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 포스팅 금액, "과거처럼 굴욕은 없을 것"
OSEN | 입력 2012.09.05
[OSEN=이상학 기자] 과연 류현진의 포스팅 금액은 어떻게 될까.
'대한민국 최고 에이스' 류현진(25·한화)의 메이저리그 도전은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 가장 먼저 소속팀 한화가 기회의 문을 열어 줘야 하고, 메이저리그 구단들로부터 입찰 금액을 받아야 한다. 한화가 교섭의 문을 열면 결국 포스팅 입찰 금액이 어느 정도 되느냐에 따라 최종 결론이 날 가능성이 높다. 한국프로야구의 포스팅 도전은 실패와 굴욕으로 점철돼 있다는 점에 부담있지만 과거와 지금은 분명 달라졌다.
▲ 포스팅 실패 사례들
'코리안특급' 박찬호의 성공 이후 한국야구 시장도 메이저리그부터 큰 관심을 받았다. 그러나 한국프로야구는 아니었다. 한국프로야구 출신 선수로 이상훈과 구대성이 있지만 두 선수 모두 일본프로야구를 경유한 뒤 빅리그 마운드를 밟았다. 최향남이 포스팅을 통해 미국으로 진출했으나 트리플 A에서 더 이상 올라가지 못했다. 지난해 정대현은 최초의 한국프로야구 출신 메이저리그 직행을 눈앞에 뒀지만, 그만 간염 문제에 발목이 잡혀야 했다.
류현진은 올해 7년차로 시즌 후 구단의 동의하에 해외 진출 자격을 얻는다. 포스팅 시스템을 거쳐야 하는데 메이저리그 30개 구단 중에서 최고 입찰액을 내는 팀과 협상권을 준다. 그러나 지금껏 포스팅 시스템으로 메이저리그 진출을 노린 선수들은 상당수 상처를 입었고 한국프로야구 자존심도 함께 무너져내려 앉았다.
1998년 3월 최초 포스팅 시스템으로 도전한 LG 이상훈은 60만 달러의 입찰액에 실망해 일본으로 방향을 틀었다. 2002년 2월 두산 진필중은 아예 응찰한 구단이 한 곳도 없었으며 같은 해 12월에 재도전했으나 2만5000달러라는 굴욕을 당했다. 임창용도 같은 해 12월 최고 65만 달러의 기대이하 입찰액에 실망을 금치 못했다. 2009년 1월 최향남이 세인트루이스로 입단할 때 롯데가 받은 입찰액은 101달러로 거의 '공짜'나 다름없었다.
▲ 류현진은 분명 다르다
과연 류현진의 포스팅 도전은 어떻게 될까. 메이저리그에 정통한 전문가 송재우 IPSN 해설위원은 "다르빗슈나 마쓰자카처럼 어마어마한 포스팅 금액은 생각할 수 없다"고 전제한 뒤 "진필중이나 임창용의 경우 포스팅을 받을 때 아주 절정의 기량이라 보기 어려웠다. 구단에서 선수를 보러온 게 아니라 선수들이 직접 현지에서 트라이해야 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임창용은 비시즌 푸에르토리코로 날아가 윈터리그에 참가해 테스트를 받기도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류현진은 만 25세로 전성기 나이이며 베이징 올림픽과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등 국제대회를 통해 충분히 기량이 검증돼 있다. 그를 모르는 메이저리그 스카우트가 없다. 송재우 위원은 "시기적으로도 잘 맞아떨어진다. 대만인 투수 천웨인이 잘 하고 있는 것도 류현진에게 영향이 미친다. 직접적인 비교는 어렵지만 미국에서는 같은 동양권으로 바라본다. 류현진이 한두 해 잘한 것도 아니고 스카우트들과 구단들도 그를 잘 알고 있다. 과거처럼 포스팅 금액에서 굴욕적인 제안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메이저리그 현장 취재 경험이 풍부한 민훈기 XTM 해설위원도 "과거와 지금은 많이 다르다. 국제대회에서 우리나라의 팀 성적도 좋았지만, 정상급 선수 개개인의 기량에도 많이들 놀라워했다"며 "지나치게 높은 금액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류현진이라는 투수가 어느 정도 급인지부터 시작해서 따져봐야 할 것이다. 하지만 터무니없는 금액은 나오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 다르빗슈·마쓰자카급은 무리
그러나 현실적으로 류현진에게 다르빗슈 또는 마쓰자카처럼 어마어마한 금액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지난해 다르빗슈는 5170만달러의 포스팅 금액을 원소속팀 니혼햄에 안긴 뒤 텍사스와 6년간 6000만달러에 계약했다. 이에 앞서 2006년 마쓰자카는 포스팅 금액이 5111만 달러로 원소속팀 세이부에 안기며 보스턴과 6년간 5200만 달러의 계약을 맺었다. 류현진이 우리나라 최고의 투수이지만 현실적으로 이 같은 수준을 기대하기는 무리다. 전문가들도 "2000만 달러설은 무슨 근거인지 모르겠다"고 한다.
