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ekejh 2021. 2. 1. 13:30
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 용어 산책 135] '빈볼(Bean Ball)'에 '빈'자가 들어간 까닭은
김학수
입력 2020. 09. 10. 08:55수정 2020. 09. 10. 08:57
요약보기음성으로 듣기번역 설정글씨크기 조절하기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휴스턴 애스트로스 선수들과 오클랜드 애슬레틱스 선수들이 지난 8월10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 콜리세움에서 빈볼 시비가 도화선이 돼 벤치클리어링을 벌이고 있다. [AP=연합뉴스]이미지 크게 보기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휴스턴 애스트로스 선수들과 오클랜드 애슬레틱스 선수들이 지난 8월10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 콜리세움에서 빈볼 시비가 도화선이 돼 벤치클리어링을 벌이고 있다. [AP=연합뉴스]
‘빈볼(Bean Ball)’은 늘 논란의 대상이다. ‘빈볼이다, 아니다’로 공방을 벌이다가 편싸움까지 번질 수 있다. 빈볼 시비가 벌어지는 것은 그 자체가 너무 위험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타자의 기를 꺾기 위해 투수들은 몸쪽 높은 공을 던질 수는 있다. 하지만 몸쪽 공이 타자의 몸에 맞든지 하면 큰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타자들은 투수가 던지는 공이 자신의 머리쪽으로 날아올 때 큰 공포감을 느낀다. 이런 공을 보면 타자들은 몸을 도사린다. 공을 던진 투수가 미안하다는 표시로 모자를 벗어 정중하게 사과를 해도 뒷끝이 개운치 않다. 심판은 투수가 고의적으로 머리 부근을 겨누어 던진 반칙투구라고 판단되면 ‘빈볼’ 선언을 하고 투수에게 경고나 퇴장을 명령할 수 있다.
빈볼은 일반적으로 콩을 의미하는 ‘빈(Bean)’과 공을 뜻하는 ‘볼(Ball)이 합성된 말이다. 빈은 ’커피 콩(Coffee Bean)’과 같이 작은 알갱이 콩을 말하는 의미로 쓴다. 하지만 속어로 머리라는 뜻도 있다. 1900년대 초 미국에서 사람의 머리를 지칭해 빈이라는 말을 속어로 많이 사용했다고 한다. 당시 이 단어에서 유래한 야구용어가 된 게 빈볼이다. 투수가 타자 머리쪽으로 의도적으로 던지는 위협구로 부르게 된 것이다. 빈볼은 ‘블러시백(Brushback)’이라고도 말한다. 등에 묻은 흙을 툭툭 턴다는 뜻이다. 타자의 입장에서 빈볼의 의미를 잘 나타낸 표현이다. 빈볼을 자주 던지는 투수는 ‘헤드 헌터(Head Hunter)’로 불리기도 한다. 머리를 사냥한다는 의미이다. 야구와 비슷한 크리켓에도 빈볼과 비슷한 것이 있다. ‘비머(Beamer)’이다. 정식 투구대로 원 바운드를 하지 않고 바로 타자의 허리위로 날아오는 볼을 의미한다. 크리켓서는 비머가 나올 경우 바로 타자팀에게 자동으로 1점을 준다.

AD
교보라이프플래닛
교보라이프플래닛 비갱신암보험
교보라이프플래닛 비갱신암보험
바로가기
 빈볼은 생명의 위험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메이저리그에선 빈볼을 던지는 투수에게 즉각 퇴장을 명령하도록 규정해 놓고 있다. 한국프로야구에서는 머리 쪽 위협구뿐 아니라 타자 몸쪽으로 향하는 전반적인 위협구를 빈볼로 간주한다. 투수들에게 금기사항인 빈볼이지만 홈런타자 등을 맞닥뜨릴 때 투수들은 빈볼의 유혹을 받는 경우가 있다. 경기가 한창 달아오를 때도 빈볼을 던지는 수도 있다. 빈볼은 때로 싸움을 유발한다. 타자가 마운드로 달려가 투수와 뒤엉켜 난투전을 벌이거나 양팀 선수들이 벤치 클리어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심판은 빈볼이 의도적으로 던지도록 감독이 지시했다면 감독까지도 퇴장 시킬 수 있다. 빈볼과 관련해 '빈볼 워'(Bean Ball War)라는 용어도 있다. ‘이에는 이, 눈에는 눈’식으로 악감정이 쌓여 전쟁과 같은 충돌 상황으로 이어지는 것을 말한다.

