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의 등판 취소, '독보다 약' 4가지 이유
류현진의 등판 취소, '독보다 약' 4가지 이유
일간스포츠 | 김효경 | 2013. 06. 04
결국 빠졌다. 류현진(26·LA 다저스)이 3일(한국시간) 쿠어스필드에서 열린 콜로라도와의 원정 경기에 출전하지 않았다. 류현진이 미국 진출 후 예정된 선발 등판에서 빠진 건 처음이다. 지난달 29일 LA 에인절스전에서 타구에 왼발을 맞은 후유증 때문이었다. 류현진은 이날 "이번 주에 등판할 수 있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8일 애틀랜타와의 홈 경기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류현진의 등판 취소는 '독'보다는 '약'이 될 가능성이 크다.
◇ 부상 참으면 독 된다
부상을 떠안고 경기를 뛰는 것은 더 큰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이 있다. 김병현(34·넥센)의 사례가 그렇다. 김병현은 애리조나 시절인 2003년 4월15일 콜로라도전에서 불의의 부상을 입었다. 프레스톤 윌슨이 타격한 배트가 부러지면서 날아온 조각에 오른 발목을 맞았다. 김병현은 이닝을 무사히 마쳤고, 이후 3경기를 더 던졌다. 그러나 통증이 심해져 결국 부상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고, 이후 부상은 어깨 등 다른 부위로 옮겨갔다. 결국 김병현은 부상 여파로 과거의 위력적인 공을 뿌리지 못했다.
류현진은 엑스레이 촬영 결과 뼈에는 이상이 없다는 소견을 받았다. 그러나 통증을 느꼈고, 이례적으로 불펜 피칭까지 하며 점검했다. 상태가 온전치 않다는 뜻이다. 참고 던지는 것보다는 마음 편히 쉬는 게 장기적으로 낫다.
◇ 높아진 위상 확인했다
다저스는 이날 경기에 류현진 대신 마이너리그에 있던 맷 매길을 선발로 올렸다. 매길은 6이닝 동안 홈런 4방을 맞고 7실점했고, 팀은 2-7로 졌다. 이번 경기를 통해 류현진의 높아진 팀내 입지가 드러났다.
류현진은 등판 예정일을 하루 앞둔 2일 "결정은 팀에서 내릴 것이다. 그러나 팀에 피해를 입히고 싶지 않다. 완벽한 상태에서 마운드에 오르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우회적이지만 등판하고 싶지 않다는 뜻을 전달한 것이다. 돈 매팅리 LA 다저스 감독 역시 3일 "류현진은 다른 선수들보다 다리를 많이 사용한다. 작은 변화라도 팔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우리는 그것을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류현진이 팀내에서 중요한 선수로 자리잡았다는 의미다. 매팅리 감독은 이날 패배 후에는 "류현진 등 주축 선수들이 빠진 상태에서 어려운 경기를 치러야 했다"고 류현진의 공백을 아쉬워했다. 현지 언론이 류현진의 등판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운 것도 그의 달라진 위상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 체력 아끼고, 투수들의 무덤도 피했다
다저스는 지난달 24일부터 오는 13일까지 휴식 없이 20연전을 치르고 있다. 우천 연기도 없어 선발투수들은 꼬박꼬박 나흘 휴식 뒤 등판하는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지금까지 체력에 큰 어려움을 느끼지 않은 류현진에게도 4차례 연속 나흘 휴식 뒤 등판은 충분히 부담이 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선발 등판이 한 차례 미뤄지면서 체력을 비축할 시간을 벌었다.
류현진은 이번 등판 연기로 '투수들의 무덤'으로 불리는 쿠어스필드 경기를 피하고, 상대적으로 성적이 좋은 홈 구장에서 다음 경기를 치르게 됐다. 그는 쿠어스필드에 대해 "신경쓰지 않는다"고 했지만, 평균자책점이 올라갈 가능성이 큰 등판이 무산된 건 '득'으로 볼 수 있다.
[일간스포츠 김효경]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