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 포 츠/MLB (메이저리그)

끝나기를 거부했던 야구라는 드라마

leekejh 2011. 9. 29. 23:52

 

       [민기자 블로그]

 

                    끝나기를 거부했던 야구라는 드라마

 

 

마지막까지 시즌을 끝내기가 못내 아쉬웠던 모양입니다.
팀 당 162경기, 총 2430경기를 벌이는 MLB의 마지막 날인 29일(이하 한국시간).

마지막 순간까지 눈을 떼지 못하는 팬이 유독 많았던 이유는

양 리그 와일드카드 임자도, 그리고 당장 이틀 앞으로 다가온 포스트 시즌 대진도

전혀 결정된 것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이날 경기 결과에 따라 어떤 팀끼리 디비전 시리즈에서 만나는지가 결정될 뿐 아니라,

어쩌면 163번째 플레이오프를 두 게임이나 치를 수도 있는

아주 복잡하면서도 스릴 있게 상황 설정이 돼 있었습니다.

만약 드라마로 쓰거나 만화로 그렸더라면 '정말 유치하군!' 이라는 말을 들었을 정도의.

 

 

 

레이스는 사상 최초로

마지막날 7점차를 딛고 승리해 포스트 시즌에 진출한 팀이 됐습니다.

과거 우승하던 사진입니다.

 


우선 와일드카드(WC).
AL은 하루를 남기고 탬파베이 레이스와 보스턴 레드삭스가 90승 71패로 동률.

마지막 경기에서 승패가 엇갈리면 WC 주인이 결정되고

같이 패하거나 같이 이기면 30일 탬파에서 플레이오프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NL도 마찬가지로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가 각각 89승72패로 동률이라

똑같은 상황에 한 경기 플레이오프는 동전 던지기에서 이긴 세인트루이스에서 열리게 돼 있었습니다.

그리고 어떤 팀이 WC를 차지하느냐에 따라

1일부터 시작되는 포스트 시즌의 대진이 완전히 뒤바뀌는 복잡 미묘한 상황이었습니다.

팀의 여행 담당관에게는 악몽 같은 일이지만

   (거의 당일치기로 비행기와 호텔 등을 모두 예약해야 하므로)

요즘은 거의 매년 시즌 말이면 크건 작건 유사한 상황이 벌어집니다.

그중에도 2011시즌 같은 드라마는 참 보기 드문 일이긴 하지만 말입니다.

레드삭스의 오리올스 원정, 양키스의 레이스 원정,

그리고 필리스의 브레이브스 원정 경기는 거의 동시에 시작됐습니다.

미국 중부 시간대인 휴스턴에서 벌어진 카디널스와 애스트로스의 경기만 한 시간 늦게 시작됐습니다.

시작은 레이스가 가장 암담했습니다.
1회초부터 실책에 이어 점수를 줬고

좌완 에이스 데이빗 프라이스는 2회 마크 터셰어러에게 만루포를 얻어맞았습니다.

4,5회 연속 실점으로 홈팀 레이스는 0-7로 크게 뒤졌습니다.

돔구장인 트로피카나필드가 그렇게 고요해 지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만큼 참담한 시작이었습니다.

같은 시각 레드삭스는 오리올스와 치열한 접전을 벌였습니다.

레드삭스가 3회초 먼저 점수를 냈지만 3회말 2점을 빼앗겼고,

4,5회 연속 득점으로 3-2로 다시 앞서갔습니다.

 

탬파에서 들려온 소식에 일단 레드삭스 팬은 희망에 부풀었습니다.

레이스는 패할 것이 뻔하니 적어도 탈락은 면할 것이고

리드를 지키면 악몽의 9월을 뒤로 하고 가을 잔치에 나갈 수 있는 분위기였습니다.

레드삭스와 비슷한 9월 악몽에 시달리던 브레이브스 팬도 초반은 희망이었습니다.

1회 1점씩 주고받았지만

3회말 홈팀 브레이브스가 어글라의 홈런으로 2점을 뽑아 3-1로 앞서갔습니다.

그 무렵 경기를 시작한 카디널스가 1회초 5득점으로 크게 앞서갔지만

승리만 하면 다음날까지 희망을 이어갈 수 있었습니다.

