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기자의 PS 히어로]
괴물 맷 무어의 출현
민기자 칼럼 | 2011. 10. 01
" 누가 맷 무어에게 지금 MLB 플레이오프에서 던지는 거라고 말 좀 해줄래?
얜 마치 고등학교 2진 경기에서 던지는 것 같잖아.
전혀 긴장하지 않고 그렇게 느긋하게 던져도 되는 거야? "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의 마무리 투수 크리스 페레스가 한 SNS에 올린 글
1일(이하 한국시간) 벌어진 MLB 포스트 시즌(PS) 첫 경기,
ALDS 1차전을 앞두고 예상은 홈팀 텍사스 레인저스의 우세였습니다.
어쩌면 일방적인 경기가 벌어질 수도 있다는 레인저스 팬의 낙관론도 있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레인저스 좌완 선발 C. J. 윌슨은 16승 투수인데다
9월에만 탬파베이 레이스를 두 차례나 꺾었고 그 중에 한 번은 완봉승이었습니다.
반면 레이스 선발은 대부분 팬에게 이름조차 생소한 맷 무어.
좌완 투수로 빅리그 경력이 총 9.1이닝이고,
생애 두 번째로 MLB 선발로 나서는 경기가 PS 개막전이었습니다.
레이스는 시즌 마지막 날까지 치열한 생존 다툼을 벌이다 막차로 와일드카드를 잡고 PS에 진출했습니다.
그러자니 선발 로테이션이 꼬이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22세 루키 무어를 선발로 세울 수밖에 없는 입장이라고 하소연도 했습니다.
그러나 11승 투수 제프 니먼을 PS 로스터에서 제외하고
역시 11승 투수 웨이드 데이비스를 제치고 무어를 선발로 내세운 것을 보면
조 매든 감독이 무슨 꿍꿍이가 있는 듯도 했습니다.
어쩌면 강력한 패스트볼을 지녔고
레인저스 타자들에게 절대적으로 생소한 무어를 내세워 요행수를 바랐을지도 모릅니다.
만약 무어가 초반을 어느 정도 넘기며 승부가 되면
데이비스 등 다른 투수들을 동원해 1차전 총력전을 펼쳐보겠다는 의도였을지도 모릅니다.
탬파베이의 22세 좌완 맷 무어는 생애 두 번째 선발 경기에서
막강 텍사스를 7이닝 2안타 무실점으로 막고 ALDS 1차전 승리 투수가 됐습니다.
마이너 시절
그런데 시작 전부터 이 무어라는 어린 투수는 도무지 긴장을 모르는 듯 했습니다.
경기가 시작되려고 윌슨이 마운드에 올라 공을 던질 준비를 하고 있는데
무어는 그제야 포수 쇼팩과 함께
불펜 웜업을 마치고 외야를 지나 어슬렁어슬렁 더그아웃으로 걸어갔습니다.
경기가 약간 지연됐고 홈팀 레인저스 베테랑들의 신경이 거슬렸을 것은 분명합니다.
의도적으로 보이진 않았지만 전혀 긴장하거나 주눅 든 모습은 아니었고,
자기 할 일은 했을 뿐이라는 표정이었습니다.
1회초 삼자범퇴로 공격이 끝나고 처음 알링턴 볼파크 마운드에 오른 무어는 담담했습니다.
속으로는 얼마나 떨고 있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적어도 겉으로 보이는 모습은 무덤덤.
그리고 30-30을 기록한 레인저스 선두 타자 킨슬러에게 강속구를 꽂아대기 시작했습니다.
153km 스트라이크- 156km 볼- 156km 스트라이크- 155km 파울
- 156km 볼- 158km 파울- 158km 볼- 156km 파울- 158km 2루 뜬공 아웃
9개의 공을 던졌는데 모두 강속구였고 평균 구속은 156km를 약간 넘었습니다.
그저 무표정으로 크게 힘도 들이지 않는 듯 부드럽고 편안한 동작으로 강속구를 뿜어댔습니다.
188cm의 신장에 25cm위의 마운드
그리고 또 긴 팔을 위로 뻗어 내리 꽂는 공의 위력은 보이는 것보다 훨씬 가공했음은 분명합니다.
2년 연속 빅리그 최고 타율에 장타율 2위, 출루율 5위를 기록한 최강 레인저스 타선은
정규 시즌 빅리그 최저 삼진도 자랑했습니다.
그러나 루키 왼손 투수를 맞아 7이닝 동안 단 2안타(해밀탄 혼자)를 치는데 그쳤고
한 점도 뽑지 못했습니다.
삼진은 6개를 당했습니다.
9-0의 완벽한 승리를 이끈 무어는 경기 후
" 실은 1회에 좀 떨리기도 했다.
그러나 동료들이 점수를 넉넉히 뽑으면서 훨씬 여유가 생겼다.
