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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기자 MLB리포트]전설이자 최고의 역할 모델인 칼 립켄 주니어

leekejh 2013. 8. 22. 16:48

 

       [민기자 MLB리포트]

 

             전설이자 최고의 역할 모델인 칼 립켄 주니어

 

 

배리 본즈, 마크 맥과이어, 로저 클레멘스, 라이언 브런, 알렉스 로드리게스.......
전설이 될 수 있었지만 스스로 야구 역사의 위대한 자리를 박차버린 안타까운 한 때 최고의 스타틀. 140년 넘는 미국프로야구 역사에 씻을 수 없는 오점을 남긴 약물 시대의 추문의 주인공들은 상한 자두를 씹은 듯 한 불쾌한 느낌을 가져다줍니다. 이젠 생각만 해도 지겨운 약물에 빠져 몰락한 스타들의 이야기가 너무 자주 언론을 장식해 그 부작용이 MLB 전체의 오염처럼 느껴질 정도. 그러나 실은 많은 이들에게 존경받는 진정한 스포츠 스타들이 훨씬 많습니다. 그리고 그 중에도 가장 성공적이고 모범적인 영웅을 꼽으라면 바로 칼 립켄 주니어가 아닐까 싶습니다.

 


 

< 현역 시절 운동장 안팎에서 가장 모범적인 선수로 사랑받던 칼은 성공적인 사업가로 변신해 존경을 받고 있습니다. 2007년 캠덴야즈 행사에 참석한 당시. >

 


최근 포브스지에 소개된 칼 립켄 주니어는 여전히 팬들에게 최고의 영웅이자 전설로 남았을 뿐 아니라, 성공적인 비즈니스맨이면서 야구인으로 자리를 잡아 후세의 귀감이 되고 있습니다.
명예의 전당 멤버인 칼 립켄 주니어의 21년의 선수 생활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기록은 바로 2632경기 연속 출장 기록입니다. 'Iron Horse(철마)'라는 별명으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뉴욕 양키스의 전설 루 게릭의 2130경기 연속 출전 기록을 훌쩍 뛰어넘은 불멸의 기록입니다. 한 시즌 162경기를 치르는 MLB에서 이 기록에 도전하려면 일단 16년을 한 경기도 빠지지 않고 뛰고 나서야 대기록이 눈앞에 보입니다. 그리고도 40경기를 더 연속 출전해야 그의 기록을 따라잡을 수 있습니다. 128경기를 치르는 프로야구라면 꼬박 20시즌을 한 번도 결장 없이 연속으로 뛰고 나면 그의 기록에 72경기 앞으로 다가갈 수 있습니다.

2001시즌이 끝나고 은퇴 후 각종 봉사 단체와 미 정부의 스포츠 외교관 등의 일을 맡아 활발한 활동을 벌이던 립켄 주니어는 2007년 1월 98.53%의 압도적인 지지로 후보 첫 해에 명예의 전당 멤버가 됐습니다. 그 해 8월 뉴욕 주 쿠퍼스타운에서 열린 기념식을 취재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를 따르고 존경하는 수 만 명의 볼티모어 오리올스 팬들이 명예의 전당 멤버가 되는 그를 축하하기 위해 그 산골 마을까지 운집한 모습은 장관이었고 감동이었습니다.

그의 이름만으로도 '신뢰와 믿음의 상징'이 된 칼 립켄 주니어(53)는 이제 야구를 기반으로 한 기업의 회장님으로 종횡무진 활약을 펼치고 있습니다. 볼티모어에서 함께 키스턴 콤비로 뛰기도 했던 동생 빌리 립켑과 함께 차린 회사 '립켄 베이스볼'은 크게 두 업종으로 구분됩니다. 하나는 프로 야구팀을 직접 운영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베이스볼 아카데미 사업입니다. '립켄 베이스볼'사는 현재 마이너리그 두 팀을 운영하고 있으며 '립켄 경험관'이라는 청소년 야구 아카데미를 두 곳에서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규모가 어마어마합니다. 야구팀에서는 연간 3000만 달러, 약 330억 원의 총 수익을 올리고 있으며 야구 아카데미는 연간 운영비만 150억 원을 상회합니다.
그 외에도 립켄 주니어는 야구장 디자인 비즈니스와 기념품 생산과 판매, 볼티모어 감독을 지냈던 아버지 칼 립켄 시니어의 이름을 딴 비영리 재단 운영 등을 총 관장합니다. 그리고 TBS-TV의 객원 해설자로도 틈틈이 활동하면서 월트디즈니사와 저서를 쓰는 계약도 체결했고 강연과 봉사 활동도 게을리 하지 않고 있습니다. 유명 비디오 게임사의 사외 이사이기도 합니다.

