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제네시스 스캔들과 에이로드
[민기자 MLB리포트]
바이오제네시스 스캔들과 에이로드
MLB가 마지막 약물 스캔들이 되기를 바라고 있는
남부 플로리다의 '바이오제네시스 클리닉'의 조사가 본격화되고 있습니다.
이 클리닉을 만들었던 토니 보쉬가 감형을 받기 위해 MLB의 조사에 협조하기로 결정하면서
이제 곧 실체가 드러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이미 이곳을 통해 금지 약물에 연루된 선수들의 이름은 드러나기 시작합니다.
아직은 소문으로 남아있지만 조만간 실체가 드러날 것이 확실한 것이
MLB 사무국에서는 관련된 선수가 밝혀지면 강력히 징계하겠다는 발표까지 했습니다.
그런 와중에 AP 통신은
이번 바이오제네시스 클리닉 스캔들에 연루된 일부 선수들의 명단과 함께
징계를 받을 경우 연봉 손실 내용 등을 공개하기까지 했습니다.
명단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두 선수는
뉴욕 양키스의 3루수 알렉스 로드리게스(이하 에이로드)와
밀워키 브루어스의 좌익수 라이언 브런입니다.
에이로드는 알버트 푸홀스와 함께 당대 최고의 선수 자리를 다투던 최강의 선수였고,
브런은 2011시즌 NL MVP를 수상하는 등 새로운 스타로 등극하던 선수.
그러나 에이로드는 이미 미첼 리포트 당시 이름이 올랐고 금지약물 사용을 시인한 적이 있습니다.
브런은 MVP 수상 후에 금지약물 사용 의혹 속에 MLB로부터 징계 조치를 받았다가
항소하면서 혐의를 뒤집었던 전력이 있습니다.
에이로드는 약물 스캔들이 다시 번지면서 궁지에 몰렸습니다.
아직 3년반의 계약 기간이 남아있습니다.
AP가 12명의 명단과 연봉을 공개한 이유는
이들이 징계를 받을 경우 엄청난 액수의 연봉을 지급받지 못한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입니다.
MLB와 선수노조는 금지약물을 사용하다 적발될 경우
첫 번째는 50경기 출전 정지,
두 번째 적발되면 100경기,
그리고 세 번 적발되면 영구제명을 한다는데 동의한 바 있습니다.
한 시즌 162경기를 치르는 MLB는 휴일까지 포함해 한 시즌을 183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만약 선수가 50경기 출전 정지를 받게 되면
183일의 27%인 50일간 출전 정지가 되므로 연봉 역시 27%를 받을 수 없게 됩니다.
만약 100경기 출전 정지라면 무려 54.6%의 연봉을 몰수당하게 됩니다.
구단으로서는 규정을 어겨 출전하지 못하는 선수에게 연봉을 줄 이유가 없습니다.
현재 의혹을 받고 있는 선수는 이들 두 명의 거물 외에도
샌디에이고의 에버스 카브레라(연봉 $120만), 토론토의 멜키 카브레라($800만),
오클랜드의 바톨로 콜론($300만), 텍사스의 넬슨 크루스($1000만),
디트로이트의 조니 페랄타($600만) 등이 의혹의 눈길을 받고 있습니다.
그 외에도 최저 연봉 수준의 선수들인
뉴욕 양키스의 프란시스코 세르벨리, 샌디에이고의 야스마니 그랜달,
시애틀의 헤수스 몬테로, FA 조던 노베토, 파우티노 데 로스 산토스 등도
모두 바이오제네시스 스캔들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라이언 브런의 올 연봉은 850만 달러입니다.
이들 중에 콜론과 멜키 카브레라는 이미 50경기 출전 정지에 처해진 바 있습니다.
그러나 화제의 중심은 역시 에이로드입니다.
우선 올 시즌 그의 연봉은 무려 2800만 달러입니다.
