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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신수, 이치로에게 진짜 배워야 할 것은?

leekejh 2014. 1. 16. 17:26

 

              추신수, 이치로에게 진짜 배워야 할 것은?

 

 

                                                                                                        오마이뉴스|  2014. 01. 16

 

 

'추추 트레인' 추신수가 2014시즌을 위한 본격적인 준비에 들어갔다.

추신수는 15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가족들과 함께 미국으로 출국했다.

1년 사이에 추신수의 위상은 달라졌다.

추신수는 지난 겨울 텍사스와 7년 1억3000만 달러의 초대형 계약을 성사시켰다.

이제 추신수는 메이저리그에서도 손꼽히는 고액연봉자이자 주목받는 스타플레이어 반열에 올라섰다.

장기 계약 출발점에 선 추신수는

텍사스의 파격적인 투자가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해야 하는 책임감을 안고 있다.

팬들의 관심은 추신수가 2014시즌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에 쏠렸다.

FA대박은 모든 프로 선수들의 꿈이지만 장기계약은 그만큼 위험부담도 따른다.

실제로 뛰어난 선수들도 장기계약을 맺고나서 갑작스럽게 추락하는 경우를 심심치않게 찾아볼 수 있다.

한국인 1호 메이저리거로 FA 대박을 터뜨렸던 박찬호는 장기계약에 관한 추신수의 반면교사다.

박찬호는 2001년 겨울 FA자격을 얻어 추신수의 현 소속팀인 텍사스와 5년간 6500만 달러,

당시로써는 초특급 대우에 계약을 체결했다.

당시 박찬호의 에이전트도 지금의 추신수와 같은 스캇 보라스였다.

텍사스와 5년 계약을 체결하기 전 5시즌 연속 13승 이상을 수확하며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정상급 우완투수로 활약했던 박찬호는,

텍사스 이적 이후 부상과 부진에 빠지며 암흑기로 접어들었다.

다저스에서 활약한 9시즌 통산 84승58패 평균자책점 3.77을 기록했지만

텍사스에서 지낸 3년 반 동안은 22승23패에 평균자책점 5.79로 전혀 다른 투수로 전락했다.

텍사스는 결국 2005년 중반 박찬호를 샌디에이고로 트레이드시키며 서로의 악연을 정리했다.

박찬호의 계약은 지금도 메이저리그에서 역대 최악의 FA 장기계약 사례를 논할 때 빠지지 않고 언급된다.

텍사스에서의 박찬호의 부진은 알고보면 'FA 후유증'의 전형적인 사례다.

박찬호는 FA를 앞둔 2001시즌 후반기부터 허리부상으로 고전했다.

팀 사정과 FA를 의식한 무리한 등판강행이 부상을 악화시킨 원인이었다.

여기에 텍사스와 장기계약을 맺은 후 새로운 팀에서 빨리 뭔가를 보여줘야한다는 부담감으로

무리하게 훈련량을 끌어올린 것도 도리어 독으로 작용했다.

  추신수가 가장 경계해야 할 점은?

추신수가 가장 경계해야 할 적도 다름 아닌 부상이다.

추신수는 풀타임 메이저리거로 자리잡은 2008년 이후

평균 144경기를 꾸준히 소화할 만큼 내구력이 뛰어나다.

지난 2011년 경기 중 사구로 인한 왼손 엄지손가락 골절로 6주간 경기장을 떠난 것을 제외하면

 이렇다 할 큰 부상경력이 없다.

 

철저한 자기관리와 성실성은 추신수의 트레이드 마크다.

오히려 성적이나 몸값에 대한 부담감으로 무리하게 오버워크를 하는 것만 주의하면 된다.

추신수는 올해 FA 계약 이후 겨울간 국내에 머물며

각종 행사와 방송 참여 등으로 평소보다 비시즌을 바쁘게 보냈다.

지난 시즌의 경우, 연말에 출국하며 일찍 개인훈련에 돌입한 것과 비교하면 2주 정도 늦어진 일정이다.

자칫 조급함에 서둘러서 페이스를 끌어올리려고 하다보면 오히려 탈이 날 수 있다.

추신수는 일단 텍사스에서 좌익수 겸 톱타자로 중용될 전망인데,

주로 우익수를 맡아온 추신수에게는 다소 생소하지만 외야수 중 수비부담은 가장 적다.

지난해 중견수로도 충분히 좋은 모습을 보여줬기에 적응에는 문제가 없을 전망이다.