빈볼로 타자가 사망하는 사례도 있었다. 실제로 메이저리거였던 레이 채프먼이 1920년에 빈볼로 인해 사망했다. 국내 야구에서는 1955년 선린상고 소속 선수 최운식이 경기고와의 경기도중 빈볼을 맞아 사망했다. 최근 메이저리그 빈볼 사례를 하나 소개한다. 메이저리그 강속구 투수 어롤디스 채프먼(뉴욕 양키스)이 위협구를 던졌다가 징계를 받았다고 MLB닷컴은 지난 3일 전했다. 채프먼은 최지만이 소속한 탬파베이 레이스와의 경기에서 위협구를 던져 벤치 클리어링을 유발시켜 MLB 사무국으로부터 3경기 출장 금지를 받았다. 채프먼은 탬파베이와의 MLB 홈경기에서 5-3으로 앞선 9회 초 마무리 투수로 등판해 2아웃을 잡았다. 이어 마지막 타자인 마이크 브로소를 상대로 초구에 100.5마일(약 162㎞)짜리 강속구를 머리 쪽으로 던졌다. 경기는 브로소의 삼진으로 끝났지만 이후 양 팀 선수들이 그라운드로 몰려나와 대치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MLB 사무국은 채프먼의 위협구가 실수가 아니라 고의적인 투구였다고 판단해 출장 금지 징계와 함께 벌금도 부과했다. 벌금 액수는 공개되지 않았다. 또 벤치 클리어링을 막지 못한 애런 분 양키스 감독과 케빈 캐시 탬파베이 감독은 1경기 출장 금지와 미공개 벌금 징계를 내렸다. 코로나19가 확산되는데도 빈볼 시비가 붙으면 선수들은 몸싸움까지 불사하는 소동도 마다하지 않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김학수 마니아리포트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report@ma


https://sports.v.daum.net/v/20200910085544992?f=m



송재우의 포커스 MLB] 빈볼은 전략일까 퇴출 대상일까
배중현
입력 2020. 09. 18. 06:01
번역 설정글씨크기 조절하기
탬파베이 마이클 브로소가 지난 3일 열린 양키스전 9회 채프먼의 공이 머리로 향하자 몸을 숙이고 있다. AP=연합뉴스이미지 크게 보기

탬파베이 마이클 브로소가 지난 3일 열린 양키스전 9회 채프먼의 공이 머리로 향하자 몸을 숙이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 3일 미국 메이저리그(MLB) 뉴욕 양키스-탬파베이전에선 벤치 클리어링이 벌어졌다. 당시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 라이벌인 두 팀은 시즌 9번의 맞대결에서 몸에 맞는 공 8개가 나왔을 정도로 신경전이 대단했다. 케빈 캐시 탬파베이 감독은 '양키스 투수들이 의도적으로 위협구를 던져 타자들을 위험에 처하게 한다'며 노골적으로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벤치 클리어링이 벌어진 3일에도 1회 초부터 탬파베이 3번 타자 조이 웬들이 양키스 선발 다나카 마사히로가 던진 시속 95.1마일(153㎞) 포심 패스트볼에 맞았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게 흘러가더니 9회 초 양키스 마무리 아롤디스 채프먼의 시속 100.5마일(161.7㎞)의 빠른 공이 대타 마이크 브로소 머리 쪽으로 향하자 감정이 폭발했다.

