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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사조 세인트루이스는 손가락이 더 필요해

leekejh 2011. 11. 2. 14:38

불사조 세인트루이스는 손가락이 더 필요해

[오마이뉴스] 2011년 10월 30일(일) 오후 03:14
[오마이뉴스 한나영 기자]



"(오늘 우승까지 포함해 그동안 받은 11개의) 반지를 다 끼려면 손가락이 더 필요할 거야!"
ⓒ FOX



"반지 다 끼려면 손가락이 더 필요할 거야!"

세인트루이스 팬의 선견지명이 들어맞았다. TV로 월드시리즈 중계방송을 지켜보던 나는 관중석의 팬이 흔들어보이는 '반지' 팻말을 보며 슬며시 웃음이 나왔다.

손가락이 더 필요하다는 얘기는 그동안 세인트루이스가 받은 10개의 챔피언 반지 외에 또 하나의 반지를 받게 되었으니 손가락이 더 필요하다는 얘기였다. 세인트루이스의 우승을 예견한 팬의 신통력이 놀랍다.

11번째 우승 트로피 거머쥔 세인트루이스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가 2006 년에 이어 다시 월드시리즈 정상에 올랐다 . 세인트루이스는 28 일 오후 8시(현지시각), 카디널스의 홈 구장인 부시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월드시리즈 최종 7 차전에서 선발로 나온 팀의 에이스인 크리스 카펜터의 역투와 3루수 데이비드 프리스의 활약, 앨런 크레이그의 결승 솔로 홈런으로 텍사스 레인저스를 6-2 로 꺾고 최종 전적 4 승 3 패로 우승 트로피인 커미셔너 트로피를 받았다 .

전날 벌어진 '역사적인' 6차전에서 연장 11회말 끝내기 홈런으로 팀을 구해냈던 데이비드 프리스는 이날도 1회말 공격에서 1회초의 2점 실점을 곧 바로 만회하는 2타점 2루타를 쳐내 팀 승리의 견인차가 되었다.   




이번 포스트 시즌에서 3할9푼7리의 높은 타율과 타점 21개의 타점 신기록을 세운 프리스는 대회 MVP로 뽑혔다. 프리스는 이미 내셔널 리그 챔피언십에서도 5할4푼5리의 경이적인 타율로 MVP로 뽑힌 바 있다.



세인트루이스 토박이인 프리스는 카디널스 구장에서 겨우 30마일 떨어진 곳에서 자랐다고 한다. 그의 어린 시절 꿈은 카디널스 선수가 되는 것이었는데 결국 그 꿈을 이룬 것이다.



시상식 인터뷰에서 프리스는 "나는 아직도 우리가 (우승을) 해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는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이번 MVP 수상으로 2012년 신형 시보레 스포츠카도 부상으로 받았다.



<2011 월드시리즈> MVP로 뽑힌 데이비드 프리스. 6차전에서 11회말 끝내기 홈런을 친 프리스가 동료들의 환호을 받으며 홈으로 들어오고 있다.
ⓒ FOX


107년 의 월드시리즈 역사 가운데 이번처럼 7 차전까지 간 경우는 모두 37 번이었다.  세인트루이스는 이번 승리로 월드시리즈에서만 11번째 승리를 거두었는데 이는 내셔널 리그 최다승이다. 전체 메이저리그로 보면 통산 27 회 우승을 일궈낸 뉴욕 양키스에 이어 두 번째다 .



카디널스의 승리는 두 달 전만 하더라도 아무도 예측하지 못한 이변이었다. 왜냐하면 정규 시즌에서 90승을 기록한 카디널스는 시즌 마지막까지 가면서 와일드카드로 플레이오프에 겨우 진출했기 때문이었다. 




사실 역대 어느 팀도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면서 이렇게 낮은 승률을 가지고 올라간 적은 없었다. 카디널스의 올해 정규 시즌 성적은 90승 72패. 승률 0.556에 불과했다.




하지만 세인트루이스는 플레이오프전인 '내셔널리그 디비전 시리즈(NLDS)'에서 리그 1위였던 필라델피아 필리스(102승 60패·0.630)를 3대2로 힘겹게 누르고 월드시리즈를 향한 장정을 시작했다. 




그 뒤로 세인트루이스는 '내셔널리그 챔피언십 시리즈(NLCS)'에서 밀워키 블루어스(96승 66패 0.593)를 상대로 4대2 승리를 거두었다. 그래서 마침내 '가을의 클래식(Fall Classic)이라는 별명을 가진 월드시리즈에 진출하게 되었다.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결과였다. 





