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으로 본 야구]
알고도 못치는 '리베라 커터'의 비밀
스포츠동아 | 2013. 08. 30
■ 스포츠동아·국민체육진흥공단 체육과학연구원 공동기획
고속카메라 분석의 기술력
1. 직구와 거의 비슷한 속도·유사한 궤적
2. 타자 3∼5m 앞에서 종횡으로 급 변화
3. 1년 통계자료 확인 결과 제구력도 일품
고속카메라, 판정·투구분석 등 활용도 커
현대의 스포츠 경기는 점점 더 과학기술의 사용을 늘려가고 있다.
특히 날아가는 총알의 움직임까지도 잡아낼 수 있는 초고속카메라 기술은
보통사람의 눈으로는 쫓을 수 없는 스포츠의 움직임을 분석하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예를 들어
2006년 US오픈테니스대회부터 사용되고 있는 호크아이 볼 추적시스템,
2014년 브라질월드컵부터 도입되는 골 컨트롤 득점판정기 등과 같은 판정보조시스템,
골프공의 임팩트분석기 및 셔틀콕의 속도·궤적측정기 등의 기술분석시스템,
육상의 기록측정시스템 등에서처럼 다양한 고속카메라 기술이 응용되고 있다.
야구경기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다양한 응용기술들이 사용되고 있는데,
이 중 판정 및 구종 분석의 사용 예를 살펴보겠다.
< 그림1 > 커터의 고속카메라 분석개요(사진 왼쪽),
< 그림2 > 뉴욕대학교 Movoment Lab.의 2009년 리베라 커터 피칭 분석영상(youtube 영상 발췌)
● 첫째=판정 사용의 예
한국프로야구에선 홈런 판정을 위해 비디오 판독을 사용하고 있고,
메이저리그에선 2014년 시즌부터 주심의 스트라이크존 판정을 제외한 누상의 상황에 대해
5회까지 1번, 5회 이후 2번 등
총 3번의 비디오 판독(오심으로 인정 시 요청 기회 보존)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 둘째=투구 분석 사용의 예
올 시즌 후 은퇴하는 메이저리그 역사상 최고의 마무리투수 마리아노 리베라(뉴욕 양키스)는
패스트볼 3종 세트(포심+투심 약 18%% 이하, 커터 82%% 이상·2000년대 후반)로
29일(한국시간) 현재 개인통산 646세이브를 기록 중인데,
" 왜 타자는 리베라가 커터를 던질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그 공을 공략하지 못하는 것일까? " 라는
의문이 있을 수 있다.
ESPN이나 뉴욕대학교 운동(Movement) 연구실의 고속카메라 분석 결과를 확인해보면,
구종 분석이나 1년간의 모든 투구추적에 의한 제구력 분석을 통해
리베라의 커터가 언터처블로 불리는 이유를 쉽게 짐작할 수 있다.
투수가 던진 시속 150km의 공이 포수 미트까지 도달하는 시간은 약 0.44초이며,
타자는 0.2초 안에 히팅 포인트를 결정하고 정확하게 공을 쳐내야 한다.
그러나 리베라의 커터는 < 그림1 > 의 고속카메라 구종 분석 결과에서 보듯
직구와 거의 비슷한 속도로, 유사한 궤적을 그리며 날아오다가
타자의 3∼5m 앞에서 종 또는 횡으로 급격히 변화한다.
공을 판단하는 시점에선 직구와 같은 속도와 궤적으로 보이기 때문에
커터일 것이라고 짐작해도 정확한 타격을 하기 어렵다.
< 그림2 > 의 분석 결과에선 2009년 1년간의 통계적인 커터 제구력을 확인할 수 있다.
스트라이크존의 구석구석을 찌르는 면도날 같은 제구력을 보여주고 있으며,
가운데로 몰리는 실투성 투구는 거의 보이지 않는다.
이와 같이 객관적 데이터를 통해 리베라의 커터가 위력적인 이유를 알 수 있다.
이처럼 고속카메라 분석기술 뿐만 아니라 더 많은 과학·공학기술들이 야구에 적용되고 있으며,
이런 기술들에 힘입어 앞으로 더욱 공정하고 더욱 흥미로운 야구경기를 시청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길세기 박사 국민체육진흥공단 체육과학연구원
[기획] 2013 세계야구를 지배한 ‘마구’는?
