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프리즘] '명불허전' 보라스 마법, 그가 안긴 돈다발의 빛과 그늘
[SS프리즘]
'명불허전' 보라스 마법, 그가 안긴 돈다발의 빛과 그늘
스포츠서울2013. 12. 24
'슈퍼 에이전트' 스캇 보라스(61)의 협상은 올해도 쉬지 않았다. 시즌 후 벌써 2건의 1억 달러 이상 계약을 이끌어 내며 스토브리그를 후끈 달아오르게 했다.
추신수는 22일(이하 한국 시각) 텍사스 레인저스와 7년간 1억 3000만 달러(약 1379억 원)의 조건으로 FA 계약을 맺었다. '명문' 뉴욕 양키스의 제안을 거부하며 걱정을 샀지만 결국 'FA 대박'을 터뜨렸다. 추신수의 텍사스행 뒤에는 '협상의 달인' 보라스가 있었다. 그는 지난 4일 제이코비 엘스버리(30)와 양키스가 맺은 7년간 1억 5300만 달러(약 1624억 원) 계약을 이끌어 낸 데 이어 또다시 자신의 고객에게 '돈다발'을 선물했다.
'슈퍼 에이전트' 스캇 보라스가 22일 추신수의 대형 FA 계약을 이끌어 냈다. / 스포츠서울 DB
선수뿐 아니라 보라스 자신도 주머니를 두둑이 채웠다. 보라스는 보통 선수 계약액의 5~7%의 수수료를 받는다. 물론 금액에 따라 수수료의 비율은 올라갈 수 있다. 수수료를 5%로 가정한다면 보라스는 엘스버리와 추신수의 계약으로 약 1425만 달러(약 150억 원)를 챙겼다. 선수가 잘 될수록 얻는 것도 많으니 일종의 '윈-윈' 모델이다. 보라스는 소문난 협상 수완 때문에 이미 다양한 선수들을 고객으로 모시고 있다. 매 시즌 스토브리그의 핵심이 보라스라 봐도 무리는 아니다.
1984년부터 본격적인 에이전트 업무를 시작한 보라스는 메이저리그 사상 첫 1억 달러 시대를 열어 유명세를 탔다. 1998년 케빈 브라운(48·은퇴)이 LA 다저스와 맺은 7년간 1억 500만 달러 계약을 만들어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2년 뒤 텍사스로 팀을 옮긴 알렉스 로드리게스(38·뉴욕 양키스)에 10년간 2억 5200만 달러를 안기며 슈퍼 에이전트로 거듭났다. 이 밖에도 프린스 필더(9년·2억1400만 달러), 마트 테셰이라(8년·1억8000만 달러), 제이슨 워스(7년·1억2600만 달러), 카를로스 벨트란(7년·1억1900만 달러), 배리 본즈(5년·9000만 달러), 앤드류 존스(6년·7500만 달러) 등도 보라스의 손을 거쳐 'FA 대박'을 누렸다.
보라스는 구단에서 나올 수 있는 1달러까지 뽑아낼 정도로 협상에서만큼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그는 각 분야 전문가들과 함께 상상을 초월하는 치밀한 자료를 준비해 계약 구단과 협상에 나선다. 그가 운영하는 보라스 코퍼레이션 사무실에는 메이저리그 전 경기가 녹화되고, 소속된 선수의 기록은 30분마다 수정이 될 정도로 고객 관리가 철저하다. 선수의 장점을 체계적인 기록으로 제시하다 보니 구단 입장에서는 보라스 사단의 선수를 잡기 위해 선뜻 지갑을 열게 되는 것이다.
세밀한 정보분석과 선수 운동 능력을 바탕으로 협상에 나선 보라스지만 FA 실패작인 '먹튀' 또한 적지 않았다. 보라스 사단의 대표적 실패작은 대런 드라이포트(41·은퇴)다. 1993년 LA 다저스에 입단한 그는 1999년과 2000년에 각각 13승, 12승을 거두며 팀 주축선수로 떠올랐다. 이듬해 보라스를 내세워 5년간 5500만 달러로 다저스와 대형 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이후 팔꿈치, 무릎부상으로 단 9승에 그치며 보라스 얼굴에 먹칠했다.
메이저리그 역대 최악의 FA로 꼽히는 마이크 햄튼(41·은퇴)도 보라스의 실패작이다. 2000년 시즌이 끝나고 콜로라도 로키스와 8년간 1억 2100만 달러의 계약을 맺었지만, 이후 계속돼는 부진과 부상에 신음하며 계약기간 동안 63승에 그쳤다.
배리 지토(35)도 만만치 않은 '먹튀'다. 2007 시즌을 앞두고 FA 자격을 얻는 지토는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7년간 1억 2600만 달러의 계약을 맺었다. 이적 전 7년간 평균 15승9패 평균자책점 3.55를 올렸다. 하지만 이적 후에는 7년 동안 9승11패 평균자책점 4.26을 기록해 밥값을 못했다. 텍사스에서 부진을 면치 못한 박찬호(5년·6500만 달러)도 보라스의 오점으로 꼽힌다.
그동안 수백 명의 선수가 보라스의 손을 거쳐 'FA 대박'의 꿈을 이뤘다. 대부분의 선수는 계약 이후 '도' 아니면 '모'라는 극단적인 행보를 보였다. 보라스의 협상 수완을 등에 업고 역대 메이저리그 아시아 선수 최고 연봉기록(스즈키 이치로·5년 9000만 달러)을 갈아치우며 '잭팟'을 터뜨린 추신수. 다가오는 2014년, 그의 행보에 관심이 모인다.
