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저스가 '류현진 YES, 다나카 NO'한 이유
[ 야구는 구라다 2 ]
다저스가 '류현진 YES, 다나카 NO'한 이유
스포탈코리아 스페셜 2014. 07. 18
NY 양키스의 일본인 투수 다나카 마사히로가 치료를 시작했다.
6주 후 복귀를 목표로 주사 요법을 받고 있다.
팔꿈치 인대가 손상돼 PRP(혈소판풍부혈장)라고 부르는 어려운 이름의 치료법을 시행한다.
자신의 혈액에서 나온 혈소판 혈장을 환부에 주입하는 방법으로 회복시키는 요법이란다.
그러나 이 치료법이 성과를 얻지 못하면 결국 토미존 서저리(인대이식접합술)를 받아야 한다.
그 경우 재활기간까지 포함하면 1년 가량의 공백은 불가피하게 된다.
사실상 선수생활의 심각한 고비를 맞은 셈이다.
다나카의 부상에 대해 '안됐다' '불쌍하다' '쌤통이다' 등등 다양한 반응들이 나타났다.
그러나 무엇보다 <…구라다>의 호기심을 끌었던 것은 '다저스가 신의 선택을 했다'는 평가였다.
무슨 말이냐….
다저스도 지난 겨울에 다나카에 관심을 엄청 가졌지만,
그 내구성에 의심을 품고 결국 데려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이미 너무 혹사 당한 투수라 오래 쓰기 힘들 것으로 판단했다는 뜻이다.
이 말이 진실이라면 과연 다저스는 기가 막힌 선택을 한 것이고, 반대로 양키스는 폭탄을 맞은 셈이다.
사실 다나카의 미국행이 추진되던 때부터 대부분의 ML 관계자들은 과다 사용된 부분에 대한 의심을 가졌다.
그러나 결론은 비슷했다.
그 위험성의 실체는 누구도 모른다는 것이었다.
실제 한 매체가
메이저리그의 몇몇 구단 스카우트와 단장 등을 상대로 다나카에 대한 설문 조사를 벌인 적도 있다.
그 때 대답들이 주로 이랬다.
" 그런 거(위험성) 없는 선수가 어디 있어? 일단 지르고 보는 거지."
" 그걸 알면 벌써 큰 돈 벌었게? "
" 의사도 정확히 모르는 걸 우리가 어떻게 알아." 등등.
스카우트라는 작업은 어쩔 수 없이 도박성이 전제됐다는 얘기들이었다.
양키스라고 사전에 치밀한 메디컬 테스트를 왜 안 했겠는가.
로건 화이트의 혜안
그런데 과연 다저스는 어떻게 다나카의 내구성을 의심했을까?
그 답을 얻기 위해서는 로건 화이트(52)라는 인물을 알아야 한다.
그의 직함은 LA 다저스의 단장 보좌역(Assistant GM)이다.
역할은 스카우트 총책임자다.
자신이 투수 출신으로 마이너리그에서 몇 년 돌다가
20대 중반에 일찍이 꿈을 접고, 스카우트의 길로 들어섰다.
볼티모어에서 솜씨를 인정받고, 다저스로 건너온 게 2002년.
벌써 12년째 근속 중이다.
물론 중간중간에 다른 데 일자리 알아보러 다니기도 했다.
최근에는 파드리스의 단장을 해보겠다고 지원서를 내고 공공연하게 인터뷰도 봤다.
미국에서야 뭐 눈치 보고, 숨길 일도 아닌가 보다.
그는 12년간 다저스 스카우트로 일하며 수많은 히트작을 내놨다.
최근 흥행작으로는 단연 류현진과 야시엘 푸이그다.
처음에는 그쪽 업계에서
" 검증도 안된 애들한테 무슨 돈을 그렇게 써." 라는 비웃음도 받았지만,
지금은
" 경차 값으로 리무진을 뽑았다." 고 찬사를 받는다.