그 후로는 가능한 한 스트라이크를 많이 던지고 빠르게 이닝을 마친다는 생각만 했다." 라며 웃었습니다.
마운드에 있을 때는 별다른 표정을 보이지 않던 무어였지만
교체된 후에는 계속 앳된 미소를 보이며 경기를 만끽하는 모습이었습니다.
무어가 빅리그에 처음 모습을 보인 것은 지난 9월 15일이었습니다.
올해 더블A와 트리플A에서 뛰다가
9월 14일에 프로 데뷔 후 처음 빅리그 호출을 받았습니다.
15일 데뷔전에서는 오리올스를 만나 1.1이닝 3안타에 홈런까지 맞고 2실점으로 신고식을 했습니다.
9월 18일 두 번째 등판에서는 3이닝 동안 2안타 1실점했습니다.
그리고 9월 23일에야 자신의 존재를 야구 세상에 알렸습니다.
양키스와의 중요한 일전에 선발로 나서
5이닝 동안 삼진을 11개나 빼앗으며 무실점으로 승리 투수가 된 것입니다.
그리고 이날이 빅리그 두 번째 선발 등판.
무어는 빅리그 역사상 처음으로 선발 단 1경기만 던지고 포스트시즌 경기에 선발로 나선 투수로 됐습니다.
이날이 22세104일로 1971년 바이다 블루(22세67일) 이후 AL 최연소 PS 1차전 선발,
빅리그를 통틀어서는 지난 2000년 릭 앤킬(21세76일) 이후 최연소 1차전 선발이 됐습니다.
빅리그에 올라온 지 불과 한 달도 안돼 PS 1차전 승리 투수가 된 무어는
" 3주전만 해도 나는 마이너에 있었다.
포스트 시즌 로스터에 뽑혀 이렇게 뛰고 있으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라며 함박웃음을 지었습니다.
마이너 볼넷 공장장에서 떠오르는 정통파 좌완으로
매튜 코디 무어는
1989년 6월 18일 플로리다 주의 포트 워튼 비치에서 태어났지만 뉴멕시코 주에서 자랐습니다.
알바커키시 외곽 오리아티 고교 졸업 당시
이미 148km의 강속구를 던지며 지역에서는 최고 유망주 기대 모았지만
제구력과 변화구는 아직 다듬어지지 않은 숨겨진 원석에 불과했습니다.
2007년 드래프트는 만년 꼴찌이던 레이스가 로토를 뽑을 수 있는 기회였고,
전체 1번으로 밴더빌트 대학의 좌완 에이스 데이빗 프라이스를 뽑았습니다.
그리고 8라운드에 가서야 이 왼손 파이어볼러를 뽑았습니다.
큰 기대를 걸지는 않았지만
왼손으로 강속구를 던질 수 있다는 것만으로 일단 뽑아 놓고 봤습니다.
그해 전체 245번째로 꼽힌 선수였습니다.
2007시즌 막판 루키 리그 3경기에서 무어는 20이닝 던지며 16개의 볼넷을 내줬습니다.
험난한 프로 생활의 전조였습니다.
2008년 루키리그에서 본격적으로 프로 생활을 시작했는데 불같은 강속구와 제구력 난조는 여전했습니다.
12경기에 나서 2승2패를 기록했는데
54.1이닝 동안 30개의 안타만 내주며 77개의 삼진을 잡았는데 볼넷도 19개였습니다.
그리고 2009년 싱글A에서 123이닝 동안 177개의 삼진을 잡았지만 볼넷이 70개로 너무 많았습니다.
9이닝 당 5.1개의 볼넷 때문에 9이닝 당 12.9개의 무시무시한 삼진 비율을 많이 깎아먹었습니다.
그래도 천재성은 번득였습니다.
2009년에는 싱글A 7이닝 경기에서 삼진 12개를 잡으며 노히트노런을 기록했고,
지난 6월에는 더블A 모빌 베이베어스를 상대로 11개의 삼진을 잡으며
자신의 두 번째 노히트 경기를 장식했습니다.
2009시즌에는 176K 그리고 2010년에는 208K로
마이너리그 전체에서 가장 많은 삼진을 잡은 투수가 됐습니다.
그리고 작년부터 제구력이 확연히 좋아지면서 그의 가치도 급상승했습니다.
9이닝 당 5개가 넘던 볼넷은 작년에 상위 싱글A에서 3.8개로 줄였습니다.
작년 오프 시즌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은 후에 그의 제구력은 더 예리해졌습니다.
올해 더블A와 트리플A를 12승3패에 평균자책점 1.92로 평정했는데
9이닝 당 볼넷은 2.7개로 줄었습니다.
155이닝 동안 단 101안타만 내줬고 볼넷 46개에 삼진은 210개를 잡았습니다.
