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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기자 마이너 리포트]사이클링 히트 친 남태혁의 생존법

leekejh 2012. 8. 16. 10:22

 

       [민기자 마이너 리포트]

 

                    사이클링 히트 친 남태혁의 생존법

 

 

전화를 받는데 주변이 꽤 시끌시끌했습니다.

분명히 원정길에 올랐을 텐데 버스에 음악을 틀었나보다 했더니 영화를 틀어놨다고 했습니다.

몬태나 주의 그레이트폴스 보야저스와 원정길에 오른 지 30분쯤 됐다고 했습니다.

시골길을 달리는 버스 안에 다닥다닥 모여 앉은 선수들의 모습이 눈에 보이는 듯 했습니다.


남태혁(21)은 LA 다저스 산하 루키리그 팀인 오그덴 랩터스에서 뛰고 있습니다.

주전 1루수로 6,7번 타순에 주로 배치됩니다.

지난달에는 사이클링 히트를 기록하며 눈길을 끌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고질적인 팔꿈치 통증에 올 시즌에는 몸쪽을 파고드는 공에 약간 고전하고 있습니다.

원정길 버스 안에서 minkiza.com과 인터뷰를 했습니다.

 

 

미국 프로 생활 3년째인 남태혁은 부상으로 힘든 시기를 보냈지만 도전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민기자닷컴


- 지난 2년간 부상으로 고생했는데 올해는 어떤가.


▶ 재작년에는 팔꿈치에 공을 맞았고 햄스트링이 와서 고생했다.

    그리고 작년이 가장 힘들었다. 허벅지 부상이 심해서 스프링 캠프 때 운동도 못했었다.

    올해는 팔꿈치가 좀 불편하고 잔부상이 좀 있지만 그래도 훨씬 잘 지내고 있다.

- 마음고생이 심했을 텐데.
▶ 솔직히 많이 힘들었다.

    특히 작년이 제일 힘들었다.

    스프링 훈련도 못하고 애리조나 리그에서 30경기 정도 뛴 것이 전부였다.

- 이동 중일 텐데 상당히 시끄럽다.
▶ 막 떠났다.

    버스에 영화를 틀어 놓아 시끄럽다.

    몬태나 주까지 가야하니 10시간쯤 걸린다.

    난 영화를 안 보고 음악을 듣고 있었다.

- 오그덴이면 유타 주인데 한국식당이라도 있는지.

   (인구 8만 정도의 살기 좋은 도시로 알려졌습니다.)
▶ 전혀 없다.

    늘 햄버거만 먹고 지내고 있다. (웃음)

    올해는 통역도 없이 혼자 지내고 있다.

    야구장에서도 한국 사람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한국말을 쓸 일이 없어서 말이 줄었다. (웃음)

- 여가 시간에는 무엇을 하나.
▶ 친구들과 식당에 나가 음식을 먹는 정도.

    그치만 쉬는 날은 거의 없다.

    야구장만 달랑 있고 주변에 별 것이 없다.

    그래도 야구팬은 많이 온다.

    게임이나 드라마를 좋아하는 편이 아니라 그저 주로 쉰다.

    여자 친구가 샌프란시스코에 연수와 있어서 같은 시간대라 통화를 할 수 있어서 좋지만 만나지는 못한다.

 

 

남태혁은 지난 달 보기 드문 사이틀링 히트를 기록했습니다. 사진=남태혁 제공


- 사이클링 히트 이야기를 안 할 수 없다.

  전에도 해 봤나.(7월 25일 헬레나 브루어스전)
▶ 태어나서 처음이다.

    2루타 치고 안타에 이어 홈런을 쳐서 가장 힘든 3루타를 남기고 있었다.

    나보다 애들이 더 의식하더라.

    나야 자신을 아니까(달리기가 빠르지 않으니까) 설마 3루타를 어떻게 칠까 했는데

    8회에 마지막 타석에서 우익수를 넘기는 큰 타구가 나왔다.

    3루 코치로 나왔던 감독님(데이먼 배리힐)이 아이들이 하도 소리를 치니까 계속 돌렸고

    뛰다보니 3루까지 도착했다.

    끝나고 인터뷰 하는데 면도 크림을 얼굴에 바르고 난리가 났었다.

- 동료들과는 잘 지내나 보다. 영어는 어려움이 없나.
▶ 영어는 이제 어려움이 없다.

    그렇지만 외국인이라 선입견을 갖고 보는 것은 있는 것 같다.

    친구들과는 아주 잘 지낸다.

- 시즌 타율이 2할4푼2리면 기대보다 좀 떨어진다.
▶ 지난달까지 감이 좋았는데 최근에 밸런스가 좀 무너졌다.

    삼진을 많이 먹은 것이 원인인 것 같다.