 


 

< 1995년 9월6일 립켄 주니어가 루 게릭의 연속 경기 출전 기록을 넘어서자 볼티모어 캠덴야즈는 축제였습니다. >

 


립켄의 야구 사업가로서의 길은 은퇴하기 전인 2000년에 이미 시작됐습니다.
그는 고향인 머릴랜드 주 에버딘시(볼티모어에서 56km 북쪽에 위치한 도시)에 야구장 건립을 결심했습니다. 자신이 700만 달러(약 77억 원)를 투자했고 시와 주정부에서 같은 액수를 내기로 합의해 약 230억 원을 투자한 6000석 규모의 아담하지만 초현대식 야구장을 지었습니다.

사실 모험이었습니다. 야구팀도 없는데 야구장부터 지은 셈이었습니다. 그러나 야구장 개장을 앞둔 2002년 2월 립켄은 뉴욕 주 유티카에 있던 마이너리그 팀 블루삭스를 300만 달러에 사들였고 에버딘의 새 구장으로 이전해 '에버딘 아이언버즈'라는 이름으로 새 출발을 했습니다. NY-펜리그 소속인 싱글A 팀은 새 보금자리에서 무럭무럭 성장했습니다. 새롭게 창단 2년 만에 적자를 면했고 새 구단주 립켄의 사업도 번창하기 시작했습니다. 팀은 10년 연속 시즌 내내 매진을 기록하며 신시내티 산하 싱글A 팀인 데이턴 드래곤스가 보유한 14시즌 연속 매진 기록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아이언버즈의 경기 평균 입장료는 창단하던 2002년에 9달러40센트였고 현재는 13달러70센트입니다. 메이저 팀인 볼티모어의 올해 평균 입장료가 23달러99센트이니 10달러 이상 저렴합니다. 그리고 공식적으로 발표되지는 않았지만 팀의 운동장 임대료는 무료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20년 임대 계약을 맺은 바 있습니다.

립켄 주니어의 사업가로서의 수완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집니다.
시와 수입을 공유하는데 수입이 예상보다 적다는 불만을 토로한 시정부는 현재 무료인 주차장을 2달러씩 받자고 강력하게 제안했지만 립켄은 절대 의견을 굽히지 않고 무료 주차를 고수하고 있습니다. 대신 팬들에게 운동장 안에서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며 식당과 매점을 모두 직영으로 교체했습니다. 팬들이 원하는 메뉴를 준비했고 서비스를 강조하면서 비용은 줄고 매상은 훨씬 많아졌습니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립켄은 2008년 템파베이 레이스의 싱글A 팀인 샬롯 스톤 크랩스를 300만 달러 조금 더 주고 구입했습니다. 역시 모범적인 마이너리그 팀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그런가하면 역시 싱글A 팀인 오거스타 그린재킷은 작년 겨울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구단에 750만 달러를 받고 매각했습니다. 2005년에 구입한 액수의 두 배가 조금 넘는 액수에 판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런데 야구팀 운영만큼이나 탄탄한, 아니 더 많은 수익을 올리는 것은 야구 아카데미입니다. 에버딘의 아이언버즈 구장 바로 인근에는 '립켄 경험관'으로 명명된 야구 아카데미 시설이 있습니다. 볼티모어의 캠덴야즈를 꼭 닮은 리틀리그 야구장을 비롯해 각종 훈련장이 완비돼 있습니다. 바로 인근에서는 프로 생활을 시작한 선수들이 꿈을 향해 달려가고, 이 아카데미에서는 어린 아이들이 미래의 꿈을 키워갑니다.

