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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장벽화 덕분에 인적 드문 시골마을에 관광객 ‘부쩍’

leekejh 2012. 5. 9. 18:21

 

          담장벽화 덕분에 인적 드문 시골마을에 관광객 ‘부쩍’

               - 전주 산성마을 벽화거리, ‘친환경 생활공간 조성’ 사업 결실

 

[전주]

 

“전에는 쾌쾌한 하천 냄새와 지저분한 거리 모습에 누가 어디 사냐고 물어보면 참 부끄러웠어요. 그런데 동네에 벽화거리가 생기면서는 친구들이 이런 곳에 살아서 좋겠다며 오히려 부러워해요. 이젠 등하교 길이 즐거워요.”

전주 한옥마을과 남고산성 아래 ‘산성마을’에 살고 있는 이해리(16)양의 이야기다. 몇 해 전까지 이곳은 오래된 하천이 지나는 냄새 나고 번잡한 도심 속 시골마을에 불과했다. 그러던 이곳이 아름다운 벽화마을로 탈바꿈하면서 전국에서 관광객들이 모여드는 곳으로 변신했다.

산성마을은 지난해 행정안전부가 실시한 ‘친환경 생활공간 조성’ 사업 공모에서 ‘도심문화 생활형’ 사업에 선정돼 담장벽화 사업을 추진해왔는데, 마침내 그 결실을 보게 된 것이다.

 

전주 한옥마을과 남고산성 아래 위치한 산성마을은

담장벽화 하나로 관광객들이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몇 해 전까지

오래된 하천으로 냄새나고 번잡한 도심 속 시골마을에 불과했던 산성마을은

2011년 행정안전부의 ‘친환경 생활공간 조성’ 사업 공모에 선정돼

담장벽화로 사업을 추진해왔다.


전주시 아트폴리스 관계자는 “주변 관광지인 전주한옥마을부터 전주교대 앞 서학로, 남고산성을 하나의 역사가 담긴 관광지로 조성하기 위해 환경개선 사업의 일환으로 시작한 것이 바로 담장벽화사업”이라며 “낙후된 마을 담장을 대상으로 지난해 6월부터 8월까지 두 달간 젊은 작가 14명이 참여해 1.5km에 걸쳐 36개 작품을 완성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전주 한옥마을에서 시작해 남천교를 지나 현재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인 전주교대 대학로 종점부의 남고산성 길까지 1.5km에 걸쳐 마을 벽화가 펼쳐져 있다. 오래 전부터 이곳은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 마실 길로 통했는데, 특히 산성마을 남고산 일대는 후백제에서 이어진 천년의 숨결의 흔적과 역사가 서려있는 유적들이 많이 남아 있어 역사학자들에게도 뜻 깊은 문화유적지로 손꼽힌다.


직접 산성마을 벽화거리를 걸어봤다. 산성으로 올라가는 길 건물 벽과 담장에 그려진 갖가지 재미있는 그림들이 보는 사람들의 상상력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잠시 동화 속으로 걸어 들어온 듯한 느낌마저 들었다. 마을 주민들도 달라진 주변 환경과 집 분위기에 흐뭇한 미소로 길을 걷고 있었다.

 

주변 관광지인 전주한옥마을부터 전주교대 앞 서학로, 남고산성을

하나의 역사가 담긴 관광길로 조성하기 위해 환경개선을 시작한 것이

바로 담장벽화사업이다.

 

산성마을 담장벽화는 총 세구간으로 나뉘는데,

1구간에서는 내년 2월 준공을 목표로 한 국립무형유산원을 토대로

아시아 태평양과 한국, 그리고 전주의 문화가 아기자기한 벽화 속에 담겨 있다.


담장 벽화길은 총 3구간으로 나뉘어져, 주변 환경과 관련한 스토리를 담고 있었다. 산성마을 입구에는 내년 2월 준공을 목표로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국립무형유산원이 자리 잡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이곳엔 아시아 태평양과 한국 그리고 전주의 문화가 어우러진 삶이 묻어나는 건축물들이 주로 벽화에 담겨져 있었다.

자전거를 타고 가던 주민 최덕자(53)씨는 “다른 지역은 밝고 사람 사는 곳 같은데, 여기는 어르신들이 많이 사는 동네라 사계절 내내 어두운 곳이었다.”며 “벽화를 그린다고 사람들이 모여들고, 마실 길로 주변 환경도 깨끗해져 동네를 거닐 때마다 항상 기분이 좋다. 혼자 걸어도 심심한 줄 모르겠다.”고 말했다.

신호등을 건너자, 두 번째 구간이 눈에 들어왔다. 두 번째 구간에는 산성마을의 담겨진 백제의 역사와 문화가 고스란히 남아 있는 남고산성과 그 속에 살고 있는 마을 주민들의 일상이 고스란히 담겨있었다. 실제로 ‘산성방앗간’이라고 쓰인 가게의 담벼락에는 쌀을 빻아 모락모락 연기가 나는 떡 만드는 과정이 그려져 있었다. 그림만 보고도 외국인들도 방앗간이라는 것을 알 수 있을 정도로 생동감이 넘쳤다.