메이저리그 구단에서 류현진의 가치·가능성을 어느 정도로 판단하는지가 기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만약 3선발급으로 평가하면 대략 800~1200만 달러 연봉을 받기 때문에 이게 기준점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러나 이 역시도 기대 요소를 제거하면 쉽지 않다. 일본프로야구에서 수준급 활약을 하고 지난해 FA가 돼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대만인 투수 천웨인은 볼티모어와 3년간 1130만 달러에 계약했다. 계약금은 25만 달러였고, 3년간 연봉 307만-357만-407만 달러를 받기로 했다. 선발투수 자리를 보장하는 조건에서 계약한 것이다.
다르빗슈와 마쓰자카를 제외하면 역대 일본인 선수들의 포스팅 금액은 2000년 스즈키 이치로 1312만5000달러, 2002년 이시이 가즈히사 1126만 달러, 2004년 오츠카 아키노리 30만 달러, 2006년 이가와 게이 2600만 달러, 이와무라 아키노리 455만 달러, 2010년 니시오카 쓰요시 530만 달러, 2010년 이와쿠마 히사시 1600만 달러, 2011년 아오키 노리치카 250만 달러 등이 있다. 냉정하게 봤을 때 한국프로야구는 일본프로야구보다 한 수 아래로 메이저리그에 비쳐지고 있다. 이 같은 시선은 류현진이라고 해서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류현진은 "몸값은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 선호하는 팀도 없다"며 메이저리그 도전에 의미를 두고 있다. 관건은 과연 한화 구단에서 어떻게 받아들이냐다. 연봉을 낮게 책정할 경우 포스팅 금액도 낮아지게 되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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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과 오승환, 포스팅 금액 누가 더 나올까
스포츠조선 | 민창기 | 입력 2012.09.04
한대화 감독을 경질한 한화가 에이스 류현진의 메이저리그 진출이라는 제2의 시한폭탄을 떠안게 됐다. 올시즌 후 해외진출 자격을 얻게 되는 류현진은 최근 메이저리그에 도전하겠다는 뜻을 노골적으로 밝혔다. 2006년 한화에 입단한 류현진은 이번 시즌이 끝나면 7시즌을 채워 포스팅 시스템을 거쳐 해외진출이 가능하다. 후임 사령탑을 선임해야 하는 한화로선 어수선한 가운데 또다른 난제를 앞에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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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무턱대고 잡을 수도 없다. 구단과 논의없이 언론에 먼저 빅리그 진출 의사를 밝힌 류현진이다. 이미 한화에 마음이 떠났다고 봐야 한다. 의욕을 잃은 선수를 억지로 앉혀놔 봐야 양자 모두 득이 될 게 없다. 류현진의 해외진출에 우호적인 야구계 분위기, 여론을 무시하기도 어렵다.
한화가 류현진을 보내야 한다면, 결국 관건은 포스팅 금액이 될 수밖에 없다. "새로운 감독 선임과 시스템 재정비, 서산 2군 구장 개장 등 당면한 문제가 많다. 류현진건은 시즌이 끝난 뒤 생각해보겠다"는 게 한화 구단의 공식 입장이지만, 분명한 건 헐값으로는 안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보상금 성격인 포스팅 액수 문제를 넘어 한국 프로야구의 자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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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한화가 납득할 수 있는 금액은 어느 정도일까. 또 류현진이 시장에 나왔을 때 어느 정도 금액이 나올까. 더불어 류현진과 함께 올시즌이 끝난 뒤 해외진출 자격을 얻게 되는 삼성의 특급 마무리 투수 오승환, 둘 중 어느 쪽이 더 많은 금액을 받을 수 있을까. 지금까지 한국 프로야구에서 포스팅을 거쳐 곧바로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사례가 없었기에 쉽지 않은 예상이다.