부상으로 아직까지 한 경기도 출전하지 못했지만,
빠르면 내달에 돌아올 수 있다는 소식도 있기는 하지만,
현재까지는 자신의 연봉을 모두 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만약 증거와 증언이 확보되면
50경기 내지는 100경기 출전 정지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양키스는 적게는 756만 달러에서 많게는 1528만8000 달러를 절약할 수 있습니다.
소문이 시끄러워지자 재활 중인 에이로드는 최근 성명서를 내고 사건의 진위에 대해서는 언급을 회피한 채
'현재까지 전혀 사실 여부가 밝혀진 것이 없는 사건에 대해 언급할 시점이 아니며,
빨리 복귀해 팀을 돕기 위해 최선을 다해 재활 운동을 하고 있다.' 라고만 말했습니다.
애매모호한 말로 실망감과 의혹만 보탠 셈이 됐습니다.
그러자 드디어 일각에서는 차라리 깨끗하게 은퇴를 하라는 말이 나오기 시작합니다.
USA 투데이지는 컬럼을 통해
어차피 영광의 시대가 끝난 에이로드에게 최상의 선택은 '포기'라고 권고했습니다.
고질적인 엉덩이 관절 수술 후유증으로 더 이상 선수 생활을 하기 힘들다는 의사의 소견이 나오면
아마도 에이로드나 양키스 모두에게 최선일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부상으로 어쩔 수 없이 은퇴하는 에이로드는
앞으로 3년 반이 남은 계약에 따른 약 1억 달러의 봉급을 모두 받을 수 있고,
구단도 상당 부분을 보험사에서 보상받을 수 있게 됩니다.
만약 현역 생활을 이어간다면
남은 4년을 에이로드는 온갖 비난과 빈축 속에 견뎌야할 것은 분명합니다.
소문은 소문을 낳고 그리고 결국 진실은 밝혀질 것입니다.
가장 최근에는 토니 보쉬가 에이로드에게 접근해
어느 정도 대가를 지불해주면 자신이 입을 다물겠다는 제안을 했다가 거절당하자
MLB 사무국에 모든 것을 밝히겠다고 했다는 보도도 나왔습니다.
정황으로 봐서는 에이로드가 또 금지약물과 연루된 것은 명확해 보입니다.
통산 647홈런으로 현역 최다이자 역대 5위의 기록을 지닌 에이로드는
113개의 홈런을 더 치면 사상 최다 홈런 타자로 올라설 수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부상과 스캔들에 시달린 에이로드의 경기력은 확연히 떨어졌습니다.
2011년에 16홈런, 2012년에는 18홈런에 그쳤습니다.
이런 추세라면 앞으로 남은 3년 반을 더 뛴다 해도 배리 본즈의 기록을 넘어서기는 힘겨워 보입니다.
아주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온다 해도 그의 나이 만 37세입니다.
올해 복귀했다가 50경기 출전 정지라도 받게 되면 2013시즌은 거의 공치게 됩니다.
한때 빅리그 최강의 모습을 보였던 그의 팬의 입장이라면
남은 연봉 깨끗이 포기하고 은퇴하는 것이 최선으로 여겨지지만,
그것이 그나마 '에이로드의 전설'을 어느 정도라도 남길 수 있는 길이라고 여겨지지만
그게 쉽지는 않습니다.
하루에 7만6000달러,
우리 돈으로 8천만 원이 넘는 돈을 앞으로 3년 반의 시즌 동안 벌 수 있는 에이로드입니다.
이미 자자손손 쓸 돈을 벌어놓기도 했지만 남은 계약도 쉽게 포기할 수 있는 규모는 분명 아닙니다.
결정은 그의 몫입니다.
그에게 명예로운 은퇴를 강요할 수는 없겠지만 참 아쉬운 선수입니다.
금지약물의 도움을 받지 않았어도 전설로 남을 재능이 있는 선수였는데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