배트 사용 의혹에 대해 보도했기 때문이다.

맨틀은 1951년부터 1968년까지 줄곧 양키스에서 뛰며 월드시리즈 7차례 우승을 일궈냈고,

통산 타율 2할9푼8리에 536홈런 1509타점을 기록한 전설적인 스위치히터다.

MVP에도 세차례나 올랐다.

SI보도에 따르면

이달 초 미국의 한 경매업체의 물품목록에 맨틀이 선수시절 사용했다는 배트가 올라왔다.

이 배트는 1964년에 제작된 루이빌슬러거 제품이며

X-레이 촬영 등을 통해 감정한 결과

방망이 위쪽에 구멍을 뚫고 내부에 코르크를 채워넣은 것이 확인됐다.

맨틀의 유족은 부정배트 논란이 일자 즉각

" 아버지는 코르크배트가 필요없었고, 코르크 배트를 사용하지도 않았다." 고 성명을 냈다.

경매업체도 그 방망이를 목록에서 삭제했다.

맨틀이 실전에서 코르크 배트를 얼마나 자주 사용했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맨틀 같은 빼어난 파워히터도 코르크 배트의 유혹에 빠졌던 것만은 분명한 듯 하다.

SI는 코르크 배트의 반발력이

지금까지 알려진 것과 달리 오히려 더 떨어진다는 최근의 연구 결과도 함께 전했다.

그러나 이는 부정배트에 관한 문제의 본질이 아니다.

면죄부가 될 수도 없다.

<로스앤젤레스 통신원>

 

 

 

 

 

       [민기자 MLB 리포트]

 

               맨틀의 부정 배트 논란과 코르크트 배트

 

 

이달 초 미국에서는 한 야구 방망이가 화제의 중심에 서는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한 경매 회사에서 전설적인 강타자 미키 맨틀이 직접 사용했다는 방망이를 경매에 내놓는다고 공표했습니다.

그런데 그 방망이가 코로크를 집어넣은 부정 방망이(corked bat)라는 것입니다.

'그레이 프라넬 경매회사'는 X-레이 검사 결과

이 방망이는 속을 파고 코르크를 투입한 방망이라고 광고를 했습니다.

 

'미키 맨틀의 코르크드 배트'라는 광고가 나가자 논란이 일었고

특히 맨틀의 유가족들은 발끈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즉각 반박하는 성명서를 내고 법적인 절차를 밟겠다고 발표했습니다.

 

 

< 코르크를 집어넣은 방망이의 단면도 >

 


성명서를 요약해 보면

'명백하게 밝혀야 할 일이다.

 우리 아버지는 절대 코르트드 배트를 사용하신 적이 없다.

 미키 맨틀은 그 분이 사랑한 야구에 임할 때 늘 정직했고 프로 생활에 헌신했던 분이시다.

 그 분의 능력과 노력과 그리고 야구에 대한 사랑은 역대 최고 중의 한 분이셨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조작과 모함은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이번 사태를 맡게 된 멘틀 측 법률회사는 경매 회사가 방망이를 경매에서 철회했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러나 정작 온라인 경매 회사는 아직 가타부타 반응이 없는 상태입니다.

진품인지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증거를 대라는 요청에도 아직은 답이 없다고 합니다.

지나친 상술인지 혹은 만에 하나 진품인지는 아직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고 있습니다.

1951년부터 1968년까지 뉴욕 양키스의 간판타자로 활약한 맨틀은

사상 최고의 스위치 히터로 평가받는 위대한 타자였습니다.

특히 그의 파워는 타의 추종을 불허해 전설 같은 이야기들이 많이 전해집니다.

 

맨틀은 메이저리그 사상 최장거리 홈런을 친 타자로 지금까지 회자되는데

1960년 9월 10일 타이거스타디움 야구장을 우측을 완전히 넘겨 버린 장외홈런은

후에 야구 역사학자인 마크 갤러거가 측정한 결과 196미터를 날아갔다고 발표됐습니다.

