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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쇼, 야구와 인생 모두 칭찬받는 이유

leekejh 2014. 1. 16. 11:53

 

                 커쇼, 야구와 인생 모두 칭찬받는 이유

 

 

                                                                                                      스포츠조선|  2014. 01. 16

 

 

서로의 진심이 통하는데 1년이 넘게 걸렸다.

LA 다저스가 에이스인 클레이튼 커쇼(26)와 장기계약을 추진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12년 시즌 종료 후였다. 당시 커쇼는 풀타임 메이저리그 4시즌을 마친 상태로 FA가 되려면 2시즌을 더 채워야 했다. 그러나 앞서 그해 2월 1900만달러에 2년 계약을 했기 때문에 2013년 연봉 협상은 따로 필요없었다. 대신 다저스는 2013년 이후의 연장계약을 추진하기로 했던 것이다. 하지만 커쇼는 신중했다. 스프링캠프 기간 동안 양측의 연장계약 협상 소식이 전해졌지만 결론은 나지 않았다.

 

 

LA 다저스 클레이튼 커쇼는 그라운드 밖에서도 활발한 자선활동을 펼치며 호평을 받고 있다.

다저스는 최소한 2018년까지 커쇼, 잭 그레인키, 류현진으로 이어지는 최강 선발진을 거느릴 수 있게 됐다.

스포츠조선 DB

 

 

3000만달러의 사나이

커쇼는 계약 협상에 있어 중요한 원칙 하나를 가지고 있다. 시즌 동안에는 절대 계약에 관한 이야기를 꺼내지 않는다는 것. 결국 2013년 시즌이 개막되면서 시간은 그대로 흘러갔다. 지난해 다저스는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에서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에 패하며 시즌을 마치자 기다렸다는 듯 커쇼에게 연장계약 협상을 제안했다. 당시 ESPN의 버스터 올니 기자는 '다저스가 계약기간 10년, 총액 3억달러 수준의 계약 조건을 제시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FA 시장이 열리고, 일본인 투수 다나카 마사히로의 포스팅이 시작되면서 양측간 협상은 장기화 조짐을 보였다. 새해 들어서는 ESPN, CBS 등 유력 언론들이 '다저스가 어떤 조건을 제시하더라도 커쇼는 올해 1년만 뛰고 FA 시장으로 뛰쳐나갈 것'이라는 부정적인 소식을 전하기 시작했다. 게다가 커쇼는 최근 연봉조정 신청을 하면서 분위기를 어둡게 몰고 갔다.

그러나 16일(이하 한국시각) 주위의 예상과 달리 다저스와 커쇼는 보란 듯 '7년, 2억1500만달러'라는 작품을 공개했다. 이날 새벽 FOX스포츠와 ESPN은 '다저스는 연봉조정 액수 교환일인 18일 이전 커쇼와의 장기계약을 마무리할 것'이라고 보도하며 양측간 합의가 임박했음을 알렸다. 커쇼는 메이저리그 역사상 처음으로 평균연봉 3000만달러를 받는 선수가 됐다. 다저스는 지난 98년 케빈 브라운을 메이저리그 첫 1억달러 선수로 만들어준데 이어 이번에는 커쇼를 통해 연봉 역사에 또다른 이정표를 세웠다.

진정한 승부사

커쇼는 지난 2011년과 지난해 두 차례 사이영상을 수상한 메이저리그 최강의 투수다. 그는 지난 2010년 5월5일 밀워키 브루어스전서 1⅓이닝 5안타 7실점으로 데뷔 이후 최악의 투구를 한 적이 있다. 경기후 커쇼는 "팀에 이길 기회를 전혀 주지 못해 동료들에게 미안하고 마음이 아프다"면서 "반드시 해법을 찾을 것이다"라고 약속했다. 그 다음 경기였던 콜로라도 로키스전에서 그는 8이닝 2안타 무실점의 완벽한 투구로 직전 경기의 부진을 만회했다. 이후 세월이 흐른 뒤 커쇼는 "당시 밀워키전을 통해 슬라이더 제구력을 잡을 수 있었던 게 터닝포인트가 됐다"고 했다. 이후 그는 한 경기서 7점 이상 준 경기가 한 차례에 불과했고, 2회 이전 강판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지난해 류현진이 안타를 칠 때 팔을 뻗어 소리를 지르며 파이팅을 돋워주는 그의 모습은 참으로 인상적이었다. 커쇼는 벤치에 있을 때와 마운드에서의 자세가 확연히 다르다. 그는 등판하는 날 한 마디도 하지 않는다. 마운드에서도 표정의 변화가 없고, 집중하려는 모습만 보인다. 전형적인 '승부사'의 모습이다. 왼손을 최대한 감추면서 몸을 끌고 나와 공을 던지는 폼은 다소 투박해 보여도, 타자들이 타이밍 잡기를 아주 어렵게 만들고 승부사의 기질까지 드러낸다.

더불어 사는 삶

커쇼가 언론의 주목을 받는 것은 그라운드에서 뿐만이 아니다. 지난 2011년초 그는 아내와 함께 고향 댈러스에 본부를 둔 봉사단체 'Arise Africa'의 일원으로 잠비아로 봉사활동을 간 적이 있다. 메이저리그 생활이 안정기에 접어들자 자선활동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굶주리고 질병에 시달리는 아이들의 모습을 목격한 그는 귀국후 잠비아에 고아원을 설립하기로 마음먹는다. 그해 그는 삼진 1개당 100달러씩 적립해 고아원 설립의 꿈을 펼치기로 했다. 그해 248개의 삼진을 잡은 커쇼는 적립금과 기타 자선활동 명목으로 모은 49만달러를 가지고 꿈을 실천했다. 고아원의 이름은 '희망의 집(Hope's Home)'으로 정했다. 매년 비시즌 그는 아내와 그곳을 방문한다. 2012년에는 아내와 함께 '믿음으로 살고, 스스로를 찾는 일들을 꿈꾼다(Live out your faith and Dreams on Whatever Field You Find Yourself)'는 제목의 책을 내기도 했다. 또 그해 '희생을 위한 삼진'이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LA 지역 자선 활동에도 적극 참가했다. 이러한 활동이 널리 알려지면서 그는 2012년 로베르토 클레멘테상을 받았다. 독실한 감리교 신자인 커쇼는 아내 엘렌 멜슨과 7년 연애 끝에 2010년 12월 결혼했다. 아직 자녀는 없다.

커쇼의 목표 역시 월드시리즈 우승이다. 다저스는 이제 클레이튼 커쇼, 잭 그레인키, 류현진으로 이어지는 1~3선발을 적어도 2018년까지 보유할 수 있게 됐다. 이들의 어깨로 다저스가 우승의 한을 풀지도 지켜볼 일이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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