    특히 풀카운트까지 가서 파울을 내다가 삼진을 당하는 일이 많아서 스트레스가 많이 쌓였다.

    풀카운트만 되면 정신이 이상해질 정도다. (32경기에서 볼넷 9개에 삼진은 43개를 당했습니다.)

- 떨쳐야 할 텐데.
▶ 특별한 방법은 없고 내 스윙을 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삼진 안 먹으려고 하니까 오히려 내 스윙만 무너진 꼴이 됐다.

- 홈런도 3개면 적은 편이다.
▶ 몸쪽 공략을 잘 못하는 것이 원인이다.

    원래 내가 밀어치기를 잘 한다.

    우중간이나 좌중간이나 비거리는 비슷하다.

    그런데 초반에는 몸쪽으로 잘 안 던지더니 내가 바깥쪽 공을 잘 밀어 치니까 계속 몸쪽 승부를 하더라.

    몸쪽 공을 치다가 엄지손가락을 다치고 나니 자신감이 더 떨어졌다.

    그러다보니 소극적이 됐는데 요즘은 몸쪽 공도 치기 시작했다.

    경기에서 쳐가면서 몸으로 느끼고 이기는 것 밖에는 방법이 없는 것 같다.

- 아픈 팔꿈치가 영향을 끼치는 것 아닌가.
▶ 작년 겨울에 검사를 하니 근육이 파열돼 토미존 수술 직전이라고 했다.

    그러나 내가 투수도 아니고 1루수니까 공도 많이 안 던지고 해서 그냥 재활로 견디고 있다.

    타격 때는 가끔 통증이 있지만 큰 지장은 없다.

    공 던질 때만큼 아프지도 않고.

 

 

털털한 성격이지만 부상과 부진으로 2년여 고생이 심했던 남태혁은

한 타석, 한 타석 귀중하게 여기면 시즌을 마무리하고 있습니다. ⓒ 민기자닷컴


- 미국 프로 생활 3년차인데 느낀 점도 많겠다.
▶ 어디든 똑같은 것 같다.

    꾸준해야 한다.

    그런데 잘 하면 더 잘하려다 무리가 오는 것 같다.

    아픈 것을 참고 하다가 폼도 망가지고.

    마이너는 애들도 다 큰 차이가 없는 것 같다.

    다만 높은 라운드에 뽑힌 애들은 계속 밀어주는데

    낮은 라운드나 외국 선수들은 확실히 보여줘야만 출전 기회도 생기고 그런다.

    꾸준해야겠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는데 그게 쉽지는 않다.

- 처음 시작할 때의 계획보다 늦어졌을 텐데.
▶ 고민도 많이 했다.

    그렇지만 고민한다고 좋아지는 것도 아니고 한 게임, 한 게임에 최선을 다해 열심히 하려고 한다.

- 앞으로 일정은 어떤가.
▶ 9월초까지 정규 시즌을 하고 그 다음에 포스트 시즌이 있다.

    우리는 전반기에 우승을 해서 포스트 시즌에 나간다.

    그 후에는 귀국해 좀 쉬다가 곧바로 몸을 만들 것이다.

- 요즘 올림픽이었는데 소식은 들었나.
▶ 핸드폰으로 인터넷 검색해 매일 봤다.

    한일전 축구를 이겨서 너무 좋았고 팀에 일본애가 하나 있는데 엄청 약 올리고 다녔다. (웃음)

- 시즌 끝나면 무엇을 제일 먼저 하고 싶은가.
▶ 엄마가 해준 밥을 먹고 싶다.

    여기 와서는 한국 음식을 전혀 못 먹었다.

- 앞으로 도전 계획은.
▶ 한 게임, 한 게임, 한 타석, 한 타석이 아주 귀중하다.

    이제 시즌이 얼마 안 남았으니 최선을 다해 부딪칠 것이다.

    꾸준하게 잘 할 수 있을 때까지 열심히 할 것이다.


중간 중간에 난청 지역을 지나 전화가 끊기기도 했습니다.

버스 안은 영화 음향으로 계속 시끄러웠습니다.

30여분의 인터뷰를 마칠 때쯤 목적지까지 얼마나 남았느냐고 물으니

떠난 지 한 시간 남짓 됐으니 이제 9시간 정도 더 가야한다고 했습니다.

음악도 듣고 생각에도 빠지겠지만 10시간의 좁은 버스 이동은 참 길고도 깁니다.

 

그들이 마이너리그를 버텨내는 과정은

필수적인 치열한 생존 경쟁과 함께 쉴 새 없는 이동과 경기의 빡빡하고 힘겨운 일정과의 싸움이기도 합니다.

그 험난한 길이 헛되지 않게 잘 버티고 이겨내길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