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간 광활한 중국 대륙을 누볐던 태극전사들이
올림픽 출전 사상 역대 최다 금메달을 수확하는 최고의 성적으로 베이징올림픽을 마감했다.
한국은 대회 마지막 날인 24일
남자 마라톤에 출전한 이봉주와 이명승(이상 삼성전자), 김이용(대우자동차판매)이 하위권으로 처졌고
남자 핸드볼도 8위에 그쳐 메달을 추가하는 데 실패했다.
그러나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 13개, 은메달 10개, 동메달 8개를 획득해
국가별 메달 순위에서 종합 7위를 확정지으며
8위에 머문 일본(금9, 은6, 동10)을 제치고 8년 만에 아시아 2위에 복귀했다.
베이징올림픽을 앞두고 한국선수단의 지상 목표는 `10-10(금메달 10개-세계 10위)' 달성이었다.
한국은 안방에서 열린
1988년 서울올림픽(금12, 은10, 동11개)에서 역대 최고 성적인 종합 4위에 올랐고
1992년 바르셀로나(금12, 은5, 동12개)에서도 종합 7위를 지켰지만
1996년 애틀랜타(금7, 은15, 동5개)에서는 10위에 턱걸이하며 하향곡선을 그렸다.
급기야 2000년 시드니(금8, 은10, 동10)에서는 12위로 밀려났었다.
4년 전 아테네에서 한국은
금메달 9개, 은메달 12개, 동메달 9개로 종합 9위에 복귀했지만
종합 6위에 오른 영원한 라이벌 일본(금16, 은9, 동12)에 밀려 아시아 2인자의 자리를 놓친 것이 뼈아팠다.
이 같은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태릉선수촌은
지난 해부터 `선택과 집중'을 훈련 모토로 내걸고 일찌감치 올림픽 체제에 들어간 뒤
세계 10강 유지는 물론 일본을 꺾고 아시아 2위에 복귀하는 것도 반드시 달성해야 할 목표로 제시했다.
사실 이번 올림픽을 앞두고 전망은 그리 밝지 않았다.
3년 2개월간 대한체육회를 이끌었던 김정길 회장이
올림픽 개막을 불과 두 달여 앞둔 시점에서 정부와 마찰로 인해 중도사퇴했고
긴급 회장 선거를 통해 이연택 전 회장이 복귀하는 등
어수선한 분위기가 이어져 목표 달성이 쉽지 않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그러나 태극전사들은 대회 첫 날
유도 60㎏급의 최민호(한국마사회)가 통쾌한 `한 판 퍼레이드'로 첫 금메달을 선사한 뒤
둘째 날 `마린보이' 박태환(단국대)이
한국 수영 사상 최초로 남자 자유형 400m에서 금빛 물살을 가르는 신기원을 이룩했고
양궁에서는 남녀 단체전을 석권하며 메달 레이스에 박차를 가했다.
사격에서도 진종오(KT)가 황금 메달을 명중시킨 가운데
역도에서는 사재혁(강원도청)이 깜짝 금메달을 획득했고
`여자 헤라클레스' 장미란(고양시청)은 세계 신기록을 번쩍 들었다.
대회 중반을 넘어서며 `살인 윙크'의 이용대가
이효정(이상 삼성전기)과 짝을 이룬 배드민턴 혼합복식에서 금빛 스매싱을 날렸고
국기 태권도는 임수정(경희대)과 손태진(삼성에스원), 황경선, 차동민(이상 한국체대)이
처음으로 4체급을 싹쓸이하는 금자탑을 세웠다.
폐막 하루 전에는 이승엽(요미우리)과 국내프로야구 올스타로 구성된 야구대표팀이
세계 최강 쿠바를 극적으로 물리치고 야구 사상 처음으로 올림픽 정상에 오르는 쾌거를 이룩하며
대미를 장식했다.
특히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수십년간 불모지라는 오명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수영에서
천금 같은 금메달을 목에 걸었고
역도에서는 여자 최중량급 세계 신기록을 세운 데 이어
야구는 16년 만에 구기 단체전에서 우승하는 등
금메달 종목의 다양화와 질적 향상에도 큰 발전을 이뤄냈다.
또한 아테네올림픽 `태권도 영웅' 문대성(동아대 교수)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 선거에서 당당히 1위로 뽑혀
아시아에서는 최초로 선수위원이 되는 영광도 안았다.
베이징에서 역대 최다 금메달과 최고의 성과를 올린 한국은
이제 4년 뒤 열리는 2012년 런던올림픽을 겨냥해 새롭게 출발해야 한다.
베이징에서 달성한 업적에 안주하지 않고 체계적인 지원 속에 런던올림픽을 준비해야만
스포츠 세계 10강의 이미지도 지켜갈 수 있을 것이다.
(베이징=연합뉴스) 특별취재단 = shoeless@yna.co.kr

【베이징=뉴시스】
204개국 1만5000여명의 선수들이 펼친 감동의 드라마가 막을 내린다.