"메이저리그쪽에서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 만큼 한국야구를 높게 평가하지 않는다. 보스턴 레드삭스와 텍사스 레인저스가 마쓰자카 다이스케와 다르빗슈 유를 영입하기 위해 5000만달러가 넘는 포스팅 금액을 냈는데, 우리와는 케이스가 다르다. 메이저리그 구단 관계자들에게 일본은 이미 검증을 거친 리그지만 한국은 아직도 미지의 리그다."
메이저리그 사정에 밝은 국내 전문가들이 한결같이 하는 말이다. 이들은 조심스럽게 류현진의 포스팅 금액을 100만(약 11억3000만원)~200만달러(약 22억6000만원) 수준으로 보고 있다. 류현진이 최근 국제대회에서 좋은 활약을 보였다면 평가가 높아질 수도 있겠지만 그럴 기회도 없었다.
그러나 메이저리그 구단들이 지속적으로 류현진을 체크해온 점을 들어 그의 가치를 높게 평가하는 전문가도 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직후 뉴욕 양키스 고위 관계자가 류현진 영입이 가능한 지를 국내 전문가에게 문의를 한 적이 있다. 하지만 해외진출이 불가능하다는 설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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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은 여전히 구위가 좋고, 오승환은 이전에 비해 힘이 떨어졌다는 평가다. 25세인 류현진은 지금이 전성기라고 볼 수 있고, 왼손 투수라는 이점이 있다.
한 국내 전문가는 "포스팅에는 경쟁이 따르기 때문에 류현진 정도라면 1500만달러(약 170억원)까지 가능하다고 본다. 오승환은 예전에 비해 구위가 떨어졌다고 하지만 1000만달러(약 113억원)에 육박하는 금액이 나올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선발 투수인 류현진이 마무리인 오승환보다 우위일 거라는 예상이다.
오승환은 아직까지 해외진출 의사를 밝힌 적이 없지만 "기회가 된다면 한 살이라도 적을 때 도전해보겠다"는 뜻은 밝혔었다. 메이저리그보다는 현실적으로 적응에 유리한 일본에 무게를 두고 있다. 실제로 최근 이대호의 소속팀인 오릭스 버팔로스가 오승환 영입에 관심을 표명했다. 일본 구단이 이번 시즌 종료 후 오승환을 영입하려면 삼성에 임대료(이적료)를 내야 한다.
몇 년 전 오승환에게 관심을 나타냈던 메이저리그 구단은 마무리가 아닌 셋업맨을 염두에 뒀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선발 류현진과 간판 마무리 오승환. 올시즌이 끝나면 둘의 해외진출 여부로 야구판이 뜨겁게 달아오를 것 같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
한화, 류현진 미국진출 가이드라인 제시
스포츠조선 | 최만식 | 입력 2012.09.05
"억측은 그만! 신임 감독이 열쇠."
최근 국내 최고 에이스 류현진의 거취문제를 두고 많은 이야기들이 제기되고 있다.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를 맞아 미국 메이저리그의 수많은 스카우트들이 방한해 류현진의 출전을 관찰하고 있는 상태다.
여기에 류현진이 최근 스스로 "미국으로 진출하고 싶다"고 본심을 드러내자 각종 추측과 전망이 난무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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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가 제기한 마지노선은 차기 신임 감독이다. 신임 감독이 선임되기 전에 흘러나오는 류현진 논란은 시기상조라는 것이다.
한화 관계자는 "류현진의 거취를 놓고 구체적으로 어떤 논의도 진행된 것이 없다. 그동안 흘러나온 보도나 전망은 모두 추측에 불과하다"면서 "차기 신임 감독에게 최우선 결정권을 준다"고 밝혔다.
지난달 28일 한대화 감독의 퇴진 사태를 겪은 한화는 한용덕 감독대행 체제로 남은 시즌을 꾸려가고 있는 실정이다.
이른바 비상시국인 한화로서는 류현진의 미국 진출 문제보다 올시즌 이후 팀의 새출발을 이끌 사령탑으로 누구를 선임할 것인가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류현진은 우선순위에서 밀린 것이다. 한화는 올시즌이 끝나는 대로 신임 감독 선임을 서두를 예정이다.
현재 신임 감독 후보로는 한용덕 감독대행을 포함해 이정훈 천안북일고 감독 등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한화는 "신임 감독이 차기 전력구상을 위한 밑그림을 그리는 과정에서 류현진이 필요하다고 요청하면 류현진의 미국 진출을 2013년 이후로 미룰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올시즌 이후 미국 진출이 가능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신임 감독에게 모든 결정권을 주겠다는 것이다. 만약 류현진을 한 시즌 더 잔류시킬 경우 제기될 수 있는 비판 여론에 대해서도 대책을 세운 듯했다.