 

1953년 4월 워싱턴의 그리피스 스타디움에서 친 홈런은

양키스 여행담당관이 측정했는데 172미터로 알려졌습니다.

일반적으로 야구장의 중앙 담장이 120미터 정도인 것을 생각하면

상상을 초월하는 어마어마한 비거리입니다.


그러나 인간의 힘으로 이런 비거리를 낸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의견도 꽤 많습니다.

아마도 몇 번 튕겨 공이 멈춘 지점을 측정했을 것이라는 추정이 나옵니다.

설령 그렇다 해도 적어도 150미터 이상은 날아갔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멘틀은 두 차례나 양키스타디움의 3층 관중석을 때렸고

유일하게 장외 홈런을 기록한 무시무시한 파워를 지닌 타자였습니다.

'코로크드 배트'는 글자 그대로

야구 방망이의 속을 파고 그 빈자리에 코르크나 혹은 다른 가벼운 소재를 채우는 부정 방망이입니다.

보통 방망이의 끝 부분 가운데를 약 12.5트 정도 파서 빈 공간을 만든 후에

그곳에 코르크 같은 가벼운 이물질을 채워 넣습니다.

그러면 방망이가 가벼워져서 타자의 스윙 스피드가 빨라지고

타이밍이 더 정확해질 수 있다는 것이 속설입니다.

MLB에서는 이물질을 투입한 방망이를 사용하면 즉각 퇴장과 함께 징계를 받게 됩니다.


그런데 이렇게 코르트 등을 집어넣으면

아무래도 방망이의 강도가 떨어져 타격 중에 그 부분이 부러지는 경우가 종종 나옵니다.

그래서 부정행위가 적발돼 징계를 받은 사례는 지난 1970년 이래 6건이 있습니다.

 

가장 최근이자 유명한 코르트드 배트 사건은 2004년의 새미 소사입니다.

타격을 하던 소사의 방망이가 조각났는데 깨진 단면에서 이물질이 그대로 보인 것입니다.

특이하게도 소사의 부정 방망이는 코르크를 방망이의 끝 부분이 아닌 중간 부분에 지어넣은 것이었습니다.


심판은 즉각 방망이를 수거했고 소사는 퇴장과 함께 8경기 출전 정지를 당했습니다.

소사의 몰락에 한 몫을 한 이 사건은

금지약물 의심과 함께 소사의 홈런 파워의 진위에 심각한 타격을 입혔습니다.

 


< 소사의 방망이가 부러진 순간 가운데 검은 이물질이 드러났습니다.

퇴장과 함께 8경기 출전 정지 징계를 받았습니다. >

 


그런데 코르트드 배트에는 반전이 있습니다.
미국의 과학-엔터 TV 프로그램인 'MythBusters', 즉 기존의 속설을 깨는 프로그램은

코르크드 배트의 신화를 깨버리는 각종 실험 결과를 방영했습니다.

 

2007년 8월에 방영된 이 프로에 따르면

코르크를 투입한 방망이로 친 공은 오히려 반발력이 떨어져

일반 방망이로 친 것보다 날아가는 공의 구속이 절반 정도로 느려졌습니다.

또한 방망이의 무게가 가벼워지기 때문에 전달되는 탄력 역시 일반 방망이보다 적어집니다.

 

결과적으로 코르크를 넣은 방망이는

스펀지처럼 운동에너지를 흡수하는 효과가 나오기 때문에

오히려 일반 방망이보다 효과가 떨어진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런 과학적인 실험 결과와는 달리 많은 선수들은

코르크드 배트가 공을 더 멀리 보낼 수 있다는 '미신'을 여전히 믿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미키 맨틀이 부정 방망이를 사용했을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여겨지지만,

오늘도 누군가가 부정 방망이를 사용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의심은 상존하고 있습니다.

 

조금이라도 더 나은 결과를 얻고 싶다는 욕심에 부정한 일을 저지르는 불행한 행위는

어떤 사회든, 어떤 조직이든 극히 일부에서라도 자행되고 있습니다.

안타까운 현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