핼리혜성 어디서 오나 했더니 ..
핼리혜성 어디서 오나 했더니 ..
태양계 구름처럼 둘러싼
혜성의 고향 '오르트 구름'
미국, 결정적 증거 발견
중앙일보김한별2014. 03. 27
지난해 말 혜성 아이손(ISON)이 지구를 찾아왔다.
이 혜성은 빛나는 꼬리를 가진 '금세기 최고의 혜성'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태양에 너무 가까이 접근해 소멸하고 말았다.
그리스 신화 속 이카루스처럼 사라져간 아이손은 어디서 날아왔을까.
천문학자들은 그 기원을 오르트 구름(Oort cloud)으로 추정했다.
태양계 밖에 있다고 알려져 있는 '긴 주기 혜성'들의 고향이다.
75.4년 주기로 지구를 찾아오는 '혜성의 대명사' 핼리혜성도 이곳 출신으로 알려져 있다.
오르트 구름의 실체는 그동안 베일에 싸여 있었다.
하지만 서서히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미국 하와이 제미니 천문대의 채드윅 트루히요 박사 연구팀은 26일(현지시간)
'안쪽(inner) 오르트 구름'에 속하는 천체 '2012VP'를 발견했다고
세계적인 과학저널 '네이처(Nature)'에 발표했다.
칠레 등에 있는 전파망원경을 이용해서다.
오르트 구름은 태양계을 껍질처럼 둘러싸고 있다고 추정돼온 공 모양의 천체 집단이다.
태양으로부터의 거리는 대략 70AU(천문단위, 1AU=지구~태양 거리, 약 1억5000만㎞)에서 10만AU까지.
천문학자들은 이곳에 수많은 행성과 혜성이 구름같이 모여 있으며,
그중 일부가 태양계 안쪽으로 찾아오는 것이라고 믿어왔다.
오르트란 이름은 이 같은 가설을 처음 주창한 네덜란드 천문학자 얀 오르트에게서 따왔다.
하지만 여지껏 오르트 구름에 속하는 천체 궤도가 확인된 것은 2003년 발견된 '세드나(Sedna)'뿐이었다.
하지만 이번에 2012VP가 추가로 발견됐고
두 천체는 근일점(近日點· 태양 가장 가까이 접근하는 지점)과
공전 궤도가 이루는 각도(근일점이각)가 일치했다.
둘이 같은 곳에 뿌리를 두고 있음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대만 천문·천체물리연구소(ASIAA)의 메건 슈왐브 박사는 이번 발견이
" 내부 오르트 구름이 실제로 존재함을 보여주는 결정적 증거(smoking gun)" 라고 평가했다.
오르트 구름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크게 두 가지 가설이 있다.
태양계가 만들어질 때 멀리 튕겨나간 천체들이 모여 만들어졌을 것이란 설,
태양과 함께 태어난 형제 별(항성)이 만든 별도의 행성계라는 설이다.
이 때문에 이번 발견은
" 초기 태양계 진화의 비밀을 푸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할 것." 이라는 게
한국천문과학연구원 우주감시센터 최영준 박사의 설명이다.
김한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