 

또한 론 워싱턴 텍사스 감독은 다재다능한 추신수를

굳이 톱타자만이 아니라 중심타선이나 지명타자 등 다양하게 활용하겠다는 복안을 밝힌 바 있어서

홈런과 타점 등 공격지표가 더 향상될 수 있다.

변수는 사구와 도루다.

몸쪽 공이 와도 피하지 않는 대담성과 승부욕이 추신수를 출루머신으로 만들었지만 26개의 사구는 너무 많다.

구단 입장에서도 장기계약을 맺은 선수가

출루나 도루 한 번과 맞바꿔 부상자 명단에라도 오른다면 큰 손해다.

 

도루도 부상위험이 높은 상황 중 하나다.

추신수가 몸을 사릴 선수는 아니지만

불필요한 도루나 과도한 허슬플레이는 오히려 구단에서 자제시킬 가능성도 있다.

올해 성적에 대한 기대치는 '2013년만큼' 해줘도 대성공이다.

추신수는 지난해 신시내티에서 이보다 더 잘 할 수 없는 시즌을 보냈다.

톱타자로 나선 추신수는 타율 0.285 21홈런 54타점 107득점을 기록했다.

출루율 0.423은 내셔널리그에서 두번째로 높은 기록이었다.

급격한 슬럼프나 부상만 없다면

추신수는 향후 몇 년간 3할타율과 20-20(홈런-도루)를 꾸준히 해줄 수 있는 선수로 꼽힌다.

추신수는 통산 104홈런 105도루를 기록중이다.

선수로서 추신수의 궁극적인 목표는

선수생활 동안 아시아선수 최초로 메이저리그에서 200-200을 넘어 300-300까지도 도전해보는 것이다.

 

추신수 이전에 아시아가 배출한 최고의 메이저리거로 꼽히는 스즈키 이치로(뉴욕)도

도루는 통산 472개나 기록했지만 홈런은 111개에 그쳐 200-200에는 도달하지 못했다.

  이치로의 화려한 기록보다 꾸준함을 본받아야

최다안타를 위하여 일부러 장타력을 버렸다는 이야기도 듣고 있는 이치로는

통산 2.742안타를 기록하며

빅리그 통산 29번째이자 아시아 선수 최초의 3000안타 달성에 258안타를 남겨두고 있다.

은퇴 후 아시아 선수 최초 명예의 전당 입성이 유력한 1순위 후보로 꼽히는 이치로에 비하여

누적기록에서 뒤지는 추신수가 도전할 수 있는 목표가 바로 200-200 달성과 출루율 기록이다.

하지만 이치로에게 정말 본받아야 할 것은 화려한 기록보다 꾸준함이다.

일본에서 7시즌을 보내고 20대 후반의 나이에 메이저리그에 진출하고도

엄청난 누적 기록을 남길 수 있었던 것은 천재성을 넘어선 꾸준함 덕분이다.

 

이치로는 10년연속 3할- 200안타를 기록했고

메이저리그 13시즌 동안 큰 부상없이 전경기 출장 4시즌 포함 46경기밖에 결장하지 않았다.

최근 노쇠화 경향을 드러내기도 했지만

그의 나이가 은퇴한 박찬호와 같은 73년생임을 감안하면

지금까지 이뤄놓은 것만으로도 동양인의 한계를 뛰어넘었다고 할 만하다.

어느덧 30대에 접어든 추신수에게도

이제 급격한 성장이나 변화보다는

얼마나 현재의 기량을 유지하며 운동능력의 하락을 늦출수 있느냐에 초점이 맞춰진다.

 

실제로 추신수와 유사한 호타준족형의 선수들이

모두 30대 이후 급격한 운동능력 하락으로 기량이 쇠퇴하는 모습을 드러낸 것도 사실이다.

추신수는 과연 이치로만큼 롱런 할 수 있을까.

1등이 되는 것보다 더 어려운 것은 1류로 오래오래 기억되는 것이다.

한두 해 반짝 잘하는 것이나 월드시리즈 우승도 좋지만,

그보다 더 힘든 것이 최고의 무대인 메이저리그에서 오래 살아남는 것이다.

 

텍사스와 7년 계약이 끝날 때 추신수의 나이는 39세가 된다.

그때까지도 당당히 장수 메이저리거로서 건재할 추신수의 모습을 팬들은 기대하고 있다.

[오마이뉴스 이준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