1988서울올림픽 이후 20년만에 아시아에서 열렸던
2008베이징올림픽은 24일 오후 9시(한국시간) 폐회식을 갖고 17일간의 열전을 모두 마무리한다.
한국은 이웃 중국에서 열린 이번 대회에 25개 종목 267명의 선수들을 출전시켰다.
수년간 올림픽을 위해 굵은 땀방울을 흘렸던 선수들은
그동안 갈고 닦은 기량을 유감없이 뽐내며 다른 선수들과 실력을 겨루었다.
이들의 노력에 힘입은 한국은 92바르셀로나대회 이후
16년만에 두 자릿수 금메달을 획득하며 종합 10위를 초과 달성했다.
13개의 금메달로 역대 최고 성적이다.
항상 그래왔듯이 이번 올림픽에서도 명승부와 함께
수 많은 스타들이 양산되며 무더위에 지친 국민들의 가슴을 시원하게 해줬다.
▲ 8월 9일- ① 5연속 한판승, '작은 거인' 최민호
한국의 첫 금메달은 개막 다음 날 나왔다.
유도 60kg급에 출전한 최민호(28, 한국마사회)는
5경기 연속 한판승의 물오른 기량을 과시하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결승에서 루드비히 파이셔(오스트리아)를 2분14초만에 업어들어메치기 한판으로 눕혔다.
4년 전 올림픽에서도 강력한 우승후보로 각광받았던 최민호는
근육 경련으로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기에 이 날 금메달은 더욱 값졌다.
경기 내내 강인한 모습을 보여줬던 최민호는
금메달이 확정되자 매트에 엎드려 눈물을 쏟아내 국민들에게 더욱 큰 감동을 안겼다.
▲ 8월 10일- ②③ 새 역사를 쓴 '마린보이' 박태환과 3명의 女궁사들
올림픽 역사상 최초로 동양인이 자유형 400m를 제패했다.
그 주인공은 한국의 19살 소년 박태환(단국대)이었다.
그랜트 해켓(28, 호주)과 라슨 젠슨(23, 미국) 등 세계적인 선수들 사이에서 레이스를 시작한 박태환은
3분41초86의 기록으로 가장 먼저 터치패드를 두드리며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박태환은 이틀 뒤 벌어진 자유형 200m에서도
'수영의 神' 마이클 펠프스(23, 미국)에 이어 2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해냈다.
특히, 박태환은 1분44초85를 기록하며 아시아신기록(종전 1분45초99)을 수립하기도 했다.
여자 양궁 단체전에 나선 박성현(25, 전북도청), 윤옥희(23, 예천군청), 주현정(26, 현대모비스)의
황금 트리오는 올림픽 7연패의 대기록을 달성했다.
이탈리아와의 8강전에서 세계신기록(231점)을 세우는 등,
쾌조의 컨디션을 자랑하던 양궁대표팀은 결승전에서 중국을 224-215로 손쉽게 물리치고 정상에 올랐다.
양궁장을 가득 메운 중국 관중들은
한국 선수들이 시위를 당길 때마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방해 공작을 펼쳤지만
자신들의 응원문화에 먹칠만 한 꼴이 됐다.
▲ 8월 11일- ④ 남자 양궁도 있다!
남자 양궁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박경모(33, 인천계양구청), 이창환(26, 두산중공업), 임동현(22, 한국체대)으로 구성된 남자양궁대표팀은
이탈리아와의 결승전에서 물고물리는 접전 끝에 227-225로 극적인 승리를 거뒀다.
이로써 한국 남자 양궁은
지난 2000년 시드니올림픽 이후 여자 양궁과 함께 올림픽 3회 연속 동반우승이라는 금자탑을 쌓았다.
또한, 1988년 서울올림픽을 포함해 통산 4회 단체전 우승을 차지한 국가로도 이름을 남겼다.
▲ 8월 12일- ⑤ 4년 전 아픔 털어낸 사격의 진종오
2004아테네올림픽 남자 50m결승전.
줄곧 선두를 달리던 진종오(29, KT)는 단 한 발의 실수로 금메달을 헌납했다.
4년간 절치부심한 그는 같은 무대에서 보기좋게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진종오는 결승전에서 총점 660.4점을 기록하며 당당히 금메달을 차지했다.
9일 열린 10m 공기권총에서 은메달을 차지했던 진종오는
이번 메달로 베이징올림픽 두 번째 메달을 황금색으로 장식했다.
북한의 김정수(31)는 660.2점으로 은메달을 차지했지만
후에 금지약물 복용 사실이 발각돼 메달을 박탈당했다.
▲ 8월 13일- ⑥ 세계를 들은 '싸군' 사재혁
역도의 사재혁(23, 강원도청)은 한국신기록을 세우며 선수단에 금메달을 선사했다.
남자역도 77kg급에서 인상 163kg, 용상 203kg, 합계 366kg을 들어 가장 힘센 사나이로 인정받았다.
사재혁은 1992바르셀로나올림픽에서 '작은 거인' 전병관에 이어 16년만에 역도 금메달리스트로 남게 됐다.
5일 동안 6개의 금메달을 따내며 역대 최고의 출발을 보인 한국은
상위권을 유지하며 종합 10위 달성에 청신호를 밝혔다.