류현진(26·LA 다저스)은 최근 ‘베이스볼 아메리카’로부터
내셔널리그에서 두 번째로 뛰어난 체인지업을 구사한다는 칭찬을 받았다.
메이저리그를 비롯한 프로는 물론,
고교·대학까지 미국 야구를 총망라해 정보를 전달하는 ‘베이스볼 아메리카’가
매년 선정하는 각 분야별 최고의 선수 3명에 이름을 올렸다는 것만으로도 큰 화제가 됐다.
정작 본인은
“ 체인지업을 그리 잘 못던지는데…” 라며 쑥스러워했지만,
류현진은 이를 계기로 훌륭한 체인지업을 결정구로 갖고 있음을 공인받았다.
최고 체인지업의 영광은 콜 해멀스(필라델피아)에게 내줬지만,
각 팀 감독들이 투표를 통해 선정하는 이 순위에서 신인이 2위까지 올랐다는 점은 놀랍기만 하다.
구종별로 보면
세인트루이스 애덤 웨인라이트가 내셔널리그 ‘최고의 커브’ 1위를 받았고,
류현진의 동료 클레이튼 커쇼는 2위에 올랐다.
뉴욕 양키스 마리아노 리베라
직구는
역시 최고구속 170㎞를 거뜬히 넘기는 신시내티 특급 마무리 아롤디스 채프먼,
팔꿈치 부상으로 요즘 시즌아웃 위기에 놓여 있는 맷 하비(뉴욕 메츠)가 1, 2위였다.
NL 슬라이더 1위는
애틀랜타의 마무리 크랙 킴브렐이 차지했다.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미국 메이저리그에는 시대마다 리그를 지배해 온 ‘마구’들이 있었다.
크리스티 매튜슨과 칼 허벨의 스크루볼,
샌디 코팩스의 커브,
필 니크로의 너클볼,
스티브 칼튼의 슬라이더 등이 대표적인 예다.
투수들의 결정구는 시대를 거치면서 다양화, 세분화 돼 오늘날에는 수많은 구종들이 이름을 알리고 있다.
너클볼이라는 변종이 있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현존하는 많은 구종들은 대부분 직구와 커브, 슬라이더, 체인지업에서 파생된 경우가 많다.
트레버 호프만의 주무기로,
지난해 KIA 윤석민이 몇 번 던져 화제를 모았던 팜볼도 크게는 체인지업에 속한다.
커터 역시 변화가 심한 직구의 일종인데 지금 메이저리그의 대세가 바로 커터다.
■ 지금 메이저리그는 커터 시대
최근 몇 년간 메이저리그에는 커터 열풍이 일고 있다.
역사상 최고의 커터를 던진다는 마리아노 리베라(뉴욕 양키스)는 차치하고라도,
많은 에이스들이 커터로 재미를 보고 있다.
클리프 리(필라델피아), 웨인라이트, 존 레스터(보스턴),
데이빗 프라이스(탬파베이), 잭 그레인키(다저스) 등이 커터를 주종 또는 결정구로 사용하고 있다.
심지어 일본인 투수 다르빗슈 유(텍사스)도 커터를 던진다.
시카고 컵스의 트래비스 우드는 지난해 커터의 비중을 30% 이상으로 늘렸다가 잠시 부진을 겪었지만,
완전히 적응이 된 올 시즌에는 컵스의 에이스로 자리매김했다.
이제 웬만한 구단에서는 마이너리그에서부터 ‘커터 수업’을 거치게 한 다음 메이저리그로 올린다.
커터는 기본적으로 가로로 휘는 슬라이더와 비슷한 변화를 보이는 구종이다.
다만 슬라이더의 변화 폭이 눈으로 볼 수 있을 정도로 크다면,
커터는 슬라이더에 비해 변화의 폭이 작다.
대신 커터는 직구의 변종인 만큼 속도가 다른 변화구에 비해 빠르다.
그리고 팔뚝을 비틀어 던지는 슬라이더에 비해 부상 위험도가 적다는 이점이 있다.