지난 2006년 이후 이 아카데미를 거친 7~18세의 청소년은 모두 5700명이 넘습니다. 올해도 750명이 이곳에서 야구를 배우고 있습니다. 7~8세의 3박4일 야구 캠프는 1인당 350달러이고, 13~18세의 4박5일 캠프는 1695달러입니다. 최고의 시설에서 최고의 코치진에게 야구를 배우기 때문에 인기 역시 최고입니다.
그리고 야구캠프 만큼이나 큰 인기를 끄는 것은 이틀, 사흘 때로는 1주일에 걸쳐 벌어지는 토너먼트입니다. 2003년에 첫 토너먼트가 열렸을 때는 11개 팀이 참가한 소규모로 시작했지만 올 해는 6월부터 11월까지 47번의 토너먼트가 잡혀있고 총 1700개 이상의 팀을 출전 신청을 했습니다. 팀 당 참가비는 1100 달러입니다.

에버딘의 아카데미보다 훨씬 규모가 크고 운영이 활성화된 곳이 있으니 2006년 개장한 '머틀 비치 립켄 경험관'입니다. 지인들과 함께 2300만 달러(약 250억 원)를 투자해 설립한 이 야구아카데미에는 8개의 야구장과 각종 훈련 시절이 완비돼 있습니다. 2월부터 4월까지는 미국 내 고등학교와 대학의 200개 넘는 야구팀이 이곳에서 스프링 캠프를 합니다. 보통 5~6일 캠프를 하는데 팀 당 5000달러를 냅니다. 여름이면 미국은 물론 전 세계에서 500개 넘는 팀이 1주일 단위로 벌어지는 토너먼트에 참가합니다. 그 중간에 벌어지는 10~14세 유스 토너먼트에도 250개 팀이 출전합니다. 토너먼트 참가비는 팀 당 600달러입니다. 선수들의 숙식까지 합치면 머틀 비치 아카데미에서만 연간 약 80억 원의 총수익을 올린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 지난 2007년 여름 온 가족이 칼 립켄 주니어의 유니폼을 입고 명예의 전당 행사에 참가해 영웅을 축하했습니다. ⓒ민기자닷컴 >

 


사실 전 미국인이 사랑하고 존경하는 칼 립켄 주니어에게는 다른 비즈니스의 유혹도 많았다고 합니다. 그저 이름을 걸고 얼굴을 내미는 것만으로도 편안하게 수입을 올리고 대접을 받을 수 있는 기회는 대단히 많았습니다. 그러나 립켄은 오직 야구와 관련된 일에만 몰두한다는 원칙을 고수합니다. '내가 사랑하고,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야구에도 도움이 되는 일이다. 수익이 상대적으로 적더라도 개의치 않는다. 이 일을 하는 것이 즐거움이다.'라고 말합니다.
은퇴 후 성공적인 비즈니스맨으로의 변신도 중요하지만 어떤 목표와 정신으로 어떤 비즈니스를 하느냐도 대단히 중요합니다. 칼 립켄 주니어는 은퇴 후 사업가로 변신해서도 헌신과 봉사, 나눔과 갚음의 정신을 잃지 않고 있기에 더욱 큰 존경과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비즈니스 기회는 놓치지 않고 잡으면서 사회에도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끌어가는 탁월한 능력도 발휘합니다. 유명 스포츠용품사인 '언더 아머'에서 아이언버즈의 유니폼 등을 지원하겠다는 제안을 했을 때 그는 어린이 캠프와 토너먼트의 스폰서십과 유니폼 제공 계약을 끌어냈습니다. 현재 언더 아머의 광고 모델이자 대변인 일도 맡고 있습니다.
올 초 트랜지션스 안경회사에서 립켄에게 안경을 제공하겠다는 제안을 하자 그는 자신의 이름을 빌려주는 대신 이동 안경 서비스 센터를 운영해 인근 저소득층 청소년들에게 무료 눈 검사와 안경을 제공을 하는 서비스를 성사시키기도 했습니다.

볼티모어 오리올스 팬들은 칼 립켄 주니어가 빛바랜 전통의 명문구단 오리올스의 구단주가 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조만간 팬들의 소망이 이루어질 지도 모를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