그런 그가 아주 예전에 다나카 마사히로와 관련해서는
" 에이스 감은 아니다.
한 1~2년은 괜찮겠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리스크(위험성)가 크다." 고
내구성에 대해 의구심을 표한 리포트를 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다시 한번 진가를 드러냈다.
왜 그렇게 봤을까?
자신도 투수 출신인 그는 투수를 선택할 때 특히 면밀히 살펴보는 부분이 있다.
비디오-스카우트 드래프트(Video-Scout Draft)라고 부르는 이 작업은
투구 동작을 인체공학적으로 면밀히 분석해내는 프로그램이다.
발전 가능성, 부상 위험성, 내구성 등을 검토하는 작업인 셈이다.
보통 이 작업을 위해 수 개월 이상의 비디오 촬영과 데이터 분석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프로그램이 가장 빛을 발한 것은 2006년 드래프트였다.
당시 이상한 폼으로 던지는 텍사스 출신의 좌완투수에 대해 상당수 팀들은 회의적인 시각이었다.
다저스의 앞에 있던 6개 팀이 모두 그를 외면하자, 로건 화이트는 망설임 없이 그 '이상한' 투수를 택했다.
그게 클레이튼 커쇼였다.
다름 사람들은 괴상한 폼이라고 했지만,
화이트의 눈에는 가장 인상적인 딜리버리 매카니즘을 가진 것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물론 그 뒤로 한동안은 같은 해 드래프트에서 팀 린시컴을 흘려보낸 것에 대한 비난을 받기도 했다.)
아무튼 화이트는 다나카 마사히로의 투구폼 자체에서 문제점을 발견했고,
그의 예측은 놀랍게도 현실로 나타났다.
결국 비슷한 얘기일 수도 있지만 흔히 말하는
▶ 스플리터의 남용
▶ 25세 이전 1400이닝 투구
▶ 메이저리그식 5일 로테이션의 압박감 등과는 또다른 시각의 분석이다.
스카우트 한 명이 구단의 미래를 바꾼다
물론 로건 화이트는 결정권자가 아니다.
경영진이 의사 결정을 하는 데 필요한 의견을 제시하는 위치다.
게다가 당시에 다저스가 펼친 다나카에 대한 구애 공세는 벌써 진정성이 의심됐다.
<…구라다>는 그 무렵 '그건 뻥카일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한 바 있다.
어차피 풍부한 선발 자원에 굳이 거액을 들일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또 다나카의 에이전트 케이시 클로스가 커쇼, 그레인키의 에이전트이기도 하다는 점도 작용했으리라고 본다.
한 에이전트가 자신의 고객 3명을 똑같은 선발진에 넣고 경쟁구도로 만들 리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 대해서는 올 1월에 두 차례 올렸던 글
'다저스에 디자인 당한 양키스' 편과 '뻥카 치는 다저스' 편에서 자세히 다뤘다.
로건 화이트는 2년전 멕시코행 비행기를 탄다.
자신의 팀원이자 멕시코 담당인 마이크 브리토와 함께였다.
(예전 다저스 중계 때 포수 뒤에 중절모 차림으로 스피드건을 재던 사람)
쿠바를 탈출해 멕시코 인신매매단에 볼모로 붙잡혀 있던 야시엘 푸이그를 만나기 위해서다.
화이트는 3박 4일간 타격 훈련 장면만 몇 번 보고는 LA로 돌아와
콜레티 단장에게 '사인해도 괜찮다'는 보고서를 냈다.
물론 다저스는 2008년부터 푸이그를 주목하고 있었다.
커쇼에서 푸이그, 류현진, 그리고 다나카까지….
유능한 스카우트 한 명이 구단의 미래를 완전히 바꿔 놓을 수도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 예가
바로 로건 화이트다.
백종인 / 칼럼니스트 前 일간스포츠 야구팀장
[스포탈코리아=스페셜9 제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