<월드시리즈> 정상에 오른 세인트루이스 선수들이 7차전에서 승리가 확정된 뒤 투수 불펜 쪽으로 달려가 승리를 자축하고 있다.
ⓒ ESPN


역사적인 6차전 경기 승리, 우승의 디딤돌

이번 월드시리즈에서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는 110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명문팀답게 저력을 보여주었다. 특히 이번 시리즈에서 최고의 경기로 뽑히고 있는 6차전 경기는 야구 역사에 오래도록 기억될 명승부였다.

처음부터 끝까지 그 경기를 TV로 지켜봤던 나는 메이저 리그 선수들의 진면목을 확인할 수 있었다. 처음에는 양 팀 모두 2, 3차례 실수를 해서 메이저리그의 명성을 무색하게 만들었지만 역시 그들은 메이저리거로 과연 명불허전이었다.

7전4선승제로 펼쳐지는 <월드시리즈>에서 카디널스가 4대3으로 이겼다. 이번 시리즈에서 '역사적인' 경기로 평가받고 있는 6차전에서 카디널스가 레인저스를 10:9로 이겼다.
ⓒ www.worldseries.com

인상적이었던 것은 '붉은 바다'를 이루었던 세인트루이스 팬들의 응원이었다. 이들은 세인트루이스의 컬러인 빨간색 옷을 입고 밤 8시에 시작된 경기가 자정을 넘어 4시간 33분 동안 진행되는 동안 자리를 뜨지 않고 열렬히 카디널스를 응원했다.


토니 라 루사 세인트루이스 감독은 나중에 우승이 확정된 뒤 충성스러운 카디널스의 '로열팬'을 특별히 언급하면서 그들에게 고마움을 표시하기도 했다.


결국 세인트루이스는 이들 팬들의 성원에 보답하듯 텍사스가 우승 문턱에 이르렀을 때에도 결코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따라 붙었고, 마침내 연장 11회말에 프리즈의 극적인 역전 솔로 홈런으로 팬들을 흥분시켰다. 

당시 프리즈가 친 홈런공은 중견수 머리 위를 넘어 잔디언덕 위로 떨어졌는데 중계를 하던 아나운서는 최종전까지 가게 된 상황을 짧게 "내일 만납시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아나운서와 해설가의 긴 침묵이 이어졌다. 그야말로 아무 말도 할 수 없는 감격적인 상황이었다. 경기장에는 축포가 쏟아졌고 팬들의 환호성이 가득했다. 얼마 뒤 아나운서가 다시 말을 이어나갔다.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나요?"
"믿을 수 없어요."
"정말 대단한 밤이군요."

또 다시 우승 문턱에서 좌절한 텍사스 레인저스





패장의 변: "카디널스는 우리보다 나은 팀이다. 축하를 보낸다. 그러나 우리도 최선을 다했다."
ⓒ FOX




"누군가는 승리를 하고, 또 누군가는 패배를 하지요. 카디널스가 더 잘 했어요. 그들에게 축하를 보냅니다. 하지만 우리 팀도 최선을 다했습니다."




텍사스 레인저스의 감독인 론 워싱턴은 세인트루이스 승자들이 축포를 쏘며 환호할 때 라커룸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지난해 월드시리즈 패배에 이어 올해 또 다시 1승을 추가하지 못해 우승 문턱에서 좌절한 패장의 표정은 어두웠다.



또한 TV 카메라에 잡힌 텍사스 레인저스의 구단주인 왕년의 명 투수 '놀란 라이언'의 무표정도 보는 이들을 안타깝게 했다.



사실 이번 월드시리즈에서는 텍사스 레인저스의 우세를 점치는 사람이 많았다. 실제로 그들의 공격력은 막강했고 투수진도 훌륭했다. 하지만 3대 2로 한 경기를 앞선 상황에서 진행된 6차전에서 레인저스는 집요하게 따라붙는 '불사조' 카디널스의 끈기와 파워 앞에 그만 무릎을 꿇고 말았다.


결국 이번 월드시리즈 우승 트로피는 선수들과 구단, 팬들이 하나가 되어 '야구 명가'의 전통을 이어 나간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품에 안겼다. 카디널스의 불굴의 의지, 끈기 등의 프로정신이 결국 명가의 전통을 잇게 했고 그들이 거둔 승리는 미국 야구 역사에 의미 있는 한 페이지를 장식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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