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록 행진 푸이그의 달콤살벌한 '인간극장'
신기록 행진 푸이그의 달콤살벌한 '인간극장'
스포츠경향 | 윤은용 기자 | 2013. 07. 05
메이저리그에서 뛰고 싶었던 쿠바 출신 어린 야구선수가 있었다. 그는 세계 최고의 무대 메이저리그에서 뛰기 위해 수 차례 쿠바를 탈출했다가 잡히기를 반복했다. 포기할 법도 했지만, 메이저리그를 향한 열망과 절박함은 그를 더욱 강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는 마침내 메이저리그에 데뷔해 놀라운 활약을 펼치며 팬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게 된다.
드라마 같은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올 시즌 메이저리그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LA 다저스의 '쿠바 특급' 야시엘 푸이그(23)다. 올 시즌 푸이그는 뭘 하기만 하면 '최초, 최고'라는 말이 붙을 정도로 눈부신 활약을 하고 있다.
푸이그가 또 하나 진기록을 세웠다.
푸이그는 4일 발표된 내셔널리그 6월의 최우수선수(MVP)와 신인상을 모두 휩쓸었다. 지난해 7월 LA 에인절스의 마이크 트라웃도 신인으로서 월간 MVP와 신인상을 동시에 수상한 적이 있지만, 데뷔 첫 달에 이를 달성한 주인공은 푸이그가 처음이다.
푸이그의 6월은 놀랍다는 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대단했다. 26경기에서 타율 4할3푼6리에 7홈런 16타점을 쓸어담았다. 장타율이 무려 7할1푼3리나 됐으며, 안타를 치지 못한 것은 고작 4경기 뿐이었다.
푸이그는 6월 한 달간 44개의 안타를 기록했다. 신인타자 데뷔 첫달 44안타 기록은 1939년 피츠버그의 밥 엘리엇이 9월에 기록한 42개를 넘어서는 내셔널리그 최고 기록이다. 메이저리그 전체로 따져도 뉴욕 양키스의 조 디마지오만이 1936년 5월 48개의 안타를 기록해 푸이그에 앞서 있다. 또 푸이그는 첫 100타수에서 44 안타를 날려 1925년 양키스의 얼 콤스 이후 두 번째로 이를 달성한 선수가 됐다.
보통 쿠바에서 망명해 온 선수들은 과대포장 됐다는 지적을 받곤 한다. 수 차례 탈출 시도 끝에 미국이 아닌 멕시코를 통해 쿠바를 벗어난 푸이그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는 우연히 만난 에이전트 카를로스 토레스에게 "제발 메이저리그에서 뛰게 해달라"며 싹싹 빌었다.
그 어려운 상황에서 다저스의 눈에 띈 게 행운이었다.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먼저 중남미 시장에 뛰어들었던 다저스는 지난 2008년 세계청소년선수권에서 쿠바 대표로 맹활약 한 푸이그를 눈여겨보고 있었다. 다저스가 푸이그에게 제시한 금액은 7년 4200만달러(약 479억원). 메이저리그에서 한 번이라도 뛰어보는 게 소원이었던 푸이그는 단숨에 인생 역전의 기회를 잡았다. 계약 당시만 해도 '다저스가 속았다', '어리석은 계약'이라는 혹평이 많았지만, 푸이그는 데뷔 한 달만에 이 모든 부정적인 시선들을 날려버렸다.
쿠바 출신 선수들과 계약을 맺을 때 메이저리그 팀들이 가장 주의깊게 살피는 것은 '나이'와 '탈출 방법'이다. 최근 메이저리그에 진출하려는 중남미 선수들은 나이를 원래보다 더 어리게 위장하곤 한다. 그래야 계약할 때 더 높은 금액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탈출 때도 간혹 지역 폭력 조직들의 도움을 얻는 경우도 있다. 푸이그 역시 '멕시코 마약 밀수꾼들이 푸이그의 탈출을 도와주고 메이저리그와 계약하는 금액의 일부를 보수로 받기로 했다'는 소문이 돌고 있지만, 그는 이에 대해 입을 꾹 다물고 있다.
푸이그는 타석에서는 그 누구보다 무시무시한 활약을 하고 있지만, 주루나 수비에서는 간혹 과욕을 부리는 아쉬운 장면을 보이고 있다. 단타를 치고 2루까지 뛰다가 아웃돼 공격 흐름을 끊는가 하면 수비에서도 종종 어이없는 실책을 범하며 투수들의 기를 떨어뜨리곤 한다.
그럼에도 다저스 팬들은 푸이그에 보내는 애정과 관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꼴찌였던 다저스는 푸이그가 메이저리그에 올라온 후 무섭게 상승세를 타기 시작하더니 4일 현재 선두 애리조나에 2.5경기 뒤진 3위까지 올라섰다.
한 때 '과대포장된 선수'라는 달갑지 않은 비난을 받았지만, 이젠 실력으로 모든 것을 보여주면서 팀을 넘어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슈퍼스타가 돼가고 있다.
<윤은용 기자 plaimstone@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