[스포츠서울닷컴ㅣ이성노 인턴기자] sungro51@media.sportsseoul.com
보라스에 당한 텍사스, 왜 '보라스 사단'만 찾나
조이뉴스24 2013. 12. 24
텍사스와 보라스의 인연은 깊은 편이다. 텍사스 구단이 통 크게 투자를 결정한 굵직한 선수들이 보라스의 고객들이었다. 우선 지난 2000년 겨울 무려 10년 2억5천200만달러라는 당시로선 야구 사상 최고액 계약을 맺은 알렉스 로드리게스(뉴욕 양키스)가 있다. 로드리게스는 텍사스에서 3년간 타율 3할5리 156홈런 395타점으로 기대에 부응했다. 하지만 좀처럼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하는 팀성적에 실망한 텍사스는 2003년 시즌이 끝난 뒤 그를 뉴욕 양키스로 트레이드했다.
로드리게스의 대형 계약이 있은 지 정확히 1년 뒤 보라스는 이번엔 박찬호를 텍사스에 소개했다. 에이스 역할을 해줄 우완 정통파 투수가 아쉬웠던 텍사스는 5년간 6천500만달러라는 특급 대우를 아낌없이 보장해줬지만 결과는 최악이었다.
허리부상에서 좀처럼 헤어나지 못한 박찬호는 전성기의 구위를 잃고 4년간 22승23패 평균자책점 5.79에 그쳤다. 그 역시 계약기간을 채우기 전인 2004년 시즌 중반 샌디에이고로 쫓기듯 트레이드됐다.
텍사스와 보라스의 인연 중 빼놓을 수 없는 선수가 마크 테셰이러(뉴욕 양키스)다. 지난 2001년 아마추어 최고 유망주였던 테셰이러는 그해 드래프트 1라운드 5번으로 텍사스에 지명됐다. 테셰이러의 잠재력을 꿰뚫어본 보라스는 텍사스와 지루한 줄다리기 끝에 4년 950만달러라는 신인으로는 천문학적인 액수를 받아냈다.
2003년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테셰이러는 이후 5년간 타율 2할8푼3리 153홈런 499타점을 올린 뒤 2007년 7월 애틀랜타 브레이브스로 역시 트레이드됐다. 텍사스의 8년 1억4천만달러 장기계약 제의를 보라스가 거절한 뒤의 일이었다. 보라스는 2008년 시즌 뒤 FA로 풀린 테셰이러를 8년 1억8천만달러에 양키스에 넘겼다.
텍사스와 보라스 사단의 관계는 현재도 진행형이다. 이번 겨울 야수 최대어 중 하나였던 추신수가 7년 1억3천만달러에 레인저스 유니폼을 입으면서 텍사스는 내년 시즌 예상 타순의 상위 4명을 모두 보라스 고객으로 채우게 됐다.
우선 추신수가 큰 변수가 없는 한 1번타자를 맡을 전망이고, 엘비스 안드루스(8년 1억2천만달러), 프린스 필더(7년 1억3천800만달러), 아드리안 벨트레(5년 8천만달러)가 그 뒤를 잇게 됐다. 모두 보라스를 대리인으로 두고 돈방석에 앉은 선수들이다.
텍사스가 이들 4명에게 지불해야 하는 돈의 합계만 4억6천800만달러. 보라스 사단이 없다면 아예 시즌 운영이 불가능할 정도다.
보라스가 대리하는 선수들과 큰 계약을 맺었다가 낭패를 봤던 텍사스는 왜 보라스 사단과 계속 관계를 이을까. 존 하트 전 단장부터 존 대니얼스 현 단장까지 급할 때는 어김 없이 보라스를 찾는다. 추신수 계약을 위해 대니얼스는 작은 부분까지 일일이 챙기며 정성을 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가장 큰 이유는 역시 당장 팀 전력을 끌어올려줄 즉시전력감 선수 상당수가 보라스와 관계를 맺고 있다는 데서 찾을 수 있다. 좋은 성적만 꾸준히 올리면 '인생 역전'이 가능하다는 점을 보라스는 꾸준히 입증했다. 앞서 로드리게스가 그랬고, 박찬호와 테셰이러도 마찬가지다. 큰 계약을 앞둔 선수들은 자연히 보라스와 관계를 맺고 싶어하기 마련이다. 12년 전 박찬호의 대형 계약 뒤 추신수를 비롯해 류현진(LA 다저스) 윤석민 등 한국 선수들도 앞다퉈 보라스와 인연을 맺었다.
구단으로선 당장 필요한 선수들을 보라스가 대리하는 경우가 많으니 안 좋은 기억이 있더라도 꾸준히 찾을 수밖에 없다. 메이저리그 에이전트 시장의 '슈퍼갑'인 만큼 좋든 싫든 비즈니스 관계를 이어가야 하는 것이다.
ESPN은 "(이번 추신수 계약으로) 텍사스는 구단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보라스를 포함해 그 누구와도 거래를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줬다"며 "보라스 또한 자신의 대리인들에게 최상의 계약을 안겨준다는 신뢰감을 계속 쌓아가게 됐다"고 평했다.
조이뉴스24 김형태기자 tam@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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