AD
에이블루
커블체어 2+1 최대 72% 할인혜택
커블체어 2+1 최대 72% 할인혜택
알아보기
빈볼이 나온 뒤 어떤 투수도 '의도적으로 던진 공'이라고 인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경기를 직접 뛰는 타자들의 생각은 아주 다르다. 특정 상황이 발생한 뒤 '다음 타석에서 공에 맞겠구나'라는 생각을 하고 실제로 그렇게 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같은 팀 타자가 공에 맞거나 위협구에 놀랐을 때 보복구를 던지지 않는 것은 팀플레이를 하지 않는 선수로 낙인찍기도 한다.

MLB에서 14년을 뛰며 통산 121승을 거둔 브래드 페니는 경기 시작 후 공 하나만 던지고 퇴장당한 경험이 있다. 전날 경기에서 양 팀이 위협구를 주고받으며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돼 심판이 경기를 앞두고 '만역 위협구가 나오면 경고 없이 바로 퇴장시키겠다'는 얘길 양 팀에 전달한 상황이었다. 페니는 위협구를 던지면 퇴장당할 것을 알았지만, 초구에 상대 타자를 맞혔다. 현역 시절 '컨트롤의 마법사'로 불린 그렉 매덕스는 연속 무사사구 행진을 이어가던 중 팀 동료가 투구에 맞자 본인 기록을 포기하고 상대 타자를 맞혔다.

캐시 감독은 심판과 양키스 코칭스태프를 향해 일침을 가했다. '우리 팀에도 (채프먼처럼) 시속 98마일(157.7㎞)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가 즐비하다'고 맞불을 놓기도 했다. 흥분한 감독을 달랜 건 정작 선수였다. 위협구 당사자인 브로소는 "돌고 도는 보복을 계속할 필요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투수들의 공이 점점 빨라져 이젠 공에 맞았을 때 버틸 수 있는 신체 부위가 없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상대 팀에 메시지를 보내는 더 나은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는 의견도 빼놓지 않았다.

과거 한 시대를 풍미한 밥 깁슨·놀란 라이언·로저 클레멘스·페드로 마르티네스 같은 투수들은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뛰어난 실력에 불같은 강속구로 사랑받았다. 동시에 위협구를 전략적으로 잘 활용했다. 깁슨은 대놓고 "홈플레이트를 중심으로 안쪽 절반은 타자에게 양보하겠지만, 바깥쪽 절반까지 노리고 타석에 붙는다면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위협구를 던졌다"고 자랑스럽게 얘기하곤 했다. '신구 강속구 투수' 첫 맞대결에서 패한 클레멘스는 "라이언이 자신의 팀 타자들에게 비열하게 위협구를 던져 제대로 공략하지 못했다"고 비난했지만, 세월이 흐른 후 본인도 라이언의 그런 전략을 곧잘 활용했다.

이미지 크게 보기

빈볼에 대한 투수와 타자 의견은 엇갈린다. 투수들은 몸쪽 공을 던지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몸에 맞는 공이 많이 나온다고 말한다. 반면 타자들은 어느 정도 투수의 생각도 이해하지만, 머리 쪽으로 공을 던지는 건 생명의 위협을 느낄 수 있어 '동업자 정신'이 필요하다는 걸 강조한다.

야구공은 야구라는 스포츠 행위에서 빼놓을 수 없는 도구이다. 그런 도구를 '무기화'한다면 이는 애초의 활용 목적을 완전히 벗어나게 된다. 특히 평균 구속 시속 150㎞ 강속구 투수가 즐비한 MLB에선 더욱 그렇다. 전략적으로 활용한다는 그 자체를 부정하지 않겠지만, 자신의 위협구가 어떤 문제를 야기 시킬 수 있고 얼마나 위험한지에 대한 고찰이 필요하다.

송재우 MBC SPORTS+ 해설위원 정리=배중현 기자

Copyrightsⓒ일간스포


https://sports.v.daum.net/v/20200918060134268?f=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