타자 입장에서 직구만큼 빠른 속도로 들어오는 변화구를 상대한다는 것 만큼 짜증나는 일도 없다.
변화의 폭이 작기 때문에 직구와의 구속 차가 적을수록 더 큰 효과를 발휘한다.
리베라가 마흔을 훌쩍 넘긴 나이에도 최정상급 마무리로 활약할 수 있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2004년 직구와 커터의 구속 차가 0.5마일(약 0.8㎞)에 불과했던 리베라는
9년이 지난 올해에도 구속 차가 1.1마일(약 1.8㎞)을 넘지 않고 있다.
■ 커터가 정답이 될 수는 없다?
분명히 커터는 최근 많은 투수들이 사용하는 구종이긴 하다.
하지만 커터를 던지지 못하게 하는 구단도 있다.
볼티모어가 그 좋은 예다.
볼티모어 댄 듀켓 단장은
지난해 8월 볼티모어와 워싱턴 지역의 스포츠 소식을 전문으로 전하는 MASN과의 인터뷰에서
“ 우리는 커터를 싫어한다.” 고 했다.
듀켓 단장은
“ 너무 커터에만 집중하다 보면 투구폼이나 컨트롤, 그리고 다른 변화구를 익히는데 방해가 될 수있다.” 며
“ 특히 투수들에게 가장 기본인 커브를 던지는데 방해가 될 수 있다.” 고 이유를 설명했다.
듀켓 단장은 커브가 커터보다 더 롱런할 수 있는 변화구라 믿는 대표적인 사람이다.
그는 리베라의 커터에 대해서도
“ 그건 직구다.
이 세상에서 오직 리베라만이 던질 수 있는 공이다.” 라고 말하기도 했다.
커터는 일반적으로 직구와 같은 폼으로 던지면서 중지의 힘으로 변화를 주는 구종이다.
손가락에 힘을 얼마나 주느냐에만 신경을 쓰면 되기 때문에 배우기가 비교적 쉽다.
하지만 반대로 손가락의 악력이 어느 정도 뒷받침 되지 않으면, 변화하다 만 밋밋한 공이 되기 십상이다.
또한 커터에만 신경쓰다가 잘못되면 본래 직구의 구속까지 떨어지는 ‘부작용’이 생길 수도 있다.
정상급 투수였던 댄 해런(워싱턴)이
커터를 배운 후 기복이 심한 시즌을 보내다 부진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는 이유다.
볼티모어의 커터 금지정책에 대해 호의적인 반응만 있는 것은 아니다.
2011년 볼티모어가 1라운드 4순위로 뽑은 유망주 딜런 번디는 주무기가 커터다.
최고 유망주의 최고 구종을 금지하는 것은 너무 무모해 예외를 둬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 일본야구 최고의 마구는?
올 시즌 등판할 때마다 일본야구 연승 신기록을 세우고 있는 다나카 마사히로(라쿠텐)의 주무기는
엄청난 낙차로 떨어지는 스플리터다.
포크볼이라는 얘기도 있었지만,
이는 다나카가 한 인터뷰에서
“ 2010년 말 소프트뱅크 브라이언 폴켄버그로부터 스플리터 그립을 배웠다.” 고 밝히면서 일단락됐다.
다나카의 스플리터는 평균 140㎞대 초반을 유지한다.
빠를 때는 140㎞ 중반까지도 나온다.
여기에 스플리터 이전 자신의 주무기였던 140㎞ 초반의 종슬라이더까지 더해지면서
타자들이 그야말로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다.
130㎞ 후반에서 140㎞ 초반에 불과한 직구를 던짐에도
많은 삼진을 잡아내는 스기우치 도시야(요미우리)의 주무기는 서클체인지업이다.
소프트뱅크 시절 니혼햄과 경기를 하면 다르빗슈가 유독 눈여겨 봤다는 스기우치의 서클체인지업은
데뷔 10년이 지난 지금도 건재하다.
다르빗슈는 과거 한 방송 인터뷰에서
‘최고의 마구’ 를 꼽아달라는 말에 주저하지 않고 스기우치의 서클체인지업을 꼽은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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