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데일리 스타in 정철우 기자] '코리안 특급' 박찬호가 연일 스토브리그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화제는 점차 '과연 한국 야구에서 뛸 수 있을까'에서 '과연 어떤 공을 던질 수 있을까'로 옮겨가고 있다.
비관론도 많고 낙관론도 많다. 비관론의 중심엔 올시즌 그가 일본 프로야구에서 남긴 성적이 자리잡고 있다. 박찬호가 오릭스에서 기록한 성적은 1승5패, 평균 자책점 4.29. 분명 실망스러운 수준이다.
'일본에서 안되면 한국에서도 안된다'는 것이 박찬호의 내년 성적을 낮춰보는 이유가 되고 있다.
그러나 숫자만으로 박찬호의 현재 가치를 평가하는 건 자칫 위험할 수도 있다. 외국인 선수로 타국 리그에서 뛴다는 건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의 어려움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노석기 전 SK 전력분석팀 코치는 올 초 오릭스에 4개월간 연수를 다녀왔다. 가장 가까운 곳에서 그를 지켜본 몇 안되는 한국 야구인이다. 그의 담당이자 장기인 분야는 투수에 대한 전력 분석. 그의 눈에 비친 박찬호는 어떤 투수였을까.
노 전 코치는 "박찬호는 오릭스에서도 꽤 인상적인 구위를 보여줬다. 부진한 성적은 볼이 나빠서라기 보다 전체적으로 일이 꼬였기 때문으로 보는 것이 옳을 듯 싶다"고 말했다.
박찬호가 일본 진출 이후 처음 '꼬인' 일은 가네코의 부상이다. 지난해 17승을 거둔 가네코가 스프링캠프서 팔꿈치 부상으로 이탈하며 박찬호에게 덜컥 에이스 자리가 주어졌다.
"처음엔 3,4 선발 정도로 준비하다가 갑작스레 개막전 선발을 포함한 에이스 임무가 주어졌다. 한, 두 경기면 모르겠지만 지금 박찬호의 나이(한국 나이 39세)에 감당하기엔 쉽지 않은 일이었다"며 "구단의 기대치는 높아진 반면 짊어져야 할 부담이 너무 커졌기 때문에 양측 모두 괴리가 생겼다고 볼 수 있다"는 것이 그의 분석이다.
이어 "박찬호의 나이 등을 감안하면 투구수를 조금 조절하는 것도 한 방법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1선발을 맡게된 만큼 다른 선택은 어려웠다"고 덧붙였다.
6선발 체제가 기준인 일본 프로야구는 선발 투수에게 사실상 한 경기를 다 맡긴다는 전제하에 경기를 풀어간다. 1선발이라면 더욱 그렇다. 한국 야구의 불펜 운영과는 닮은 듯 다른 것이 일본 야구다.
새 환경에 대한 적응이라는 짐까지 지고 있었던 박찬호에겐 만만찮은 부담이었을 것이다.
실제로 박찬호는 시즌 초반 5,6회까지 1,2점차로 앞선 경기서 6,7회 이후에도 마운드에 올랐다 역전을 허용하며 흔들리는 모습을 노출했었다. 또 시즌 중반 이후에는 니시, 피가로 등 기대치 않았던 투수들의 성장이 이뤄지며 입지가 줄어들었다.
박찬호가 내년 시즌 한화에서 뛰게 된다면 3,4 선발 정도를 맡게 될 가능성이 높다. 한결 부담이 덜한 보직에서 짧고 굵게 자신의 공을 던질 수 있는 환경인 셈이다.
노 전 코치는 "직구는 여전히 140km대 중반을 넘어섰고 슬라이더와 체인지업, 여기에 각 큰 커브까지 다양한 변화구 구사 능력도 녹슬지 않았다. 또 무조건 정면 승부를 고집하지도 않았다. 투지는 있지만 돌아갈 줄도 아는 원숙함이 인상적이었다. 좋은 결과를 기대해 봐도 좋을 것 같다"고 평가했다.
<저작권자ⓒ함께 만들고, 함께 즐기는 엔터테인먼트 포털 이데일리 스타in (스타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