이날의 대반전 드라마가 먼저 시작된 것은 레이스가 두 번의 공격만 남긴 8회말.
여전히 7점차로 뒤진 가운데 2만9518명의 관중은

거의 대부분이 자리를 지킨 채 한 시즌 용감히 싸워준 홈팀 선수에게

마지막 갈채를 보낼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 상황에서 역전을 기대한 이는 아마 단 한 명도 없었을 겁니다.

양키스 마운드에는 분 로건.

첫 타자 데이먼이 좌전 안타를 쳤지만 그런가보다 했습니다.

조브리스트의 2루타로 주자는 2,3루에 코치맨이 몸에 맞는 공으로 무사에 만루가 됐습니다.


양키스 지라디 감독은 투수를 아얄라로, 포수를 로마인으로 교체했습니다.

대타로 나선 펄드가 볼넷으로 밀어내기 1점,

션 로드리게스가 몸에 맞아 다시 밀어내기 1점을 내 7-2가 됐지만

'So what?' 대세에 지장 없다는 반응이었습니다.

제닝스가 헛스윙 삼진으로 원아웃이 되자 '역시!' 하는 분위기.

그러나 사실 야구는 단 하나의 플레이만으로 대세가 뒤집히는 경우가 종종 온다는 것을

그 순간은 모두가 간과하고 있었습니다.

믿을만한 로건과 아얄라가 흔들리는 것만으로도 반전은 이미 시작되고 있었습니다.


업턴이 희생플라이로 7-3이 됐지만

두 번째 아웃카운트와 1점을 바꾼 양키스는 이닝을 마칠 준비를 하고 있었지만

레이스에는 롱고리아가 있었습니다.

아얄라의 초구를 힘차게 휘둘렀고 그 하얀 공은 125m를 새까맣게 날아가 좌측 관중석에 떨어졌습니다.


7-6.

레이스 팬은 여한이 없었습니다.

끝까지 분투해 1점차까지 추격해준 선수들이 너무 자랑스러웠습니다.

내년에도 야구 시즌은 계속되고 레이스 사랑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었습니다.

같은 시간 이미 경기가 끝났어야 할 볼티모어의 캠덴야즈에는 비가 내렸습니다.
7회 레드삭스가 3-2로 앞선 가운데 1시간26분을 클럽하우스에서 기다리며 레드삭스 선수들은

레이스가 무섭게 추격하는 장면을 목격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양키스가 1점차로 리드하고 있었고,

그들 역시 1점차로 앞서가고 있었습니다.

그대로만 끝나면 레드삭스는 WC를 차지해 가을 잔치에 갈 수 있었습니다.

잠시 후 트로피카나필드.
7-6까지 추격한 레이스였지만

9회말 마지막 공격에서 쉽게 투아웃이 되면서 레이스의 시즌은 마지막 원아웃을 남겼습니다.

조 매든 감독은 펄드 대신 그래도 펀치력이 있는 댄 존슨을 대타로 세웠습니다.

 

볼카운트 2-2, 이제 스트라이크 하나 남은 순간

좌타자 존슨이 양키스 투수 코리 웨이드의 공을 힘껏 잡아당겼습니다.

오른쪽 폴대를 스치듯 그 공은 담장을 넘어갔습니다.

7-7.

역사는 그렇게 새로 쓰여지기 시작했습니다.

레드삭스 선수들은 여전히 라커룸에서 그 믿기 어려운 장면을 TV로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동점을 만든 것에 그쳤고 이닝은 끝났습니다.

레드삭스는 여전히 1점차로 리드하고 있었습니다.

그들의 경기를 승리하는 것이 우선이었었습니다.


양키스-레이스 연장전이 이어지는 동안에 볼티모어에 내리던 비는 그치고 다시 경기가 속개됐습니다.

레드삭스가 잇달아 기회를 놓쳤지만

9회말 3-2 에서 마무리 파펠본이 있었습니다.


애덤 존스와 레이놀스를 연속 삼진으로 잡으며 파펠본은 기세를 올렸습니다.

그러나 마지막 원아웃은 쉽게 다가오지 않았습니다.