이 관계자는 "여론은 움직이는 것이다. 지금은 류현진의 미국 진출을 허락하자는 주변 의견이 많지만 막상 신임 감독 체제로 새출발을 시작하면 필수전력인 류현진의 잔류를 희망하는 의견도 나올 수 있다"면서 "만약 신임 감독이 류현진의 잔류를 요청한 이후 비판 여론이 제기되더라도 구단 입장에서는 감수하고 넘어가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한화가 올해 7시즌을 충족한 류현진에 대해 포스팅 시스템으로 돌입한다면 오는 12월쯤부터 본격적인 메이저리그 협상이 시작된다. 하지만 그 이전에 신임 감독을 선임해 류현진의 거취문제를 매듭짓겠다는 구상을 세운 것이다.
한화 구단은 구단주인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의중도 비중있게 검토할 예정이다. 하지만 최종 결정은 아니다. 차기 신임 감독 선임에서부터 김 회장의 'OK 사인'이 내려져야 진행할 수 있는 중대사인 만큼 신임 감독이 어떤 판단을 내리든 한화그룹 측에서 믿고 따라줄 것이기 때문이다.
이른바 신임 감독이 류현진의 거취에 대해 어떤 결정을 내릴 경우 한화그룹이 그 결정을 뒤집는 게 아니라 존중하는 모양새로 힘을 실어주기로 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류현진의 희망과 달리 한 시즌 더 잔류쪽으로 결정날 경우 향후 대책은 무엇일까? 미국 진출을 공개 선언한 류현진 입장에서 서운한 마음을 품을 수 있고, 내년에 전력을 다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이에 대해 한화는 KIA 윤석민의 예를 들었다. 한화는 "윤석민의 경우 새로 부임한 선동열 감독의 설득작업에 따라 미국 진출을 미루기로 원만하게 합의했다"면서 "협상의 묘미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류현진이 한화에 잔류한다고 해서 우려될 수 있는 부작용은 사전에 차단할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결국 한화는 차기 신임 감독의 결정과 설득력에 모든 것을 맡기기로 했다. 류현진의 거취를 둘러싼 논란을 잠재우기 위한 포석이기도 하다.
대전=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빅리그만 바라보는 류현진, 내년이 걱정된다
스포츠조선 | 이원만 | 입력 2012.09.03
'괴물'은 과연 '꿈의 좌절'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받아들일 준비까지 갖췄을까.
한화 에이스 류현진(25)은 이미 수 년 전부터 "기회가 되면 해외에서 뛰어보고 싶다"는 말을 해왔다. 그리고 결국 그 시기가 다가왔다. 올 시즌이 끝나면 프로 7시즌을 채워 구단 허락하에 포스팅시스템으로 해외에 나갈 수 있는 자격을 얻는다. 벌써부터 류현진은 "메이저리그에 가고 싶다. (구단이) 보내주면 감사하겠다"고 말해 화제가 되고 있다. 모두가 류현진의 이같은 희망을 예쁘게 포장하는 데만 주력하고 있다. 자, 그렇다면 이제부터 냉정히 '현실'을 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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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은 분명 한국 프로야구 최고의 에이스임에는 틀림없다. 데뷔 첫 해 신인왕과 MVP, 다승왕을 석권하며 화려하게 데뷔했고 지난해까지 6년 연속 10승 이상을 달성하며 한국 최고의 좌완투수로 우뚝 섰다. 때문에 한국에 파견된 해외 구단의 스카우트들도 류현진에 대해 큰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
그러나 이 사실이 '포스팅 성공'을 담보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관심'이 곧 '영입'으로 이어지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해외 리그에서 선수를 데려오기 위해서는 적정 몸값과 영입을 통한 기대효과 등을 심사숙고하게 마련이다. 특히나 한국보다 더 철저한 비즈니스 마인드를 갖춘 메이저리그 구단은 이런 원칙에 더욱 철저하다. 쉽게 말해 '손해보는 장사'는 하지 않는다.
게다가 '포스팅시스템'이라는 독특한 제도는 한국 선수들에게는 더욱 불리하다. 아무리 한국에서 '날고 기는' 류현진이라고 해도 메이저리그 구단의 시각에서는 생소하고, 검증받지 않은 선수일 뿐이다. 메이저리그의 시각 자체가 한국리그를 '마이너리그 수준'으로 보기 때문이다. 마쓰자카(이적료 5111만 달러)나 다르빗슈(이적료 5170만 달러)가 엄청난 이적료를 받은 것도 그들이 류현진에 비해 실력이 그만큼 뛰어나서가 아니다. 포스팅 금액 산정의 기준은 개인의 실력 못지않게 리그의 평판이 좌우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류현진의 명성과 존재감은 한국을 벗어나는 순간 상상 이상의 실망감으로 둔갑할 수 있다.