삼진과 볼넷의 비율이 무려 4.6:1이었고,
선발 투수의 WHIP가 0.948로 1.00이 안 됐습니다.
빅리그로 가는 마지막 관문인 트리플A로 가서는
5승 무패에 9이닝 당 13.5K로 폭발적인 구위를 뽐냈습니다.
베이스볼 아메리카는
어느새 무어를 마이크 트라우트와 브라이스 하퍼에 이어 전체 유망주 3위에 올려놓았습니다.
7000명이 넘는 마이너리거 중에 세 손가락 안에 드는 기대주라는 뜻이었습니다.
그리고 9월 중순 처음 빅리그에 오른 맷 무어는
마치 아주 오랫동안 그 세계에서 던지던 노련한 베테랑처럼
아주 편안하고 느긋하게 타자들을 압도하고 있습니다.
과연 무어가 두 번째 PS 등판에서도 레인저스와 1차전 같은 위력을 떨칠지는 두고 볼 일입니다.
그러나 158km 강속구에 134km에 이르는 낙찬 큰 각도의 커브,
그리고 평균 수준이 넘는 움직임의 138km 체인지업 등의 구위는 이미 짧은 기간에 검증을 마쳤습니다.
그리고 속전속결 타자를 상대하는 마운드에서의 담대함과
어찌 보면 이미 피칭의 경지를 초탈한 듯한 무덤덤한 성격 등도 타고난 투수입니다.
무어가 계속 이런 피칭을 이어갈 수 있다면 레이스의 돌풍도 이어질 가능성이 커집니다.
아직 신인 중에도 새파란 신인임을 잊어서는 안 되지만(빅리그 총 16.1이닝)
1일 레인저스를 가볍게 제압하는 모습은 그 정도로 인상적이었습니다.
민기자 칼럼
탬파베이, 디비전시리즈서 기선 제압
[연합뉴스] 2011년 10월 01일(토)
텍사스와 1차전서 9-0 완승..신인 무어 7이닝 무실점
미국프로야구(MLB) 아메리칸리그(AL)에서
기적의 레이스로 보스턴 레드삭스를 제치고 와일드카드를 손에 넣은 탬파베이 레이스가
특급신인 맷 무어의 깜짝 호투를 앞세워 디비전시리즈에서 먼저 1승을 따냈다.
탬파베이는 1일(한국시간) 텍사스주 알링턴의 레인저스 볼파크에서 열린
아메리칸리그 디비전시리즈(5전3선승제) 1차전 텍사스 레인저스와의 경기에서
선발로 등판한 22세 신인 무어의 7이닝 무실점 호투에 힘입어 9-0의 완승을 했다.
탬파베이는 팀타율 1위(0.283), 팀 홈런 2위(210개) 등 리그 최고의 타선을 갖춘 텍사스를 맞아
메이저리그 경력이 고작 3경기(1선발) 9⅓이닝밖에 없는 좌완 신인 무어를 내세우는 파격적인 선택을 했다.
하지만 무어는 신인답지 않은 과감한 투구로
텍사스의 짜임새 있는 타선을 7이닝 동안 안타 2개와 볼넷 2개만을 내주며 무실점으로 잠재웠다.
탬파베이는 무어가 호투하는 사이
중심타자들이 연이어 홈런포를 터뜨려 손쉬운 승리를 낚았다.
탬파베이는 2회초 벤 조브리스트가 몸에 맞는 공으로 만든 무사 1루에서
조니 데이먼이 우측 담장을 넘기는 2점 홈런을 터뜨려 선취점을 뽑았다.
이어 켈리 쇼팩과 케이시 코치맨의 연속 안타를 묶어 1점을 추가하며 2회에만 3점을 얻었다.
3회에는 쇼팩이 2사 1, 2루에서 가운데 담장에 꽂히는 3점 홈런을 터뜨려 한 발짝 더 달아났다.
쇼팩은 6-0으로 앞서던 5회에도
상대 실책으로 만든 2사 1루에서 좌월 2점 홈런을 날려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탬파베이는 9회 2사 2, 3루에서
데이먼의 유격수 강습 타구를 틈타 3루 주자 BJ 업튼이 득점하면서 1점을 보탰다.
(서울=연합뉴스) 신창용 기자 = changyong@yna.co.kr
'스 포 츠 > MLB (메이저리그)' 카테고리의 다른 글
'포스트시즌 좌절' 보스턴 사령탑 사퇴 (0) | 2011.10.01 |
---|---|
'추락' 보스턴, 맥주 때문에 내분? (0) | 2011.10.01 |
사바시아vs벌랜더, 최강 에이스를 가려라 (0) | 2011.10.01 |
'투고타저'극심..19년 만에 공격력 최저 (0) | 2011.10.01 |
보스턴, 0.0701% 확률에 울다 (0) | 2011.10.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