오리올스는 2사후 데이비스의 2루타에 이어

레이몰즈가 파펠본의 158km 짜리 강속구를 때려

원바운드로 우중간 펜스를 넘기는 인정 2루타로 동점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안디노가 친 공을

레드삭스 좌익수 크로포드가 슬라이딩 캐치로 잡다가 떨어뜨리며 결승점을 내줬습니다.

보고도 믿기 어려운 파펠본의 시즌 첫 패전이었습니다.

참담한 패배를 당한 불과 수분 후에 레드삭스 선수와 팬은

남쪽 플로라다에서 12회말 롱고리아가 끝내기 홈런을 터뜨렸다는 소식에 접해야 했습니다.


원아웃에 양키스 11번째 투수 프록터를 상대한 롱고리아는

볼카운트 2-2에서 바깥쪽 슬라이더를 겨우 커트한 후 6구째 몸쪽 속구를 잡아당겼습니다.

첫 번째 홈런보다 25m나 짧은 좌측 담장을 살짝 넘긴 결승홈런으로

레이스는 사상 최초로 정규 시즌 마지막 날에

7점차의 열세를 뒤집고 포스트 시즌을 확정지은 팀이 됐습니다.

그리고 레드삭스는 최초로 9월 9게임차를 리드를 날리고 탈락하는 팀이 되고 말았습니다.

야구 역사는 또 한 번 그렇게 요동쳤습니다.

잠시 잊고 있던 NL의 와일드카드 쟁탈전.
1시간이나 늦게 시작한 카디널스는

카펜터의 2안타 완봉승에 힘입어 8-0의 완승으로 기쁨을 맛봤습니다.

그리고 연장전으로 치닫는 브레이브스 경기를 지켜봤습니다.

브레이스는 3-2로 앞선 9회초,

올시즌 46세이브로 작년에 레인저스 펠리스가 세웠던 신인 최다 40세이브를 훌쩍 넘긴 킴브럴이

마운드에 올랐습니다.

 

그러나 신인의 한계였을까요.

1사 1루에서 킴프럴은 프란시스코와 롤린스에게 연속 볼넷으로 흔들린 끝에

어틀리에게 희생플라이로 동점을 내주고 말았습니다.

역전 위기를 메들렌이 마운드에 올라 간신히 넘기며 연장전.


그러나 13회초 라인블링크가 필리스 이적생 헌터 펜스에게 적시타를 얻어맞았고,

13회말 프리먼의 병살타가 나오면서 브레이브스의 시즌은 허망하게 끝났습니다.


필리스는 구단 사상 최고인 102승째를 거뒀고,

브레이브스는 9월에만 8.5게임차의 큰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카디널스에게 WC 티켓을 내주고 말았습니다.

세 경기가 모두 9회에 극적인 반전 드라마를 썼고,

그리고 마지막은 레이스와 카디널스가 웃었습니다.

아니, 레드삭스와 브레이브스가 울었습니다.

이날 다른 중요한 경기도 벌어졌습니다.
타이거스는 인디언스에 5-4로 역전승했지만

레인저스가 에인절스를 3대1로 꺾으면서 96승의 레인저스가 첫판에서 양키스를 피했습니다.

레인저스는 홈필드 이점을 안고 10월 1일 레이스와 ALDS에서 만납니다.

95승의 타이거스는 양키스와 적지에서 ALDS를 시작합니다.

DS는 5전3선승제로 열립니다.

NL에서는 브루어스가 파이어리츠를 꺾고 96승이 되면서

이날 패해 94승이 된 애리조나보다 앞섰지만

카디널스의 극적인 가을 잔치 합류로 두 팀 모두 필리스는 피할 수 있게 됐습니다.

대신 홈에서 강한 브루어스는 NLDS 1,2차전을 홈에서 디백스와 격돌합니다.

필리스는 카디널스를 홈으로 불러들입니다. NLDS는 2일 시작됩니다.

마지막 날까지 끝나지 않았던,

마치 절대 끝내고 싶지 않다고 앙탈을 부리는듯했던 정규 시즌은

이렇게 화려하고 장렬하게, 극적으로 막을 내렸습니다.
이제 또 다른 역사를 향한 MLB의 2011 포스트 시즌이 하루 쉬고 10월 1일부터 곧바로 시작됩니다.


