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진 감독 “승부조작 김성현, 평소에도…”
일간스포츠 | 서지영 | 2012. 03. 02
"승부조작은 프로야구 선수가 자신의 직업을 망각한 행동입니다. 내 야구 인생 전부를 걸고 말하건대, 조작은 절대 있어서는 안 됩니다."
김시진(54) 넥센 감독이 최근 불거진 프로야구 승부조작 파문에 대해 생각을 밝혔다. 김 감독은 그동안 승부조작과 관련해 언급하는 것에 신중을 기해왔다. 특히 LG 투수 김성현(23)이 넥센 시절인 2011년 4~5월에 승부조작에 관여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기에 더욱 말을 아꼈다.
1일 일본 가고시마의 넥센 전지훈련 숙소에서 만난 김 감독은 "검찰의 발표가 없는 상황에서 먼저 이야기를 꺼내기가 조심스럽고 어렵다"고 운을 뗐다. 그러나 승부조작에 대한 입장은 단호했다. 프로 통산 124승의 명투수 출신인 그는 야구인의 자존심과 스포츠 정신을 이야기했다. 그는 "조작은 세상이 무너져도 용납할 수 없는 행동이다. 투수의 자존심과 야구 정신에 어긋난다"며 "검찰이 정확하고 신속한 조사를 해주길 바란다"고 힘주어 말했다.
- 프로야구 승부조작 문제가 불거졌습니다.
"그동안 언론에서 제게 참 많은 전화를 걸어왔습니다. 그때마다 '지금 드릴 말씀이 없다. 지켜보자'고 했지요. 검찰이 조사 중인 사안이고, 공식 발표도 하지 않았습니다. 소문과 추측이 난무한 상황에서 제가 생각을 말하기 참 어렵습니다. 지금도 그 생각은 변함이 없습니다."
- LG 김성현이 결국 구속됐습니다.
조작에 가담했던 경기가 넥센에 있을 당시였다고 알려졌습니다.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일이었습니다. 저도 그 선수가 혐의가 있다는 사실을 기사를 통해 알았습니다. 이름을 들은 순간, 그 선수가 등판했던 경기를 복기해 봤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하다고 의심이 가는 경기가 없었습니다. 평소에도 한 경기에 볼넷을 7~9개씩 기록한 선수에요.(※김성현은 지난해 두 경기에서 최대 6개씩의 볼넷을 내줬다.) 컨트롤 기복 때문에 야단도 많이 쳤어요. 볼넷을 주더라도 제구 문제를 떠올렸지, 조작은 의심도 하지 못했습니다."
- 승부조작에 대한 감독님의 입장은 어떠신가요.
"확고합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절대 불가합니다. 승부조작은 프로야구 선수라는 자신의 직업을 망각한 행동입니다. 40년 야구인생을 걸고 말하건대, 세상이 무너지더라도 있어서도 해서도 안됩니다. 검찰이 이번 기회에 신속하고 정확한 조사를 해야합니다. 정규시즌 개막(4월7일)이 얼마 남지 않았어요. 그 전에 매듭을 지어야 합니다."
- 이제 넥센 이야기로 넘어갈게요.
이택근과 김병현이 복귀하는 등 팀에 변화가 있었죠.
"두 사람의 합류로 인한 외부 효과가 큽니다. 야구 센스가 있고, 유명세도 있는 선수들이 와서 함께 경쟁하면 팀 분위기가 더 조여집니다. 또 넥센의 이미지도 더 밝아지지요. 외부에서 사람을 영입할 수 있을 만큼 팀 여건이 된다는 의미이니까요."
- 김병현에 대해 '메이저리거는 역시 다르다'고 하셨습니다.
"김병현은 '야구 중독자' 같아요. '프로다움' 그 이상을 발휘합니다. 미국 애리조나 전훈 때 선수단 아침 식사 시간이 7시30분부터였어요. 김병현은 7시40분이면 식사를 마치고, 개인 스트레칭을 시작했습니다. 일본 캠프에서도 마찬가지에요. 오늘(1일) 우천으로 롯데와의 평가전이 취소됐죠.
다들 오전에 휴식을 취했는데 김병현은 혼자 복도에서 몸을 풀더군요. 단체로 그라운드에서 몸을 풀기 전에 자기만의 몸 풀기 시간이 따로 있는 거에요. 야구에 중독되지 않으면 시종일관 그런 태도를 이어가기 어렵습니다. 젊은 선수들이 보고 배우는 점이 많을 거에요."
- 김병현을 5월쯤에나 등판시키신다고 했는데요.
"욕심을 내면 개막전에 등판시킬 수 있습니다. 하지만 무리하다가 다칠 위험이 있어요. 김병현이라는 투수의 포장을 최고의 상태에서 푸르고 싶어요. 팬들에게 완벽한 모습을 보여줄 때까지 기다릴 생각입니다. 요즘 불펜피칭을 하고 있어요. 마음에 듭니다."
(※김병현은 1일 일본 가고시마 가모이케구장에서 불펜 피칭을 했다. 직구와 슬라이더, 싱커까지 다양한 구종을 실험했고, 투구수도 65개로 불펜 피칭 시작 후 가장 많았다. 김병현은 "컨디션은 70% 정도까지 올라왔다. 몸이 약간 무거운 것 외에 좋은 편이다"라고 말했다.)
- 올해 목표가 무엇인가요.
"가을야구 참가를 다툴 만큼까지는 성적을 낼 겁니다. 전력도 나쁘지 않아요. 브랜든 나이트·강윤구·문성현·심수창·벤 헤켄이 선발 로테이션을 꾸릴 겁니다. 여기에 한현희라는 올해 신인도 있어요. 아직 열아홉 살이지만 마운드 위에서나 불펜 피칭 때 보여주는 자세나 구위가 상당합니다. 잘 가꾸면 선발의 한 축을 맡을 수 있을 만큼 잠재력이 있어요. 타선에는 이택근·박병호·유한준·강정호 외에도 눈여겨볼 선수가 많습니다."
- '2013년에는 우승하겠다'고 말씀하셨던데요.
"네. 올해를 우승을 위한 징검다리라고 생각합니다. 히어로즈는 부침을 많이 겪은 팀이에요. 저 역시도 감독직을 맡았다가 2008년에 8개월간 그라운드를 떠나야 했었죠. 날짜도 잊혀지지 않습니다. 2월4일이었죠. 그때 히어로즈 선수들과 함께 흘렸던 눈물을 기억해요. 감독직에 복귀하면서 '반드시 이 선수들과 함께 우승을 하겠다'고 다짐했습니다. 프로야구에 큰 바람을 일으키고 싶어요."
- 넥센의 라이벌 구단을 꼽으신다면.
"잊지 마세요. 넥센도 LG·두산과 함께 서울팀입니다. 연고지 라이벌을 꺾어야 팬들도 좋아하고, 팀의 위상도 높아집니다. 작년에는 LG와의 경기에서 승운(12승7패)이 따랐죠. 반면 두산에는 약한 편(8승11패)이었어요. 올해는 두산전에서 승수를 올리고 싶어요. 그만큼 자신 있습니다."
[일간스포츠 서지영] 가고시마=서지영 기자 saltdol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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