▲ 8월 16일- ⑦ 자신과의 싸움에서 승리한 장미란
라이벌 무솽솽(24, 중국)의 불참 선언이 있고 난 후
모든 사람들이 장미란(25, 고양시청)의 금메달을 기정사실화했다.
하지만, 그가 이 정도로 압도적인 실력 차이를 보여줄 지는 예상하지 못했다.
역도 75kg이상급의 장미란은 인상 140kg, 용상 186kg, 합계 326kg을 들어
277kg에 그친 2위 올하 코로브카(23, 우크라이나)와
무려 49kg차의 압도적인 우위를 보이며 금메달을 차지했다.
홀로 기록 도전에 나선 장미란은 5개의 세계신기록을 보너스로 얻었다.
이틀간 금메달을 추가하지 못해 주춤거리던 한국은 장미란의 분전으로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 8월 17일- ⑧ '환상의 짝궁' 이용대-이효정 조
배드민턴 세계랭킹 10위 이용대(20)-이효정(27, 삼성전기)조가
랭킹 1위 인도네시아의 노바 위디안토(31)- 나트시르 릴리야나(23)조에
2-0 완승을 거두며 8번째 금메달을 안겼다.
정재성(26, 삼성전기)과 호흡을 맞춘 남자복식에서 초반 예선 탈락의 아픔을 겪은 이용대는
이 날 금메달로 아쉬움을 말끔히 씻어냈다.
경기가 끝난 후 카메라를 향한 윙크는 새로운 스타 탄생을 알렸다.
▲ 8월 21일 - ⑨⑩ 효자 종목 태권도의 시작
괜히 효자종목이 아니었다.
금메달 획득의 막중한 임무를 띠고 경기에 나선 태권도의 임수정(22, 경희대)과 손태진(20, 삼성에스원)은
주위의 부담 속에서도 금메달을 따내는데 성공했다.
먼저 경기를 치른 임수정은 아지지 탄리쿨루(22, 터키)를 1-0으로 따돌렸고,
손태진은 미국의 강호 마크 로페즈(26)에게 경기 종료 2초를 남겨두고 1점을 얻어 3-2로 승리를 거뒀다.
두 선수의 '금빛 발차기'에 힘을 얻은 한국은 금메달 10개째를 올리며 16년만에 두 자릿수 금메달을 달성했다.
▲ 8월 22일 - ⑪ 무릎 부상도 이겨낸 '태권 숙녀' 황경선
부상도 금메달을 향한 그의 의지를 꺾지 못했다.
황경선(22, 한체대)은 태권도 여자 67kg급 결승전에서
카린 세르게리(23, 캐나다)를 2-1로 물리치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준결승전에서 왼무릎에 심각한 인대 부상을 당한 그의 표정은 썩 밝지 않았다.
하지만, 아픔을 참고 경기에 나선 황경선은
경기 종료 35초를 남기고 깔끔한 뒤차기를 성공시켜 승리를 따냈다.
이미 아시안게임과 세계선수권 타이틀을 차지했던 황경선은 올림픽까지 제패하며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
▲ 8월 23일 - ⑫⑬ 태권도 전종목 석권과 '퍼펙트 우승'의 야구
한국 체육사에 길이 남은만한 기록이 두 개나 달성됐다.
태권도 헤비급에 나선 차동민(22, 한체대)은
그리스의 알렉산드로스 니콜라이디스(29)와의 결승전에서
종료 20초를 남기고 오른발 돌려차기를 성공시켜 5-4로 승리를 거뒀다.
이미 3체급에서 금메달을 차지했던 한국 태권도는
마지막 주자로 나선 차동민마저 정상에 오르며 사상 첫 전종목 석권의 위업을 달성했다.
2004아테네올림픽 결승전에서 지금은 IOC선수위원이 된 문대성(32)에게
뒤돌려차기로 KO패당한 니콜라이디스는 그 때보다 훨씬 향상된 모습을 보였지만
금메달의 주인공은 빠른 몸놀림에서 나온 발차기를 선보인 차동민이었다.
김경문 감독이 이끄는 야구대표팀은 마지막이 될 지도 모르는 올림픽 야구에서 세계 정상에 올랐다.
아마 야구 최강자인 쿠바와 결승전을 치른 한국은
이승엽(32, 요미우리 자이어츠)의 선제 투런홈런에 힘입어 3-2로 승리, 금메달을 획득했다.
'해결사' 이승엽은 1회초 결승 투런홈런을 기록, 큰 경기에 강한 면모를 과시했고
'괴물' 류현진도 뛰어난 제구력과 안정된 볼 배합으로 막강 쿠바 타선을 꽁꽁 틀어막았다.
야구대표팀은 3-2로 앞선 9회 1사 만루의 위기에서 포수 강민호가 퇴장당하며 위기를 맞았지만
구원 등판한 '특급소방수' 정대현이 상대 6번 타자 구리엘을 병살타로 잡아내며
한국 야구 100년 역사상 최고의 명장면을 연출했다.
권혁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