 

 

 

 

 

ML 역사에 남을 '기적의 드라마' 쓴 탬파베이

이데일리 | 이석무 2011. 09. 29

 

 

 

▲ 기적같은 승리로 아메리칸리그 와일드카드 티켓을 거머쥔 탬파베이 레이스.

사진=Gettyimages/멀티비츠

 

 

탬파베이 레이스의 아메리칸리그 와일드카드 획득은 그 자체로 기적의 드라마였다.

탬파베이는 29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세인트피터스버그 트로피카나필드에서 열린 뉴욕 양키스와의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연장 12회말 에반 롱고리아의 끝내기 홈런에 힘입어 8-7로 승리했다.

경기 상황을 모두 알고 있었던 사람들이라면 도저히 믿을 수 없는 경기 결과였다.

탬파베이는 이날 경기전까지 와일드카드 순위에서 보스턴 레드삭스와 90승71패로 동률을 이뤘다.

만약 두 팀 모두 이기거나 패한다면 와일드카드 자리를 놓고 단판승부를 벌여야 했다.

하지만 탬파베이는 8회말까지 양키스에 0-7로 뒤져 패색이 짙었다.

믿었던 좌완 에이스 데이비드 프라이스가 4이닝 동안 6피안타 6실점(5자책점)을 내주면서 일짝 무너졌다.

반면 같은 시간에 보스턴은 볼티모어 오리올스를 상대로 3-2로 앞서고 있었다.

누가 보더라도 보스턴이 절대적으로 유리한 상황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기적이 일어났다.

8회말에 무려 6점을 뽑으면서 추격에 나선 것.

무사 만루 상황에서 샘 풀드의 볼넷과 션 로드리게스의 몸에 맞는 볼로 연속 밀어내기 득점을 얻었다.

이어 BJ 업튼의 희생플라이가 나오더니

롱고리아의 3점홈런이 폭발하면서 단숨에 한 점차까지 따라붙었다.

하지만 탬파베이가 패배를 면하기 위해선 1점이 더 필요했다.

탬파베이는 9회말 공격에서

벤 조브리스트와 케이시 코치맨이 연속 범타에 그쳐 벼랑 끝에 몰리는 신세가 됐다.

그런데 아웃카운트 1개를 남겨놓고 또 하나의 엄청난 기적이 일어난 것.

대타로 나선 댄 존슨이 기적같은 동점홈런을 때리면서 승부를 연장전으로 이끌었다.

이날 경기전까지 시즌 타율이 1할8리에 머물렀고 홈런은 단 1개 뿐인 존슨이었지만

중요한 순간에 천금같은 한 방으로 팀을 구해냈다.

연장전이 이어지는 동안 탬파베이에는 희망적인 소식이 날아들었다.

보스턴이 볼티모어에게 역전패를 당했다는 것.

3-2로 앞서다 마무리투수 조나단 파펠본이 9회말 2점을 내주면서 어이없이 주저앉고 말았다.

그리고 연장 12회말.

탬파베이는 롱고리아의 끝내기 홈런으로 기적같은 승부의 대미를 장식했다.

마치 스포츠 영화의 한 편으로 보는 듯한 엄청난 반전의 연속이 계속됐다.

사실 탬파베이가 포스트시즌에 나간 것 자체가 기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해 포스트시즌 진출을 이룬 탬파베이는

이번 시즌 칼 크포로드, 카를로스 페냐 등 주축 선수들이 대거 떠나 전력이 크게 약화된 상황이었다.

하지만 탬파베이는 전력의 공백을

자니 데이먼 등의 베테랑과 젊은 신인급 선수들로 훌륭히 메우면서 좋은 성적을 이어갔다.

9월초만 하더라도 2위 보스턴에 무려 9경기차나 떨어져 포스트시즌 진출 가능성이 희박했다.

하지만 9월달 17승11패의 무서운 상승세를 타면서 결국 역전에 성공했다.

특히 시즌 마지막 5경기에서 모두 이긴 것이 결정적인 계기였다.

'9월의 기적'이라고 불러도 틀린 말이 아니다.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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