마지막 구간은 덩그러니 놓인 하늘색 아파트부터 시작됐다. 자연과 즐거움이란 주제로 일상에서 탈출해 가벼운 마음으로 그림과 자연을 보는 사이 나도 모르게 몸과 마음이 새로운 기운을 얻을 수 있다는 긍정의 메시지를 담고 있었다. 마을 끝에 위치한 이 구간은 본격적인 평지 산책로로 산과 가까워 갤러리형식의 벽화가 많이 그려져 있었다.

 

산성마을 벽화 두번째 테마가 시작하는 이곳에는

산성마을의 특징을 살린 벽화가 눈에 띈다.

가게와 벽화가 하나되어 한글을 모르는 외국인들도

벽화만으로 이곳이 어떤 곳인지 알 수 있도록 표현했다.

 

 

산성마을의 오래된 명물로 알려진 산성방앗간.

이곳은 지역 명물인 방앗간을 여백의 미를 살려

방앗간의 일상을 보여주는 벽화로 담아 많은 이들에 관심을 끌었다.


가게를 운영하는 김 모 씨(66)는 “조용하던 마을이 벽화로 인해 사람들이 많이 찾는 마을로 변하면서 마을에 활력이 생긴 것 같다.”며 “비가 오거나 눈이 오는 날에는 거리에 사람도 없고 휑하고 만날 걷는 길도 혼자 걸으면 무서울 정도였는데 이젠 좀 사람 사는 동네 같다.”고 말했다.

산성마을 벽화는 파워블로그, 배낭여행객들 사이에서 ‘전주의 가볼만한 곳’으로 자주 소개돼 최근 들어 젊은 관광객들의 방문도 급증하고 있다. 게다가 최근에는 울산, 원주 등 다른 지자체에서 산성마을 벽화를 벤치마킹하기 위해 일부러 찾아오기도 한다.

역사학을 전공하는 대학생 이여진(24·서울)씨는 “전주라는 도시 자체가 주는 아늑함과 아기자기함을 산책로로 잘 만들어 놓은 것 같다.”며 오늘은 혼자 머리를 식히러 사진기만 들고 무작정 왔는데, 벽화를 보니 마음도 한결 가벼워지고 맑아지는 기분이 든다.”고 말했다.

전주시 아트폴리스 관계자는 “산성마을 입구에서 산성천을 따라 마을담장에 이어지는 수준 높은 벽화가 주는 재미와 즐거움이 쏠쏠하다,”며 “산성천 우측으로 눈을 돌려보면 서른 한 개의 다양한 다리가 산성마을의 옛 정치와 서민의 삶이 그대로 묻어나 있어 포토 존으로도 유명세를 떨치고 있다.”고 덧붙였다.

 

산성마을 곳곳에는 나눔을 실천하는 가게들 역시 간판과 함께 특색을 살렸다.

산성천 우측으로 눈을 돌려보면 서른 한 개의 다양한 다리가

산성마을의 옛 정취와 서민의 삶이 그대로 묻어나 있어

포토 존으로도 유명세를 떨치고 있다.


남고산 일대의 둘레 길을 짧게 둘러보는 데에는 약 1시간 30분 정도가 소요된다. 충경사~남고사를 지나 서암문~만경대, 남고사~남고진비~관성묘까지는 3km 정도이다.

특히, 만경대로 올라가면 기울어가는 고려왕조를 걱정하는 정몽주의 우국시가 바위에 정교하게 새겨져 있으며, 서문지 옆에는 조선후기 원교 이광사, 추사 김정희와 함께 3대 명필로 알려진 창암 이삼만이 쓴 남고진사적비도 남아 있다.

등산객들에게는 전주시가 한눈에 펼쳐지는 억경대에 올라 좁은 목 약수터로 하산하는 코스나, 동문지에서 데크 계단 쪽으로 내려가 대성 정수장으로 하산하는 코스가 인기다.

원당마을로 들어서면 정원이 아름다운 주택들이 눈길을 끄는데, 원당삼거리에서 전주천을 건너 치명자산 성지, 전주천 수변 생태공원인 한벽루, 한옥마을까지 도착하면 대략 3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산성마을의 마지막 테마 구간에 펼쳐진 담장 벽화.

일상에서 탈출해 가벼운 마음으로 그림과 자연을 보는 사이

나도 모르게 몸과 마음이 새로운 기운을 얻을 수 있다는

긍정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등산객 박찬호(39)씨도 “예전에는 몰랐는데, 확실히 벽화가 생기니까 눈도 즐겁고 등산로 가는 길이 즐겁다.”며 “혼자 보기에는 아까워 종종 블로그에 올리곤 하는데, 여기가 어디냐, 이렇게 공기 좋고 환경 좋은 곳에 살아 좋겠다는 반응이 많다. 그럴 때는 전주시민으로써 뿌듯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전주시 아트폴리스 관계자는 “담장벽화 사업에 이어 올해는 디자인을 접목한 다양한 볼거리와 휴식 공간 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라며 “앞으로 전주한옥마을과 연계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관광지로서 관광객들의 발길을 불러모으는 명품거리, 명품마을을 만들어가는 데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정책기자 박기태(대학생) sosrncnf28@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