▶포스팅시스템 잔혹사, 류현진이 벗어날 수 있을까
지금까지 한국 선수들이 모두 포스팅시스템에서 실패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과거 이상훈(LG)이나 진필중(두산) 임창용(삼성) 등 당대 최고의 투수들이 포스팅에 나섰다가 처참한 결과를 받아들었다. 한때 '20승'을 달성했던 이상훈은 98년 포스팅에서 이적료 60만 달러를 제시받았다. 또 당대 최고의 마무리 진필중(당시 두산)이 2002년 초 아무런 입찰도 받지 못했다가 그해 말 두 번째 도전에서 고작 2만5000달러 제시라는 어처구니없는 굴욕을 경험했다. 그리고 2002년 17승을 올린 임창용의 포스팅 응찰액은 역대 한국인 선수 최고액인 65만 달러였다. 당연히 당시 소속팀이던 삼성은 그 가격엔 줄 수 없다며 협상을 포기했다.
류현진이라고 해서 특별히 다를 거라고 기대할 수는 없다. 당대의 이상훈이나 진필중 임창용 등이 현재의 류현진에 비해 명성이나 실력에서 손색이 없었기 때문이다. 세월이 지나 한국리그의 수준에 대한 평가가 다소 후해진 점을 감안해도 류현진의 포스팅 응찰액은 많아야 앞선 선배들의 2~3배 수준이라고 보는 게 현실적이다.
그렇다면 대략 100만~200만 달러라는 뜻인데, 류현진이 팀 전력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한화에서 고작 10억~20억원 벌자고 보내준다는 건 비지니스 상식으로는 납득하기 어렵다.
류현진의 딜레마는 바로 여기에서 출발한다.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한 개인의 꿈을 후원하는 구단은 없다. 과거 해태나 현대는 각각 선동열과 이종범, 정민태 등을 일본에 보내며 상당한 금전적 이득을 취했다. 하지만 한화는 상황이 다르다. 구단의 자금사정이 어렵지도 않고, 류현진의 포스팅을 통해 얻을 이익도 크지 않다. 그렇다면 보내지 않는게 구단의 입장에서는 '정답'이다.
▶류현진, 실패 후를 생각했을까?
그런데 류현진은 일종의 '조급증'에 빠진 느낌이다. 이로 인해 포스팅시스템을 통한 메이저리그 진출에 실패할 경우 류현진이 경험하게 될 '후폭풍'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영리한 류현진은 자신이 처한 현실을 잘 알고 있다. 올해 성적이 좋지 않아 메이저리그 구단에 크게 어필하지 못했고, 또 지금까지 포스팅에 나선 선배들의 사례를 따져봤을 때도 그리 후한 액수를 받지 못할 가능성도 생각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자신의 미국행은 결국 구단이 보내줘야 이뤄진다는 점을 이미 파악했다. 그래서 "돈보다는 도전이 중요하다"라든가 "(구단이) 가능하면 보내주시면 감사하겠다"와 같은 발언을 한 것이다.
올 시즌 종료 후 포스팅에 의한 해외진출 자격을 함께 얻게 되는 삼성 오승환과 비교해보면 상당한 차이를 발견할 수 있다. 오승환은 스포츠조선과의 인터뷰에서 "지금은 해외 진출을 거론할 시기가 아니다"라며 명확히 선을 그어버렸다. 그에 비하면 류현진은 그만큼 조급증을 느끼고 있다는 증거다.
하지만 이렇듯 자신의 속내를 미리 드러내는 것은 그다지 바람직하지 못한 기법이다. 무엇보다 "반드시 미국으로 가겠다"는 식의 태도로 일관해 자칫 한국프로야구에서 마음이 떠났다는 식으로 비쳐질 경우 그 뒷처리는 감당하기 어렵다. 류현진 스스로도 이렇듯 기대감을 키우다 실패했을 때 더 큰 상실감을 받을 수 있다.
류현진은 냉정해질 필요가 있다. 성공 보다 훨씬 확률이 높은 실패의 가능성을 생각하고, 모든 것을 고려해서 말하고 움직여야 한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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